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문안교회가 6월 2일 개최한 제5회 언더우드 국제심포지움의 주제는 ‘하나됨을 원하시는 하나님’이었다. 이 포럼의 주 강사는 미국개혁교회 전 사무총장인 웨슬리 그랜버그-마이클슨 박사다. 그는 이틀에 걸쳐 ‘나누어진 그리스도의 몸:우리의 현실’, ‘하나됨을 원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성경 이야기’, ‘하나됨을 향한 여정:우리가 가야할 길’이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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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슬리 그랜버그-마이클슨 박사 | 마이클슨 박사는 현재 전세계의 교회가 어떻게 분열되고 있는지를 여러 가지 통계자료를 통해 증거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는 4만3천240여 개의 교파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분열을 지리적, 신학적, 기구적 분열로 나누어 분석했다. 지리적 나눔을 보면 1910년에 세계기독교인들의 66%는 유럽에 살았지만 2010년에는 26%만이 유럽에 살고 있다. 아프리카는 1920년에 기독교 인구가 2%였지만 세계 기독교인구의 25%가 아프리카에 살고 있다.
1910년에는 유럽과 북아메리카가 지구의 북쪽에 전 기독교인의 80%였으나 지금은 단지 40%만을 차지하고 있다. 기독교의 중심축이 유럽과 북미에서 아프리카와 아시아로 이동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 기독교 기구들의 의사결정이나 재정은 여전히 유럽과 북미가 속한 서반구가 통제하고 있다. 제네바에 세계교회협의회(WCC), 세계개혁교회협의회(WCRC), 세계오순절협의회(PWF), 워싱턴에 침례교세계연맹(BWA), 노스캐롤라이나에 세계감리교연합(WMC), 런던에 성공회협의회(AC), 캘리포니아에 국제월드비전(WVI), 뉴욕에 세계복음주의연맹(WEA)이 있다.
이것이 교회의 하나됨을 위협하고 있다고 마이클슨 박사는 지적한다. 신학적 나눔에 대해서는 1910년의 에든버러에서 열린 국제선교사대회에서만 해도 오순절에 대해 참석자들이 잘 알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100년이 지난 오늘날 전 세계의 신자들의 25%가 오순절 교회 성도들이라고 했다. 그는 에큐메니컬 운동에 참여하는 교회들과 오순절, 독립교회 복음주의 토착교회들 사이에 나타나는 분리 현상이 뚜렷하며, 두 진영 사이의 신학적 간격이 넓어지고 있음을 지적한다. 교리적 문제, 영성의 스타일, 교회정치 체제, 복음증거 방식, 교회성장에 대한 서로 다른 차이와 분열이 있다는 것이다.
마이클슨 박사는 제도적이고 기구적인 분열은 진보와 보수를 표방하는 기구들의 분열이라고 고찰이다. 또한 세대적 분열은 세대 간의 격차로 인해 교회 일치를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의 이런 고찰은 예리하지만, 분열에 대한 대안은 상투적인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일치해야 한다고 했다.
2013년에 세계교회협의회의 총회가, 2014년에는 세계복음주의연맹의 총회가 한국에서 개최된다. 두 개의 기구는 진보와 보수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기구라고 할 수 있다. 한국교회가 이런 두 진영의 협의체 총회를 개최하면서 더욱더 진보와 보수의 갈등이 첨예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이번 언더우드의 국제포럼에 강사로 나선 마이클슨 박사는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진보와 보수가 하나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어 매우 흥미롭게 강연을 들었다. 그는 복음주의 교회에서 지냈으면서도 진보기구인 WCC에서 <교회와 사회> 사무국장으로 재직했다. 또한 2011년까지 17년 동안 미국개혁교회 사무총장을 역임해 매우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이런 그의 경력은 진보와 보수에 대한 균형적인 관점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그는 강연 중에 한국교회의 상황과 교리적인 문제는 물론 가톨릭의 이단적인 논쟁과 관련해서 관대한 WCC의 태도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을 때, 세계평화와 일치가 우선이라는 점에서 이 문제는 크게 문제 삼지 않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한국교회의 교단과 분파와 분열은 한편으로는 성장의 동력이 되기도 했다는 학자들의 견해도 있다. 그가 주장하는 교회들의 하나됨에 대한 세계적인 추세와 흐름이 한국교회에서는 격렬한 저항을 받을 수 있다. 한국교회는 보수성이 강한데다가 다원적이고 포스트모던적인 신학에 대한 경계를 게을리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근본주의에 가까운 교회들이 자유주이 진영의 교회와 목회자들을 두고 아주 강력한 비판을 제기하기도 한다.
교회는 원칙적으로는 분열 되어서는 안 된다. 교회의 머리이신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각 지체로서 교단과 교회는 일치를 이루어야 한다. 그렇지만 진리이신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하지 않는 교리적 다름은 문제가 있다. 미국교회의 상황이나 교리적 일치나 다름이 한국교회와는 분명하게 다르다. 더구나 세계적 교회의 하나됨에 대한 서구나 북미교회의 시각이 모두 옳다고도 말할 수 없다.
세계평화와 일치의 흐름 가운데 교회도 거기에 동참해야 하는 것처럼 말하는 마이클슨의 주장은 그 진정성이 의심된다. 진리는 절대 기준이 있어야 한다. 진리가 모호한 가운데 오직 평화를 좇고 연합을 외친다면, 그것은 분명한 문제가 있다. 이미 서구교회는 복음의 능력을 잃어버렸다. 오순절 계통의 교회나 독립교회의 급속한 성장은 단순한 은사 중심이기 때문이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종교의 세계적인 흐름은 한 하나님(신) 아래 함께 하는 것이다. 거기에는 가톨릭과 이슬람이나 불교나 힌두교나 통일교도 동참하고 있다. 물론 일부 기독교 진보그룹도 거기에 함께 하고 있다. 이들이 지향하는 것은 세계평화와 일치다. 마이클슨의 평화와 일치를 위해서는 다른 교리가 우선이 아니라고 말하는 발언은 이 범주에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참된 에큐메니컬이 의미하는 것은 다른 종교와의 연합이 아니다. 물론 마이클슨은 다른 종교와의 연합을 대놓고 말하지는 않았다. 그는 가톨릭을 포함한 세계교회의 진보와 보수가 하나가 될 것을 촉구했다. WCC의 다원주의나 동성애와 같은 각종 사회적 현안에 대한 지지의 주장은 일부 개인이 의견이라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그의 발언은 WCC의 목적이나 그들이 추구하는 본질을 호도하는 발언이다. WCC에서는 이런 것을 추구하고 있고 책임을 져야 하는 글들이 그 기구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서구나 북미의 신학이 가져다준 결과 중에 하나는 복음의 무기력증이다. 성경에 대한 포스트모더니즘적 시각을 던져준 것도 서구신학이다. 실용주의 번영신학을 미국은 한국에 가져다주었다. 교회의 성장과 번영의 축복이 결국 교회를 부패하게 하는 열매를 낳았다고 볼 수 있다. 이제 그런 시점에서 다시금 서구와 북미가 주장하는 평화와 일치라는 이름 아래 마이클은 앵무새처럼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다.
WCC나 WEA의 주장에 대한 편가르기를 하자고 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오늘날 사도신경의 공동적 고백 아래 세워진 다양한 교파와 교회들이 이제는 평화와 연합과 일치라는 이름 아래 하나가 되려는 움직임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절대 진리가 토대라고 말하지만 실제로 모호한 진리 안에서 하나가 되려고 한다는 점이다. 인간의 평화나 일치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다. 분열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다양한 지체들을 통해 구원을 이뤄가시는 하나님의 선한 역사는 분명히 존재한다. 섭리의 역사다. 분열은 회개해야 하지만 평화와 일치를 위해 절대로 물러서지 말아야 할 것을 양보하는 어리석은 한국교회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