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낸 차값으로, 억울"…'2년마다 30%' 평생할인 기아 노조에 비판 봇물
입력2022.09.05.
기아 노조원들이 장기 근속자에 대한 신차 구입 할인을 75세까지 제공하겠다는 회사의 제안을 거절한데 대한 비판 여론이 크다. 통상적으로 퇴사자에 대한 혜택이 현대차그룹처럼 큰 곳이 없는데다가, 이런 비용들이 모두 차 가격에 반영된다는 이유에서다. 강성노조 이미지가 나아지나 싶었던 기아 노조 이미지도 추락했다는 평가다.
5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 기아자동차지부(기아 노조)가 2022년 기아 임단협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지난 2일 진행한 결과 최종 부결됐다. 임금안 1만5130명(58.7%) 찬성에도 불구하고 단협안은 찬성 1만795명(41.9%), 반대 1만4839명(57.6%)으로 최종 부결됐다.
단협안의 쟁점은 퇴직자 차량 구매 할인 제도 조정안이었다. 기아는 25년 이상 근무한 사원에 명예 사원증을 지급하는데, 이 직원은 평생동안 2년에 한 번 자사 차량 구매시 30% 할인을 받는다. 사측은 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연령을 만 75세까지로 제한하고 주기도 3년으로 조정하자고 했다. 그러나 노조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퇴직자에 대한 신차 할인을 평생동안 제공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기간도 기간이지만 30%라는 할인은 차를 손해보고 팔아야 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의 이익률은 테슬라를 제외하면 10% 안팎"이라며 "30% 할인한 가격으로 신차를 파는 것은 회사 입장에서 손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평균수명도 늘었고, 퇴사자가 신규입사자보다 많아지는 상황에서 퇴직 노동자에게 평생동안 신차구입 할인을 제공하는 것은 회사 입장에서도 무리"라며 "기존에 누리던 혜택이라고 노조가 무조건 반대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소비자들 역시 기아 노조의 반대에 불만을 표하고 있다. 퇴직 노동자들에게 혜택을 제공하기 위한 비용이 차값에 반영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전날 관련 기사에는 노조의 요구가 과도하는 비판글이 쏟아졌다. 네이버 카페 니로, EV6, 공식동호회 등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들에도 관련 기사 등이 링크 됐고, 비판 댓글이 다수 달렸다.
현대차를 타고 있는 40대 남성 A씨는 "평생동안 2년에 한번이면 퇴사자 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 친지까지 퇴사자 명의로 신차를 할인받아 구매해 타고다닐 수 있다"며 "이런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것은 일반 소비자 아니냐"라고 했다.
실제로 직원가로 저렴하게 신차를 샀다가 2~3년 뒤 중고차로 팔면, 감가상각을 고려해도 이득이 훨씬 크다. 70대 남성 B씨는 "전기차 시대로 바뀌면 차 고장도 잘 안난다는데 이러면 중고차 가격도 비쌀 것 아니냐"라며 "그동안 차 가격에 노조원들에 제공되는 혜택까지 포함됐을 것을 생각하니 억울하다"고 성토했다.
기아 노조원들의 반대로 모 회사인 현대차에도 불똥이 튀는 모양새다. 현대차 역시 장기근속자에 대해서는 평생동안 2년에 한 번 자사 차량 구매시 25% 할인을 받는다. 기아에 비해 할인율이 5%포인트 낮긴 하지만 역시 노조에 제공되는 혜택이 지나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기아 노조는 이날 오후 2차 쟁의대책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노조는 단협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한다는 방침이다. 노사는 조만간 임단협 교섭을 재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성 기자 (lts320@mt.co.kr)
'시사 이슈 국내 국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버티는 `文의 알박기`… 금융권·협회 곳곳 포진 (0) | 2022.09.06 |
---|---|
서울 아니었네…전세계서 카페 가장 많은 도시는 바로 이곳 (0) | 2022.09.05 |
세상에 아직도 플로피 디스크를 쓴다고?…日, 구식기술과 결별 선언 (0) | 2022.09.05 |
"韓전기차 키우자"…폐배터리 규제부터 손질 (0) | 2022.09.05 |
한동훈, '李 소환' 반발에 "범죄수사 받는 사람이 자기방어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 (0) | 2022.09.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