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론
이승구교수
그리스도는 "기름부음을 받은 분" (눅2:8~14, 9:18~22)
1. “그리스도”라는 칭호의 기본적 의미와 용례들
그리스도는 어원적으로 “기름 부음을 받은 자” 란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중에 “예수”라는 이름이 흔히 찾아 볼 수 있는 이름이듯이, “그리스도”라는 호칭도 구약의 하나님의 백성인 이스라엘 가운데서는 여러 종류의 사람들에게 적용 되던 칭호입니다. 물론 구약 성경에는 이 칭호의 단순한 형, 즉 단순히 ‘메시아’라는 호칭은, 게르 할더스 보스가 잘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다음의 논의를 따라 가야 합니다.1) 왜냐하면 구약에서 ‘메시아’라는 말은 항상 자격을 나타내는 속격이나 접미사 와 같이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즉, “여호와의 메시아”(주의 기름부음 받은 자)나 “나의 메시아”( 나의 기름부음 받은 자)와 같이 말입니다. 이런 것은 이 칭호의 원의(原義)가 어느 정도 남아있는 중 요한 구절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기름 부음을 받은 자와 그런 칭호의 적용을 받던 자들은 구약에 많았습니다. 왜냐하면 이스라엘 가운데서는 “기름 부음”을 받아 일정한 직임에 봉사 하던 이들을 모두 “기름 부음”을 받은 자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자면, 이스라엘 가운데서 제사장을 세울 때 “관유를 가져다가 그 머리에 부어 바르는” 일이 그 위임식의 한 부분을 차지했습 니다(출 28:41, 29:1, 7, 21, 레 8:10∼13, 30). 그래서 제사장들을 기름 부음을 받은 자라고 합니다 . 이렇게 모든 제사장이 다 기름 부음을 받아 제사장이 되지만 그들에 대해서는 수동태 분사형으로 “ 마슈아흐”( )로 표현한 데 비해서(출 28:41; 30:30; 40:15; 레 7:36; 10:7; 민 3:3), 특별히 형용사형 명사라고 할 수 있는 “마쉬아흐”( )로 나타날 때는 일반적으로 “기름 부음을 받은 제사장”(“the priest, the Messiah” or “the Messiah-priest”)이라고 옮기며 이는 대제사장을 가르치는 것입니다(레 4:3, 5, 16, 6:22).2) 그러나 대제사장들만이 기름 부음을 받은 자가 아니고, 제사장들은 다 기름 부음을 받은 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스라엘 가운데 왕을 세울 때에도 기 름을 부어 왕으로 삼는 일이 사울이나 다윗을 비롯하여 계속되는 규례였습니다(시 89:20 참조). 그리 고 이는 이스라엘 가운데 왕 제도가 있기 전에도 이해되는 관례였음을 사사기 9장에 나오는 요담의 우화를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이스라엘 중의 왕은 “여호와의 기름 부음 받은 자”로 언급 되곤 하였습니다(삼상 24:6, 26:11, 시2:2, 18:50, 20:6 등). 이로부터 보스는 “다윗의 모든 후계 자들이 실제로 기름부음을 받았다는 것은… 거의 확실한 것임이 분명하다”는 결론을 이끌어 내고 있습니다.3) 그래서 일반적으로 “기름부음을 받은 자”(the anointed one or an anointed one)라는 것은 거의가 왕적인 인물을 지칭할 때 쓰여졌다고들 봅니다.4) 때때로 선지자를 세울 때에도 기름 붓 는 일이 있기도 하였고(예를 들면, 왕상 19:16), “기름부음 받은 자”로 불리기도 했습니다(시 105:15).5) 그러나 이 때에는 그저 “as anointed” 정도로 표현된 듯합니다.6) 그러나 모든 선지자들 이 다 기름 부음을 받고서 선지자 역할을 한 것은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갑자기 선지자의 역할을 하도 록 하신 일도 있기 때문입니다(아모스 7:14, 15).
그러나 어떤 선지자들은 기름 부음을 받고서 선지자 역할을 한 것을 보면, 선지자들도 하나님께서 세우셔서 기름 부음 받은 자 역할을 하도록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이렇게 보면 구약에는 “기름 부음”을 받은 자(메시아=그리스도)가 많은 셈입니다. 그러면 우리에게는 많은 메시아, 많은 그리스도가 있다는 말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 구약의 인물 들은 모두 장차 오실 진정한 “기름 부음 받은 자”(메시아=그리스도)에 대한 모형(type)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구약의 선지자, 제사장, 왕을 하나님께서 세우실 때 그들은 이스라엘 가운데서 자신 들이 담당한 그 역할을 충실히 하라고 세움을 받았을 뿐만이 아니라, 그렇게 함으로써 장차 오실 진정 한 선지자, 제사장, 왕 되신 분을 예표하도록 하셨던 것입니다. 이 장차 오실 “기름 부음 받은 자”( 메시아=그리스도)를 이스라엘은 열심히도 기다려 왔습니다.
그가 오시면 그가 진정한 제사장으로 이스 라엘을 성결케 하시고, 진정한 선지자로 하나님에 대한 온전한 지식을 주시고, 진정한 왕으로 이스라 엘과 온 세상을 온전히 다스리시리라고 기대했기 때문입니다.세례 요한이 유대 광야에 나타나서 회개 의 메시지를 전할 때에도 그들은 그가 혹시 오시리라고 기대 되던 그 “기름 부음을 받은 자’(메시 아=그리스도)가 아닌가 하며 그가 누구냐고 물었습니다(눅 3:15, 요 1:19∼22).
2.예수 그리스도
이 때 요한은 분명하 게 자신이 그리스도가 아니라고 대답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자기 보다 더 큰 이, 성령으로 세례를 주시 는 하나님의 아들이 그들 가운데 서 계신 예수라고 소개하였던 것입니다. 예수께서 유대인들이 그토록 기다려 오던 “그 ‘그리스도’”이심을 증언한 것입니다. 그러나 세례 요한이 예수님을 그리스도라고 증언한 최초의 사람은 아닙니다. 세례 요한 전에 이미 천사들이 목자들에게 나타나서는 예수께서 탄생 하신 소식을 전하면서 다음과 같이 증언한 바 있습니다.
“오늘날 다윗의 동리에 너희 를 위하여 구주가 나셨으니 곧 그리스도 주시니라”(눅 2:11). 천사 들이 이미 어린아이로 오신 예수가 그리스도, 그것도 구약적 배경에서는 여호와에게 지칭되던 주이신 그리스도을 말했던 것입니다. 또한 결례의 기한이 차서 요셉과 마리아가 아기 예수를 데 리고 성전에 올라갔을 때 “주의 그리스도를 보기 전에는 죽지 아니하리라는 성령의 지시를 받았던”( 눅 2:26) 시므온은 그 아기 예수님을 안고 하나님께 찬송하면서 그 아기가 그 메시아임을 시사하였습 니다. 그러나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은 이스라엘이 그리스도에게 기대한 그런 일을 하루아침에 다 이루 시지 않으셨습니다. 그래서 이스라엘 사람들은 예수가 과연 그들이 기다리던 메시아인지를 의혹에 찬 눈으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그가 체포된 뒤에 예수님께서는 비록 암시적이기는 하지만 산헤드 린 앞에서 자신의 메시아됨을 확언하셨다고 할 수 있습니다(막 14:62). 이런 상황에서는 유대적 정치 적 메시아로서의 오해를 받을 위험이 더하기 때문이었을런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급기야 그가 십자 가에 달리시게 되자 유대 백성들은 여전히 자신들이 가지고 있었던 정치적 메시아 개념에 근거해서 이 를 조롱의 근거로 삼기도 했습니다: “저가 남을 구원하였으니, 만일 하나님의 택하신 자 그리스도여 든 자기도 구원할지어다”(눅 23:35). 이스라엘 백성들에게는 고난을 받는 메시아, 죽으시는 메시아, 그것도 나무에 달려 죽은 저주받는 메시아는 꿈에도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유대인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은 예수께서 메시아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그를 믿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상 황 가운데서 예수께서는 오늘날도 가이사랴 빌립보 도상에서 제자들에게 하신 질문을 우리들에게 하십 니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예수님의 일차 제자들 가운데서는 베드로가 대표로 “하나님의 그리스도”시라고 대답했었습니다(눅 9:20).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이 대답을 잘못된 것으로 여기지 아 니하시고 긍정적으로 받아 주시면서 이렇게 고백한 것을 높이 사셨습니다: “바요나 시몬아 네가 복이 있도다. 이를 네게 알게 한 이는 혈육(血肉)이 아니요,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시니라”(마 16:17). 이 매우 긍정적인 답변은 이를 옳다고 인정하시는 것일 뿐 아니라, 이런 인식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 ”에 의해서 있게 된 것이라고 말하는 면에서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이는 자신이 아주 독특한 의미에 서 하나님의 아들인 메시아(그리스도)시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말하는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9)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으나 그 기다리던 “기름 부음 받은 자”가 예수님일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다른 유대인 들과는 달리 여기 한 무리의 사람들이 예수님이 그리스도이심을 인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신들의 기 대와는 달라도 그 분이 하나님에게서 오신 분임을 인정하면서, 그 분에 의해서 가르침을 받아 생각을 고치고 사는 무리가 여기 생긴 것입니다. 이들은 예수를 그리스도라고 믿는 무리입니다. 그리고 그들 은 이 신앙을 다른 이들에게도 선포해서 오늘날 예수가 그리스도라고 믿는 많은 무리가 있도록 한 것 입니다. 오늘 그리스도의 교회에 속한 우리가 바로 그 무리들입니다. 그런 우리는 예수께서 그리스도 시라는 뜻을 잘 알고 있는가고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는 기본적으로 그가 아버지 하나님에 의해서 지정된 자(세워진 자, ordained of God the Father)요, 성령으로 기름 부음을 받은(anointed with the Holy Spirit) 자라는 의미를 가집니다. 이에 대해서 베드로는 “하나님이 나사렛 예수에게 성령과 능 력을 기름 붓듯 하셨으니”라고 말하고 있습니다(행 10: 38).10) 이는 예수님께서 기름부음을 받으셨 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그리고 이는 또한 예수님께서 메시아, 곧 그리스도로서의 사역을 하신 것은 성부의 보내심과 성령의 임하심으로 되어진 것임을 시사하는 말입니다. 이렇게 ‘기름부음을 받은 자 ’, 즉 그리스도이신 예수님께서는 어떤 일을 하신 것입니까?11) 2. 예수님께서 그리스도라는 말의 뜻(1): 최고의 선지자이신 예수님 첫째로, 그리스도이신 예수님께서는 참되시며 최고의 선지자로서 우리에게 우리의 구속에 대한 하나님의 은밀한 경륜과 하나님의 뜻을 온전히 다 계시해 주셨고, 또 계 시해 주시고 계십니다. 예수님의 선지자로서의 사역은 기본적으로 그가 이 땅에 계실 때 제자들에게 자신이 누구시며, 자신이 이루실 구속이 어떤 것이며, 그리하여 그가 가져오실 하나님의 나라가 어떤 것인지를 가르쳐 주신 것입니다.
히브리서 기자는 이에 대해서 구약의 계시와 대조해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옛적에 선지자들로 여러 부분과 여러 모양으로 우리 조상들에게 말씀하신 하나님이 이 모든 날 마지막에( ) 아들로 우리에게 말씀하셨으니( )”(히 1:1, 2). 그리고 그가 궁극적 선지자로 오실 것이라는 것은 이미 오 래 전부터 예언된 것입니다(신 18:15). 예수님께서 이 땅에 계실 때 가르치신 그 내용은 오늘 우리에 게는 복음서에 기록되어 있어서 우리가 이를 읽으며 그 가르침을 계속해서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여 기에 그의 선지자로서의 사역이 과거 그 때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분명한 시사가 있습니다. 그는 과 거 그 때에 가르치시는 진정하고도 온전한 선지자였을 뿐만이 아니라, 그 가르침을 성령으로 영감하여 기록하게 하시고 그 성경을 읽을 때에 성령으로 그 말씀을 깨닫도록 하셔서 오늘도 우리를 가르치시는 일을 계속하시는 것입니다.
이렇게 그가 이 세상에 계실 때뿐만 아니라, 그가 천상에 오르셔서 천상 에 계신 지금도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가르치시는 참 선지자의 역할을 하시는 것입니다.12)이는 그가 오시기 이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구약 시대에도 여러 선지자들이 하나님의 뜻을 가르치실 때 그들 은 그리스도의 영으로 이 일을 감당했다고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베드로 사도는 이에 대해서 이렇 게 증거한 바 있습니다: “이 구원에 관하여는 너희에게 임할 은혜를 예언하던 선지자들이 연구하고 부지런히 살펴서 자기 속에 계신 그리스도의 영이 그 받으실 고난과 후에 얻으실 영광을 미리 증거하 여 어느 시, 어떠한 때를 지시하시는지 상고하니라”(벧전 1:10∼11).
3,선지자로서의 그리스도
그러므로 그리스도의 선지자로 서의 사역은 성육신 이전에는 구약의 선지자들을 통해서 이루어 졌고, 그가 이 땅에 오신 후에는 친히 행하셨고, 승천하신 후에는 사도들과 성경을 깨닫게 하는 성령의 사역을 통해서 계속되고 있는 것입 니다. 이런 의미에서 그리스도는 우리의 최고의 선지자이십니다. 이런 사실을 믿는다면 우리는 성경을 잘 공부하여 그의 뜻을 깨닫고 그 교훈에 유의하며 그에 따라 살아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믿는 중요한 한 부분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오늘날에 있어서는
(1) 성경의 모든 부분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지 않는 것이나,
(2) 성경 이외에 다른 어떤 계시나 권위를 인정하거나,
(3) 성 경의 바른 교훈을 찾으려 하고 그것에 주의하고 착념하지 않거나,
(4) 그 말씀에 따라 살지 않는 것 도 모두 실천적으로는 예수가 그리스도이심을 부인하는 것이 된다는 것에 주의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 스도인 이라고 하는 이들이 실천적으로는 그리스도를 부인한다면 얼마나 우스운 상황입니까? 우리는 그런 우(遇)를 범하지 말고 성경에서 배울 수 있는 그 분의 가르침에 충실하여 그리스도의 선지자 되 심을 믿고 드러내어야 할 것입니다. 3. 예수님께서 그리스도라는 말의 뜻(2): 제사장이신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그리스도라는 고백은 둘째로 그가 우리의 유일하신 제사장이시라는 고백이기도 합니다. 여 기에는 크게 두 가지 사실이 포함됩니다. 우리는 먼저 그가 자신의 몸으로 유일한 희생 제사를 드리셔 서 우리를 구속하신 것을 말해야만 합니다
히브리서 기자는 그리스도께서 “자기를 단번에 제사로 드 려 죄를 없게 하시려고 세상 끝에 나타나셔서”(히 9:26) “죄를 위하여 한 영원한 제사를 드렸다”고 말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몸을 단번에 드리심으로 말미암아 우리가 거룩함을 얻었노라”라고 말합 니다(히 10:12, 10). 이 그리스도의 희생의 제사만이 죄를 없애는 효력을 가진 유일한 제사입니다.
구약의 모든 제사는 그 자체로서는 아무 효력이 없는 것입니다. 왜냐 하면 “황소와 염소의 피가 능히 죄를 없이 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히 10:4). 이런 구약의 모든 제사들은 “해마다 죄를 생각하게 하여”(히 10:3) 그리스도의 희생 제사를 바라보게 하며, 그것을 예표하는 그림자와 같은 것들이었습 니다. 그런 의미에서 ”율법은 장차 오는 좋은 일의 그림자요, 참 형상이 아닌 것”입니다(히 10:1). 이에 비해서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우리의 죄를 위해 죽으신 것은 한 번 제사를 드려서 그 효과가 영원히 있는 영원한 제사입니다. 이 제사에 근거하지 않고 하나님 앞에서 의롭다고 칭함 받을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를 통해서만 아버지께로 갈 수 있고 그야 말로 우리의 유일한 길이 요, 생명이신 것입니다.
따라서
(1) 그리스도의 희생 제사 이외에 다른 어떤 것을 의존해서 하나님께 나아가려 하거나,
(2) 그리스도의 희생 제사에 다른 무엇을 더해서 구원을 얻으려고 하거나,
(3) 그리 스도의 희생 제사가 그 어떤 점에서라도 불충분한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예수님의 그리스도이심을 부 인하는 것이 됩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를 믿는 우리에게는 그리스도의 십자가 외에는 그 어떤 제단도 없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우리는 우리가 사용하는 용어들에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예배드리는 것을 “제단 쌓는다고 표현하거나, 강대상 부분을 “제단”이라고 표현하거나, 어떤 모임 장소를 “~~제단”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부주의함으로써 결국 그리스도의 유일하신 희생 제사를 무시하는 행위가 되기 때문입니다).또한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제사 장 되신다는 것은 그가 지금도 살아서 하나님께 중보 기도하신다는 것을 포함합니다. 이런 뜻에서도 그의 중보자 역할은 영원한 것입니다. 히브리서에서는 이 사실을 다음과 같이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예수는 영원히 계신 고로 그 제사 직분도 갈리지 아니하나니, 그러므로 자기를 힘입어 하나님께 나 아가는 자들을 온전히 구원하실 수 있으니, 이는 그가 살아서 저희를 위하여 간구하심이니라”(히 7:14∼25). 이를 히브리서 기자는 이렇게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참 것의 그림자인 손 으로 만든 성소에 들어가지 아니하시고, 오직 참 하늘에 들어 가사 이제 우리를 위하여 하나님 앞에 나타나시고”(히 9:24). 여기 “하나님 앞에 나타나시고”라는 말은 그의 중보 사역을 하나님 앞에 제 시하시는 것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의 이 중보 기도는 당신님께서 이루신 구속 사 역의 공효를 우리를 위해 하나님 앞에 제시하신다는 의미입니다.
“그는 권위 있는 중보자(an authorized intercessor), 즉 사법적 주장을 제시할 수 잇는 자로 하나님 앞에 서시는” 것입니다 .13) 그것 때문에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기도와 예배와 봉사와 삶을 받아 주시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땅위의 성도들은 순간 순간을 그리스도 덕분에 사는 것입니다. 그러니 어찌 순간 순간을 그리스도 에게 의존하고, 감사하는 삶을 살지 않겠습니까? 그것이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므로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결국 실천적으로 예수의 그리스도이심을 부인하는 것이 되는 것입니다.
4. 예수님께서 그리스도 시라는 말의 뜻(3): 왕이신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그리스도시라는 말은 또한 그가 우리를 다스리시는 왕이시라는 뜻을 포함하는 말입니다. 그가 진정한 왕이십니다. 과거 구약의 이스라엘의 왕들은 그의 왕 되심을 대리하고 예표하던 것이고, 메시아이신 자신의 사역으로 이 땅위에 임한 하나님 나라를 다 스리시는 왕은 바로 그리스도 자신이십니다. 그런데 그가 우리의 왕으로 우리를 다스리실 때 그는 말 씀과 성령으로 우리를 다스리십니다. 우리들로 하여금 말씀을 잘 깨닫게 하시고 성령의 능력으로 그 뜻을 이루어 가게 하신다는 말입니다. 그의 현세적 통치는 이렇게 순수히 영적인 통치(spiritual kingship of Christ)입니다. 그러므로 지금 여기서 그의 통치를 받아 나간다는 것은 그의 말씀의 뜻에 주의하고 성령의 능력으로 그 뜻을 지켜 나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는 이는 그의 통치 를 받지 않는 것입니다.이렇게 그의 말씀을 지켜 나가는 이들은 이 세상에서 어렵고 고난에 찬 삶을 살게 되지만, 그래도 그리스도께서 그들을 위하여 얻으신 구속으로 그들을 보호하고 보존해 주시는 것 입니다.
여기의 우리의 왕의 든든한 보호가 있습니다. 이 세상의 그 무엇이 우리를 해치지 못하도록 그가 튼튼한 팔로 지켜 주시는 것입니다. 요한일서에서는 “하나님께로서 나신 자가 저를 지키시매 악 한 자가 저를 만지지도 못하느니라”(요일 5:18)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런 왕의 보호를 의식하는 자는 믿음으로 어려워도 그의 가르치신 말씀대로 살아 나가는 일을 계속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예수님 을 그리스도로 인정하는 일의 중요한 부분인 것입니다.14)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의 구체적인 삶에 있 어서 성령을 통해서 말씀으로 우리를 통치하시는 그리스도의 통치를 받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리스도께서 그의 사역을 통해 회복시키신 사람들의 본래적 통치권을 행사해 나가는 것도 그것의 중 요한 한 부분이 되는 것입니다.15)
5. 결론
지금까지 우리가 말한 바를 하이델베르크 요리 문답 제 31문답은 다음과 같이 잘 요약하고 있습니다: “그는 왜 그리스도, 즉 기름부음 받은 자로 불 립니까?” “왜냐하면 그는 우리에게 우리 구속에 관한 비밀스러운 경륜과 하나님의 뜻을 온전히 계시 해 주시는 우리의 주된 선지자요 교사로, 그리고 그의 몸을 단번에 드리심으로 우리를 구속하시고, 항상 살아 계셔서 우리를 위해 성부(聖父)께 간구(懇求)하시는 우리의 유일한 대제사장(大祭司長)으로 , 또한 그의 말씀과 영으로 우리를 통치하시며 우리를 변호(辯護)하시고, 우리를 위해 얻으신 구속 안 에 우리를 견인(堅忍)시키시는 우리의 영원한 왕으로 아버지 하나님에 의해서 지정된 자(세워진 자, ordained of God the Father)요, 성령으로 기름 부음을 받은(anointed with the Holy Spirit) 분이시 기 때문입니다.”그러므로 예수님께서 우리의 참된 선지자요, 제사장이요, 왕이심을 인정하는 것이 그 를 그리스도, 곧 기름 부음을 받은 자라고 고백하는 것이며, 이는 매우 풍성한 의미를 지닌 것입니다 . 그리고 예수님을 그리스도라고 고백하는 이 고백은 우리의 입술에만 있어서는 안되고, 우리의 머리 와 가슴과 손과 발을 통해서 표현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유일하신 그리스도이십니다. 따라 서 “선지자로서 그는 사람에게 하나님을 나타내시고, 선지자로서 그는 하나님에게 사람을 대표하고, 왕으로서 그는 통치권을 행사하시고 사람의 본래적인 통치권을 회복시키시는” 것입니다.16) 그러므로 우리는 그에게서 배우고, 그를 통해 거룩하게 되며, 그의 다스림을 받아야 하고, 그에 근거해서 세 상에 대한 우리의 통치권을 행사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 자들이 그리스도인입니다. 이렇게 예수님의 그리스도로서의 역할에 근거해서만 우리는 이 땅에 그리스도인으로 있을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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