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은 왜 하나님의 말씀인가?
목창균 교수(서울신대)
신학은 어떤 근거로 하나님에 대해 그리고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알고 있는가를 설명해야 한다. 신학적 지식의 근거는 무엇인가? 신학은 이스라엘 역사와 예수 그리스도 안에 나타난 하나님의 계시를 이해하려고 하는 학문이다. 인간은 계시를 통하지 않고는 하나님을 알 수 없다. 그 계시를 기록해 놓은 책이 성경이다. 따라서 계시와 성경은 신학의 전제와 근원이다.
1. 계시란 무엇인가?
하나님은 무한하고 인간은 유한하기 때문에, 인간의 힘으로 하나님을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나님이 자신을 인간에게 알려줄 때, 인간은 하나님을 아는 것이 가능하다. 이렇듯 하나님이 인간에게 그 자신을 나타내는 것, 인간이 하나님을 알 수 있고 그와 친교를 나눌 수 있는 방식이 계시이다.
계시라는 신학적 용어는 "아포칼리프시스"(apocalypsis)와 "파네로시스"(phanerosis)로 표현된 신약성서의 개념을 결합한 것으로부터 유래했다. 전자는 "벗기다, 드러내다" 등을 의미하고, 후자는 "지금까지 숨겨져 있던 것이 나타나는 것"이나 "쓰고 있던 가면 혹은 껍질을 벗어버리고 드러내는 것을 의미한다. 계시는 하나님의 자기 표명(表明), 하나님의 자기 폭로를 의미한다. 그것은 인류를 대한 하나님의 구원 계획을 나타내는 것이다.
계시는 두 종류로 분류된다. 일반적인 계시와 특별 계시가 그것이다. 전자는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자연을 통한 계시를 말하며, 후자는 성경에 기록되어있는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를 의미한다. 일반 계시는 하나님이 때와 장소 및 사람을 가리지 않고 모든 사람에게 그 자신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것은 모든 사람에게 일반적으로 주어진 것일 뿐만 아니라 그 내용 또한 일반적인 것이다. 특별 계시는 하나님이 특정한 때, 특정한 사람에게 자신에 대한 특별한 것을 나타내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 계시는 자연, 역사 및 인간 존재를 통해 나타난다. 신구약 성경은 하나님의 일반 계시에 대해 증거하고 있다. 자연 질서를 통해 알 수 있는 하나님에 대한 지식이 있다. 또한 역사적 사건들 속에서 하나님의 섭리를 인지하는 것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일반 계시는 하나님이 자신의 형상을 따라 만든 인간 자신을 통해 나타난다. 그것은 인간의 육체적 구조나 정신적 능력 또는 종교적 본성에서 발견된다. 일반 계시에 대한 가장 고전적인 성서적 근거는 창세기 1장26절, 욥기 12장 7-15절, 시편 19편, 사도행전 17장 27절, 로마서 1장 19 -20절 등이다. 이런 구절들은 하나님은 그가 창조한 자연 세계에 그 자신에 대한 증거들을 남겼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러나 일반 계시만으로는 하나님을 명확히 알 수 없다. 인간의 죄가 일반 계시의 증거를 파괴해버렸기 때문이다(창3:17 -19, 롬8:18 -25, 고후4:4). 일반 계시는 인간을 구원에로 인도할 수 있는 적극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 하여금 하나님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고 변명할 수 없게 하는 소극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다(롬 2:14 -16, 3: 9 -18).
특별 계시는 이스라엘의 역사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계시를 의미한다. 하나님은 특별히 한 민족을 택해 그 민족을 통해 자신을 계시하셨다. 그것이 이스라엘 민족이다. 구약 성서는 이스라엘 민족의 역사이다. 또한 하나님은 그리스도의 인격과 사역을 통해 자신을 나타내셨다. 그리스도 자신이 하나님의 계시이며 하나님의 말씀이다.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나님의 모든 다른 계시가 이해된다. 그리스도는 이전의 모든 계시의 목표요, 인류에 대한 하나님의 계시의 결론이다. 하나님의 은혜와 분노가 특별 계시의 내용이다. 하나님의 은혜는 그리스도 안에서, 그리고 하나님의 분노는 이방인과 유대인들에게서 나타났다. 후자는 율법을 통하여, 전자는 그리스도의 복음을 통하여 계시된다. 하나님은 율법을 통하여 인간을 심판하는 반면, 복음을 통하여 인간을 구원한다. 특별 계시에 대한 성서적 근거는 요한복음 1장 14 -18절, 14장 8 - 9절, 사도행전 4장 11 -12절, 로마서 3장 21 -26절, 5장 12 -21절, 갈라디아서 2장 15- 21절 등이다.
2. 성경은 어떤 책인가?
성경은 기독교의 경전인 동시에 신학의 근거와 원천이다. 신학은 성경으로부터 출발해야 하며, 신학의 진리성은 성경에 의해 결정된다. 성경은 진리의 영원한 표준이며 척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인들은 성경 보다 이성이나 경험을 더 신뢰하며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기 보다 오히려 인간의 종교적인 경험이나 직관에 대한 기록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성경이 하나님의 책으로부터 인간의 책으로 전락된 것이다. 이러한 성서관의 혼란은 신앙과 신학의 혼란을 초래한다. 현대 자유주의 신학과 급진신학은 잘못된 성서관에 기인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어떤 성서관을 가지는가에 따라 신앙과 신학 노선이 결정된다.
성경은 인간의 저술인 동시에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신구약 성경 66권은 B.C. 14 세기경부터 A.D. 1세기경까지 약 1500년 이상에 걸쳐 수 십 명의 사람에 의해 쓰여진 책들의 수집물이다. 이것이 성경이 지닌 인간적 요소이다. 한편 성경은 저자들이 성령의 감동에 의해 기록한 하나님의 말씀이며, 하나님은 성경을 통해 인간에게 말씀하신다. 이것이 성경이 지닌 신적 요소이다.
신학은 항상 이 두 요소 중 어느 하나만을 중시하는 극단에 빠질 위험이 있다. 보수주의 신학은 신적 요소를 중시하고 인간적 요소를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 하나님이 성경의 내용을 직접 성경 저자들에게 구술하여 받아쓰게 했다. 저자들은 하나님에 의해 전적으로 통제된 도구에 불과했다. 그들의 인간성과 행동은 성경의 구성에서 아무 역할도 하지 못했다. 반면, 자유주의 신학은 인간적 요소를 중시하고 신적 요소를 경시한다. 성경을 인간의 종교적인 질문과 경험의 기록 또는 본질적으로 인간의 질문과 대답으로 간주한다. 성경을 탁월한 종교적 직관을 지닌 사람들의 저작물로 생각한다.
보수적 근본주의 신학은 성경을 전적으로 오류가 없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는 것이 장점이다. 반면 너무 일방적으로 성경을 하나님의 성령에 의해 직접적으로 만들어진 책으로 간주하여 성경 형성의 인간적인 요소를 무시한다. 따라서 과연 전체 성경을 신적인 구술의 결과로 이해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문제점이다. 한편 자유주의 신학은 성경의 문학 작품으로서의 성격에 관심을 가지게 하는데 의의가 있다고 하겠으나 성경을 종교적인 천재에 의해 이루어진 것으로 보며 영감과 권위의 요소를 무시하는 것이 약점이다. 그것은 성경의 신적 요소를 배제하므로 성경을 일반 다른 저서들과 질적으로 다를 바 없는 책으로 만든다. 이러한 극단적 견해와 달리, 중도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이 복음주의 신학이다. 성경의 양면성을 인정하고 전술한 두 극단적인 이론의 장점은 수용하는 반면 약점은 피하려는 것이 복음주의다. 이것은 성경이 성령의 감동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인정하는 동시에 성경의 인간적 요소를 정당하게 평가하려는 것이다. 하나님은 인간적인 것, 역사적인 것을 배제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들을 통하여 활동한다. 따라서 성경 저자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직접 기록하거나, 구전 혹은 문서화된 자료를 수집하여 성경을 형성하는 인간적 활동의 전체에 성령께서 함께 활동했다고 믿는 것이다.
3. 왜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인가?
성경을 저술한 저자들이 분명히 있는데도 불구하고, 왜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 또는 여호와의 책(사34:16)이라고 부르는 것인가? 성경이 일반 책들과 특별히 다른 점은 무엇인가? 성경은 일반 책들과 같이 저자들의 창작물이 아니다. 성경은 성령의 감동에 의해, 즉 영감(inspiration)에 의해 저자들이 기록한 것이다. 성경이 이를 증거하고 있다. "모든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것으로 교훈과 책망과 바르게함과 의로 교육하기에 유익하니..."(딤후3:16). "경의 모든 예언은 사사로이 풀 것이 아니니 예언은 언제든지 사람의 뜻으로 낸 것이 아니요 오직 성령의 감동하심을 입은 사람들이 하나님께 받아 말한 것임이니라"(벧후1:20-21). 뿐만 아니라 성경의 저자들은 "여호와께서 이 같이 말씀하시기를" 혹은 "여호와의 말씀이 내게 임하여 가라사대" 등의 표현으로 성경의 신적 기원을 증거하고 있다. 성경이 일반 다른 저서와 전적으로 다른 것이 바로 이점이다. 성경만이 영감에 의해 쓰여진 것이다. 이로 인해 성경은 사람의 저술이면서도 동시에 하나님의 작품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영감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영감은 성경 저자들에 대한 성령의 초자연적인 영향을 의미한다. 영감은 하나님에 의해 선택된 사람들이 성령의 감동을 받아서 하나님의 계시를 정확하게 기록하여 그것을 오류 없게 전달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일부 자유주의 신학자들이 주장하는 것과 같이, 영감은 단순히 인간의 통찰력을 높이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근본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것과 같이, 영감은 하나님이 저자들에게 성경의 내용을 구술하고, 그들은 단지 받아쓰기만 한 것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성경 저자들이 하나님에 의해 전적으로 통제된 수동적인 도구는 아니었다. 오히려 개인적 감정, 표현, 정보 등을 능동적으로 사용하였으며 그들 자신이 하나님에게 질문하고 대답하는 등 일상적인 정신과정 속에서 그 책을 저술했다. 그러므로 복음주의 신학은 성경 저자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직접 기록하거나, 혹은 구전된 자료에 기초하여 성경을 저술하는 인간적인 활동 전체에 성령께서 함께 활동했다고 믿는다. 성경의 저자는 성경의 구성에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고 말씀만을 기계적으로 받아쓴 수동적인 도구가 아니라 성령의 지배 아래 하나님의 진리를 전달하기 위해 자신의 재능, 학문, 지식 등을 사용한 능동적인 행동자인 것이다.
한편, 계시가 하나님으로부터 인간에게 신적인 진리를 전달하는 것이라면, 영감은 그 진리를 처음 받은 사람으로부터 다른 사람들에게 그것을 전하는 것에 관계된다. 하나님은 동일한 계시를 각 사람에게 일일이 되풀이하지 않기 때문에, 그것을 보존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영감이다. 계시의 목적이 진리의 전달에 있다면, 영감의 목적은 오류 없이 계시를 보존하는데 있다.
영감은 성경의 전체와 각 부분 모두에게 적용된다. 성경은 성령의 완전한 영감에 의해 완성된 것이다. 따라서 영감은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것과 전혀 오류가 없다는 것에 대한 명확한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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