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노권 (목원대학교 신학대학 목회학교수)
사람의 마음은 어떻게 생겼을까라는 질문에 대해 많은 답이 있을 수 있겠지만, 프로이드가 인간은 초자아와 원본능 사이에서 갈등하는 존재라는 심리학적 답변을 내놓은 이래로 인간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존재라는 해석을 많이 해왔다. 사실 인간은 살아가면서 갈등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 모든 철학과 종교의 기본 가르침이기도 하며, 실제로 우리의 삶에서 날마다 경험하고 있는 현실이다.
특별히 목회자들은 목회현장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부딪치면서 많은 갈등을 경험하게 된다. 물론 이러한 갈등은 부정적인 요소가 있는 것만은 아니다. 갈등으로 오는 위기는 오히려 한 단계 더 성숙하도록 우리를 도울 수 있으며, 생에 대한 더욱 깊은 통찰력을 가져다주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만약 갈등의 도전이 없다면 변화는 일어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목회자들이 갈등에 대한 이해를 분명히 하고 이를 잘 극복하게 될 때에는 목회를 더욱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겠지만, 이 갈등을 극복하지 못할 때에는 목회에 많은 어려움이 생기는 것을 보게 된다.
따라서 본 글에서는 목회현장에서 목회자들이 겪는 다양한 갈등의 요인들에 대한 조사를 하고, 이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심리학적, 성서적 입장에서 분석을 해보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치유 방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이 글은 목회자로서의 경험과 신학생들과의 수업시간의 대화를 통해 큰 도움을 받았음을 밝히며, 이 글을 통해 목회를 하는 모든 이들이 자신이 겪는 갈등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고 목회의 삶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얻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I. 갈등의 여러 요인들
목회자가 가질 수 있는 여러 갈등들을 목회자의 심리내적 갈등, 교회구조에서 오는 갈등, 가정에서의 갈등으로 나누어서 제시해 본다.
1. 목회자의 심리내적 갈등들
목회자는 보통 목회자로서의 정체성이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한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은 상대적으로 약화되어, 많은 심리내적(intrapsychic) 갈등들을 경험하게 된다. 이때 개인적인 고민과 갈등을 가족들이나 동역자들, 혹은 교인들에게도 어느 정도 나누는 자기 개방적인 목회자들도 있지만, 많은 목회자들은 자신의 갈등을 밖으로 표현하지 못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표현을 하든 하지 않든, 대부분의 목회자들은 다음과 같은 심리내적 갈등들을 경험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첫째, 그들이 가르치고 설교하는 삶과 실제적인 삶의 모습 사이의 괴리에서 오는 갈등을 들 수 있다. 매주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하여 설교하는 그 내용은 많은 경우 자신이 삶에서 고민하고 있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성도들에게 그 말씀에 따라 살라고 외치지만 막상 자신이 그 말씀을 실천하지 못하고, 자신이 기대하는 삶의 수준은 높은 반면 실제적인 삶은 휠씬 못 미치게 될 때 좌절감과 우울감, 수치감 그리고 죄책감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스스로 외식하는 삶을 살고 있다는 자책감이 들면서 또다시 더 높은 수준의 기대를 설정하고 노력하게 된다. 그러나 그럴수록 그 기대치에 더욱더 미치지 못해 다시금 악순환적인 삶을 살게 되는 고통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어떤 목회자들은 이 같은 갈등조차도 느끼지 못하고 자신이 설교하는 삶과 실제적인 삶이 완전히 분리된 이중적인 삶을 사는 것에 대하여 아무런 양심의 가책마저도 느끼지 못하고 목회를 하기도 한다. 이것은 갈등으로 인해 변화가 올 수 있는 상황을 넘어서는 더 큰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둘째, 인간으로서 목회자는 인간적인 욕구를 만족시키는 것에서 갈등을 경험할 수 있다. 보통 목회자들에게 돈과 명예와 성을 조심하라고 한다. 재물욕과 명예욕, 그리고 성욕은 인간이 일반적으로 경험하는 욕구들이다. 이 같은 욕구 자체는 악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원본능(id)의 소리가 점점 커지기 시작하고 초자아(superego)는 그 소리를 들어서는 안된다고 규제할 때 목회자의 자아(ego)의 능력이 강하지 않으면 목회자는 그 두 가지 소리 사이에서 갈등을 경험하게 된다. 이 같은 욕구들 이외에도 인정받고 싶은 욕구, 성공하고 성취하고 싶은 욕구(보다 높은 학위, 보다 좋은 차, 보다 큰 교회) 등이 있는데 이 같은 욕구들이 어느 정도 채워지지 않을 때 삶에서 불만족하게 되며, 한편으로는 그런 자신의 모습으로 하나님 앞에 나아갈 때 죄책감과 수치감을 느끼게 된다.
셋째, 목회자는 자신감과 무능력 사이에서 갈등할 수 있다. "믿는 자에게는 능치 못함이 없느니라"라는 말씀을 붙들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자신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한편으로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다고 하는데도 교인의 수는 늘어나지 않고 정체 상태가 지속되거나 오히려 줄어들 때 무능력감을 경험하기도 한다. 때로는 우월감을 느끼기도 하고 때로는 열등감을 느끼며 비교 의식을 갖게 되지만 그것을 누구에게도 잘 이야기하지 못하는 내적 갈등을 목회자들이 경험할 수도 있다. 동역자들과 만날 때나 동기 목회자들을 만날 때에도 자신의 내적인 갈등은 가능한 한 드러내지 않고 좋은 모습만 보여 주려고 할 때가 많다.
이것은 특히 목회자들이 신학교를 졸업하고 목회현장에 나올 때 많이 경험하게 된다. 막상 목회자로서 자기 임무를 수행해 갈 수 있는 내면성이 하나도 차 있지 않은 것을 발견하고 자신의 한계에 부딪치는 데서 갈등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 갈등 때문에 대부분 무엇인가를 붙잡아 보려고 이런저런 성경공부 방법도 배워보고 세미나도 참석해 보는 다급함이 생기고, 이 다급함으로 생기는 내면적인 갈등이 열등감과 함께 복합되어 목회자에게 찾아오게 된다.
넷째, 목회의 특성상 목회자는 소속감과 소외감, 혹은 고독감 사이에서 갈등을 경험한다. 교인들과 친밀해지려고 하지만 한계를 느끼기도 하고, 아예 교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않고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며 목회하기도 한다. 그러다보면 교인들과 교회에서 어느 정도까지는 소속감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아무도 자신의 깊은 속마음을 나눌 상대가 없다는 고독감과 외로움을 경험하며 갈등을 경험하게 된다. "교인들에게 너무 가까이하지도 말고 너무 멀리도 하지 말라"는 선배 목회자들의 충고를 따라 살다보면 막상 자신의 인간관계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깨닫게 된다.
다섯째, 목회자들도 신앙의 삶에서 회의를 경험할 수 있다. 하나님에 대한 신앙에 있어 확신에 차있고 성령 충만할 때도 있지만 어떤 때에는 하나님에 대해서도 회의가 들며 의무적으로 설교할 때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회의의 과정을 거의 드러내지 못한 채 혼자 고민하거나 아니면 억압하며 부인하거나 회피하는 식으로 갈등을 처리하려고 할 때 문제는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
2. 교회구조에서 오는 갈등들
교회의 구조 자체가 목회자들에게 다양한 모습의 갈등들을 갖게 만들 수 있다. 첫째, 교회 조직이 커지고 다양화되면서 오는 갈등이다. 교인들의 수가 많아지면서 교회에 나오는 동기도 다양하다. 위로나 도움을 받기 위해, 복을 받기 위해, 치유 받기 위해, 삶의 의미를 추구하기 위해, 사회에서 누리지 못하는 지위나 권력을 교회에서 대용으로 누려보기 위해, 그리고 사회운동의 기반이 필요하여 교회에 출석하기도 한다. 교인의 교회출석 동기가 다양하다는 것은 그들의 요구도 그만큼 다양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교인이 좋아하는 설교의 주제도 죄의 용서, 치유와 축복, 성령체험, 내세의 소망, 가정의 평화, 교회생활, 이웃사랑, 사회적 책임 등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교회출석 동기와 요구를 가지고 있는 이들을 상대로 목회 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며, 여기에서 상반된 욕구들 사이에서 갈등은 언제나 일어날 소지가 있는 것이다.
둘째로, 역할갈등의 문제이다. 목회자가 수행해야하는 역할은 매우 다양한데, 여기에서 역할갈등이 생겨날 수 있다. 목회자에게 요구되는 역할을 보면, 공식적 예배를 집행하는 예배수행자(ritualist), 어려움 가운데 있는 개인에게 도움을 주는 상담자(counselor), 하나님의 능력으로 사람들의 심신의 병을 고치거나 적응할 수 있게 하는 치유자(healer), 교인들에게 신앙적 규정과 내용을 가르치는 교사(teacher), 말씀을 선포하는 설교자(preacher), 성경 지식을 연구하는 학자(scholar), 교회조직을 이끌어 가기 위한 계획과 그것의 집행을 책임지는 행정가(administrator), 교회조직을 대표하는 최고의 책임자로서의 교구 책임자(rector), 다른 대사회적 관계에서 보여지는 성직자(cleric)의 역할등을 들 수가 있다. 이러한 모든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중압감과 불안감, 그리고 이런 수많은 역할을 감당하기에 부족한 시간 때문에 갈등을 겪게 된다.
목회자의 역할 갈등은 특히 교인들이 그에게서 기대하는 요구가 서로 상반될 때, 그리고 그들의 종교참여동기가 상이할 때도 생겨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부 교인들은 목회자가 예언적인 역할을 할 것을 기대하는 데 반하여, 다른 교인들은 그가 제사장적인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어떤 교인들은 목회자에게서 강력한 지도력을 기대하는가 하면 다른 이들은 그에게서 민주적인 지도력을 요청하기도 한다. 또는 목회자는 영혼 구원에 목적을 두며 이것을 가르치려고 하는데, 교인들은 재물복이나 성공, 출세와 같은 사적인 이익에 더 관심이 있을 수 있다. 이럴 때 목회자가 자신들을 위해 축복을 빌거나 도와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면, 목회자는 당혹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은, 목회자가 자신들의 기대와는 다르다고 느끼는 신도들이 그 교회를 떠나가는 것이다. 이때 교인 확보를 위해 잘못된 기대나 욕구일지라도 충족시켜 주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이러한 서로 상반되는 기대가 갈등을 유발시키는 원인이 된다.
셋째, 가치관 갈등의 문제이다. 우선 신학과 목회현장 사이의 괴리 문제가 있다. 신학교에서 배운 신학이 목회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는 말이 목회현장에서 나오고 있고, 목회현장에서의 실천이 신학적으로 볼 때 비기독교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비판이 신학 영역에서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한국교회의 목회구조에 있어서 신학과 목회적 실천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겠는가 하는 것도 하나의 과제가 되고 있다.
가치관과 관련된 또 다른 딜레마는, 사회적 가치관에 있어 교회의 보수화와 사회의 자유화 사이의 갈등이다. 여러 가지 사회적인 가치와 규범이 교회 안에서는 엄격하게 규정되어 있는 반면에, 사회에서는 점점 개방적이고 자유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혼이나 혼전 성관계와 같은 도덕적 문제에 있어 일반인들과 목회자의 생각이 다를 수 있다. 도덕적이고 문화적인 가치관이 사회에서는 더욱 자유화되는 것이 현대적 추세이고, 그것은 젊은 층일수록 더욱 그러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가치와 규범에 있어 개방화를 할 것인가, 아니면 이에 저항하고 금욕적인 가치를 고수할 것인가, 또는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야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서 갈등이 생겨날 수 있다.
3. 가정생활에서 오는 갈등들
"목회자들의 부부생활 만족도"(1994)에 대해 연구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응답자의 58.4%가 이혼을 고려한 적이 없다고 대답한 반면에 37.5%의 응답자들이 이혼의 가능성에 대하여 생각한 적이 있다고 대답하였다("간간이 생각되나 진지하게 생각한 적은 없다" 22%, "2-3회 정도 진지하게 생각" 6.5%, "심적으로는 충동을 느끼나 목회자로서 그럴 수 없어서 참고 산다" 7.4%). 결혼생활은 그 자체가 갈등을 야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삶이며, 따라서 목회자들도 역시 결혼 생활을 할 때 부부간에 갈등을 겪게 된다. 성격 차이와 살아온 삶의 환경의 차이, 의사소통 방법의 차이, 자녀 양육의 스트레스, 경제적인 안정성 여부, 사회 문화적인 영향, 환경적 영향 등의 이유로 결혼 생활을 하다보면 예기할 수 있는 혹은 예측치 못한 갈등을 겪는다. 그 갈등들 중에는 비교적 정도가 약한 것들도 있지만 어떤 갈등들은 매우 심각하며 치명적일 수도 있다.
많은 목회자의 문제 중에는 그들이 역기능 가정에서 성장한 배경에서 오는 것들이 있다. 이들은 성장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부모들의 결혼 생활에서 갈등을 건강하게 해결하기보다는 여러 형태의 방어기제들을 사용하여 억압, 부인, 회피, 투사, 합리화하거나 폭력을 사용하거나 알코올을 사용하는 식으로 갈등을 해소하는 모습을 은연중 배운다. 물론 부정적인 것을 보면서 자신은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갈등을 건강하게 해소하려고 노력하는 이들이 있지만, 많은 이들은 그들의 부모들의 결혼 생활에서의 갈등 해소 방법을 반복한다. 따라서 배우자와 직접 대면해 대화하며 갈등을 해결해 나가기보다 신앙으로 해결한다고 하나님 앞에 기도로 호소하는 수준에서 간접적으로 해결하려고 하거나 아니면 며칠씩 침묵하며 회피하거나 혹은 신체적인 싸움을 통해 갈등으로 인한 불안을 해소하려고 한다. 부모들로부터 갈등은 무조건 부정적인 것이라고 학습한 목회자들은 어떤 수를 써서라도 갈등을 회피하려고 노력하며, 자신이 잘못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큰소리 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무조건 자기가 잘못했다고 용서해 달라고 애원하는 식으로 갈등을 해소하는 이들도 있다. 또 어떤 목회자들은 갈등이 생기면 무조건 배우자를 비난하며 투사하는 식으로 갈등을 처리하기도 하고, 혹은 감정적인 반응은 거의 보이지 않고 상대방이 잘못한 부분을 마음속에 다 기록해 두었다가 한꺼번에 지나간 일까지 다 끄집어내어 폭발시키는 수동-공격성 행동(passive-aggressive behavior)을 보이는 목회자들도 있다. 혹은 갈등을 해결할 때 핵심을 빗나가는 대화를 함으로써 상대방의 힘을 분산시키고 소진시켜서 포기하게끔 하는 건강치 못한 전략을 사용하는 목회자들도 있다. 이러한 갈등 해소의 패턴은 부부 관계에서 뿐만이 아니라 자녀들과의 갈등을 처리할 때도 동일하게 사용되며 가족 이외의 대인 관계에서, 그리고 교회 내에서의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도 똑같이 사용된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II. 갈등의 심리학적, 신학적 이해
갈등 문제를 극복하는데 무엇보다 중요하고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갈등에 대한 분명한 이해이다. 자신이 겪는 갈등의 원인과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를 큰 틀에서 보고 이해하게 된다면, 그 갈등을 이겨나갈 수 있는 심리적인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갈등에 대해 말하는 여러 심리적 이론들과 성서적 이해를 조명해 보고자 한다.
1. 심리학적 이해
일반적으로 갈등이 생겨나는 이유는 구체적인 이슈, 감정, 태도 그리고 의사소통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갈등은 쌍방간에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점들이 있기 때문에 생기기도 하며 감정적인 상태 때문에 야기되기도 한다. 그리고 생각과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 등에서 오는 태도의 차이와 원활하지 못한 의사소통으로 인해 오해가 될 때 갈등이 빚어진다.
여기서는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을 심리학의 여러 이론들의 관점에서 설명해 보고자 한다.
첫째, 프로이드를 중심으로한 고전적 정신분석학에서는 심리내적인 역동성에 관심을 가지는데 인격의 기능을 크게 초자아, 자아, 원본능 세 가지로 나누어 설명한다. 자아의 기능은 욕구를 표현하려고 하는 원본능의 충동성과 사회적, 양심적, 규범적인 초자아의 통제하려는 힘 사이에서 현실을 염두에 두고, 두 상반된 욕구를 조정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사람은 갈등을 경험하게 되며 특히 조정해 내기 힘들수록 갈등은 심화된다고 본다. 또한 프로이드는 삶의 욕구인 에로스(Eros)와 죽음의 욕구인 싸나토스(Thanatos) 사이에서 인간이 갈등을 경험한다고 보았다. 목회자들의 경우에 적용한다면 자신과 타인에게 유익을 가져다주는 선을 행하려는 욕구와 자신과 타인에게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욕구 사이에서 갈등을 경험할 때 이 개념으로도 설명이 가능할 것이다. 예를 든다면, 성적인 비행을 하는 목회자가 한편으로는 그 성적 비행을 중단하여 자신의 목회와 가정을 보호하려는 욕구와 다른 한편으로는 치명적인 결과를 예상하면서도 설마 자신의 비행이 드러날까 하는 마음과 자신의 성적인 욕구를 계속 채우고 싶어 그 비행을 지속하려는 욕구 사이에서 갈등할 때이다.
둘째, 아들러(Alfred Adler)는 프로이드와는 달리, 자아는 약하고 손상되기 쉬운 존재가 아니라 보다 능동적이고 통합성이 있는 존재라는 점을 강조했으며, 또한 전체로서의 인간의 성격을 초자아, 자아, 원본능의 갈등 구조가 아닌 자아중심적인 것으로 보았다. 그는 인격형성에 있어서 사회적 영향을 강조하였는데 비교의식에서 오는 열등감을 극복하려는 데서 인격이 발달하며 성공을 지향하는 동기에서 인격이 형성된다고 보았다. 따라서 그의 이론의 관점에서 볼 때 갈등이란 열등감을 극복하고 우월성을 지향하려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되는 것이며 인간의 삶에서 필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갈등이란 현재 상태에서 어떤 변화를 시도하게 될 때 생겨나는 것이며 갈등의 과정을 겪지 않고서는 새로운 삶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셋째, 실존주의-인본주의 요법은 선택할 수 있는 자유와 이에 따르는 책임성을 강조한다. 선택할 수 있는 자유와 책임성이라는 관점에서 갈등을 이해할 때 인간은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 때 갈등을 겪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결정해야 할 때 결단하지 못하고 계속 미루면서 갈등하거나 타인이 대신 결정해 줄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 같은 행동은 자신의 삶에서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과 책임지기 싫어하는 마음 사이의 갈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실존주의-인본주의 요법은 과거에 대한 집착이나 미래에 대한 염려 사이에서 갈등하는 태도를 버리고 '지금-여기'(이상적 자아와 현실적 자아 사이의 갈등을 벗어나는 길은 지금의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임)에서 자각하고 결정하고 책임을 지는 삶을 요구한다.
넷째, 엘리스(Albert Ellis)가 대표 이론가인 합리적 정서요법(Rational Emotive Therapy)의 관점에서 보면, 비합리적이고 왜곡된 사고에서 갈등이 생긴다고 볼 수 있다. 합리적 정서요법을 ABC모델과 DEF모델로 설명하기도 하는데 선행사건(Antecedent events)에 대한 신념(Beliefs)은 감정적인 결과(emotional Consequences)를 가져온다고 보는 것이다. 치료적인 측면에서는 잘못된 신념을 논박하여(Disputing) 보다 효과적이고 합리적인 신념(Effective rational beliefs)을 형성시켜 새로운 긍정적인 감정(new positive Feeling)을 가져오게 하는 것이다. 목회적 상황 속에서 예를 들어 설명한다면, 당회에서 장로들 중 몇 사람이 자신의 견해에 반대했을 때 담임목사는 그 장로들에 대하여 부정적인 생각을 하여 그들을 '반대파'라고 규정하게 되면, 그들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갖게 되어 그들과의 관계에서 갈등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갈등을 건강하게 해결하려면 자신의 견해에 한 번 반대했다고 해서 그들을 '반대파'라고 규정짓는 생각이 비합리적이며 지엽적인 생각임을 논박하는 과정을 통해 보다 효과적이며 합리적이며 현실적인 생각을 갖고, 그 장로들이 '나쁜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여 긍정적인 감정을 가짐으로써 대인 관계의 회복을 꾀하도록 하는 것이다.
다섯째, 가족체계이론(family systems theory)의 관점에서 갈등을 이해할 때 여러 가지 개념을 들 수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평형성(equilibrium) 개념과 경계선(boundary) 개념을 이용할 수 있다. 목회자의 갈등과 연결시켜 설명해 본다면 교회라는 시스템 속에서 목회자가 어떤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게 될 때 교회 시스템은 새로운 변화를 지향하는 힘에 대응하여 기존 상태를 계속 유지하려는 힘이 생겨나게 되어 갈등을 빚게 된다. 이 갈등이 건강하게 처리되면 새롭게 변화된 모습 속에서 평형성을 유지하게 되겠지만 건강치 못하게 처리되면 시스템은 불안정하게 된다. 따라서 안정시키기 위한 온갖 노력을 통해 과도한 힘을 소모하게 된다. 때로는 다시 원점의 상태로 돌아가서 평형성을 유지하거나 아니면 분리되어 평형성을 유지하게 된다. 한국교회 상황에서 비교적 보수적 성향을 띠는 연령층에 속한 장로들과 새로운 변화를 요청하는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자주 목회자들은 어느 쪽을 택할 것인지 혹은 어떻게 그 요구들을 절충할 것인지를 놓고 갈등하게 된다.
경계선의 관점에서 갈등을 설명한다면 목회자가 갖고 있는 개인적인 경계선과 목회자 가정이 갖고 있는 경계선, 그리고 교회가 갖고 있는 경계선이 서로서로 존중되고 인정되지 않을 때 목회자는 갈등을 경험할 수 있다. 경계선이 너무 경직되어 있거나 너무 흐려지면 건강한 삶을 살기가 힘들다. 교회의 사역과 가정생활을 구별하지 않고 교회의 업무를 집에 가지고 와서 밤늦게까지 처리하게 되면 가족들과 갈등을 경험하기 쉽다. 그리고 목회자의 권위라는 경계선이 경직되거나 무시되고, 당회나 제직회가 갖고 있는 권리의 경계선이 경직되거나 무시될 때 그곳에서는 경계선의 충돌이 일어나며 따라서 갈등 상황을 야기할 수 있다. 갈등 상황이 발생하면 자주 역기능적인 교회 시스템은 희생양을 만듦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거나 상대방에게 잘못을 투사하고, 비난하며, 합리화하며, 회피하며, 억압하며, 부인하는 방어기제를 사용함으로써 진정한 성장과 치유보다는 상처를 덮고 봉합하는 수준에서 갈등을 해결하려 한다. 그래서 때로는 교회가 분열되는 아픔을 겪기도 한다.
2. 갈등의 성서적 이해
인간이 에덴 동산에서 죄를 범하기 이전에는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 아담과 하와 사이에, 인간과 다른 피조물들 사이에 갈등이 없는 완벽한 조화와 평화의 상태였다. 그러나 죄를 범한 뒤로 인간의 삶에는 부조화와 적대감, 깨어짐과 부분성으로 인하여 남녀간의 차이가 갈등을 유발시키며 인간과 자연 사이에 갈등이 생기며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 갈등이 생기게 되었고, 내적으로도 진정한 평화를 경험할 수 없게 되었다. 이 갈등을 해결하며 화목, 화해하게 하는 분으로서 예수 그리스도는 인간에게 찾아오셨고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막힌 담을 헐어주셨다. 그리스도의 초림과 더불어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며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지는 것같이 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는 역사가 '이미' 임했다. 하지만 재림과 더불어 이루어질 영원하고 완전한 하나님의 통치와 그의 나라는 '아직'도 대망 해야하는 긴장과 갈등 구도 속에 성도들은 '지금 여기서' 결단하며 살아가는 존재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두 번째 아담으로서 새로운 창조 질서를 회복하셨지만 우리는 여전히 이 땅 위에서, 옛사람의 모습과 새로운 피조물로서의 모습 사이에서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실존적 모습이며, 이 과정에서 변화되며 성숙해 가는 삶을 살아갈 것을 요청 받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성경에서는 갈등을 부정적으로 뿐만 아니라 긍정적으로도 이해함으로써 갈등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예수 자신이 이 땅에 오셔서 당시의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이 갖고 있던 율법적인 삶의 태도와 상반되는 가르침으로 변화를 촉구함으로써 많은 갈등을 야기 시켰던 것을 본다. 또 "내가 세상에 화평을 주려고 온 줄로 아느냐 도리어 분쟁케 하려 함이로라"(눅12:51)라는 말씀처럼 예수는 화평의 주로 우리에게 찾아온 동시에 갈등하게 하는 분으로서 찾아오셨다. 만약 현상 유지만 하려고 한다면 갈등은 발생하지 않으며 저항도 생기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변화와 변혁을 시도할 때 갈등과 저항은 나타난다. 우리는 그것을 교회 역사 속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갈등은 인간이 죄를 범함으로써 나타난 현상과 증상이라고 볼 수 있으나 그 자체를 죄라고 규정할 수 없고, 다만 그 갈등을 잘 처리하지 못할 때 갈등은 죄가 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갈등의 구조는 여러 틀의 모습으로 성경에서 발견되어진다. 성령의 법과 육체의 법, 은혜와 율법, 억압과 해방, 매임과 자유함, 사랑과 공의 등의 주제들 속에 긴장과 갈등이 존재한다. 이런 심리내적 갈등은 바울의 표현에서 잘 나타난다. "내가 한 법을 깨달았노니 곧 선을 행하기 원하는 나에게 악이 함께 있는 것이로다....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내랴"(롬7:21-24). 그러나 이런 갈등에서 온전함을 향해 나가는 것이 성도의 모습이라고 성서는 말하고 있다.
III. 갈등에 대한 목회적 치유 방안
위의 심리학적, 성서적 이해에서 보듯이, 무엇보다 목회자들은 갈등 자체를 죄로 보거나 부정적인 것으로 보아 회피하려고 하거나 억압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갈등이 없는 삶을 살면 좋겠지만 성화의 삶을 사는 과정에서는 갈등이란 필수적이다. 신앙적인 갈등 없이 신앙이 성장하지 않고, 심리내적인 갈등 과정 없이 건강하며 균형 잡힌 인간 관계를 맺는 것은 힘들다. 이와 같이 갈등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될 때, 내적으로 이미 갈등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생기게 된다. 이 내적인 힘은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과 태도, 그리고 감정을 가지고 갈등 상황이나 대상을 두려워하며 회피하거나 도망하지 않고 용기를 가지고 직면하여 해결하는 자신감을 의미한다.
그리고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은 이런 내적 힘과 함께 영적 힘을 키워나가야 하는 것이다. 갈등 상황 속에서 목회자들은 종종 무력감에 빠질 수 있다. 따라서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힘을 공급받고 갈등을 해결하며 그 갈등을 통해 오히려 한 단계 더 성숙하며 변화된 삶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영적인 힘을 가져야 한다. 이제 갈등에 대한 이런 기본적 전제를 가지고 구체적으로 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해 본다.
1. 목회자 자신의 성장 과정에서 자신의 부모들이 결혼 생활 속에서 어떤 식으로 갈등을 해소하려 했으며 그 갈등 속에서 자신이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에 대한 심리역동적인 분석을 할 필요가 있다. 건강치 못한 부모들은 갈등 상황 속에서 위협과 달램, 언어 폭력, 신체 폭력, 혹은 알코올 중독의 형태로 갈등을 진압하며 처리함으로써 건강한 학습 모델이 되어 주지 못한다. 그 같은 환경에서 성장한 목회자들은 그 아픔을 인식하고 그것을 극복하여 건강하게 갈등을 해결해 나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가능하다면 갈등은 당사자들간에 직접적으로 해결하도록 해야 하며 삼각 구도를 형성하거나 희생양을 만드는 것과 같은 역기능적인 대안을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같은 행동은 자기 패배적인 행동임을 인식하고 탈학습할 필요가 있다. 성도들 중에도 이 같은 삶을 살아온 이들이 많기 때문에 특히 권위자에 대한 마음의 상처로 인하여 그같은 모습을 보이는 목회자에게 반항적이 되거나 집단적으로 힘을 형성해서 반대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2. 인간을 보다 폭넓게 이해함으로써 남성과 여성의 차이, 노인과 젊은이의 사고 차이, 성격 유형의 차이, 관심의 차이, 철학의 차이, 신앙의 차이 등으로 인하여 불필요한 갈등을 겪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기에 대한 보다 깊고 넓은 이해를 토대로 타인들을 보다 넓고 깊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면 다양성 속에서도 통일성을 발견하고 보다 균형잡힌 갈등 해결책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님은 다양한 인종과 다양한 언어와 다양한 문화를 허락하셨다. 목회자는 자기 중심적인 틀 속에서 모든 사람들을 자기의 틀 속에 끼워 맞추려는 자기애적 인격 장애(Narcissistic Personality Disorder)로부터 치유되어야 한다.
3. 경직되거나 불분명하지 않으면서도 유연성이 있는 경계선을 자신의 삶에서 그을 줄 알아야 한다. 거절해야 할 때는 거절할 수 있어야 내적인 갈등으로부터 좀더 자유로울 수 있으며, 결정해야할 때는 결정하고 책임을 질 수 있는 용기가 있을 때 상대적으로 갈등의 강도는 줄어든다. 가정 생활에서도 가정의 울타리를 개방적이면서도 분명하게 칠 줄 알고, 부부간에도 보다 자유롭게 의사 소통하는 능력을 갖추게 될 때 갈등을 휠씬 쉽게 해결해 낼 수 있다.
4. 목회자 자신이 갖고 있는 권위관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성장한 가정 환경이나 한국문화의 가부장적 구조의 권위를 성경적인 권위관으로 잘못 이해하고, 섬김에서 오는 권위적인(authoritative) 모습보다는 주장하는 태도에서 오는 권위주의적인(authoritarian) 모습은 보다 자유로운 인간 관계와 보다 평등한 관계를 요청하는 젊은 세대들과 갈등을 야기시킬 수 있으며 가정에서도 배우자나 자녀들과 갈등을 가져올 수도 있다. 그리고 교회 안의 동역자들과의 관계에서도 억압적이며 고자세적인 태도를 유지하여 그들에게 수동-공격적 행동(passive-aggressive behaviors)을 유발시켜 갈등을 심화시킬 수도 있다.
5. 갈등을 건강하게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 목회자는 자신의 삶에서 치유적인 경험을 하고 인격의 장애로부터 좀더 자유로워져야 한다. 여러 부분에서 인격의 기능이 고장나 있는 목회자는 갈등을 건강하게 해결할 수 있는 성숙한 사고력과 성숙한 감정능력, 성숙한 의지력, 그리고 성숙한 대인관계 능력이 약하기 때문에 갈등을 긍정적으로 이용할 줄 모르며, 무슨 수를 써서라도 회피하려고 하거나 무모하게 갈등을 해결하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이 갈등을 건강하게 해결할 수 있는 목회자는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갈등 해결의 좋은 학습 모델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이런 경우, 자신의 삶에서만 그치지 않고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침으로써 교회공동체가 전체적으로 갈등을 두려워하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힘을 실어주는 사역자가 될 수 있다.
6. 우리의 현실 상황은 이상적이지 않기 때문에 때로는 갈등 해결에 실패도 있음을 수용할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때로는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으며 또한 상처를 받을 수도 있는 완벽하지 못한 목회적 삶 속에 살고 있음을 깨닫고 두려워하지 말고 직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보다 큰 뜻을 품고 있을 때 지엽적인 부분에서 갈등을 해결하는데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게 된다.
7. 갈등 구도 속에서 역설적으로 상대방을 나보다 낫게 여기고 때로는 원수 같은 자라 할지라도 그를 사랑해야 할 윤리적 의무가 목회자에게 주어져 있음을 인식하고 갈등을 해결할 필요가 있다. "오리를 억지로 가자고 하는 이에게 자발적으로 십리를 동행해 주며, 겉옷을 달라고 하는 이에게 속옷까지 내어 주는" 희생적인 사랑이 결국에는 서로가 동등하게 사랑(equal regard)할 수 있게 되는 기독교적 대안이 될 수 있음을 깨닫고 실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8. 마지막으로, 갈등 상황 속에서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함에 있어 어려움을 갖는 목회자들은 분노 표현에 대한 성경의 말씀을 다시금 이해할 필요가 있다. 분노의 치명적인 결과를 경고하는 말씀들도 많이 있지만, 예수 자신도 분노해야 할 때는 분노하셨다. 에베소서 4장 26-27절에서는 "분을 내어도 죄를 짓지 말며, 해가 지도록 분을 품지 말고 마귀로 틈을 타지 못하게 하라"고 분노에 대해 긍정적인 면을 지적하고 있다.
이 분노는 목회자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분노를 쉽게 표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일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바른 이해와 적절히 다룰줄 아는 방법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분노의 감정은 매우 흔할 뿐만 아니라 정상적이고 자연스럽고 피할 수 없는 감정이다. 분노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모두 완벽하지 못한 세계에 살기 때문에 분노의 감정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표현하고 누구에게 표현하는가는 매우 중요하다. 분노가 올바로 다루어지지 못할 경우, 그것은 자신의 사랑하는 사람과 관계들을 파괴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분노에 대해 이해해야 할 몇 가지 요소들이 있는데, 첫째는 남성 지배적인 생각이 분노를 증폭시킨다는 것이다.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남성인 목사들은 인간감정에 대한 민감성과 책임성, 이웃과의 협동성, 타인을 돌보는 능력, 친밀 관계에 대한 책임성의 가치를 중시하고 배울 기회가 없었다. 오히려 남성들에게 지나치게 개발된 가치들과 능력들은 경쟁, 정복, 다른 사람을 지배함, 합리성, 지배, 분석, 기술적인 통제력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와 같은 가치 차이가 여성에 비해 남성들이 쉽게 분노의 감정을 표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남성들의 가치와 능력들은 목사들로 하여금 성공의 쳇바퀴를 돌게 하며, 성취에 따라 좌우되는 자존감의 노예로 만들며, 스스로가 성공의 대상으로 전락해서 자기 몸으로부터 소외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목회라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방어적 성생활로 성적으로 소외되기도 하고, 목사 특유의 경건성으로 인한 부드러움과 장난기 있는 순수한 측면의 가능성을 억압하며, 한 여자를 부속물과 지줏대로 삼으려고 애쓰는 자기 정체성, 끊임없는 경쟁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건강을 잃기도 한다.
남성적 경쟁에서 일어나는 힘의 잘못된 사용과 무력감, 상대방과 깊은 관계를 맺지 못하는 소외, 메마른 남성 지배적인 영성 등으로 목사 스스로의 전인성을 해치기도 하며, 결국은 자기도 모르는 '좌절과 적대감, 지배하려는 분노의 희생자'가 되기도 한다. 또한 타인을 '지배하려는' 분노와 관계된 고질적인 적대감과 교만은 영적인 성장에 필요한 겸손의 태도와 대조가 된다. 바울은 크리스챤들에게 "마귀로 틈을 타지 못하도록"(엡4:27) 분을 속히 풀 것을 권면하고 있다. 습관적으로 분을 내는 사람은 사탄의 시험에 빠질 위험이 더 크다.
둘째로, 분노를 억제하는 목회사역이 목사를 쉽게 탈진하게 만든다. 목사들은 업무 특성 때문에 분노와 갈등을 밖으로 표출해서는 안된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결국 이 두려움은 갈등의 해결보다는 회피를 가져오게 되며, 이러한 분노와 갈등을 해결하지 못한 목사들은 드디어 탈진(burn-out)에 빠져, 왜 분노하고 있는지, 왜 분노를 표현하지 못하는지도 모르고, 권태롭고 의미 없는 목회를 반복적으로 계속하게 된다. 그리하여 목적과 정열과 삶과 일에 기쁨을 잃고 스트레스에 빠진 느낌을 갖는다. 이처럼 탈진으로 무기력과 분노에 빠진 목회자들을 한국교회 상황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마지막으로, 건전한 분노 처리로 갈등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분노에 대한 대처의 방법으로, 자신의 감정을 확인하고, 부인하거나 억압하지 말고 자신의 것으로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이 왜 화가 나고 있는지를 인식해야 하며, 그 상황을 해석하게 한 자신의 사고형태를 다시 한 번 냉철하게 분석해 보아야 한다. 자신의 분노를 수용하고 경험하면, 우리는 그 분노를 통해 문제가 무엇인지, 또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 수 있다. 분노 저변에는 다른 감정들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분노를 무조건 억제하거나 표출을 습관화하는 극단에서 벗어나, 건전한 분노 처리를 통해 성숙된 인격과 영성을 지닌 목회자, 건강한 교회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나오면서
존재할 수밖에 없는 목회 갈등들이 표면화될 때 그 초기에 갈등을 정직하고 진지하게 직면할 뿐 아니라, 그 갈등의 본질적 원인이 무엇인지를 바르게 파악하고 싸워나간다면, 이 갈등은 목회자를 성숙시켜 가는데 오히려 창조적인 힘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갈등의 문제를 솔직하고 정직하게 받아들이는 태도를 갖는 것이다. 즉 문제를 자신과의 관계에서 보고, 문제의 영적 본질을 정확히 파악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 채 문제의 책임을 장로들이나 교인들에게 떠넘긴다든지, 아니면 자신의 목회상황이 나빠서 그런 것이며 프로그램이 좋지 않아서 그렇다고 쉽게 결론을 내리거나, 모든 원인을 자학적으로 자신의 탓으로만 쉽게 돌리려고 한다면, 갈등은 창조적 힘을 가질 수 없다.
목회자는 목회의 본질과 그 의미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눈에 보이는 현실을 뛰어넘는 여유를 갖고 있어야 한다. 영원한 가치 속에서 하나님과의 관련 속에서 목회를 하지 않고, 세상적인 가치로 목회를 하게될 때 점점 조급해지고 또 자꾸 조잡해지는 초라한 모습을 보이게 된다. 그러므로 심리적으로 자신의 문제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렇게 하여 목회자의 정신이 건강하게 될 때, 목회자의 영성도 더욱 깊어지고, 교회도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 오늘날 수많은 문제를 갖고 있는 교인들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목회자가 먼저 갈등을 잘 극복할 수 있는 심리적, 영적 힘을 기르는 것이 현대 목회에서 참으로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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