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슨 포드가 주연한 ‘블레이드 러너’(1982)는 2019년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배경으로 식민행성을 탈출한 복제인간을 좇아 폐기하는 특수경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대기업 타이렐사는 리플리컨트(복제인간)를 만들어내고 리플리컨트조차 자신이 복제인간인지 알지 못한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미래의 어두운 면을 그리고 있다. 낮과 밤이 구분되지 않을 만큼 어둡고 음침하면서 환경오염으로 산성비가 자주 내리는 미래 도시에서 공존에 실패한 리플리컨트와 인간이 치열하게 대립한다. 지난해에는 그로부터 30년 뒤 이야기를 다룬 속편 ‘블레이드 러너 2049’가 개봉됐다.
SF 영화에서 봐왔던 복제인간이 꿈이 아니라 현실로 다가왔다. 중국과학원 신경과학연구소 연구진이 엊그제 “체세포 핵치환 기법으로 원숭이 두 마리를 복제했다”고 발표했다. 손오공의 분신술이 현실이 된 것이다. 영장류 복제는 세계 최초다. 22년 전 영국 연구진이 복제양 돌리를 만들 때 썼던 체세포 핵치환 기술을 사용했다. 난자에서 핵을 제거한 뒤 여기에 다른 체세포에서 분리한 핵을 넣어 복제 수정란을 만드는 기법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수정란을 대리모에 착상하면 체세포를 제공한 개체와 유전적으로 똑같은 동물을 얻을 수 있다.
인간 유전자와 비슷한 원숭이 복제에 성공했으니 인간복제도 시간문제다. 원숭이는 인간 유전자와 차이가 4%, 침팬지는 1.6%밖에 나지 않는다. 복제 원숭이는 신약이나 치료제 개발 실험 대상으로 쓰이면서 난치병 연구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원숭이를 생체실험 대상으로 쓰는 것은 생명윤리를 파괴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동일한 유전형질을 가진 인간복제로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인간은 끊임없이 신의 영역에 도전해 왔다. 인간의 오만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는 성경이 말해주고 있다. 하늘에 닿겠다며 높고 거대한 바벨탑을 쌓은 인간들에게 하나님은 불같이 진노하며 하나였던 언어를 여러 개로 분리하는 벌을 내렸다. 과학과 기술의 발달에 따라 불가능하게 여겨졌던 일들이 현실화되고 있지만 인공지능(AI)이나 원숭이 복제 등을 보면 스티븐 호킹박사의 말대로 미래가 재앙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섬뜩하다.
글=이명희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한마당-이명희] 원숭이 복제 기사의 사진](http://image.kmib.co.kr/online_image/2018/0126/201801261756_11170923891400_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