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척산행에 사용한 장비를 한 자리에 모았다. 등고선 지도와 나침반, 로프, 하네스, 캠, 퀵드로 등이다. 스마트폰 등의 기기는 추위가 심해지면 먹통이 될 수도 있다.
개척산행은 처음이 어렵다. 어떻게든 첫 발을 떼면 능숙해지며, 약간의 중독성도 있다. 혹독한 산행을 내 손으로 시작해 마무리하는 성취감은 보통의 명산산행에 비해 즐거움이 더 크다. 여간한 명산을 다 둘러본 베테랑 중에서 모험적인 개척산행에만 매달리는 이도 간혹 있다.
개척산행에 자격증이 있는 건 아니다. 등산에 익숙한 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고, 자연의 불확실성에 도전하고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서는, 진지한 도전을 할 수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안전이다. 안전한 개척산행을 위해서는 여덟 가지 비결만 실천하면 된다.
등산화는 기본적으로 운동화 형태의 로우컷이 아닌, 미들컷 이상의 튼튼한 신발을 택해야 한다.
1 대상지 선택
등산로 없는 산을 가는 것이 개척산행이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곳도 있고, 종일 덤불만 헤쳐야 하기에 재미가 전혀 없는 산도 있다. 결국 대상지와 코스 선택이 개척산행의 안전과 즐거움을 좌우한다.
기왕이면 산행 중 한 번쯤은 경치가 시원하게 트이는 곳을 택해야 하며, 지나치게 첩첩산중이라 조난 시 탈출이 어려운 곳은 피해야 한다. 개척산행도 난이도가 있으므로 쉬운 곳 위주로 경험을 쌓으며, 천천히 높여가야 한다. 처음에는 오지의 무명 산보다는 도로나 인가에서 가까운 산, 혹은 친숙한 산의 새로운 개척코스를 택하는 것이 좋다.
불법을 자행하는 국립공원 비법정 산행은 권하지 않는다. 또한 비무장지대 부근 전방지역이나 군사지역의 산은 지뢰 등의 문제가 있을 수 있어 개척산행을 피해야 한다. 대상지를 선택했다면 산행 코스를 가족과 주변인들에게 알려, 만약을 대비해야 한다.
2 사전 조사
네이버Naver, 다음Daum, 구글Google 3대 검색 포털로 해당 산을 충분히 조사해야 한다. 포털 지도의 로드뷰와 위성지도를 면밀히 살펴야 하며, 해당 산 부근 펜션이나 식당, 혹은 면사무소 등에 전화해 산행 정보를 미리 얻어야 한다. 특히 해당 산이 사유지나 군사지역이라 철조망 등으로 출입이 통제되지 않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정보가 없는 산일수록 등고선 지도를 읽는 능력이 중요하다. 등고선이 빽빽할수록 가파른데, 초보자는 이것을 알면서도 간과해 고생길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아무 생각 없이 등고선 위 거리만 보고 코스를 잡으면, 예상이 어긋나는 것은 물론,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다. 꼼꼼한 사전 조사가 개척산행의 성패를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3 장비
반바지와 반팔이 시원한 복장이지만 개척산행에선 스스로를 가시밭으로 밀어 넣는 행위다. 넘어지거나 가시나 바위에 긁히더라도 가급적 피해가 적은 소재의 복장을 입어야 한다. 너무 비싼 기능성 옷보다는 조금 찢어져도 부담 없는 옷을 택하는 것이 좋다.
신발은 미들컷 이상의 발목을 잡아주는 등산화를 신어야 내구성 면에서 개척산행의 거친 강도를 견뎌낼 수 있다. 바위 위험도에 따라 15m 보조로프나 45m 로프를 준비하면 더 가볍게 오를 수 있다. 볼트 같은 인공 확보물이 없는 곳이 대부분이므로 슬링 몇 개는 준비하는 게 좋다. 행동식과 물은 넉넉히 준비해 비상상황을 대비해야 하며, 여벌옷 역시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장갑은 여분을 준비하고, 간단한 구급약을 챙긴다. 내 손에 익숙한 등산앱과 GPS기기를 사용해야 한다. 보조배터리를 넉넉히 준비해야 하며, 통화나 데이터가 되지 않는 곳에서도 지도에 현위치가 표시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기본이다.
4 체력
평소 10km 당일산행을 거뜬히 한다 해서, 개척산행 10km도 할 수 있을 거라 생
각한다면 오산이다. 100m 가는 데 걸리는 체력이 차원이 다르다. 체력을 과신하지 말고 개척산행에 임해야 하며, 최적의 몸 상태로 나서야 한다. 부상이 있는 상태에서 개척산행에 나서는 건 피해야 한다.
개척산행에선 가시덤불과 잡목을 치고 오르는 일이 다반사다.
5 정신력
어느 정도의 두려움은 자신의 안전을 지켜주는 보호막 같은 역할을 한다. 그러나 너무 쉽게 포기하게 되면, 개척산행의 재미를 맛보기 어렵다. 약간의 두려움에 도전하는 용기, 지나치지 않은 한도 내에서 고난을 뚫고 밀어붙이는 정신력이 중요하다.
6 판단력
등산로가 있는 산과 달리, 개척산행에선 순간적인 판단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동안의 산행 경험과 노하우, 사전에 조사한 정보, 내 몸 상태 등을 종합해 순간순간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한다.
7 직감
개척산행에서는 직감을 믿어야 한다. 정맥이나 기맥 종주 같은 장거리 산행을 오래한 사람은 잘못된 길로 갔을 때 이상한 느낌이 온다. 그럴 땐, 무조건 멈춰서 지도와 GPS를 꺼내 현 위치를 확인해야 한다.
8 안전
개척산행에 목숨 걸 필요는 없다. 산행 잘하는 사람은 이곳저곳 다치더라도 정상에 올랐다가 계획한 코스로 내려오는게 아니라, 몸 성히 집으로 돌아오는 사람이다. 위험할 때는 정상이나 계획한 코스를 포기하는 것도 용기이자 중요한 등산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