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베들레헴 거리에 골동품 파는 사람이 많다는데,보물이 나오면 거기 내다 팔자. 어쩌면 우린 부자가 될지도 몰라.”
뜻이 맞자 두 소년은 한달음에 사해 골짜기로 달려갔다. 굴은 입구는 좁았지만 들어갈수록 넓었다. 안은 길이 8.5m에 너비 3m, 천장이 3m나 되는 꽤 큰 굴이었다. 한쪽에 항아리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그 가운데 깨어진 하나는 아까 무하마드가 던진 돌멩이에 맞아서 그렇게 된 것 같았다. 항아리들은 높이가 60㎝쯤 되어 보였다.
무하마드가 조심조심 항아리 뚜껑을 열었다. 곰팡내가 확 끼치면서 시커먼 덩어리들이 드러났다. 꺼내어 펼쳐놓고 보니 얇은 양가죽을 꿰매서 이은 문서 두루말이였다. 너비 44㎝에 길이가 1∼8m나 되는 그 두루말이에는 곰팡이에 뒤덮여 알아보기가 어려웠지만 깨알만한 글자들이 적혀 있었다. 나머지 항아리에 들어 있는 것도 하나같이 문서 두루말이였다.
번쩍번쩍 빛나는 보물이 아니어서 두 소년은 실망했다. 그렇지만 골동품상에 가져가면 몇 푼은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들은 그것들을 꺼내들고 동굴을 나왔다. 무하마드가 다섯, 아메드가 셋.
두 소년은 베두인 족장을 따라 베들레헴으로 갔다. 아메드는 두루마리 3개를 한 골동품상에게 헐값으로 넘기고 돌아갔다(아메드가 판 두루마리 3개는 그 해 11월24일 히브리 대학 고고학 교수인 수케닉에게 팔렸다. 그 무렵 예루살렘은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아랍인 구역인 구 예루살렘과 유태인 구역인 신 예루살렘으로 나뉘어 있었다. 수케닉은 철조망 너머로 아랍인 골동상인이 보여주는 두루마리를 보자 눈이 번쩍 뜨여 목숨을 걸고 철조망을 넘어가서 그 두루마리들을 샀다).
무하마드와 족장은 돈을 더 받고 싶은 욕심에 다른 골동품상점으로 갔다.
“이거 아주 귀한 물건인데, 좀 넉넉히 쳐줄 수 없겠소?”
족장의 말에 상인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글쎄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이어서 뭐라고 말할 수 없군요. 한 사흘 기다려 주신다면 알아보고 나서 값을 매기겠소만.”
무하마드와 족장은 두루마리 5개를 그곳에 맡기고 돌아섰다. 골동품상점 주인은 뭔가 짚이는 것이 있어 그 길로 예루살렘의 성 마르코 수도원으로 사무엘 대주교를 찾아갔다. 한동안 두루마리를 살펴본 대주교는 할 말을 잊은 듯했다. 그의 눈에 놀라움과 경외감이 가득 차 있었다. 한참 지나 그의 입에서 새어나온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다.
“5파운드에 사겠소. 이 글자는 틀림없이 헤브라이 글자일 거요.”
헤브라이(또는 히브리, 헤브류)는 이스라엘 민족의 옛 왕국 이름이다. 사무엘은 두루마리에 쓰여진 헤브라이 문자가 구약성서 원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신약과 함께 그리스도교의 2대 경전인 구약은 특히 유태인이 가장 성스럽게 여기는 경전이다. 구약은 야훼(여호와) 하나님이 당신께서 선택한 민족 이스라엘과 맺은 약속으로서 이스라엘 민족의 역사와 야훼의 계시가 담겨 있다. 그런데 그토록 성스러운 구약의 원본이 그때까지도 발견되지 않아서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었다. 사무엘의 가슴은 너무나 두근거려서 폭발할 것 같았다. 그는 서둘러 예루살렘에 있는 아메리카 동방연구소로 트레버 박사를 찾아갔다.
확대경을 대고 두루마리에 적힌 글자를 한 자 한 자 읽어 내려가던 트레버가 눈을 지그시 감았다.
“오, 야훼여! 이것이 꿈이 아니기를! 어떤 은총으로 내가 이 귀중한 것을 보게 되었을까. 대주교님, 이것은 틀림없는 구약 원본입니다. 더 조사해 보아야 하겠지만 제 생각으로는 구약 원본이 틀림없습니다!”
트레버는 한참을 더 살핀 뒤 두루마리 가운데에서 구약 성서의 이사야서를 찾아냈다. 두 사람은 너무나 기뻐서 얼싸안고 울었다. 그러다가 웃고,또 부둥켜안고 울면서 정신이 나간 사람들처럼 어찌할 바를 몰랐다. 한참 지나서야 트레버가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
“글씨체로 보아 이것은 그리스도가 태어나기 전에 쓰여진 것입니다. 어서 사진을 찍어 과학자들에게 보여서 원본임을 증명해야 합니다.”
두루마리를 잘 다듬어 사진을 찍는 데에는 무려 아홉 달이 걸렸다. 사진이 여러 나라 고고학자들에게 보내진 때는 1948년 2월이었다. 그로부터 한 달쯤 지난 3월15일,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고고학 교수인 알브라이트 박사로부터 사무엘 대주교에게 편지가 왔다.
‘이처럼 거룩한 경전을 구해서 보내주신 대주교님께 축복과 감사를 드립니다. 이 문서는 구약 원본이거나 원본을 필사한 것입니다. 기원전 100년에서 기원후 70년 사이에 만들어진 것이므로, 약 2,000년 전 것입니다. 믿어지지 않을 만큼 참으로 큰 발견입니다. 부디 나머지 두루마리도 찾아서 구약 39권을 모두 갖추기를 빕니다.’
그때까지 구약은 서기 10세기 때 것이 제일 오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었으니 설사 원본이 아니라고 해도 알브라이트의 말처럼 기원전 1세기에서 기원후 1세기 것이라면 1,000년이나 앞서 만들어진 성서를 발견한 셈이다.
히브리대학 고고학부장 수케닉 박사도 아메드로부터 사들인 두루마리 3개를 연구하고 있었다. 그 또한 두루마리가 구약 원본임을 알고 있었다. 나머지 두루마리들만 손에 넣을 수 있다면,구약 원본임을 증명하기는 시간 문제였다. 그 무렵 나머지 두루마리 5개를 사무엘 대주교가 가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사무엘과 수케닉이 만난 날, 베들레헴 골동품상가에서 갈라졌던 두루마리 8개가 모두 합쳐진 그 날은 인류가 잃었던 보물을 되찾은 날이 되었다. 그들은 두 달 동안 두루마리를 샅샅이 조사하고 나서 기자들을 불러모았다.
“여러분, 이 두루마리에는 구약의 이사야서 원본이 들어 있습니다. 그밖에도 에세네 교파가 썼던 ‘공동체 계율’ ‘빛의 아들과 어둠의 아들의 싸움’ ‘감사 찬미가 모음’ 따위가 적혀 있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크나큰 기쁨과 행운을 얻는 일이 다시는 올 수 없을 것입니다.”
/이병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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