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지워라” 쌓이는 ‘메일함’…에어컨보다 전기 더 쓴다 [지구, 뭐래?]
입력2024.08.06.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1년 간 지우지 않은 이메일에 탄소배출량이 있어요?”
지난 3일 공개된 KBS 유튜브 교양프로그램 ‘산으로 간 조별과제’에 출연한 댄서 가비가 이같이 물었다.
이날 출연자들은 ‘에어컨 일주일 내내 틀기’, ‘1년 간 이메일 지우지 않기’, ‘내연기관 차량으로 서울에서 대구 이동하기’ 중 탄소가 가장 많이 배출되는 행동을 고르는 문제를 풀어야 했다.
의외의 선택지가 정답일 거라는 출연자들의 예측대로, 가장 탄소배출량이 높은 행동은 ‘1년 간 이메일 지우지 않기’였다. 이때 배출되는 탄소는 135㎏였다. 에어컨을 일주일 내내 틀 때 탄소배출량은 117㎏, 서울에서 대구로 내연기관 차량으로 이동은 126㎏다.
이는 우리가 주고 받은 이메일이 데이터센터에 쌓이기 때문이다. 이메일 저장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데이터센터에서 전기를 사용하면서 탄소가 배출된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메일을 한 통 보낼 때 발생하는 탄소는 4g. 전세계 이메일 사용자 약 23억명이 스팸메일을 삭제하지 않고 방치하면 연간 1700만톤의 탄소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유 차량 3334대가 연간 배출하는 탄소와 맞먹는 양이다.
이메일뿐 아니라 유튜브를 시청하는 등 데이터를 사용할 때도 탄소가 배출된다. 특히 인공지능(AI) 고도화로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는 나날이 커질 전망이다.
서울환경연합이 한국전력에 정보공개 청구한 결과 2023년 말 기준 전국 150개의 데이터센터에서 1985㎿의 전력을 사용하고 있다. 2022년 말 기준 데이터센터의 전력사용량 1762㎿보다 늘어났다. 이는 서울 강남구 전체의 전력사용량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
15년 이내에 전력수요는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터센터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에 따르면 2038년 전력수요는 16.7GW다.
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는 “특히 AI 영향으로 반도체 및 데이터센터의 전력수요가 2030년에는 2023년 수요의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고 설명했다.
서울환경연합은 전력수요 증가에 대한 계획이 충분치 않다고 봤다. 이들은 “한국의 전력 생산은 여전히 석탄과 천연가스에 많이 의존하고 있어 AI 사용 증가에 따른 에너지 소비 증가는 기후변화에 대한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후위기의 영향을 줄이면서 급증할 전력수요를 충족할 방식으로 서울환경연합은 ▷재생에너지 전환 ▷효율적인 데이터센터 운영 ▷AI의 기후변화 완화 기술 개발을 제시했다. 전력 생산 자체에서 발생할 탄소를 크게 줄이는 동시에 전력 소비 효율성도 높이자는 이야기다.
아울러 이들은 국내 AI 기업들에게도 재생에너지를 늘릴 것을 촉구했다. 서울환경연합이 각 기업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등을 통해 분석한 재생에너지 사용률(2023년 말 기준)은 카카오 3.3%, 네이버 3.1%, SKT 8.6%, KT 1.1%, LG유플러스 6.96%다.
주소현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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