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환상과 오늘날의 환상
박두환교수
“하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지막 날에, 나는 내 영을 모든 사람에게 부어주겠다. 아들과 딸들은 예언을 하고, 젊은이들은 환상을 보고, 나이 든 사람들은 꿈을 꿀 것이다. 그 날에 나는 내 영을 내 남종과 여종에게 부어주겠으니…”
<사도행전 2:17-21>
사도행전 저자는 성령의 임재와 관련하여 구약성서 요엘 2장 22~28절을 칠십인 역에서 인용하고 있다. 그는 이 인용문을 유대 사람들과 예루살렘 사람들을(2:14) 향한 베드로의 오순절 설교(2:14~42) 내용으로 소개한다.
본문의 분석
유대인들을 향한 그의 설교는 네 부분으로 구분된다. 첫 번째 부분은 오순절 이적에 대한 해석(14~21), 두 번째 부분은 예수 부활에 관한 선포(22~28), 세 번째 부분은 부활하시고 고양되신 메시야와 주 예수에게 소급되는 오순절 이적(29~36)이며 끝으로 회개에 대한 촉구(38~40)가 네 번째 부분에 속한다.
특별히 중요한 것은 베드로의 설교에서 강조되고 있는 성구 인용이다. 대표적인 성구 인용으로 2장 14~21절에서 인용되고 있는 요엘 3장 1~5절, 2장 22~28절에서 인용되고 있는 시편 16편 8~11절, 그리고 34~35절에서 인용되고 있는 시편 110편 1절을 들 수 있다.
앞서 발생한 성령 강림 사건(2:1~13)은 이미 예언되어 있는 사건으로서 지금 성취되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참조. 16절). 인용된 내용을 살펴보면 마지막 날(17절)에 있게 될 세 가지 사건이 약속된다.
첫째는 예언 행위로서 이것은 아들과 딸에게 주어진다(참조.17절). 두 번째 사건은 환상을 보는 것으로서 젊은이들에게 주어진다(참조.17절). 그리고 세 번째 사건으로 꿈에 관한 내용이 나이든 사람들에게 약속된다(참조.17절). 더 나아가 성령은 하나님의 남종과 여종에게 임하여 저들이 예언을 할 것이다(참조.18절). 하나님은 또한 종말에 하늘에서는 기이한 일을 그리고 땅에서는 종말적인 표적, 즉 피와 불과 자욱한 연기를 나타내실 것이다(참조. 19절). 주의 크고 영화로운 날이 오기 전에 해와 달이 변하여 각각 어둠이 되고 피가 될 것이다(참조. 20절). 그러나 구원은 주의 이름을 부르는 자에게 주어진다(참조. 21절).
본문의 해설
환상(호라제이스)과 하나님의 구속사
하나님은 자신의 역사를 멈추시지 않으시고 진행하신다. 역사 속에서 자신의 뜻을 계시하시며 그 역사를 이끌어 가신다. 역사에 무관한 존재로서 초월적인 영역에만 거주하지 않으시고 역사에 직접 개입하신다. 구약시대에는 율법과 예언, 그리고 지혜와 묵시와 같은 구약적 계시를 통해, 그리고 신약시대에는 복음과 같은 신약적인 계시를 통해 일차적으로는 이스라엘과 그리스도교 공동체를 이끄신다.
여기서 우리는 그 분이 초월적인 존재이시지만 그의 택한 백성들의 삶과 역사에 큰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계신 분임을 알 수 있다.
더 나아가 그 분은 인류의 역사에 관심을 갖고 개입하신다. 이런 하나님의 역사의 지속성을 사도행전 저자는 구속사적인 관심을 통해 지속시키고 있다. 사도행전 저자는 오순절 사건을 구약성서, 바로 요엘서의 예언을 통해 해석하고 있다.
초기 그리스도교의 역사는 고통스러운 십자가와 벅찬 부활 경험, 그리고 십자가에 달리시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증거한다는 이유로 가해졌던 많은 박해와 순교,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되는 그리스도교의 선교로 요약될 수 있다. 초기 그리스도교의 이런 역사적 정황 속에서 발생하는 성령체험과 ‘예언’과 ‘꿈’과 ‘환상’을 통한 그분의 사역은 사도행전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하나님의 구속사와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따라서 환상은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에서도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계시인식의 한 방법인 것이다.
환상, 그리스도를 통한 하나님의 종말 계시 경험의 한 형태 : 선지자 요엘에 의하면 세 가지 형식, 즉 예언과 꿈과 환상을 통해 사람들은 종말계시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사도행전의 저자는 그리스도교의 초기 역사에 속하는 성령 강림 사건을 매우 중요한 사건으로 간주한다. 그래서 그는 요엘서 본문을 통해 누가문헌을 관통하고 있는 구속사에서 매우 중요한 사건임을 밝히고 있다. 따라서 요엘서에서 함축되어 있는 미래적 의미는 이제 그리스도교의 오순절 성령 강림 사건을 통해 성취되고 있다고 말한다.
여기서 드러나는 종말의 현재화가 중요하다. 이를 통해 우리의 아들들(호이 휘오스)과 딸들(하이 튜가테레스)은 예언하게 되고(프로페토이주진), 젊은이들(호이 네아니스코이)은 환상을 보게 될 것이다(옵손타이). 더 나아가 나이든 사람들(호이 프레스부테로이)은 꿈을 꿀 것이다(에누프니오이스 에누프니아스테존타이). 더 나아가 내 남종(투 둘루스 무)과 내 여종(타 둘라스 무)에게 내 영을 부어줄 것이다. 이런 환상 경험은 그리스도교의 종교적 체험으로서 하나님을 경험하고 그의 뜻을 발견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환상과 종말적인 박해와 고난
하나님은 자신의 역사를 상황에 따라 중단하거나 포기하지 않으신다. 특별히 그분은 이스라엘의 하나님으로서 이스라엘의 역사에 깊이 관여하셨으며 신약시대에는 그리스도와 그의 공동체를 통해 일하신다.
특별히 환상은 이스라엘의 박해시기와 깊은 연관이 있다. 이스라엘의 멸망과 식민시대로 인한 박해와 절망 앞에서 하나님을 바라보고 그분의 뜻을 구하게 하는 계시체험의 한 방식이 바로 환상이었다. 요엘은 바로 이런 어려운 난세 속에서 성령의 임재와 계시인식의 방식으로 환상을 제시하고 있다.
사도행전 저자는 원시 그리스도교의 종말적 박해와 고난을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추종(제자됨과 선교)에서 절정을 이루고 있다고 보았으며 이런 종말적 박해와 고난에 직면한 그 당시 그리스도인들에게 성령강림과 환상에 관한 내용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과정이 바로 하나님의 구속사의 한 과정이며 이런 성령강림과 환상체험을 통해 현실적인 고난을 극복하고 미래로 나아가게 하려한다
교회와 오순절, 그리스도인들의 환상
종말 공동체인 그리스도교는 성령강림을 경험하고 예언과 꿈과 환상을 통해 험난한 삶을 극복하고 하나님의 뜻과 섭리를 파악해야만 한다. 그리스도인들은 자신의 시대를 종말적인 관점에서 파악하고 인식한다. 문명이 발전하고 과학이 발전한다 하더라도 그들은 재림하시는 주님을 믿고 희망하면서 고달픈 현실을 묵묵히 참고 인내하면서 살아가는 종말적인 사람들이요 공동체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종말적인 실존과 환경 속에서 그리스도인들의 환상은 뜨거운 사막과 같은 힘든 현실을 극복하게 할 뿐만 아니라 매 순간마다 하나님의 뜻을 발견하여 현실에서 실현시킬 수 있게 한다.
결론
오늘날 한국 교회는 초기 그리스도교와는 달리 다른 차원의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현실적인 풍요와 배부름으로 인해 지상에 안주하려고 하고 있다. 잘못된 성장 이데올로기로 인해 교회가 지녀야 할 사랑과 헌신과 같은 순수한 가치와 이상은 더 이상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잘못된 성장으로 인해 하나님과 그리스도의 뜻이 왜곡되고 있으며 교회와 성도들은 커다란 실망과 좌절을 경험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다. 그리고 잘못된 구속사적인 인식으로 인해 약 200여년 밖에 되지 않은 한국 그리스도교는 역사적인 오만함과 열등감 속에서 서로에게 상처를 줄뿐만 아니라 서로를 불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맞게 된 풍요는 그리스도교의 기인한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리스도인들은 현실적인 안락과 과학의 발전이 이루어 낸 편리함을 마치 잃어버린 낙원의 회복이나 새로운 낙원으로 착각해버리고 지상에 머물도록 유혹을 받고 있다.
예수운동과 초기 그리스도교의 형성과 선교를 앞두고 초기 그리스도인들이 직면해야 했던 환란과 박해처럼 사탄은 21 세기의 한국교회를 잘못된 풍요와 안락에 사람들과 성도들을 도취시키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교회는 종말적인 순례의 길을 아직 멈추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교회는 현재적인 종말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천년만년 살지 않고 주님의 재림의 약속을 믿고 대망하는 공동체가 바로 교회이기 때문이다.
신앙인들은 앞으로 더 나아가야 한다. 우리들은 그리스도의 재림을 희망하며 묵묵히 모든 시대뿐만 아니라 풍요와 안락의 유혹을 관통하여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이 시대의 환상을 보아야 할 것이다. /출처ⓒ† : http://cafe.daum.net/cgsb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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