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잔 시켜 7시간을… “카공족, 멀티탭 챙겨와 전기 도둑질”
입력2023.03.03.
“명절에 노트북 들고 와서 아메리카노 2500원짜리 시키고 7시간 넘게 앉아있어요.”
최근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한 카페 사장이 올린 글이다. 이 글에는 많은 자영업자들의 공감 댓글이 달렸다. 실제로 카페에 멀티탭까지 챙겨와 전자기기를 충전하고 장시간 앉아있는 손님이 늘면서, 카페에서 장시간 앉아 공부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카공족을 넘어 ‘전기 도둑’ ‘전기빌런’ 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3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카페 전기 도둑 잡았다’는 제목의 글이 퍼지기도 했다. 사진을 보면, 테이블 위에 마시다 만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과 노트북, 각종 충전기, 멀티탭 등이 어지럽게 놓여있다. 작성자는 “전기를 얼마나 쓰려고 멀티탭까지 들고 다니나 싶었는데 옆에서 열심히 핸드폰과 태블릿만 하더니 노트북은 만지지도 않더라”며 “너무 어이가 없어서 사진을 남겨뒀다”고 했다.
지난해 3월 유튜브 개그 전문 채널 ‘너덜트’가 업로드한 ‘카페 전기 도둑’이라는 제목의 영상은 조회수 845만을 기록했다. 대학생들이 개인 카페에서 가장 값이 싼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잔 시킨 뒤, 멀티탭을 챙겨와 노트북과 휴대폰, 보조배터리까지 충전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카페에서 전자기기를 충전하며 장시간 앉아있는 일부 손님을 풍자한 것이다. 자영업자들은 해당 영상을 공유하며 “카공족을 잘 표현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일부러 노래를 크게 튼다” “콘센트를 전부 막아 버렸다” 등 자구책이 공유되고 있다. ‘커피 한 잔’만 주문한 손님이 멀티탭까지 챙겨와 충전하고, 장시간 앉아있다 가면 회전율이 낮아 손해가 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난방비와 전기료가 올라 매출에 더욱 지장을 준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전기를 ‘훔쳐’ 쓰게 된 배경을 이해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원룸에서 자취하는 청년의 경우,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 마땅치 않은 데다가 최근 난방비 및 전기세까지 올라 카페로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청년참여연대 조희원 사무국장은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 “월세살이하는 대부분의 청년이 살고 있는 곳이 고시원, 옥탑방 아니면 불법으로 방 쪼개기로 만든 방”이라며 이 같은 청년의 ‘지옥고’가 청년들을 카페로 내몰았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비싼 음료에 자릿값 포함된 거다”, “카페로 향할 수밖에 없는 청년 입장도 이해해야 한다”와 “자영업자는 땅 파서 장사하나”, “적당히 지켜야 할 선은 있다” 등의 의견이 갈린다. “자영업자가 시간제한을 두면 될 일” “손님이 많고 적고 등의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는 게 나을 것” 등 카페 측에서 대처하면 문제 될 것 없다는 반응도 있다.
박선민 기자 kindmi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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