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면 누구나 동물의 사후 세계에 대해서 매우 궁금해한다. 이것은 어린아일 경우에 더욱 그러하다. 자기가 아끼고 사랑하던 애완동물이 죽으면 자연히 그의 관심이 동물의 사후 세계로 쏠리기 마련이다. 동물에게도 혼이 있느냐 혹은 없느냐의 문제는 답을 하기에 매우 어려운 질문이다. 성경에서 명확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동물의 혼은 유무는 아마 혼의 개념에 따라서 달라지리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동물은 인간과 다르게 창조되었기에, 혼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인간의 혼과는 다를 것이며, 인간의 영혼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동물의 혼은 없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동물은 감각을 가지고 있으며 어느 정도의 지각이 있기 때문에 혼이 있으리라 생각할 수 있다. 반면에 동물의 본능적이고 기계적인 활동은 인간과 비교할 때 너무 미약한 지각을 가지고 있기에 혼이 없을 것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
1. 애니미즘(Animism)
에드워드나 타일러 같은 학자들은 흔히 종교란 정령 숭배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물론 성경적인 관점에서 보면 틀리는 주장이다. 그러나 미개 생태의 인류사회에서 애니미즘이 성행했다는 것은 사실이다.
1) 애니미즘의 의미 이 말은 라틴어의 '기식'(氣息)이나 '영혼'을 뜻하는 '아니마'(anima)에서 유래하였고, 눈에 보이는 육체나 사물과는 다른 영적 존재에 대한 신앙을 가리킨다. 한편 이것은 미개인에게서뿐 아니라 복잡하고 고도의 문명을 가진 여러 민족들에게서도 발견된다. 이들은 모든 생물이나 무생물에는 영혼 또는 정령이 거하고 있으며 그것들은 그 깃든 장소에서 자유자재로 이탈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이런 점을 들어 혹자는 종교는 애니미즘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즉 원시 시대의 지식인들이 삶과 죽음, 꿈과 환상에 나타나는 인간의 모습을 깊이 관찰하고 연구한 뒤 모든 만물은 생명과 영혼을 갖는다고 생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2) 영혼의 활동 애니미즘은 동식물은 물론 일체의 존재에 모두 영혼이 있다고 하며, 온갖 종류의 현상, 운동, 작용은 이 영혼들에 의해서 생겨난 것이라고 믿는다. 영혼은 비물질적인 존재로서, 그림자나 수증기 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생명과 사고작용을 주관하고, 영혼의 소유자와 동일한 의사를 가진다. 그리고 그 깃든 장소를 이탈하여 마음대로 비행할 수 있다. 이 영혼은 꿈이나 환영(幻影)으로 인간에게 나타나기도 한다. 영혼의 소유자가 죽은 후에는 정령(精靈)이나 사령(死靈)이 되어 존재하면서 다른 동식물에게 붙을 수 있으며, 심지어 다른 인간 속으로도 들어간다. 그래서 질환이나 광기, 정신이상 등은 영혼이 몸 밖으로 쫓겨났거나 몸안에 악령이 들어왔을 때 발생한다고 믿었다.
2. 토테미즘(Totemism)
동물이나 식물을 자기 개인이나 복종의 수호신으로 생각하여 동물들의 영혼을 숭배하는 형태가 토템(Totem)의 출발이다. '토템'이란 사람이 동물 또는 식물들과 친족 관계에 있다는 신념에 근거한 원시사회의 인식 체계이다.
1) 토테미즘의 성격 토템에 대한 신앙을 가진 자들은 일반적으로 토템을 친구나 친척, 보호자, 선조, 후원자 등으로 여긴다. 이 토템은 초인간적인 능력과 힘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경외와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토템을 만지거나 죽이거나 먹거나 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으며, 그것들을 피하도록 되어 있다. 이런 토테미즘은 종종 조상 숭배, 혼에 대한 관념, 신들과 영들에 대한 관념과 혼합되어 있다. 즉 개인의 토테미즘은 한 개인이나 한 특정 동물 또는 자연물 사이의 밀접한 수호 관계를 말하는데, 자연물은 그것을 소지자에게 특별한 힘을 부여한다고 여겨진다. 그리고 각 동물의 영혼들은 그것들의 상을 가진 자를 지켜 준다고 믿어진다.
2) 토테미즘의 실례 노르 파부아 호수(Nor Papua, 누기니아 북부 세픽 강 어귀 서쪽에 있는 호수) 주위에는 부계 제도 및 족외혼(族外婚) 제도를 갖고 있는 집단들이 여러 마을들에 걸쳐 분포도어 있다. 이들은 혈족들로서 동물들 특히 어류들과 관계를 맺고 있다. 그들은 자기 자신들이 토템으로부터 태어났다고 믿고 있다. 특히 어린이들은 통과제의(initiation)시에 아버지의 토템을 숭배할 것인지 어머니의 토템을 숭배할 것인지 결정한다고 한다. 그리고 각 친족 집단은 성스러운 장소를 가지고 있어서 여기에 토템 동물이 죽은 자의 영혼을 가져다준다고 믿고 있다. 또 이로부터 어린이의 영혼이 나온다고 한다.
3. 성경의 입장
1) 의미 성경에서 짐승의 혼을 언급해 놓은 것 중에서 가장 명백한 구절은 전3:21이다. 이 구절을 살펴보면 짐승의 혼이 인간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본문은 우선 전도자의 실존에 대한 무상(無常)을 나타낸다. 인생의 출발은 그 처음부터가 흙이요 티끌이다. 그러므로 죽은 인생은 다시 티끌(먼지)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실로 흙에서 왔다가 먼지로 돌아가는 인생의 허무를 생각해 볼 때 전도자의 생에 대한 한탄은 당연하다. 그러나 전도자는 인생의 죽음 뒤에는 미래 세계가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2) 사람과 짐승의 차이 눈에 보이는 면에서는 사람의 죽음이나 짐승의 죽음이 매일반이지만 원래 하나님께서 사람과 짐승을 다르게 지으셨기 때문에 그 본질적인 차원이 다르다(고전15:39). 비록 인간이 하나님을 떠나서 본질적으로 자아 중심적인 욕구충족을 위해 살기 때문에 짐승과 같다고 할 수 있을지라도, 성경은 사람이 창조시부터 하나님을 위해 구별되게 지어졌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인격의 주체로서의 사람의 영혼이 흙과 결합되었다고 말한다. 여기서 '하나님의 생기'로서의 사람의 영혼과 흙에서 나온 동물의 혼은 그 출처가 다른 것이다. 그러므로 인격은 짐승의 흙에서 나온 육체와 동물로서의 혼으로 살아가는 동물과는 결코 같을 수 없다. 동물적인 범주로서의 유사점은 많은 것처럼 보이나 본질적인 면은 전혀 다르다.
천주교에서는 '혼'을 단순히 '생명력'이라고 하면서 동물에게 있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개신교는 혼과 영혼이 같은 말이기 때문에 동물에게는 혼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사야에서 메시아의 나라를 묘사할 때 동물들도 언급되고 있기에 천국에 동물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러나 그 동물들이 지상에서 살던 동물들인지는 알 수 없다. 우리가 하나님 앞에 갈 때에는 모든 것을 분명히 알 수 있을 것이다(고전13: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