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죽으심과 우리의 죽음
김헌수 (독립개신교회 신학교, 교의학)
한 사회의 가치관이 잘 드러나는 일들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은 ‘장례’이다. 죽음에 대한 이해는 삶에 대한 이해와 맞물려 있기 때문에, 죽음과 장례에 대하여 살펴보는 것은 현재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그러한 점에서 죽음에 대한 일반적인 성찰도 도움이 되지만, 그리스도의 죽음에 대하여 성경과 요리문답이 가르치는 것을 공부하면 더욱 큰 유익을 얻는다.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제16주일에서는 사도신경 네 번째 항목 중에 “죽으시고 장사되셨고 음부에 내려가셨으며”라고 말하는 부분에 관하여서 가르친다. 먼저 40문에서는 그분이 죽으신 이유에 대해서, 41문에서는 장사되심의 의미에 대하여서 이야기한 후, 42문과 43문에서는 그리스도의 장사되심이 우리의 죽음과 현재 생활에 주는 유익에 대하여서 각각 말하고, 44문은 음부에 내려가셨다는 구절에 대하여서 이야기한다. 이렇게 우리의 요리문답은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장사되심을 이야기할 때에 그것이 우리에게 주는 ‘유익’에 초점을 맞추어서 가르친다.
그리스도께서 죽으신 이유: 하나님의 공의와 진리가 요구하기 때문에 (40문)
40문에서는 “그리스도는 왜 ‘죽으시기’까지 낮아져야 했습니까?” 하고 묻고는 “하나님의 공의와 진리 때문에 우리의 죗값은 하나님의 아들의 죽음 이외에는 달리 치를 길이 없습니다” 하고 답한다. 우리의 죗값을 아드님에게서 찾는 것이 하나님의 공의라는 사실을 이미 제5-6주일에서 배웠지만, 40문에서는 ‘공의’만이 아니라 ‘진리’를 덧붙여서 말한다. 대속의 죽음을 약속하신 하나님의 ‘진리’ 때문에, 예수님께서는 죽기까지 낮아지셨다.
과연 예수님께서는 구약에서 가르친 진리의 말씀대로 그 길을 가셨다. 칼을 들어서 예수님을 보호하려던 베드로에게, 주님께서는 “너는 내가 내 아버지께 구하여 지금 열 두 영 더 되는 천사를 보내시게 할 수 없는 줄로 아느냐? 내가 만일 그렇게 하면 이런 일이 있으리라 한 성경이 어떻게 이루어지리요”(마 26:53-54) 하시면서 스스로 죽기까지 낮아지셨다.
그리스도의 장사되심의 의미 (41문)
41문: 그리스도는 왜 “장사”되셨습니까?
답: 그리스도의 장사되심은
그가 진정으로 죽으셨음을 확증합니다.
사람의 세계에서 장사되는 것은 죽음을 확정하는 의미가 있다. 관에 있을 때에는 얼굴이라도 볼 수 있지만, 땅에 묻히면 정말로 죽었다는 사실을 절감한다. 그래서 시신이 땅에 묻힐 때에 유족들은 더 큰 슬픔을 느끼고 오열하기도 한다.
예수님의 장사에 대하여서는 사복음서가 모두 기록하고 있는데, 그만큼 그 일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은 요셉이다. 그는 니고데모와 함께 몰약과 침향 섞은 것 백 근쯤을 가지고 고귀한 장례를 치렀고, 아무도 사용한 적이 없는 새 무덤에 예수님의 시신을 묻었다. 이것으로써 “그 묘실이 부자와 함께 되었도다” 하는 이사야의 예언이 성취되었다(사 53:9).
예수님의 죽으심은 원수들에 의해서도 확정되었다. 로마 군인은 예수님의 옆구리를 창으로 찔러서 그의 죽으심을 분명히 확인하였고, 유대의 종교 지도자들은 빌라도에게 그 무덤을 인봉할 것을 요구했으며, 빌라도는 백부장에게 물어서 확인하고 그 무덤을 인봉함으로써 그리스도의 죽음을 공적으로 확정하였다. 그리스도께서 재판을 받으신 것도 공적(公的)으로 정죄된 일인 것처럼, 그분의 무덤에는 빌라도의 인(印)이 있어서 그의 죽으심에 대하여 공적으로 인을 쳤다.
예수님의 죽으심과 우리의 죽음: 신자가 죽을 때에 받는 유익 (42문)
42문: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해서 죽으셨는데
우리도 왜 여전히 죽어야 합니까?
답: 우리의 죽음은
자기 죗값을 치르는 것이 아니며,
단지 죄짓는 것을 그치고,
영생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42문의 질문은 그리스도의 대속의 죽음이 지닌 효력에 대한 직접적인 반문이 될 수 있다. ‘그리스도께서 참으로 우리를 대신하여 돌아가셨으면 우리는 죽을 필요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이 질문의 배경에 깔려 있는 것이다. ‘예수님의 대속이 온전하다면, 예수님을 믿는 신자는 에녹이나 엘리야처럼 죽음을 맛보지 않고 하늘나라에 갈 수 있어야 하지 않는가?’ 이 문제에 대하여서 42문은 세 가지로 가르친다.
첫째, 신자의 죽음은 자신의 죗값을 치르는 것이 아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죗값을 완전히 치르셨기 때문에, 우리가 죽는 것은 죗값을 치르는 것과는 무관하다. 그리스도의 공로가 조금이라도 부족해서 나의 죽음으로 죗값을 얼마라도 갚는 것이 아니다.
둘째, 요리문답에서는 신자가 죽음으로써 죄 짓는 것을 그치게 된다고 고백한다. 이 말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신자의 삶을 현실적으로 잘 표현하는 구절이다. 예수를 믿었으니까 이제 신자의 삶은 죄와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 사는 동안에 죄와 계속 싸우는 생활을 하다가 이제 죽음으로써 그 싸움을 마치고 영생에 들어가는 것으로 고백한다. 여기에는 죄와 싸우는 신자의 마음이 잘 표현되어 있다. 우리는 하루 일과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어갈 때에 그날 하루 동안 지은 죄를 회개하고 누우면서 동시에 새날을 소망한다. 마찬가지로 신자는 신자의 죽음을 죄와의 싸움이 끝나는 것으로 이해하고서 부활의 소망을 안고 자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죽으심에서 받는 또 다른 유익: 신자가 이 세상에서 받는 유익 (43문)
둘째는 이 구절을 ‘무덤에 묻히신 일’로 이해하는 것인데, 웨스트민스터 대요리문답 제50문이 이러한 해석을 취한다.
50문: 그의 죽음 이후 그리스도의 낮아지심은 어디에 있습니까?
답: 그의 죽음 이후 그리스도의 낮아지심은 그가 묻히신 것과
제3일까지 죽은 자의 상태와 사망의 세력 아래 계속 있은 것입니다.
이것은 다른 말로는 “그가 음부에 내려가셨으며”라는 말로 표현되었습니다.
이 조문이 우리의 구속의 요약에서 참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이 조문이 제외될 경우에 그리스도의 죽음의 은덕의 대부분이 상실된다는 사실이
독립개신교회 성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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