오징어 게임! 기독교 향한 독설은 현실 |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전세계적인 열풍을 불러 일으키며 K콘텐츠의 새 역사를 쓰고 있지만, 한국교회와 기독교인들은 어쩐지 좀 불편하다. 총 8회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오징어게임'은 3명의 기독교인이 등장하는데 줄다리기와 유리 징검다리 건너기 게임, 목회자의 그루밍 성폭력, 예수 천국 불신 지옥 등의 에피소드로 기독교를 향한 비난과 조롱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교계에서는 '반기독교적' 코드라고 비난하며 게으르고 맥락 없는 기독교 비하라는 지적과 함께 결국 기독교를 향한 대중의 시선으로 교계가 받아들이고 성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낸다.
#광신도 캐릭터 244번
"자기 신앙만 챙기면서 민폐끼치고 갑분싸 하는 캐릭터로 개독의 전형."
안티기독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244번은 "극한의 상황인만큼 오버스럽게 표현된 것도 있지만 기독교 마인드를 표현하는데는 왜곡이 없었다. 개독교의 전형을 보이는 캐릭터"라고 소개한다.
그는 줄다리기와 유리 징검다리 건너기 게임에 등장하며 기독교 윤리의 이중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줄다리기 게임에서 상대방을 몰살시키고 극적으로 생존한 후 "주님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기도한다. 주변의 비난에 대해서는 "오늘 십자가에 못박힌 사람들의 통곡이 들리지 않느냐. 우린 그들의 희생과 피로 또 하루를 살아남았다. 죄 많은 우리 모두를 대신하여 내가 그들의 희생과 주님의 선택에 감사하며 기도를 올리는 것이다"라고 자기 변명을 늘어놓는다.
그의 이중적인 모습에 다른 참가자는 "지손으로 죽여놓고. 아~ 대충 기도만 하면 우리 다 천국 가는 거야? 그럼 나도 기도해야지. 하늘에 계신 아버지 오늘 우리는 힘을 합쳐 많은 인간들을 주님 곁으로 보내드렸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인간을 주님 곁으로 보낼 수 있도록 힘을 주시고…"라면서 기독교인의 이기적인 행태를 꼬집는다.
백광훈 목사(문화선교연구원 원장)는 "비단 '오징어게임'에서만이 아니라 기독교의 묘사나 표현들이 대중문화, 특히 영화나 드라마에서 클리셰(Cliche)가 됐다"면서 "감독이 맥락없이 기독교를 묘사했다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우리들의 삶을 반영하고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성찰로 이어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백 목사는 "대중문화에서의 기독교는 80년대까지 구도적이고 성찰적인 기능을 했지만 90년대 이후 한국교회의 성장과 함께 희화되고 조롱의 대상이 됐다"면서 "대중문화에 드러나는 기독교의 이미지는 안타깝지만, 비난하기보다는 교회공동체의 의미있는 활동들이 좋은 콘텐츠로 알려질 수 있는 문화선교가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다"고 덧붙였다.
#아내를 살해하고 딸을 성폭행한 목사 아버지
"처음 본 건 우리 엄마였어. 학교 갔다 집에 돌아오니까 엄마가 방바닥에 누워 죽어있었어. 그 옆엔 아버지란 인간이 칼을 들고 서 있었고. 다음으로 본건 우리 아버지 시체. 그 옆에 칼을 들고 서 있었던 건 나였고. 그 인간 직업이 목사였어. 엄마를 때리고 나한테 그 짓을 하고 나면 항상 기도를 했어. 우리 죄를 사하여 달라고…"
240번 참가자의 대사다.
경찰청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2016년 11월까지 검거된 전문직 성폭력 범죄자는 5261명으로 그 중 목회자가 1위로 나타났다. 최근 한국교회탐구센터가 조사한'빅데이터로 본 2020 한국교회 주요 4대 이슈'에도 '목회자 강력 범죄(목회자의 그루밍 성폭행)'가 2019년 이어 2020년에도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성현 목사(필름포럼 대표)는 "오징어게임 속 목사가 아내를 살해하고 딸을 성폭행하면서 매번 회개기도를 했다는 내용은 개인으로만 보아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범죄인데, '거룩'과 '거듭남'을 설교하는 목사가 했다는 설정은 기독교인들에게 거부감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면서도 "그러나 실제로 그루밍 성폭행을 비롯한 성적타락의 문제에 목회자들이 연루되는 일이 적지 않았다. 대형교회 담임목회자, 유명한 청소년 사역자가 다수의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일 등 여러 사건이 있었기에 부인할 수 없는, 기독교의 어두운 그림자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예수천국 불신지옥
"주님을 부정하는 어리석은 자들아 회개하라. 심판의 날이 다가온다. 너희에겐 오직 지옥불의 고통만이 기다리고 있을지니 주님앞에 무릎을 꿇어라."
게임에서 승리한 후 길에 버려진 456번 성기훈을 발견한 거리의 전도자. 그는 결박당한 채 길에 쓰러져 있는 성기훈의 안대를 벗겨주며 "괜찮으세요?"가 아닌 "예수 믿으세요"라고 말한다. 여리고 약한 이들을 배려하는 모습이 없는 신앙인의 위선적인 모습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다.
청년사역연구소 소장 이상갑 목사(산본교회)는 자신의 SNS에 "세상이 바라보는 기독교인의 이미지가 그대로 드러난다.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은 예수천당 불신지옥이 아닐 것이다. 선한 사마리아인처럼 고통당하고 고난당하는 이들을 조건없이 품고 조건 없이 섬겨주는 것일 것"이라면서 "말로는 '예수 믿으세요'라고 외치지만 삶은 공감할수 없다면 오히려 전도의 걸림돌이 될 것이다. 차라리 말을 하지 않고 예수님의 마음으로 다가가서 조용히 그를 붙잡아 일으켜 주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오징어게임에 나타난 기독교의 불편한 시선은 아쉽지만 이는 기독교가 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상이고, 그만큼 세상이 요구하는 사회적 책임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성현 목사는 "영화에 드러난 편향적 자세에 대한 지적과 함께 교회는 보다 적극적으로 사회를 위해 해왔던 선행과 빛된 모습을 유기적으로 잘 엮어 그 의미를 드러내야 한다"면서 "대중매체의 부정적 지적은 겸허하게 받아들이되, 대립적 자세보다는 보다 성숙한 어른의 모습으로 더욱 선한 삶을 살 것을 독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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