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교육과 디지털 문화(1)
1. 기독교교육의 본질
최근 기독교 교육에 관한 연구들은 더 이상 '무엇에' 대해 가르칠 것인가의 본질적인 문제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대신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방법론에 치중해 있는 것 같다. 디지털이나 정보화와 관련해서는 교육의 효율성을 위해 미디어를 어떻게 적절하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것 같다.
기독교의 또 다른 시선은 미디어의 영향에 모아져 있다. 문화소비자 운동의 활동이나 미디어 교육에 대한 교회의 관심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디지털 미디어가 만들어낸 사이버 문화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과 연관되어 있다. 사이버공간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사회적 결속보다는 외양만 그럴듯한 의사공동체에 불과하며 현대사회에서 필요한 공동체의 공백을 매꿔 주지도 못하고 면대면 커뮤니케이션에서 필수적인 육감적 경험으로부터 비롯되는 믿음, 나눔, 사랑 따위의 경험에 이르지 못한다는 것이다(Jones, 1995). 나아가서는 디지털 문화가 기독교 존립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는 경계심도 눈에 띈다.
이 같은 시각은 특별히 디지털 문화가 포스트모던적 요소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는 데 있다. 사이버 문화가 권위를 부정하고 상대적인 가치를 내세우며 집단적 가치를 부인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때로 어떻게 하면 컴퓨터나 사이버 문화를 기독교적으로 복음화 시킬 것인가 극단적인 이상론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디지털 미디어나 인터넷에 의해 변화하고 있는 수용자들에 주목하고 그들에게 어떻게 적절한 교육을 할 것인가가 새로이 '리터러시'의 연구로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급변하는 문화 속에서 교육의 효율성을 역시 고민한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와 같은 관점들은 매체의 기능이나 효율성에 집중하거나 아니면 지나치게 매체의 도덕적 영향력 내지 가치평가에 치우쳐 디지털 미디어 자체가 갖는 커뮤니케이션 행태의 변화, 교육 개념의 변화라는 큰 틀은 간과하고 있다. 특별히 기독교 교육과 관련해서 보면 미디어 사용의 유익, 무익을 떠나 사람들이 삶을 영위해나가는데 있어 디지털 미디어는 분명 과거 어떤 미디어와도 다른 획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미디어와 기독교교육의 관련성을 단순히 기능적이거나 영향력을 살펴보는 것은 한계가 있다. 특별히 디지털 기술이 가져온 변화가 총제적이라는 데 주목하면 기독교 교육은 방법론도 중요하지만 그 영향력 가운데에서 어떻게 하면 본질을 훼손하지 않고 지킬 것인가의 문제가 더욱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즉 정작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교육의 방법과 더불어 교육의 본질에 대한 계속적인 논의가 아닌가 싶은 것이다. 특히 하나님을 가르쳐야 하는 기독교 교육의 경우 본질에 대한 점검은 지속적으로 행해져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최근 컴퓨터를 필두로 한 디지털 문화가 촉발한 총체적, 구조적 변화 앞에서 기독교 교육의 방향을 모색하는 일은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 교육도 갈피를 못 잡고 있는 판국에 기독교적이라는 또 하나의 단서가 덧붙여지기 때문이다. 워낙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그 폭이 넓은 까닭에 오랜 관습에 젖어온 관습적 체계를 뜯어고친다는 것도 용납이 어려운 것 같다.
더구나 기독교육의 방향이 단지 컴퓨터를 중심으로 한 기술 습득차원의 묘책수립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문제가 단순하지는 않으리라 생각된다. 기독교육의 목적이 궁극적으로 하나님을 알게 하고 사람 사이의 사랑을 가르치는 데에 있다고 할 때 디지털 문화는 우리가 목표하는 참교육에 어떤 환경을 조성하고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영향은 바람직한 것인지 등에 대해 기독교육자는 어떻게 해석하고 대처해야 할지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 글에서는 기독교교육의 정의이자 목적을 '인간의 하나님 형상 회복'에 있다고 보고 이를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어떻게 지켜나갈 수 있을 지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기독교교육에 관한 정의도 다양하고 그 범위와 방법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여기서는 그것을 한마디로 함축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일'이라고 정의한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는 한승홍(1991)에게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그는 "기독교교육의 목적은 인간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교육하여 하나님의 자녀가 되도록 하는데 그 궁극적 목적이 있으며 이는 확대하면 인간이 하나님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라고 쓰고 있다. 여기서 "인간의 하나님 발견이란 즉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인간이 자기 자신의 원형을 찾으려는 자기 발견을 의미한다"는 것이다(p. 83).
이 같은 전제에서 이 글은 첫째, 기독교 교육의 본질에 대해 개념을 정리해 보고 둘째, 이러한 기독교 교육의 본질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디지털 문화의 변화 가운데에서 어떻게 영향 받고 있는지를 살펴보며 셋째, 이와 관련하여 기독교 교육의 방향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를 제안해 보고자 한다.
이 글은 기독교교육의 문외한이 쓰는 것임으로 글의 전개가 거칠고 사변적인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한계를 고려하여 이 글에서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기독교교육의 문제를 다루기보다, 단지 주제를 중심으로 한 여러 가지 커뮤니케이션 관점들을 정리하는데 초점을 두었다.
글의 내용은 주로 디지털이 가져올 커뮤니케이션 상황변화를 중심으로 살펴볼 것이며, 이러한 변화가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의 구조 변화를 가져와 궁극적으로 기독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지 등을 중심으로 기술할 것이다. 특별히 디지털문화를 커뮤니케이션의 관점에서 살펴보는 것은 문화환경의 변화가 필연적으로 초래하게 될 커뮤니케이션의 변화를 살펴보지 않고는 교육을 논하기가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주지하듯 교육이란 것은 무엇보다 새로운 세대의 수용자를 대상으로 어떻게 적절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할 것인가의 방안을 찾아보는 일이기 때문이다.
2. 기독교교육의 본질:하나님 형상의 회복
레널드 맥컬리와 제람바즈(1978)가 쓴 [인간 하나님의 형상]은 창세기 1장 26절의 "우리가 우리의 형상을 따라 사람을 만들자"를 기반으로 하여 "그리스도인의 삶의 목적은 본래의 하나님 형상을 회복하는 것, 즉 아담과 하와가 타락하기 이전에 주기 원하셨던 인간적인 체험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쓰고 있다.
그들에 의하면 여기서 하나님의 형상(the image of God)이라는 표현은 인간이 하나님처럼 만들어졌음을 의미한다. 즉 우리는 아담과 하와처럼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들도 우리처럼 사랑했고 창조적이었으며 심미적이었고 논리적으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또한 그들도 우리와 다를 바 없이 윤리적이었고 선택권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인격의 모든 기능들이 인간이 원죄로 타락하였고 그 이후 인간에게 주어진 삶의 목적은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하는 것에 모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근거는 성경의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그리스도인의 삶의 목적이 하나님을 닮아 가야 하는 것이 곧 창조의 목적과도 같다는 것이다. 에베소서5:1절에서는 "사랑을 입은 자녀같이 너희는 하나님을 본받는 자가 되고"라고 말함으로써 이 목적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그리스도에 관해서도 똑 같은 생각이 적용되고 있다. "내가 그리스도를 본받는 자 된 것 같이 너희는 나를 본받는 자 되라(고린도전서 11:1)"는 것이다. 이는 쉽게 말해 어린아이는 부모님을 닮게 된다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우리가 그리스도를 본받아야 하는 까닭은 그가 뛰어난 하나님의 형상이기 때문이다(고린도후서 4:4)라고 주장한다.
그들이 제시하는 인간형상의 회복은 다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창조성의 회복이다.
우리는 하나님을 닮았기 때문에 그 분이 창조적인 것같이 우리도 창조적이며, 또한 땅을 정복하는 사명이 우리에게 주어졌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모두 예술가이며 삶 전체가 창조 행위라는 것이다. 즉 우리는 우리의 피조물인 동시에 창조자들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일을 행하도록 되어 있다. 성화는 창조성의 상황에서 고찰되어야 하며 그리스도인들은 자신의 삶을 거룩한 아름다움으로 빚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근거는 "저가 내 안에 내가 저 안에 있으면 이 사람은 과실을 많이 맺나니… 과실이 항상 있게 하여(요한복음 15:15, 16)"이다.
둘째는 사랑이다.
우리는 서로가 인격적인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도록 창조되었다. 남자가 여자와 관계를 맺고, 여자와 여자가 관계를 맺고, 남자와 남자가 관계를 맺으며 또한 남녀 모두가 하나님과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관계의 특징은 사랑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하고 또한 이웃을 사랑해야 한다는 율법과 선지자들의 주장을 요약한 예수님의 언급은 창세기 1장의 하나님의 형상이라는 구절을 규명해 놓은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그러므로 사랑을 입은 자녀같이 너희는 하나님을 본받는 자가 되고 그리스도께서 너희를 사랑하신 것 같이 너희도 사랑가운데 행하라(에베소서 5:1, 2)." 이 구절은 인간의 기원 즉 인간의 인간으로서의 본질을 밝혀 주는 동시에, 그 구원의 목적은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시키는 것이라고 명확하게 가르쳐 주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 말씀은 우리가 사랑하도록 만들어졌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성경이 그것을 요구하는 것은 그러한 삶이 곧 인간의 진정한 정체성을 회복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랑은 우리의 본래 성품에 대한 긍정적 확신이라는 것이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요한복음 15:12)," "하나님은 사랑이심이라(요한일서 4:8),"
우리는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사랑하사 자기 자신을 우리를 위해 버리신 것과 같이 사랑 가운데 행하여야 한다(에베소서 5:2"), "하나님이 이 같이 우리를 사랑하신즉 우리도 서로 사랑하는 것이 마땅하도다(요한일서 4:11)" 등은 모두 이와 관련된 구절들이다.
셋째는 하나됨이다.
이것의 근거는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한 마지막 기도에서 찾아진다. "내게 주신 아버지의 이름으로 저희를 보전하사 우리와 같이 저희도 하나가 되게 하옵소서... 아버지께서 내 안에, 내가 아버지 안에 있는 것 같이 저희도 다 하나가 되어 우리 안에 있게 하사... 이는 우리가 하나가 된 것 같이 저희도 하나가 되게 하려 하심이니이다. 곧 내가 저희 안에,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셔 저희로 온전함을 이루어 하나가 되려 함은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과 또 나를 사랑하심 같이 저희도 사랑하신 것을...(요한복음 17:11, 21∼23)."
이 하나됨은 다양성 속에서 하나됨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즉 고유함이나 다양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결성이라는 의미에서의 하나됨이지 단일성에서의 하나됨은 아니라는 말이다. 하나됨에 대한 요구는 하나됨이 파괴의 기능을 가진 분열과 달리 인간 내면에 자리잡은 자유함을 회복하는 것으로써 이를 통해 하나님 형상으로서의 정체성의 회복이 목적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디지털 시대에서 하나님의 형상인 인간이 어떻게 영향 받고 있는지를 유추해 보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 영향이 교육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말하는 것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새로운 정보기술이 등장하여 촉발되는 문화 변화 가운데에서 가장 분명히 드러나는 것은 커뮤니케이션의 변화이다.
맥루한(1980)의 매체결정론에 따르면 인간은 그 시대를 지배하는 매체의 속성을 닮는 다고 한다. 이렇게 보면 디지털 시대의 인간은 디지털의 속성을 닮아 분절적이고 가공이 용이하며 기계화되거나 복제화 하는 등 비 인간화할지 모른다.
포스터(1900)에 의하면 디지털은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의 시공간을 변화시키고 여러 사회관계들을 와해시키면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한다. 인터넷에서의 인간관계를 보면 고가와 다른 전혀 새로운 사회양상으로 재구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가상공간은 익명성과 비 권위성을 특징으로 하고 있으며 이미지만으로 관계를 맺는 등 기존의 사회구조와 다른 형태의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한 탓에 디지털 문화에 익숙하고 이 같은 환경에서 자라는 사람들은 현실세계와 낯선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미디어의 변화가 커뮤니케이션 자체를 바꾸고 인간관계에 영향을 미치고 궁극적으로 그것이 하나님 형상으로서의 인간성 회복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다음 호에 계속) 김연종 박사 한동대학교 교수
-본고는 교육목회실천협의회에서 발표한 것을 주최측의 허락을 받아 게재합니다. 편집자 주 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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