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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개'를 걷어차면 학대일까?... 그런데 생각보다 섬뜩한 해석

하나님아들 2023. 1. 12. 20:50

'로봇개'를 걷어차면 학대일까?... 그런데 생각보다 섬뜩한 해석

입력2023.01.11. 
마크 트루에노(Mark Trueno) 페이스북 영상 갈무리
[디지털데일리 신제인 기자] 최근 호주에서 한 여성이 로봇 개를 걷어차는 모습이 공개돼 온라인을 중심으로 논란이다. 
 
로봇에게 행하는 폭력이 윤리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지 여부도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것. 
 
물론 로봇개가 아니라 진짜 살아있는 개를 저렇게 걷어찼다면 비난 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저 로봇개는 엄밀하게 말하면 개의 형상을 하고 있는 기계일 뿐이다. 그런데도 논란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8일(현지시간) 마크 트루에노라는 한 남성은 호주 브리즈번에서 자신의 로봇 개 ‘스탬피’에게 GPS 및 3D매핑을 훈련시키는 도중, 앞에서 오고 있던 술 취한 여성이 이를 걷어차는 영상을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영상에는 여성의 친구로 보이는 사람이 개를 쓰다듬으려다가 여성의 행동에 놀라서 마크에게 대신 사과를 하는 모습도 담겼다. 
 
결국 스탬피는 전방 입체 카메라, 초음파 거리 측정 센서 등에 충격으로 총 500호주달러(약 43만원)의 피해를 입었다. 
 
그는 “사람들이 로봇을 신기하게 느끼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재미로 한번 차 보는 등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이유는 이해하지 못하겠다”라면서 “다른 사람의 소유물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행위”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가 공개한 비디오는 하룻밤새 2만4000 조회수를 내며 화제가 됐고, 일부 네티즌들은 ‘스탬피를 위한 정의(justice for stampy)’ 해시태그 운동을 이어가며 영상 속 여성에게 사과를 촉구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여성을 두둔하는 목소리도 전해졌다. 
 
“인간보다 지능적으로 인식되고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점에서 로봇 자체에 적대감을 갖는 것이 이해된다”는 이유다. 
 
또 다른 네티즌은 “사족보행 로봇 스탬피가 러시아 군대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그녀의 행동은 건강한 민주주의의 신호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로버트 스패로우 호주 모나시대 인간생명윤리센터 교수(철학과)는 "복잡한 윤리적 문제"라고 분석하며, 로봇에 대한 폭력이 단순히 ‘비생명체를 함부로 대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로봇을 괴롭히는 행위가 로봇 자체를 고통스럽게 하진 않지만 이를 지켜보고 있는 주위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같은 인간을 무시하는 행위’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공개된 영상처럼 로봇을 훼손했을 경우, 소유주에게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히게 된다는 점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스패로우 교수는 또한 “로봇의 남용은 인간과 동물의 학대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물론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을 하는 사람이 실제 삶 속에서 무조건 폭력적이지는 않은 것처럼 대부분은 환상과 현실을 잘 구분한다”며 반례를 인정하면서도 “누군가는 현실에서 폭력을 포기하면서 욕구의 표현으로 게임을 즐기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의미심장한 결론을 덧붙였다.  
 

신제인(jane@d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