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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는 고구마가 밉다… ‘하지감자’의 비밀

하나님아들 2023. 6. 28. 22:54

감자는 고구마가 밉다… ‘하지감자’의 비밀

입력2023.06.28.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제공
‘하지감자’란 말은 수상하다. 감자의 본래 생태가 3~4월 파종, 6월 하순 수확이어서 나온 말이라 이해해주면 그만일까. 6월 하순이면 절기상 얼추, 하지이긴 하다. 요즘이야 감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야채, 과일에 ‘제철’이랄 게 없다. 연중무휴로 씨뿌리고, 연중무휴로 거둔다. 하지만 감자의 ‘제철’은 ‘하지감자’란 이름처럼 원래 하지쯤이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굳이 하지감자라 했을까. 감자를 부르는 말 중엔 북감저(北甘藷)도 있는데, 여기에도 감자의 옛날인 ‘감저’에 굳이 방위를 뜻하는 ‘북’을 붙였다.

추운 곳에 보관하면 당도 올라
사실은 고구마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옛날엔 ‘감저’ ‘감자’라 하면 고구마를 뜻했다고 한다. 고구마와 비슷한데 수확 시기가 다르고(하지), 전해져 온 곳도 달라(북방), 고구마를 기준으로 붙인 이름이다. 감자(그때는 고구마를 부르던 이름) 종류이긴 한데 하지에 수확하니 하지감자, 북쪽에서 들어왔으니 북감저(=북감자)라 불렀다. ‘진짜 감자(=고구마)’와 구분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던 셈이다. 

요즘처럼 무더운 날에 수확하지만 감자는 서늘하고 어두운 곳에 보관하는 게 원칙이고 상식이다. 하지만 냉장고의 냉장실처럼 아예 저온에서 보관하면 단맛이 강해져 훨씬 맛있게 먹을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섭씨 0도에 가까운, 그러니까 꽤 추운 곳에 감자를 두면 얼지 않으려고 자기가 품은 전분을 분해해 당을 만들어낸단 것이다. 감자를 2주 정도 냉장고 신선칸에 보관했더니 당도가 2배 올랐다는 체험도 있다. 《그 조리법, 영양소의 90%를 버리고 있어요》(비타북스)의 저자들이 전하는 말이다. 

굳이 당도를 높이지 않아도 감자는 매력적인 곡물이다. 산간 많은 강원도에서 발달한 감자 레시피들을 훑어보는 것만으로 광범한 쓰임새를 확인할 수 있다. 감자밥, 감자수제비, 감자범벅, 감자조림, 감자부침개…. 강원도 분들이라면 “왜 그것만 말해?” 따질 수도 있겠다. 여기에 녹말, 엿, 주정, 당면 등 굳이 ‘감자’를 내세우지 않는 식재료들을 생각하면 감자는 우리 식단에서 뺄 수 없는 소중한 존재다. 

하지만 조리할 때 주의할 점도 있다. 감자의 껍질과 눈엔 솔라닌이 있다. 독성 강한 성분이다. 그런데 햇볕 강한 하지의 대표 음식이라고 햇볕을 쬐어주었다간 솔라닌 함량이 높아져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 서늘하고 어두운 곳에 보관하는 이유다. 감자에 싹이 텄다면 그 싹을 확실히 도려내 줘야 한다.


이지형 객원기자 aporia9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