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의 신비가 너울거리는 섬 소야도
[이상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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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적소야대교 2018년 놓은 다리. 덕분에 소야도 주민들은 편해졌지만 여객선이 기항하지 않아 손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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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야도 안내도 원래 이름은 새곶섬. 새를 닮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소야라는 이름에 대해서도 주장이 분분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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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야도 원시림 소야도 중앙지역엔 사람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은 원시림이 펼쳐져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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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트막한 언덕 아래 700~800m 쯤 되는 고운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다. 언덕 위엔 캠핑장, 샤워실과 화장실 등이 잘 구비되어 있다. 이슥한 밤 땟뿌르 언덕에서 올려다 보는 밤하늘은 장관이다. 별들이 무리지어 쏟아져 내릴 듯하다. 5성급 캠핑장이란 소문은 거저 얻은 게 아니다.
▲ 죽노골 해변 브룩 쉴즈가 섬 조난 영화를 찍었을 법한 시크릿 해변. 실제 우리 영화 연애소설을 여기서 찍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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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적의 바닷길 소야도 큰말 앞의 갓섬, 간뎃섬, 물푸레섬은 썰물 때면 바닷길이 열린다. 물경 1500m. 국내 5번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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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길과 섬의 해변은 거의 다 굴과 조개껍데기로 이루어져 있다. 가만히 들여다 보면 작은 패류껍데기들이 세로로 몸을 포개 있다. 마치 누군가 일부러 그리 만든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물이 차 있을 땐 시퍼런 바닷물을 삐죽삐죽 뚫고 솟아오른 송곳여들도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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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갓검 호랑이 바위 보는 이에 따라 교미장면이란 사람도 잇고, 출산장면이란 사람도 있다. 다산을 의미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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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바위 등대와 장군섬 일명 소야등대. 장군섬의 장군바위는 배를 타고 나가야 뚜렷이 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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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만족할 순 없지만
이 섬에 아쉬운 게 있다면 관광 편의시설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식당은 물론 작은 가게도 없다. 판매시설은 땟뿌르 언덕 위의 민박 매점이 유일하다. 펜션은 늘었다는데, 외지 사람들이 별장 겸해서 운영하는 곳이 많아져 비수기, 특히 평일에는 대부분 주인 없이 무인 펜션처럼 운영한단다. 섬에 대해 물어볼 곳도, 도움을 청할 곳도 마땅치 않다. 주인도 없고 다른 투숙객도 없는 적막한 빈집에서 혼자 자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한다. 하필 내가 예약했던 곳이 딱 그랬다.
▲ 소야도 포차 소야도 유일의 포장마차. 갓 잡아온 싱싱한 농어를 맛볼 수 있다. 단 주말에만 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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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에 가까이 가자 마침 사장으로 보이는 젊은 남성이 갓 잡아 온 생선들을 수조에 풀어 넣고 있었다. 여기가 고향이지만 인천에 나가 살면서 금요일 저녁부터 주말에만 들어와 영업하는 간이 횟집이라 했다.
방금 전에 배 타고 나가 직접 잡아 왔으니 생선의 신선도야 말할 게 없었다. 거기서 농어 작은 놈 한 접시와 소주 한 병, 라면까지 얻어먹었다. 다 해서 2만 5천 원을 냈다. 락교와 단무지가 밑반찬의 전부였지만 회를 그렇게 맛나게 먹은 적은 또 난생처음이었다.
다리를 놓기 전엔 식당도 몇 개 있었고, 구멍가게도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다리가 생기면서 다 없어졌다는 거였다. 대형마트가 있고 번듯한 식당도 많은 덕적도 가기 한결 쉬워졌으니 오히려 소야도에선 장사가 안 된다는 말이었다.
다른 나라에선 섬의 환경보호를 위해 자동차나 관광객들의 입도를 제한한다는데, 여기선 오히려 자동차 가져오라고 부추기는 듯해 씁쓸했다. 섬 여행은 불편해야 제맛이다. 자동차로 편히 오가려면 굳이 섬까지 갈 필요는 없지 않을까.
여름 한 철이라도 부녀회 등이 마을공동식당 같은 걸 임시로 운영해 보면 어떨까 싶었다. 이것저것 준비하는 게 부담스럽다면 배고픈 관광객들을 주민 집에 불러 한 끼 대접하면 어떨까. 물론 희망하는 집에서만, 적정한 밥값은 받고 말이다. 그냥 식구들끼리 해 먹는 대로 내놓는 거다.
관광객들에게는 그게 또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될 성도 싶다. 청년회가 직접 바다에 나가 싱싱한 생선을 잡아오고 동네 할아버지들이 소야 9경 관광안내원이 되어 일하시는 것도 생각해 볼 만하지 않을까. 물론 그게 다 속사정 모르는 외지인의 흰소리에 지나지 않는 건진 몰라도.
소야 주민들의 섬 사랑은 대단히 심지가 깊어 보였다. 내가 방문했던 날에도 주민들은 해변에 나와 태풍에 밀려온 해초며 쓰레기들을 치우고 있었다. 마을은 깔끔하고 잘 정돈되어 보였고, 논밭에도 비료봉투나 부서진 농기구 따위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화장실 등 공공시설도 잘 관리되고 있었다.
덕분인지 소야도는 여전히 태고의 신비를 잘 간직하고 있다. 억지로 파헤치거나 덧칠한 흔적이 없다. 사람과 자연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섬이었다. 진짜 야생의 자연을 느끼고 싶다면 소야도에 갈 일이다. 저 다리가 소야를 더 어쩌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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