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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MZ' 명절은 다르다?…어색한 친척집 대신 가족 캠핑 즐겨요

하나님아들 2023. 1. 24. 22:55

요즘 'MZ' 명절은 다르다?…어색한 친척집 대신 가족 캠핑 즐겨요

입력2023.01.24.  
명절을 대하는 MZ의 자세…'가족과 함께 한다'는 본질은 바뀌지 않아
변화의 중심에는 자녀들과 함께하려는 베이비부머 세대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4일 동대구역에서 한 시민이 열차에 탑승한 가족을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명절 풍경은 코로나19를 만나 크게 달라졌다. 비대면 문화의 확산으로 친인척을 만나기보다는 가까운 가족끼리 시간을 보내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후 3년 만에 처음 맞이하는 설 연휴를 앞두고 매일신문이 그 변화의 중심에 있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MZ세대는 베이비 부머라고 불리는 부모 세대와 함께 과거의 문화를 다듬고 새로운 명절 모습을 만들고 있었다.

◆친인척이 모두 모이는 명절, "사양합니다"

개인주의적인 MZ세대들은 고향 방문을 꺼릴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MZ세대 역시 명절 연휴를 맞아 부모님 댁을 찾고 있다. 1인~2인 가구 위주의 MZ세대에게 명절의 긴 연휴는 부모님 품에서 모처럼 푹 쉴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대학원생 김나경(26) 씨는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가족들과 떨어져 독립적으로 지내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 그래도 명절만큼은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잡코리아가 명절을 앞둔 20~30대 남녀 직장인 2천14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연휴에 부모님 댁을 방문한다는 응답이 68.3%이었다. MZ세대 10명 중 6~7명은 명절에 부모님 댁 또는 고향을 방문하는 셈이다. 이를 증명하듯 명절 연휴를 앞둔 19일부터 3일 동안 서울에서 부산으로 향하는 KTX 열차는 모두 매진이었다.

직장인 양지혜(28) 씨는 "명절에 제 고향 경주에 내려가서 가족, 친척들도 보고 고향 친구들도 만날 예정"이라며 "서울로 돌아올 때도 자정에 도착하는 KTX를 겨우 잡았다"고 회상했다.

다만 MZ세대에게 명절은 여전히 부담스러운 날이기도 하다. 정확히는 '친인척이 모두 모이는 명절'을 부담스러워한다. 20일 취업플랫폼 잡코리아가 20~30대 남녀 직장인 688명에 '설 명절 연휴 계획'을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MZ세대 10명 중 7명이 '친인척 간 왕래가 불편하다'고 답했다.

대학원생 김 씨는 "명절 하면 피곤하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며 "평소에 자주 왕래하지 않던 친척들과 만나는 일들도 반갑고 즐겁기보다는 어색하고 불편해 사회생활의 연장으로 느껴진다"고 아쉬워했다.

◆캠핑, 애견 카페…다채로워지는 명절 풍경

MZ세대의 요구를 반영하듯 가족마다 명절을 보내는 모습도 다양해졌다. 친척들과 시간을 보내기 보다는 긴 연휴를 알차게 보내려는 가정이 좀 더 많아졌다.

대학생 임정우(23) 씨는 "코로나19 전에는 명절에 친척 집에 다 모여서 보내고 인근 관광도 다니곤 했었는데 이제는 가더라도 차례만 지내고 헤어지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준현(28) 씨 역시 "주로 가족들과 차례를 지낸 후 성묘를 다녀와서 남는 시간은 카페나 여가생활을 즐긴다"고 답했다.

짧은 일정으로 국내로 여행을 가거나, 캠핑을 즐기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그야말로 '휴가'를 즐긴다. 프리랜서 박채빈(27) 씨는 이번 명절 연휴에 부모님과 캠핑하러 갔다.

그는 "부모님이 캠핑을 좋아하셔서 매주 주말마다 캠핑을 가시는데 명절 연휴가 긴 만큼 자녀와 함께 하려고 하신다"며 "친척들이 외국에 있어서 만나기도 어렵고, 그냥 휴가를 즐기며 보낸다"고 말했다.

직장인 허유진(28) 씨는 "반려견 포니와 마루도 함께 즐길 수 있게 애견 동반 펜션을 일찍이 예약했다"며 "반려동물도 가족이니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짰다"고 전했다.

명절 문화가 바뀐 데에는 MZ세대의 부모 격인 베이비부머 세대의 역할도 적지 않다. 실제로 집안 어른들이 나서서 명절 문화를 바꾼 사례가 많았다. 직장인 우예진(27) 씨는 "차례상 차리는 것이 힘들기도 하고, 각자 종교가 있으니 친인척 어른들끼리 각자의 방식으로 추모하기로 했다"며 "5년 동안 이런 방식으로 명절을 보내왔는데 추모의 본질에 더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는 의견이 많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지희(28) 씨 역시 "작년부터 차례는 생략하기로 할머니께서 먼저 말을 꺼내주셨다"며 "다 같이 모이기가 어려워서 차례상 차리는 게 큰일이었는데 할머니께서 먼저 생략하자고 말씀해주셔서 가족 모두가 명절을 즐겁게 보내고 있다"고 달라진 명절 풍경에 만족해했다.

◆코로나가 가속시킨 변화, 부모세대도 함께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비대면 문화도 명절 분위기에 큰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가 핵가족화를 가속화시켰고, 여기에 독립적인 가치관을 지닌 MZ세대의 특성이 명절 분위기의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분석이다.

이규호 대구대학교 아동가정복지학과 교수는 "명절에 가족들이 모여도 어느 범위까지 모일 것인가 고민하기 시작한 지 오래"라며 "큰집에 가고, 조부모님 댁에 모이는 것은 이미 줄었고 앞으로 더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예전에는 오래 산 사람들로부터 얻는 정보의 양이 많았고 후세대는 그것에 의존했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 태어난 MZ세대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더 양질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즉 어른들의 가치관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이 줄어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MZ세대가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변화를 MZ세대가 이끄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부모 세대가 자신들이 겪었던 명절증후군 등을 다음 세대에 물려주지 않기 위해 바꿔 나가고 있다. MZ세대의 부모들이 과도기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MZ세대가 기성세대가 되면 또다시 명절 문화는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소연 수습기자 hsy@imaeil.com,박성현 수습기자 shine@imaeil.com,김주원 수습기자 kjw@imaeil.com,윤수진 수습기자 jjin@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