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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기독교 영성 베이직

하나님아들 2012. 7. 25. 12:24

기독교 영성 베이직

                <앨리스터 맥그래스 지음, 김덕천 옮김, 대한기독교서회, 2005년>

  
  요즘 기독교인들은 말끝마다 "영성, 영성"한다. '영성'이라는 단어를 갖다 붙이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으로 오해받을까 봐서 그럴까, 아니면 '영성'이라는 용어가 기독교 혹은 교회 운동의 본질을 가장 잘 표현한다고 생각해서 그럴까? 만약 전자의 뜻이라면, 영성 운동은 한 시대의 유행으로 풍미하다가 머잖아 사라질 고물이 될 게 뻔하다. 만약 후자의 뜻이라면, 늦바람이 난 노총각처럼 왜 새삼 이제 와서 '영성'을 이토록 열렬히 짝사랑할까? '물질과 자본에 대한 냉소주의 혹은 패배주의의 산물인가, 아니면 신앙과 교회의 위기를 퇴치하기 위한 묘약인가? 좌우간 아직도 영성이 살아 꿈틀거리는 것을 보면, 결코 일시적인 유행으로 끝나지는 않을 듯하다.

   이런 중에 또 하나의 '영성 입문서'가 출판되었다. 옥스퍼드 대학교의 석좌교수 앨리스터 맥그래스(A. E. McGrath)가 쓴 책이다. 어중간한 신학자나 설익은 부흥사가 쓴 책이 아니라 학문과 영성을 겸비한 학자로 널리 주목과 존경을 받는 저자가 쓴 책이라니 훨씬 믿음직스럽다. 이 책은 기독교 영성의 총론(總論)이 아니라 그곳으로 안내하려는 하나의 입문(入門)이길 원한다. 그래서 이 책에는 저자의 수려한 글 못지 않게 다른 사람들의 멋진 글도 자주 소개되고 있다.

  "외치는 자 많건마는 생명수는 말랐어라"는 찬송가(256장) 가사와 "홍수 중에 마실 물이 없다"는 속담처럼 영성을 외치는 자는 많건마는 영성의 샘물은 말랐고, 영성 서적의 홍수 중에 읽을 만한 책이 별로 없었는데, 이런 중에 나온 책이라서 더욱 반갑다. 다시 한번 묻는다. "기독교 영성이란 무엇인가?" 저자의 정의에 따르면 "기독교 영성은 진정으로 의미 있는 그리스도인의 존재에 대한 탐구이며, 기독교의 근본적인 개념들을 함께 묶어주어 삶과 연관시키는 것으로서 기독교 신앙의 범위와 규범 안에서 살아가는 삶의 총체적인 경험이다"(15쪽). 여러 용어의 나열 때문에 단순한 사람에게는 기독교 영성의 개념이 조금 혼란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이를 통해 저자는 기독교 영성이 특정한 전통을 부각하려는 뜻으로 당파적, 일방적이거나 심지어 신비주의적, 이원론적이지 않음을 애써 강조하려는 것 같다. 좌우간 저자에 의하면 기독교 영성이란 곧 기독교인의 존재와 삶 그 자체, 즉 기독교의 본질 그 자체다.

  제2장(기독교 영성의 종류)은 기독교 영성이 신학과 역사 개인과 종파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함으로써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는 포용적인 태도를 보인다. 제3장은 신학과 영성의 부정적인 관계를 경계하고 그 긍정적인 관계를 복원하려고 애쓴다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하다. "제대로 된 신학은 영성을 포용하며, 영성에 지식을 주며, 영성을 유지한다"(57쪽)거나 "그리스도인들이 예배하며 기도하는 방법이 기독교 신학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63쪽)라는 주장은 교회적 적합성 혹은 현실적 책임을 상실한 상아탑 신학자들과 신학(학위)을 한낱 출세의 수단이나 목회의 겉포장 정도로만 여기는 무식한 목회자들은 반드시 엄중히 새겨두어야 할 말씀이다.

  제4장부터 제7장까지는 기독교 영성 함양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과 사례들을 차례로 소상하게 소개한다. 저자는 내용의 거의 절반을 제4장(영성을 위한 신학적 근간 : 사례 연구)에 투자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저자가 기독교 영성을 위한 신학의 중요성을 얼마나 높이 평가하는지를 충분히 엿볼 수 있다. 여기서 저자는 영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기독교 신학의 일곱 가지 분야(창조, 인간의 본성과 운명, 삼위일체, 성육신, 대속, 부활, 종말)를 해설-적용-예증의 순서로 간결하게 소개한다. 하지만 저자의 말대로 영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독교 신학의 다른 주제들, 예컨대 교회의 본질과 성찬의 기능 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

  물론 이 책은 조직신학 입문서가 아니다. 그러므로 기독교 영성 입문서 역할을 하려는 이 책이 기독교 신학의 전체 주제를 소상히 논의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기독교 영성이 "기독교 신앙의 범위와 규범 안에서 살아가는 삶의 총체적인 경험"이라는 정의와는 다소 괴리되듯이, 저자는 전반적으로 삶의 개인적, 인격적인 차원만을 일방적으로 강조하는 듯이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영성'이라는 용어 자체가 주는 묘한 신비감 혹은 초월적 함의(含意) 때문에 종종 사람들은 어긋난 길을 걷거나 엉뚱한 길에서 헤매야 했다. 저자를 비롯한 많은 영성의 대가들이 균형을 유지하려고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영(靈)이라는 단어 때문에 혹시 몸, 육체, 사회, 역사 등의 용어를 은근히 억압하는 심리적  함정에 빠지기가 쉽지 않았을까?

  그 다음 부분에서 저자는 우리 시대의 상황에 걸맞게 기독교 영성을 위한 이미지와 시각화와 이야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리고 신앙의 시간적 리듬화(교회력)와 영적 공간화(건축, 제단, 성상, 성화, 성지)의 중요성을 새삼 부각하려고 애쓴 점은 특히 우리 시대의 개신교에 시사하는 점이 매우 크다. 마지막 장(제7장 : 전통 끌어안기)에서 저자는 전통적인 작가들의 주옥과 같은 글들을 인용함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더 많은 연구를 위한 자극을 줄뿐만이 아니라 영성의 깊이와 넓이로 안내한다. 다만 여기서도 아쉬운 점은 저자가 삶의 총체적 경험으로 안내할 수 있는 다른 길은 거의 간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예배와 성만찬, 성도의 교제, 사회봉사, 사회참여와 같은 다른 길들이다.

출처 : 주사랑
글쓴이 : 항공모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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