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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난자 없이도 '완벽한' 인공 배아 배양 성공

하나님아들 2023. 9. 23. 20:49

정자·난자 없이도 '완벽한' 인공 배아 배양 성공

입력2023.09.22. 
이스라엘 와이즈만연구소 제이콥 한나 교수팀이 인간 배아로 분화 중인 배아줄기세포를 모니터로 보여주고 있다. 푸른 세포가 인간 배아, 노란 세포는 영양분이 저장된 난황란, 핑크 세포는 태반. photo 로이터


이스라엘 와이즈만연구소 연구팀이 정자, 난자, 자궁 없이 줄기세포만을 이용해 완벽한 합성 '인간 배아'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정자와 난자를 수정한 게 아닌 인공 배아임에도, 자연적 수정란이 수정 후 14일째 나타나는 초기 배아와 매우 유사한 형태를 보였다. 과연 인공 배아는 어떤 기술로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배아줄기세포로 배아·태반까지 형성

포유류가 생명을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 생긴 수정란이 자궁에 내려앉아 자라면 아기가 된다. 이 정자와 난자의 수정 대신 와이즈만연구소의 제이콥 한나(Jacob Hanna) 교수팀은 출발 물질로 배아줄기세포를 선택했다. 배아줄기세포는 인체 여러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원시 단계의 세포다.

한나 교수팀은 기존 실험실에서 배양 중인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추출했다. 그리고 이를 '분화되기 전의 상태(역분화)'로 되돌렸다. 즉 뼈·간·심장 등 모든 유형의 조직 세포로 분화할 능력을 가진 완벽한 초기 순수 줄기세포로 재프로그래밍한 것이다.

보통 정자와 난자의 인간 배아(수정란)는 수정 7일 후에 배반포를 형성하며 자궁 내벽에 도달한다. 그때 배아의 세포 수는 50~150개로 구성된다. 배반포의 안쪽에는 내세포괴라고 하는 세포의 덩어리가 있는데, 이 세포 덩어리가 분열과 분화를 거쳐 태아가 될 배아로 발달한다. 즉 내세포괴의 세포들이 혈액, 뼈, 피부, 간 등 한 개체를 이룰 모든 조직의 세포로 분화하게 된다. 이 때문에 배아 단계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만능세포'라고 한다. 반면 배반포의 바깥 세포는 자궁벽으로 파고들어 태반이 된다.

한나 교수팀은 완벽한 초기 줄기세포로 만든 다음, 여기서 배아로 발달할 세포는 그대로 두고, 다른 세포들에 화학물질을 첨가해 특정한 유전자만이 작동하도록 유전자를 교정했다. 그 결과 배반포를 비롯해 영양분과 산소 제공에 필수적인 태반, 배아를 감싸면서 배아에 혈액을 공급하는 난황주머니, 융모막 등 인간 배아의 초기 단계에서 발견되는 4가지 유형의 세포가 만들어졌다. 이렇게 만든 합성 인간 배아의 세포 수는 총 120개였다.

연구진은 이들 세포를 정확한 비율로 섞은 뒤 배양 기계에 넣고 그 변화를 관찰했다. 한나 박사가 직접 만든 배양 기계는 여성의 자궁 환경을 그대로 옮겨 놓은 인큐베이터 환경이다. 탯줄 혈청과 포도당 액체가 든 엄지손가락 크기의 유리병 속에 쌀 한 톨만 한 합성 인간 배아가 담겨 있고, 기계 안은 산소와 이산화탄소가 적절한 비율로 공급된다.

인공 배아는 마치 자궁에서 자라듯 기계 안에서 쑥쑥 배양되었다. 8일 동안 정상적으로 성장한 배아는 정자·난자가 수정한 후 14일째에 해당하는 배아와 같은 구조를 형성했다. 보통 자연 배아는 수정 후 14일이 되면 세 가지 조직으로 나뉜다. 뇌와 피부가 되는 외배엽, 근골격계의 중배엽, 소화순환계가 되는 내배엽이 그것이다.

한나 교수팀의 배아에서도 뇌와 피부, 근골격계, 소화순환계의 초기 구조가 모두 관찰됐다. 이때 배아의 세포 수는 2500개를 갖췄고, 크기는 0.5㎜까지 자랐다. 한나 교수는 "우리가 적절한 비율로 혼합해주고 적합한 환경을 만들어주었더니 세포가 알아서 여정을 시작했다"면서 "이 놀라운 현상은 세포의 공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전에도 정자와 난자 없이 줄기세포에서 인간 배아를 만든 몇몇 연구들이 보고되었다. 하지만 연구팀의 배아처럼 외배엽, 중배엽, 내배엽의 세 조직으로 완벽하게 분리된 구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나 교수에 따르면, 이번의 합성 배아도 자연 배아와 100% 똑같은 건 아니다. 크기 등의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수정 후 14일 된 자연 배아처럼 여러 조직이 각각의 위치에 제대로 분리되었고, 배아의 모든 형질은 물론 성장을 담당하는 조직까지 비슷하게 나타났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심지어 실험실에서 임신 진단 키트에 합성 배아 배양액을 떨어뜨리자 양성으로 변하는 호르몬까지 분비되었다. 이 같은 연구팀의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되었다.



'14일의 규칙'에 따라 법적 구별돼야

한나 교수팀의 인공 배아는 초기 배아 발달을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유형의 세포가 초기 단계에서 어떻게 발달하는지, 신체 장기를 형성하는 초기 단계의 과정은 어떠한지, 선천적 질환은 어떻게 발달하는지 등을 규명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은 초기 임신 실패와 조기 유산의 원인들을 찾는 연구에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자가 난자와 수정된 후 첫 주는 임신 중 30%가 실패한다.

또 인공 배아 모델을 통해 초기에 왜 일부 배아가 발달하지 않아 임신에 영향을 미치는지 밝혀낸다면 체외수정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한편으론 임신 중에 의약품이 안전한지 여부를 테스트해 신약 효능을 알아보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 임신 여성은 임상시험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아 신약이 여성과 아기에게 어떤 부작용을 주는지 알기 힘들다.

만약 인간 줄기세포로 만든 합성 배아가 자연 배아와 똑같은 장기 형성 단계까지 간다면 어떤 장점이 있을까. 더는 환자들이 장기 기증인을 기다리다 목숨을 잃는 일이 없어질 것이다. 장기의 대량 배양이 가능해질 테니 말이다.

과학자들이 인공 배아를 만드는 데 줄기세포를 사용하는 이유는 '14일 규칙'을 피해가기 위해서다. '14일 규칙'은 인간의 정자와 난자를 수정한 배아는 수정된 뒤 14일을 넘겨서 배양하거나 연구해서는 안 된다는 약속이다. 1979년 영국에서 처음 제안했고, 가장 공신력 있는 생명과학기관인 국제줄기세포연구학회의 가이드라인에도 엄격히 명문화됐다. 그런데 왜 14일을 기준으로 삼을까. 정자와 난자가 수정된 뒤 14일이 지나면 원시선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원시선은 척추·장기 등 인간의 신체를 형성하는 발생 첫 단계로 여긴다.

세계의 과학자들은 줄기세포를 사용한 인간 배아 모델이 이 규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합성 인간 배아에도 법 규제가 적용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물론 한나 교수팀의 합성 배아 모델은 정상적인 인간 배아가 아니기 때문에 태아로 발달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그러나 최근의 생명과학은 이 같은 일이 가까운 미래에 충분히 실현 가능할 정도로 발전한 상태여서 어떤 결말을 낳을지 모른다.

이에 대해 한나 교수는 "합성 인간 배아 모델을 이용한 임신은 비윤리적이고 불법일 뿐만 아니라 실제론 불가능하다"며 "다만 환자에게 이식할 세포를 얻는 것은 많은 생명을 살리는 중요한 일이 될 것이 분명하기에 합성 인간 배아에 대한 연구는 계속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bluesky-pub@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