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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53명의 名士가 말하는 좋은 글쓰기·바른 말하기 비결

하나님아들 2012. 9. 4. 14:39
53명의 名士가 말하는 좋은 글쓰기·바른 말하기 비결


1. 한국 사회에서 말과 글이 품위 없고 부정확하게 된 원인은?

말과 글은 곧 사회를 반영한다. 사회가 혼탁해질수록 말과 글은 거칠고 혼탁해지고 만다. 사회의 구성원이 쓰는 말과 글은 종종 그 사회의 문화적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부정확하고 거친 말들이 난무하는 사회의 미래는 어둡기만 하다.

月刊朝鮮은 「글과 말을 잘 쓰고 잘하는 사람들이 추천하는 좋은 글쓰기, 바른 말하기」라는 주제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설문에 참여해 준 분들은 우리 사회에서 글과 말을 잘 쓰고 잘하는 사람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 각계각층의 전문가 53인이다.

이번 설문을 통해 바르게 말하고 글을 쓴다는 것은 무엇이며, 우리 사회의 말과 글이 거칠고 혼탁해진 원인을 살펴보고, 바른 말과 글쓰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아울러 어떻게 하면 바른 말과 글쓰기를 할 수 있는지 알아보았다. 설문에 응해준 분들로부터 우리 사회에서 글과 말을 잘 쓰고 잘하는 분들을 추천 받기도 하였다.

설문 항목별 응답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한국 사회에서 말과 글이 품위 없고 부정확하게 된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말과 글은 사회와 시대상을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회가 복잡해지고 다양해진 만큼 전문가들은 말과 글이 품위 없고 부정확하게 된 원인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우리말과 글이 거칠게 된 데는 일제식민 치하와 6·25 전쟁 등을 거치면서 살벌하고 각박한 세상을 살면서 심성이 피폐해진 데서 그 원인을 찾는 의견과 방송매체가 제구실을 못하는 데 원인이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밖에 컴퓨터 통신이나 인터넷을 통해 비속어·은어 남발, 정치인 등 지도층 인사들의 저속하고 폭력적인 언어 사용, 문화 정책과 교육 부재, 말하고 글쓰는 사람의 思考(사고) 훈련 부족, 국어에 대한 관심 부족 등 폭넓은 의견들이 제시되었다.

소설가이자 부총리 출신인 이수그룹 명예회장 金埈成(김준성)씨는 『8세기 경 한자가 유입되면서 우리 고유의 말을 찾아내고 만들어 내는 데 등한시한 것이 우리말과 글의 발달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중 방송과 언론 매체의 책임을 지적하는 의견은 다음과 같다. 「품위 없고 부정확한 말에 대한 원인은 1차로는 방송에 있다. 사투리와 무식하고 거친 말이 예사롭게 방송되고 그것을 어린이들이 배우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그런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본다」(姜南周) 「젊은이들을 주축으로 한 소위 N세대 문화가 사회 저변에 확대되면서 출처 불명의 은어나 略語들이 마구잡이식으로 남발되는데, 이들을 계도해야 할 언론이나 방송 매체 등이 제 구실을 못하고 있는 것도 품격을 떨어뜨리는 원인이다」(黃樹寬)

「청소년들에게 학교에서 가르치는 선생님보다 매스컴이 더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면서 우리 사회의 언어 질서는 깨졌다. 구체적으로 인쇄 매체의 경우 스포츠신문, 주간지의 선정적이며 폭력적인 묘사와 잘못된 언어 표현이 가장 큰 원인이다. 영상 매체에서는 텔레비전의 코미디 프로그램, 드라마의 극중 대사가 거칠고 무질서한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李相培) 「텔레비전과 라디오에서 속된 언어를 남발하는 자질없는 연예인이 문제이다」(李根三)

「방송의 책임이 크다. 첫째는 엄격성이 없는 말과 글들이 많이 나온다. 엄밀하고 투명한 방송 언어의 선택이 필수적이다. 둘째는 TV에서 개그적 발상이 확대된 사회 풍조 탓이다. 개그적 발상이 글쓰기에 퍼져 재담도 아닌 모호한 글들이 많아졌다. 뛰어나지 못한, 재미를 표현한 글은 차라리 가벼워져 글을 망치기 쉽다. 정상적인 규범 아래 글이 쓰여지고 말로 소용되어야 할 것이다」(柳宗鎬)

이밖에도 많은 이들이, 말과 글이 거칠고 혼탁해진 원인은 오염된 방송 언어가 일상화된 데 있다고 지적했다(具常, 孔柄淏, 金承鉉, 辛奉承, 李季振 , 金炳宗, 李珉和, 安秉煜, 金亨錫, 金光雄, 柳根粲, 任東權).

미화·변명 위한 억지와 깡패논리

한편으로는 일제식민 치하, 6·25 전쟁, 고도 성장기 등을 거쳐온 근대사에서 원인을 찾는 사람들도 있었다. 언어는 시대와 사회를 민감하게 반영하는 데, 그런 역경을 헤쳐 나오면서 살벌하고 각박한 사회 환경이 언어를 거칠게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일제의 식민통치, 6·25 사변을 겪는 등 쫓기고 위협당하고 억눌리고 시달리면서 살아온 결과, 곧 살벌하고 각박한 세상을 사는 동안 심성이 피폐해졌기 때문이다」(張良守)

「빨리빨리란 일상어가 조급성과 강박성을 상징하듯, 오랜 권위주의를 거치는 동안 국민 상당수가 능률주의의 신봉자화되어 과정보다는 결과 위주에 익숙해져 버린 탓이다」(李文求)

「전쟁과 압축 성장을 해오는 과정에서 말과 글을 절제하여 바로 하기보다 구호와 虛張聲勢(허장성세)가 많았고, 말과 글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추궁이 없었다」(崔禹錫)

「문화적, 사회적으로 정상적인 질서의 不在가 원인이다. 글의 왜곡 현상은 이성적인 민주주의가 이루어지면 나아질 것이다」(金彦鎬)

「우리의 의식과 사고를 규정하는 한국 근대사의 불건강성 때문이다. 개인과 역사를 미화하고 변명하기 위해서는 非논리적이 될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로 억지논리와 깡패언어가 등장하는 것은 필연이었다」(박종만) 「우리는 근대화 과정에서 선비문화를 계승하지 못하고 마당쇠 문화를 수용했다. 일제하와 미국 문화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품위 있고 절도 있는 말 보다 편한 대로 속된말을 쓰고 익혀 생활하였다. 따라서 말과 글이 저속하게 되었다」(任東權)


2. 말을 잘한다는 것,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말을 잘하고 글을 잘 쓴다는 것은 개인의 취향과 가치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다양한 응답이 있었다. 그러나 모두 뚜렷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첫째는 결코 「능숙한 언변이나 기교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는 것과 둘째는 무엇보다도 「진실성」과 「솔직함」을 담보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말을 잘하고 글을 잘 쓴다는 것은 곧 자신의 생각을 잘 전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말을 잘하고,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자기의 생각을 정확하게 표현해 내는 것이라는 것이다.(安秉煜, 柳根粲, 崔禹錫, 李季振, 孔柄淏, 李相禹).

「계층과 교육 수준에 관계없이 일반 사람에게 정확히 전달될 수 있어야 한다. 상대방이 그 말을 믿게 하는 말로, 미사여구보다는 내용이 깊이 있고 신뢰를 줄 수 있는 말과 글이어야 한다」(金光雄)

「말은 생각을 전달하는 수단으로, 자신의 생각을 상대방에게 잘 전달할 수 있는 적절한 표현이 잘된 말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군더더기 없이 핵심을 표현함으로써 상대방과 교감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재환)

또한 「말과 글을 사용하는 데 있어 목적이 분명한 것」(李珉和)이 말을 잘 한다는 것, 글을 잘 쓴다는 것이라며, 「불분명하면 그 말과 글은 산만해지기 십상」이라고 한다. 이밖에도 「주어진 상황을 파악하고 논리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는 것」(兪翰樹), 「의사 전달이 분명하게 되고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는 말」(張良守), 「듣는 사람에게 감동을 주면서 자신의 생각을 전파할 수 있는 힘을 가진 것」(李光勳, 黃樹寬, 李相培)이라는 의견을 주기도 했다.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하는 것

安秉煜씨는 「무엇보다도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하는 것」이 말을 잘하는 것이라고 했다.

말은 길게 오래 한다고 잘하는 것이 아니다. 짧고 쉽게 말하고 쓰는 것이다 (洪思德, 姜南周). 전여옥씨는 「말은 길게 할수록 효과가 반감된다. 짧고 간단하게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응답자들은 이 모든 것들은 결국 「진실함」과 「솔직함」을 전제로 하여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巧言令色 (교언영색)도 말을 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쓸데없는 소문을 수다스럽게 지껄이는 것도 말을 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말에는 재미를 느끼게 하는 말과 생각하게 하는 말이 있다. 재미에도 단순한 오락적인 재미가 있고, 오락 이상의 그 어떤 재미가 있다. 오락 이상의 그 어떤 재미를 느끼도록 하면서도 생각을 더하게 하는 말이 잘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바탕은 『거짓말』이 아닌 『정말(진실)』이다」(李興雨) 具常씨도 「말의 감동이란 진실이 없으면 공허하다」면서 말의 진실성을 강조한다.

말과 글은 또한 장황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다수 있었다. 柳根粲씨는 「 말이든 글이든 생각하는 바 그대로 표현해 내는 것이 가장 잘된 말과 글이다」고 정의하면서 「일관성 있는 논리의 전개로, 주제에서 벗어나 방만하게 가지를 뻗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3. 어떻게 하면 말을 잘하고 글을 잘 쓸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해서는 독서가 가장 중요하다는 응답이 대부분이었다. 일단 말과 글을 잘하고 잘 쓰기 위해서는 머리 속에 지식이 축적되어 있어야 하고 , 지식을 축적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독서라는 것. 金炳宗씨는 「독서를 많이 하면 말문은 저절로 터지는 법」이라며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많은 사람들이 독서를 하되 오랜 시간에 걸쳐 검증된 동서양의 고전을 읽을 것을 권한다(辛奉承, 崔禹錫).

「말을 잘하고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머리 속에 그만한 지식이 축적되어야 한다. 책을 많이 읽고 남의 말을 많이 들어서 지식 축적을 많이 해야 한다」(金埈成)

「무엇보다도 근본적으로 진실하고 정직한 삶을 훈련하는 것이 좋다. 삶의 중심과 근본이 잘못되었다면 그 삶을 반영하는 말과 글이 제대로 될 리 없다. 이런 전제하에서는 구체적으로 동서양의 인류 고전을 숙독하는 것이 가 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金相賢)

하지만 무조건 독서를 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는 깊은 사색이 뒤따라야 한다고 한다.

李相培, 洪思德, 張良守, 정진석씨는 『많이 읽고(多讀), 많이 써보고(多作), 깊이 생각(多商量)하는 외에는 王道가 없다』고 말하면서 이중 깊이 생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방송인 李淑英씨도 「읽고 쓰고 생각하기」를 많이 하라고 권하면서 특히 어린시절부터 책을 가까이 하고 일기쓰기를 지도해 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金彦鎬씨도 일기나 편지쓰기, 크고 작은 모임에 참여해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토론 등을 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낭독 습관

응답자들은 말을 잘하고 글을 잘 쓰기 위해선 일정한 훈련을 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명문을 많이 읽는다. 자신의 글에 대해 올바른 문법과 단어를 사용했는지 辭典이나 그외 자료를 참조해서 검토해 보고 문장력을 기른다」(安秉煜) 「좋은 글을 골라서 분석해 보는 훈련이 도움이 된다. 문법적으로 맞는지, 정확한 단어를 골라 썼는지 분석해 보면 그 과정에서 좋은 글이 무엇인지 저절로 터득하게 된다」(李相禹)

「기본적이면서 모범적인 구문들을 유형별로 정확하게 익혀 생활에 활용한다면 세련되면서도 정확한 언어 활용에 도움이 된다」(金光雄) 「어떤 책을 읽든 감동적이거나 인상적인 대목은 따로 적어두고, 일기·업무노트·가계부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기에게 맞는 메모 습관을 들이며, 좋은 詩 몇 편 혹은 아름다운 산문의 몇 구절 정도는 외워둔다」(金相賢) 「자기의 구미에 맞는 글만 읽는다면 편협한 틀을 벗어나기 힘들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소설, 수필, 인문 사회과학 서적들을 두루 망라하고 시사적인 문제에 관심을 갖는다면 좋은 글, 편안하고 쉬운 말을 구사할 수 있을 것이다」(黃樹寬)

개인적인 노력 외에도 국가적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상당히 많았다.

「우선 학교교육이 중요하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을 지양하고 학생들 서로 간에 토론하는 자율교육 방식이 바람직하다」(金埈成) 「학교교육에서 말과 글쓰기 훈련이 대폭 강화되어야 한다. 주입식 교육을 탈피하고 발표 수업과 토론 수업, 탐구학습을 크게 늘려야 하며, 교육자들의 말과 글쓰기 수준을 높일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李相培) 「말을 잘한다는 조건에는 바른 마음가짐과 발음, 알맞은 소리의 크기·속도 등 한국어의 구사 조건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낭독 연습을 하는 게 좋은데, 낭독 연습을 하는 데는 리듬과 톤을 살릴 수 있는 시조가 적합하다」(金上俊)

「말은 노래와 같다. 그래서 말을 잘하는 사람을 모델로 삼아 흉내내어 보자. 말도 일종의 흉내내기이다. 그러면 조금씩 달라질 것이다」(李季振) 「날마다 10분씩 소리를 내어 정확한 발음으로 책을 읽는다. 이런 과정에서 잘못된 발음과 부정확한 발음을 교정하고 띄어쓰기와 억양을, 소리의 크기를 조절할 수 있다」(정재환)

「좋은 글은 기록하고 무조건 외우는 수밖에 없다. 어른들도 흘러간 유행가는 잘 해도 좋은 詩나 臺辭, 문장을 사람들 앞에서 읊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李根三)

좋은 廳者(청자)는 좋은 話者(화자)를 만든다는 언론인 宋貞淑씨는 말을 잘하기 위해서는 남의 말을 잘 듣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어릴 때부터 완전한 문장을 쓰며 말하게 하는 훈련이 필요하며, 토론에 자주 참여하는 기회를 만들어 훈련을 하라고 충고한다.

연세대 명예교수 安秉煜씨는 「정확한 발음, 적당한 음성, 알맞은 속도감을 의식하여 말을 해볼 것」을 권한다. 공식적인 모임에서 남의 말을 경청해 보고, 토론이나 발표도 직접 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한다. 연세대 석좌교수이며 문학평론가 柳宗鎬씨는 자신의 말을 녹음기에 녹음을 해서 들어보라고 권유한다. 그러면 녹음 테이프를 듣는 동안 얼마나 많은 군더더기의 말을 사용하고 있는지 알게 된다는 것이다. 테이프를 들으면서 자신이 잘못된 점을 고쳐나가면 자신감과 용기가 몸에 배게 되고 숫기도 생길 것이라고 한다.


4. 우리나라에서 가장 글을 잘 쓰는 사람, 말 잘하는 사람을 추천하고 그 이유는?

각 개인이 글을 잘 쓰고 말을 잘한다는 데 대한 의견이 다양한 만큼, 추천 해 주는 인물도 각양각색이었다. 글을 잘 쓰는 부분에서는 「열하일기」를 쓴 박지원에서부터 崔南善(최남선), 함석헌, 홍명희, 李文烈(이문열), 언론인 金大中(김대중) 등 시대나 장르에 구분 없이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양하게 추천을 해주었다. 말을 잘하는 부분에서는 정치인이 많은 편이었다. 대중 연설을 해야 하고, 자신의 정견을 펼치는 데 있어 말을 잘하는 것이 필수적임을 감안할 때 이는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겨진다.

글을 잘 쓰는 부문에는 金東吉, 李御寧, 李文烈, 박완서, 홍명희, 함석헌, 金大中(언론인), 피천득, 황순원씨가, 말을 잘하는 부문에는 李御寧, 金東吉, 兪萬根, 金東鍵, 李應百, 李珉和씨 등이 여러 번 추천을 받았다. 특히 金東吉씨와 李御寧씨의 경우에는 말과 글 부분에서 동시에 가장 많은 추천을 받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金東吉씨의 글은 말과 똑같은 주장과 판단을 그대로 서술하고, 말은 청중이 동화될 수 있는 분위기를 이끌어 가며 부담 없이 듣게 한다는 데 추천 이유를 들었다. 해박하고 설득력 있는 그의 말과 글은 부녀자든 지식인이든 누구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힘이 있다고 한다.

李御寧씨의 글은 뛰어난 修辭와 활달하고 감성적인 문장, 고전의 현대적 해석력과 설득력 등 다양한 이유로 추천을 받았다. 「일찍부터 지식과 새로운 창의에 대한 話頭를 던지며 지성의 모습을 다양하게 보이고, 언어의 다양함을 통해 문화에 대한 새로운 해석의 틀을 제공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소설가 李文烈씨의 경우는 성실하고 진실한 글쓰기 자세와 자기의 전공 분야 외에도 깊은 조예를 가진 글이라는 평가와 함께, 정감 있는 글, 현학적인 내용도 비교적 쉽게 풀어쓰는 힘, 「三國志」에서 보듯 고전을 평이하고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는 솜씨 등으로 추천되었는데, 일부는 당대 최고의 문장가라는 극찬을 하기도 하였다.

언론인 金大中씨는 문제의 핵심을 정확하게 집어내고, 논리정연하고 간결한 문체로 주제를 이끌어 간다는 평을 받았다.

피천득씨를 추천한 사람들은 대부분 피씨의 아름다운 단어로 이루어진 문장과 편안한 마음으로 읽고 공감을 느낄 수 있는 따뜻한 글 때문에 추천한다고 했다.

이밖에 함석헌씨는 「言文일체의 대표격으로 한문도 거의 없이 아름다운 우리말을 사용」, 박완서씨는 「감성이 풍부한 표현, 독자에 대한 섬세한 배려, 깊이 있는 경험 체계 활용」 등의 이유로 추천을 받았다. 말을 잘하는 사람으로 뽑힌 한국어문회 이사장 李應百씨와 兪萬根씨는 정확한 표준 발음과 차분한 어조, 정성 있게 꾸밈이 없는 자연스런 대화로 상대방을 배려해 말을 한다는 평을 받았다.

아나운서 金東鍵씨는 듣는 사람을 배려한 편안하고 정감 어린 목소리, 정확한 발음 등으로 말 잘하는 사람으로 추천을 받았다.


5. 잘 썼다고 생각하는 글, 좋은 말이라고 생각되는 예가 있으면 소개해 주십시오.

늘 생각을 하게 하는 글이 잘 쓴 글, 좋은 말이라고 한다. 객관적인 기준은 없지만 좋은 글이나 말은 모두 생각을 하게 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춘원 李光洙(이광수)의 「우덕송」, 「봉아의 추억」, 셰익스피어의 글과 영어 성경을 추천한 安秉煜씨는 쉽고 재미난 글을 좋아한다고 밝혔다. 黃順元(황순원)의 「소나기」(柳在乾, 崔禹錫)는 많은 사람들이 추천해 주었다 . 李興雨씨는 위당 鄭寅普(정인보)의 삼일절, 제헌절, 개천절 노랫말을 추천해 주었는데, 「알기 쉽고 뜻이 깊고, 개념이 정확하며 품격이 있고 널리 보편적인 공감을 느끼게 하는 글」이라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金埈成씨는 우리말 어휘의 보고인 洪命熹(홍명희)의 「임꺽정」, 한문적 문장을 우리말로 처음 시도했던 춘원 李光洙, 지방에 남아 있는 순수한 우리말을 복원한 작가 金周榮(김주영)의 「화척」을 추천했다.

많은 사람들에 의해 중복적으로 추천된 글을 보면, 趙芝薰(조지훈)의 詩(洪思德, 김종찬), 崔南善의 기미독립선언문(金上俊, 李啓謚), 백범 金九(김구)의 「나의 소원」(李相培, 洪思德)들이었다.

극작가 李根三씨는 「헨리 라이크로프트의 私記(사기)」에 심취했었다고 한다. 극작가 辛奉承씨는 우리 밑바닥에 깔려 있는 모국어를 너무나도 잘 담아내는 최고의 작품이라며 최명희의 「혼불」을 권했다.

姜南周씨는 李炳注(이병주)의 글 「조국의 不在」가 역사와 조국을 생각하게 하고 분단의 책임을 느끼게 하는 매우 감동적인 글이었다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까치글방 대표 박종만씨는 李文烈의 단편과 정운영·신영복의 에세이, 삼성경제연구소장 崔禹錫씨는 성경, 「三國志」, 「史記」 등 고전을 추천했다.

메디슨 회장 李珉和씨는 「인생은 자신의 한계를 넓혀 가는 과정이다」라는 말을 어떤 일이 있든지 가슴에 새겨두고 인생의 지표로 삼는다고 말했다. 정치인 黃樹寬씨는 「우리는 운명의 주인이며 우리 앞에 놓인 임무는 운명 안에 있으며 우리의 불퇴전의 의지가 있는 한 승리는 우리를 배반하지 않을 것이다」는 윈스턴 처칠의 연설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말 잘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말 잘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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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順子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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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수다스럽지도, 너무 과묵하지도 않게

서구에서는 기원전 470년경부터 말하기의 기법을 연구하여 중요한 학문의 하나로 정착시켜 대부분의 사람들이 목적, 상황 등에 맞게 효과적으로 말을 할 수 있게 하였다. 반면 우리나라는 예부터 말을 잘한다는 것을 매우 터부시해 왔다. 때문에 대학을 졸업하고도 자기 자신을 제대로 소개하는 사람이 드물 정도이다. 이를 국어학자 李應百(서울대 명예교수, 한국어문회 회장)씨는 그의 저서 「말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서 『말의 기교를 경시하는 중국 문화의 영향으로 말의 기법에 대한 연구를 소홀히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李御寧(前 문화부 장관, 이화여대 석좌교수)씨도 『동양권에서는 不立文字 (불립문자)나 以心傳心(이심전심) 같은 전통이 있어서 말과 글을 경시하는 경우가 있다』고 전제한 뒤 『더욱이 수직 사회, 닫혀진 사회에서는 말과 글의 수사가 발달할 수 없었다. 근대화 이후에도 표현보다는 전달의 기능주의가 우리를 지배해 한마디로 담론의 즐거움이나 취미가 생활 속에서 자랄 기회와 공간이 없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말을 잘할 수 있는지, 말을 잘한다는 것은 무엇인지, 설문을 통해 말을 잘한다는 추천을 받은 李御寧, 金東吉, 李應百, 兪萬根, 金東鍵씨로부터 들어보기로 한다. 말을 잘한다는 것은 우선 그 정의부터 내려져야 한다.

兪萬根(영문학자, 성균관대 교수)씨는 말을 잘한다는 것에 대해 이렇게 정의한다.

『너무 수다스럽지 않고, 너무 과묵하지 않고(유럽에서는 너무 말이 없으면 성질이 음흉한 것으로 여긴다), 음성이 너무 크지도 않고 너무 작지도 않으며(영국 「예절 독본」에는 어차피 지나친 경우에 음성이 너무 큰 것보다는 작은 것이 차라리 낫다고 한다), 말 속도가 알맞아야 한다. 내용이 진실 되어야 하며, 될 수 있으면 외국어나 남의 욕, 제 자랑을 하지 않으며, 쉬운 말을 쓰고 발음이 명료해야 한다』

더욱이 요즈음은 말이 거칠고 혼탁해지는데, 李應百씨는 전통 문화가 무너지면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탓이라고 한다.

『요즈음 말은 발음이 딱딱하고 거세고, 문법에 맞지 않는데, 이는 가정이나 학교·사회에서 제대로 교육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과거 우리나라는 각 지방에 향약이 있어, 마을의 원로들이 말과 행동을 규제했습니다. 가정이나 사회에서 말을 삼가도록 하고, 어른을 공대하고 동료간에도 품위 있는 말을 골라 하도록 교육을 시켜왔지요. 그런데 요즈음은 그런 교육을 어디에서도 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풀과 나무가 막 자라듯이 말을 막 해 버립니다』

李應百씨는 먼저 품위 있고 교양 있는 말을 쓰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金東吉씨는 『말이 거칠어지는 것은 全세계적인 현상』이라면서, 이는 『민주주의와 자유를 잘못 이해한 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우리의 경우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 과거에는 못한 말들을 해보는 시기로, 나쁜 말·거친 말들이 성행하게 되었고, 컴퓨터와 인터넷의 급속한 확산과 맞물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양상이 되어 좋은 말을 밀어내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교양 있는 사회에서는 욕설을 하지 않습니다. 한 나라의 말이 바르게 되려면 먼저 교양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것이 지식인의 사명이지요』金東鍵(아나운서)씨는 『나라의 수준은 말에 달려 있다』고 말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시청률이 높은 청소년이나 주부 대상 프로그램을 보면 한심할 정도로 저속하다』고 토로한다.

『프랑스의 경우 연극배우가 표준어를 쓰지 못하면 무대에 서지 못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말의 중요성을 인식하지도 못하는 실정입니다. 심지어 국민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정치인들이 서로 헐뜯고 억지 쓰고 궤변을 늘어놓는 것이 전부입니다. 국민들이 무엇을 보고 배우겠습니까』

詩와 시조를 암송하라

설문응답자 중 말과 글을 잘하고 잘 쓰는 사람으로 많은 추천을 받은 金東吉씨(태평양시대위원회 위원장)는 특히 말 부분에서 대중 강연이나 토론 등에서 감동을 주고, 쉬운 말을 사용하며 설득력이 있다는 평을 받았다. 金東吉씨는 말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우선 사실을 사실대로 말하는 게 중요하다 고 한다. 말이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오더라도 사실을 이야기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하고, 사실을 이야기하되 쉬운 말로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교회에서 설교와 강연을 많이 했습니다. 아시다시피 교회에는 시장에서 야채 장사를 하는 사람부터 대학 교수까지 각양 각층의 사람들이 다 모이는 곳입니다. 그들이 설교를 듣고 예배를 드리기 때문에 그들에게 다 통하는 공통 언어를 사용해야 빨리 접근할 수 있습니다. 유식한 사람이든 그렇지 않은 사람이든 다 공감할 수 있는 말을 사용해야 하는 것이지요』

金東吉씨는 말도 하나의 예술이라는 지론을 폈다. 金씨는 대중 강연을 할 때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마음가짐으로 한다고 한다. 대중은 오케스트라 단원인 것이다. 지휘자가 단원 한 사람 한 사람에 사인을 보내듯, 강연자는 청중에게 자신의 생각을 흐트러지지 않게 전달해야 한다고 한다. 金東吉씨는 『강연을 잘하려고 하면 그것은 출발부터 실패』라고 하면서, 처음에는 들릴 듯 말듯 하게 시작해 청중의 관심을 끌고, 다음에는 청중이 흔들리지 않고 강연에 집중하도록 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 金씨는 강연 도중에 물 한 모금도 마시지 않는다고 한다. 말과 말 사이에 쉬는 틈이 길어도 청중은 흐트러지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또한 청중에 대한 자세도 중요하다고 한다. 대학에서 강연을 할 때 학생들이 金씨의 강연을 들으려고 1300명까지 수강생이 몰린 적도 있고, 어떤 강연에서는 12명의 청중만 있는 경우도 있는데, 사람이 많든 적든 강연하는 자세는 조금도 다르지 않다고 한다.

金東吉씨는 초등학교 때부터 시조, 英詩(영시), 漢詩(한시) 등을 암송한 것이 말을 잘하게 된 비결 중 하나라고 한다.

『젊어서 한 것은 절대 잊혀지지 않습니다. 지금도 詩와 시조를 200수 가량 외우고 있는데, 강연 중에 적절하게 인용합니다. 얼마 전에 충북 제천 시민을 위한 강연을 다녀왔는데, 일흔넷의 제가 강연을 다니는 것은 지휘자로서 냉정하게 판단해 아직은 괜찮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만일 제가 암송하고 있는 詩들이 생각나지 않을 때는 강연을 그만둘 작정입니다』詩를 암송하면 언어의 리듬을 살릴 수 있고, 정확한 말을 배울 수 있다고 한다.

金東吉씨는 의식적으로 정확한 말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한다. 흔히 아무 생각 없이 일본어나 영어를 많이 쓰는데, 金東吉씨는 될 수 있으면 우리말을 쓰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李應百씨는 말을 잘한다는 것을 네 가지로 정의한다. 어법에 맞게, 발음을 정확히, 효과적으로, 유머를 섞어서 하는 말이 곧 잘하는 것이다.

『「얼음에 박 밀듯이」 거침없이 말을 하는 것을 결코 말 잘한다고 할 수 없습니다. 말을 잘한다는 것은 쓸 말만 골라 하는 것이지요. 말을 아무렇게나 하면 말로 인해 책잡히기 십상입니다. 말은 성실하고 분명하게 해야 합니다. 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 싸우는 것은 논리적으로 따질 줄 모르기 때문입니다. 덮어놓고 말을 해 서로 부딪치게 되는 것이지요』

때문에 李應百씨는 말을 빨리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찬찬히, 논리에 맞게, 바둑을 둘 때 포석을 하듯 생각을 하면서 말을 하라고 권한다.

한글 전용이 걸림돌

李應百씨가 말하는 말 잘하는 비결은 아주 평범하다. 국어 교육을 제대로 받으면 된다고 한다. 말하기, 듣기 훈련을 제대로 받으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국어 교육이 말하기 듣기 훈련을 제대로 받을 기회를 주지 않아 아쉽다고 말한다.

『말을 잘하는 방법은 상대방의 말을 존중하는 것입니다. 상대방의 말을 듣지 않으면 그것은 대화라고 할 수 없습니다. 또 말을 시작할 때 유머를 섞으면 상대방의 마음을 완화시켜 줍니다. 먼저 날씨 이야기나 시의에 맞는 이야기 등으로 분위기를 부드럽게 한 후 말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李應百씨는 한글 전용의 언어 정책이 우리 국민이 고급스러운 어휘를 사용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고 주장한다. 李應百씨는 고급 어휘를 구사하기 위해 서는 한문을 배울 것을 권한다.

흔히 우리는 사람들이 많이 모인 자리에서 이야기를 많이 하는 사람이 말을 잘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金東鍵씨는 말을 잘하려면 먼저 남의 말을 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또 어렵게 말을 하려고 하지 말고 쉽게 말을 하라고 한다.

李御寧씨는 유명한 연설가이기도 한 미국 대통령 링컨과 케네디는 연설을 할 때 남의 말을 적절히 인용했다고 소개한다. 링컨의 게티스버그의 그 유명한 연설문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민의 정부」도 링컨이 한 말이 아니라 영국 欽定(흠정) 성경의 서문에 나오는 말을 인용한 것이라며, 적절한 인용은 말을 더 빛나게 한다고 덧붙인다.

말을 잘하는 요건에 발음을 정확히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兪萬根씨는 정확한 발음을 하기 위한 훈련을 하라고 한다. 국어책을 톤을 맞추어 가면서 정확히 읽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소리내어 책을 읽으면 발음기관이 훈련되고, 그러다 보면 뜻도 저절로 이해가 된다는 것이다.

『저는 어려서부터 글을 낭독하길 즐겼습니다. 고등학교 때까지 국어책을 소리내어 읽었지요. 그러다 보니 어떤 것은 외우게 되더군요. 송강 가사는 박자가 맞아 리듬을 타면서 외우면 여간 재미있는 게 아닙니다. 그때 외운 송강 가사는 지금도 기억합니다』

兪萬根씨는 또한 1910년 경술국치 이전 한글로 적힌 글을 읽을 것을 권한다 . 요즈음의 일본어·영어 번역 문투와 달리 마치 할머니가 곁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있는 듯한 정겨움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벽초 洪命熹 (홍명희)의 소설 「임꺽정」, 李熙昇(이희승)의 수필집 「벙어리 냉가슴」 「소경의 잠꼬대」 「먹추의 말참견」, 李文求 소설 등 우리 글의 맛을 잘 살린 글을 읽는 것도 좋다고 한다.●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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崔再卿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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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내용
[이인화(소설가)] 스스로 백치라 생각하고 엄격한 문장 수련
[金薰(前시사저널 편집장)] 주관과 편견의 칼날이 완강하고도 섬세하게 번득이는 글
건강하고 절박한 편견
[金弘卓(카피라이터, 광고평론가)]「What to say」와 「How to say」
[張銀洙(황금가지 편집부장)]『좋은 문장을 무조건 암기하라』
[權寧珉 교수]『그리고, 그러나, 그래서를 쓰지 마라』
『한국인의 한국어 능력 제대로 평가할 기준 마련해야』 / 文章상담사, 문장교열사


[이인화(소설가)] 스스로 백치라 생각하고 엄격한 문장 수련

「영원한 제국」의 소설가 이인화(35)씨는 『좋은 글이란 엄격한 문장수련과 문학수업을 통해 도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그는 엄격한 문학 수업 시절을 거쳤다. 춘원 李光洙(이광수), 金允植(김윤식), 李御寧(이어령 )의 글을 거의 다 통독했다.

『그분들의 글이라면, 그분들이 평생 동안 쓴 것을 모두 다 찾아 읽었습니다. 그분들의 글에 모자라는 것을 찾아 보충한다는 생각으로 제 글을 써왔을 정도입니다. 한마디로 私淑(사숙)한 거죠. 첨삭 지도는 아버지께 받았습니다. 아버지는 무척 자상하신 편이었고, 글쓰기에 대해 많은 얘기들을 들려주셨습니다. 그리고 고등학교 때 「계단문학동인회」라는 문학서클에서 활동했는데, 그때 자기 나름의 방식대로 후배 글을 평해주고 다듬어 주던 선배들과 친구들이 참 고마웠습니다』

그는 소설을 쓸 때, 쓰려고 하는 소재에 대한 공부부터 시작한다. 그 방면의 모든 책과 논문, 자료들을 읽고 꼼꼼히 노트하는 과정을 거쳐, 다 알았다는 느낌이 들 때까지 공부한다. 소재를 완전히 장악했다는 자신감이 들지 않는 한 그의 공부는 계속된다. 그렇게 하면 시간이 많이 걸리긴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쓸 때보다 오히려 전체 시간은 단축된다고 한다. 그 소재에 있어서는 어떤 학자보다 더 많이 알고 쓰고 싶은 게 소설가로서 그의 욕심이다.

『좋은 글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흔히 두 가지 답변이 있습니다. 「글은 그 사람이다」라고 하면서 인격이나 사상의 완성이 바로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요건이라는 비교적 전통적인 입장이 그 하나지요. 다른 하나는 「글은 만들어 내는 것이다」라고 하면서 글 자체에 대한 장인적인 성실성을 강조하는 현대적인 입장입니다. 前者(전자)가 전통적인 文士(문사)의식이라면 後者(후자)를 현대적인 예술가의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 경험으로는 후자를 통해서 전자에 도달하는 것이 현대사회에서 가능한 최선의 글쓰기가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글 자체에 장인적으로 성실하게 몰입하다 보면 생활 자체가 점점 더 단순해지고 소박해지고 헛된 욕심을 버리게 됩니다. 글쓰는 것 외에 실제의 삶에서 재미를 찾지 못할 때, 한없이 허전하고 외로워서 글을 쓰고 고치는 것 외에는 마음 붙일 곳이 없다고 느낄 때 좋은 글이 나오고 그 사람의 삶도 일체의 장식을 털어버린 겨울나무처럼 건실함과 확고함을 갖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는 「文氣(문기)」라는 것은 그 사람 자체의 氣와는 다른 별개의 것이며, 오로지 글만이 자신의 인생 전체를 떠받치고 있다는 절박감이 있을 때만 생기는 힘이라고 본다. 단순히 흠 없는 글을 넘어 영혼까지 감동시키는 명문장의 비밀은 바로 이 「절박감」에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글을 잘 쓰려면 우선 수공업적인 첨삭수업 없이는 안 된다 는게 제 생각입니다. 자기 힘에 알맞은 작은 소재를 택해서, 충분히 공부하고, 너무 소심한 것이 아닌가 싶을 만큼 단어 하나, 구절 하나, 문장 하나를 따지고 고친다면 누구나 좋은 글을 쓸 수 있습니다. 高名(고명)한 교수의 강의를 듣거나 어떤 계기로 깨달음을 얻었다고 해서 자기 글이 갑자기 좋아지는 건 절대 아닙니다』

이인화씨는 자신을 가장 괴롭히는 것은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었는데 그때마다 큰 소재로 大作(대작)을 쓰겠다는 욕심, 불충분한 공부, 철저하지 못했던 첨삭과 퇴고로 미흡한 글을 만들고 말았다는 후회라고 고백했다. 그런 의미에서 좋은 글을 쓰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의 인간적인 미숙함과의 싸움이 아니겠느냐고.


[金薰(前 시사저널 편집장)]
주관과 편견의 칼날이 완강하고도 섬세하게 번득이는 글

날카롭고도 유려한 문장을 구사하는 저널리스트이자 작가로 알려진 金薰(김훈·53·前 시사저널 편집장)씨는 얼마 전 완전히 文人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 길은 이미 그의 「자전거 여행」(생각의 나무)에서 예고된 것인지도 모른다. 시사저널 편집장 자리에서 물러난 그는 이제 저널리즘에서 놓여나게 되어 편하다고 했다. 객관성에 천착해야 한다는 점이 늘 그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왔던 모양이다.

『저널리즘의 글쓰기는 사실을 따라가면서 정보를 전달하는 것입니다. 수많은 정보들 중에서 전달할 가치가 있는 정보를 추려내서 논리적으로 배열한 문장이 좋은 문장입니다. 현실은 수억만 개의 측면을 갖습니다. 관찰자가 어느 측면에 서느냐에 따라서 세계의 모습은 전혀 달라집니다. 그러므로 전달할 가치가 있는 정보를 추려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보다 더 고통스런 문제는 그렇게 조직된 문장이 이 세계의 모습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 언어의 구조물에 불과하리라는 허망함입니다. 두려운 일이지요』 그는 저널리즘의 글쓰기가 기본적으로 간단명료하고 깔끔한 문장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것에 동의하면서도, 그것이 갖는 한계점에 회의를 드러냈다. 항상 간단한 문장만을 쓰게 되니까 그것을 읽는 국민 역시 점점 단순해 지고 복잡한 사고를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지금 소설가 李文求(이문구), 박상륭씨는 독자가 적습니다. 지금 교육받은 사람들이 그들의 글을 읽을 능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저널리즘 교육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저널리즘이 저널리스틱한 문장을 포기하는 것도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공정성에 대한 강박관념, 「편견 혹은 편파성」이 라는 말 자체에 대한 편견을 지적했다. 살인사건 보도의 경우, 길이 몇 센티미터 칼로 늑골을 몇 번 찔러 현장에서 즉사시켰다는 식의 기사를 자주 쓰는데, 그것이 과연 그 사건의 핵심적인 진실인가. 金씨는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고 한다. 어느 위치, 몇 번째 갈비뼈, 몇 센티미터라는 건 개별 사실이지만, 여기에 사건의 핵심이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이상의 본질을 찾아 헤매야 한다는 것, 바로 거기에 저널리즘의 어려움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저널리즘의 글쓰기가 「客觀性(객관성)에 대한 허영」을 버릴 때 오히려 사건의 핵심에 도달할 수 있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한 가지 입장을 선택해야 하고, 그 한 가지 입장이 최대한 객관성을 갖고 있어야 하는 건데, 이건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범죄기사를 쓸 때 한쪽을 加害者(가해자) 한쪽을 被害者(피해자), 한쪽은 善(선) 한쪽은 惡(악), 혹은 진실과 오류라 할 때, 이 양쪽 극단 사이에서 공정한 입장을 취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가해자의 입장 따로 피해자의 입장을 따로 쓰는 것이 공정보도는 아닙니다. 이건 아무런 보도도 아닙니다. 아무 말도 안한 거와 같습니다.

공정보도라 할 때 선과 악 사이의 밸런스를 맞추는 건 아무 보도도 아닙니다. 차라리 어느 한쪽에 서서 무자비하게 편파 보도를 하는 게 공정보도라고 봅니다. 마지막에 가서 「국민이 판단할 일이다, 독자가 판단할 일이다」로 끝나는 글들이 굉장히 많은데, 이 복잡다단한 현대사회에 일반 국민은 그걸 판단 못합니다. 그러면 저널리즘은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건강하고 절박한 편견

그는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서 글 속에 무수한 안전장치와 대피처, 후퇴로, 보급로를 설치하고 있는 글은 좋은 글이 아니라고 본다. 좋은 글이란 자기 자신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놓고, 많은 난관을 필사적으로 뚫고 나가는 것이라고 본다. 「보편타당성」보다는 「건강하고 절박한 편견」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수많은 전제와 가정, 말 돌리기, 여러 가지 장치, 자기 글이 남의 글에 공격받을 것을 대비한 글쓰기…. 글쓰는 사람의 100%가 그런 글을 씁니다. 그러나 글쓰는 사람이 자기의 안전을 도모하는 한 좋은 글을 쓸 수 없다고 봅니다. 매일 일간지에 실리는 칼럼만 해도 몇십 편이 되는데, 그게 대개 비슷한 언어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그는 『건강하고 절박한 편견이되 과학성과 논리성을 갖추어야 좋은 글이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그것마저 과학성과 논리성을 갖춘 편견일 뿐이며, 그와 반대되는 내용을 전개하는 사람의 말도 과학성과 논리성을 갖출 때 또 하나의 진실이 될 수 있다는 데서 비극이 싹튼다고 본다. 이것은 언어의 兩面性(양면성)에 기인하는 것이며, 그 때문에 인간의 시비는 끝이 없다고 본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어떻게든 자신의 진지함과 절박함을 확보하기 위한 싸움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표현에 있어서도 피나는 고민과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비가 내린다」 라고 써야 하는지, 「비는 내린다」라고 써야 하는지, 「대답은 없다」라고 써야 하는지, 「대답이 없다」라고 써야 하는지에 대해 배워야 합니다. 쓰고 싶은 것이 다 써지는 것은 아닙니다. 글로 씌어질 수 있는 것의 한계를 알아야 하고, 그 한계선상에서 그것을 넘어서려는 모색이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가을에 단풍잎이 물든 것을 표현하려고 해봅시다. 그 속에 세상의 온갖 빛깔이 다 담겨 있는데 그걸 어떻게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그냥 단풍이 물들어 떨어진다고 표현할 수밖에. 이처럼 「말하여질 수 없는 것」 들을 마침내 말하려다 실패하는 세월을 쌓아나가야 합니다』 그는 주관과 편견의 칼날이 완강하고도 섬세하게 번득이는 글이 좋은 글이 라고 덧붙였다.


[金弘卓(카피라이터, 광고평론가)]「What to say」와 「How to say」

저널리즘만큼이나 요즘의 말과 글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분야가 광고 카피이다. 한 소설가는 문학상 수상 인터뷰에서 글쓰기를 TV와 잡지 광고에서 배웠다고 말한 적 있다. 광고가 글쓰기에 미친 대표적인 영향이라면 글의 호흡이 짧아지고 말의 기교가 많아진 것, 카피투의 말과 글이 늘어난 것 정도일 것이다.

카피라이터이자 「광고, 대중문화의 제1원소」라는 저서를 낸 광고평론가 金弘卓(김홍탁·39·제일기획 카피라이터)씨는 이렇게 말한다.

『카피를 뽑아내는 과정과 결과를 보면 카피는 散文(산문)보다 韻文(운문)에 가깝습니다. 말하려 하는 바를 폭발적으로 압축적으로 드러내는 게 詩라면, 광고는 거기서 한 가지 조건을 더 만족시켜야 합니다.

광고는(수많은 신문지면과 TV광고 더미 속에서) 일단 사람들의 눈을 끌어야 하고, 15초안에 핵심을 전달해야만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여러 종류의 글을 써왔지만 카피 쓰는 게 가장 어렵고 힘들었습니다. 특히 함축적으로 표현하기, 낯설게 하기가 어렵습니다. 이것에 도달하기 위한 교과서적인 방법은 없습니다』

광고는 독자가 봐주길 기다려선 안 되기에 더 용의주도해질 수밖에 없다. 광고카피를 쓸 때 카피라이터들이 가장 먼저 고민하는 점은 「What to say (무엇을 말할 것인가)」와 「How to say(어떻게 말할 것인가)」라고 한다. 金씨는 이 두 가지 원칙이야말로 모든 종류의 글쓰기에 다 적용이 된다고 했다. 광고에서 일차적으로 중시되는 것은 「What to say」라고 한다. 그 것을 강하게 부각시키는 것이 바로 광고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글을 이야기하자면, 전형적인 「나쁜 글」은 수사와 인용은 현란한데 읽고 나서 무슨 글인지 알 수 없는 글입니다. 즉 「What to say」가 불명확한 글이지요. 영화잡지의 어렵게 쓴 평론 글이나, 글을 쓰는 사람조차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고 쓰는 글이 그런 예입니다. 그런 글은 나쁜 글이라고 봅니다.

좋은 글은 「What to say」를 명확히 알고 상대방을 가장 쉽게 이해시킬 수 있는 글입니다. 그렇지 못하면 산만해지죠. 이건 말로 하는 강의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가 전달하려고 하는 바를 명확하게 이해한 후 「How to say 」를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이때 자기만의 능력이나 특기, 형식 등이 발휘됩니다. 광고에서라면 말이나 이미지 같은 것들이겠죠』

金씨는 詩人 신대철의 詩를 좋아한다고 했다. 「개마고원에서 온 친구에게 」(문학과 지성)에 실린 신대철의 詩는 형용사나 미사여구를 일체 쓰지 않으며 무척 말을 아끼는 편이다. 멋 부린 말이라곤 없다. 그러나 金씨는 그 시편들에서 다른 글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함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의 詩는 사물의 구조를 충분히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詩는 잘된 카피랑 통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포르쉐 광고를 예로 들 자면 「지금 당신의 앞마당에는 포르쉐가 없지만, 당신의 마음속에는 이미 포르쉐 한 대가 주차되어 있습니다」라는 카피가 나옵니다. 포르쉐는 제임 스 딘이 타다가 죽은 유명한 차종입니다. 이 광고는 全세계 남자들의 마음 속에 포르쉐를 갖고 싶다는 열망을 심어줍니다.

「첨단의」라든가 「새로운」 같은 형용사를 사용해서 설명하는 게 아니라 주차라는 속성과, 「앞마당」과 「당신의 마음」을 연결시킨 구조를 이용 해서 마음을 자극하지요. 이 광고 카피 속에는 「What to say」와 「How t o say」가 강하게 살아 있습니다. 이 방식을 활용하자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구체적인 사물이나 장소에다 다양하게 대입해 보면서 상상력을 증대 시키는 연습을 하는 거죠』

金씨는 「맥심식 프로포즈」를 유행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 세상 가 장 향기로운 커피는 당신과 마시는 커피입니다』라는 카피가 나오는 맥심커 피 광고에서, 그는 향기로운 커피맛을 향기로운 상황으로 전환시키는 데 성공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새벽 6시 정동진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프로포즈하는 장면을 모방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던 것이다.

『경험을 많이 하고, 좋은 글을 많이 읽어야겠죠. 이 두 가지를 통해 내공을 쌓아야만 좋은 글을 쓸 수 있다고 봅니다. 창작에는 정말 공짜가 없는 것 같습니다. 글을 읽어보면 그 사람의 뜨거움이 다 느껴집니다. 글을 쓴 사람이 뜨거울 때 쓴 글은 뜨거움이 느껴지는 거죠. 머리로만 썼는지, 술 먹고 썼는지, 살아 있는 정신으로 썼는지 다 드러나요. 김수영의 詩는 형태적으로 볼 때 어눌한 면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인간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와 열정이 느껴집니다. 저는 그런 글이 좋은 글이라고 봅니다』

그는 신참 카피라이터들에게 신문 헤드라인을 많이 읽어볼 것을 권한다. 얼마 전 폭설이 내렸을 때 어느 신문 기사의 제목이었던 「雪雪(설설) 기는 귀경길, 氷氷(빙빙) 도는 자동차」를 읽고 재미있어 했다고 한다. 네 컷짜리 만화도 열심히 보라고 시킨다. 네 컷이라는 작은 공간 속에 起承轉結(기승전결)의 구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글은 버릴수록 명쾌하고, 이해도 쉽고 名文(명문)이라고 봅니다. 특히 훌륭한 글의 비밀은 뜨거운 체험에 있다고 봅니다. 남들하고 똑같이 思考(사고)하고 살아서는 그 이상의 글을 쓰기는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늪」이 라는 말에 대해 우리는 이제껏 절망의 은유로만 생각해 왔고 사용해 왔습니다. 그러나 직접 늪에 가보면 그곳은 너무나 아름다운 생태계의 일부입니다. 그걸 본 사람들은 늪의 아름다움에 반해 늪을 다시는 절망의 은유로 쓰기 어려워집니다. 이런 은유법 하나를 쓸 때도 생각과 체험에 비추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張銀洙(황금가지 편집부장)]『좋은 문장을 무조건 암기하라』

『저는 3단계 훈련법을 권하고 싶습니다. 일상의 간단한 동작을 단문 세 개로 나누어 써보는 겁니다. 예를 들자면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는 장면을 「자판기에 동전을 넣는다-선택 버튼을 누른다-커피를 뽑는다」로 표현하는 거죠. 이것에 익숙해지면 같은 동작을 4단계, 5단계로 점차 늘려서 표현해 봅니다. 「주머니에 손을 넣는다」나 「문을 연다」 등이 추가되겠죠. 이렇게 하면 자기가 묘사하고자 하는 걸 정확하게 전달하는 훈련이 됩니다. 이걸 100단계까지 나누어 가면 소설 한 편도 되겠죠. 이러는 동안 섬세한 사고와 관찰력, 정확한 표현력이 자연스럽게 증대될 것입니다』張銀洙(장은수·33·황금가지 편집부장)씨가 권하는 3단계 훈련법이다. 그는 사고의 首尾(수미)일관성, 자기만의 참신한 문체, 신선한 비유나 상황을 간결하게 요약하는 능력 등을 좋은 글의 요건으로 꼽았다. 그는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좋은 문장을 무조건 암기하는 단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외국에서도 고급 교육을 행하는 곳치고 고전을 암기시키지 않는 곳은 없다는 것이다. 그는 「東文選(동문선)」, 「熱河日記(열하일기)」 등을 암기할 만한 古典(고전)으로 추천했다.


『전반적으로 글쓰기 과정을 개혁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기본 텍스트를 외우게 하는 과정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초등학교에서 詩 300편을 외우게 하든가, 좋은 문장을 고르고 골라 300편 외우게 한다든가 그러면 글쓰기의 수준이 지금보다 훨씬 더 높아질 것입니다. 英美(영미)권의 일급 교육기관에서는 라틴어로 된 詩와,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외우게 합니다. 제가 보기엔 조선시대 선비들보다 우리 시대의 지식인들이 평균적으로 글을 훨씬 못 씁니다. 아는 건 더 많을지 모르지만 글의 품격 같은 것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張씨는 교과서 개혁이 시급하다고 본다. 어린이들이 학교에 들어간 후 교과서에서 처음 배우는 내용이 「바둑아 놀자」 등인 것이 불만이다. 조선시대의 어린이들은 일찍이 천자문이나 소학을 외웠다. 천자문 안에는 깊은 뜻이 담겨 있어 그걸 외워두면 두고두고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다.


[權寧珉 교수]『그리고, 그러나, 그래서를 쓰지 마라』

權寧珉(권영민·53·서울대 인문대학장·국어국문학과 교수)씨는 인터넷 사용이 학생들의 글쓰기에 초래한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요즘 학생들은 리포트를 쓰라고 하면 먼저 그 주제에 관해 인터넷에서 검색부터 해본다. 그런 다음 관련된 내용들을 모아 짜깁기를 한다. 자신이 직접 하는 거라곤 내용과 내용 사이에 연결어를 만들어 넣는 정도라고 한다. 단락과 단락이 논리 적으로 연결되지도 않는다. 논리적인 사고력이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이다.

『글을 쓴다는 건 자기 생각을 쓰는 건데, 이렇게 짜깁기된 글을 읽어서는 학생들의 사고나 판단력을 알 수가 없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너무 쉽게 정보를 끌어모으니까 오히려 깊은 사고를 요하는 작업을 방해받는 것 같습니다. 남의 글을 참고한다는 건 자기 생각의 타당성을 입증받기위한 보조 수단인데, 따온 정보가 오히려 중심이 되어버리는 거죠』

요즘 대학의 교수들은 인터넷식 짜깁기를 막기 위해 여러 방법을 시도하는 등 고민에 빠져 있다. 權교수는 그런 방식으로 쓸 수 없는 과제를 준다고 한다. 인터넷에서 발견할 수 없는 작품이나 작가에 관한 과제를 학생 개인별로 할당해 준다. 어떤 교수들은 일체 손으로 써온 리포트만 받기도 한다. 문장이 길어지는 경향도 있다고 한다. 논리를 세워 문장을 자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문장이 길어지면 대체로 핵심 주제를 드러내기 힘들고, 연결이나 호응이 맞지 않는 非文(비문)이 되기 쉽다. 접속어와 지시어를 지나치게 많이 쓰는 것도 눈에 띄는 문제점이다. 거의 매 문장마다 「그리고, 그러나 , 그래서, ~해서, ~했는데」 등의 말을 많이 쓴다.

『이것은 口語體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말의 연결은 내적 연결성에 의해 연결이 되는 건데, 접속어를 이용해서 억지로 갖다 붙이려 합니다. 내용상 연결되지 않는 말을 접속어에 의해 억지로 연결시키면 더욱 뜻이 통하지 않게 됩니다』

權교수는 이러한 현상들을 막기 위해 인터넷 어문규정도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말을 줄일 때는 어떤 식으로 줄이자는 식의 약속이나 규칙을 만들자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 의사소통 자체가 어려워질 때가 올 것이라며 우려했다.

『좋은 글이란 첫째 자연스러워야 하고, 호흡이 끊기지 않고 맥락이 부드럽게 이어져야 합니다. 무리한 변화로 균형이 깨어지지 않아야 합니다. 둘째는 규범에 맞는 글이어야 합니다. 제가 남의 글을 읽을 때 가장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부분이 이 부분입니다』


『한국인의 한국어 능력 제대로 평가할 기준 마련해야』
/ 文章상담사, 문장교열사

權교수는 2000년 4월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들과 함께 (주)이텍스트코리아를 설립했다. 이후 인터넷 사이트 텍스트코리아(www.textkorea.com)와 한국어문정보연구소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우리 언어문자 생활의 규범을 바로 익히고 실천할 수 있는 새로운 교육기반을 확대하는 것, 우리의 대표적인 문헌들을 모두 디지털化해서 인터넷 환경에 맞는 새로운 개념의 텍스트를 개발하는 것이 주된 목표였다.

예를 들어 홍길동전이 있으면 최초의 원문을 이미지 그대로 뜬 것과 현대문 서로 바꾼 것, 주석본 등 하나의 텍스트를 여러 개의 형식으로 만들어 사용자의 목적과 수준에 맞게 제공하는 것이다. 인터넷에다 일종의 한국학 디지털 도서관을 건설하는 것이다.

텍스트코리아는 여기서 더 나아가 언어문자 생활의 규범을 확산시키는 문화 운동도 할 생각이다. 그 일환으로 현재 한국어능력평가 시험을 개발하고 있다. 이 시험은 올해 하반기 전국의 초등학교 6학년생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후, 효과가 판명되면 앞으로 각종 취업시험에까지 확대 적용하게 된다.

『영어공용화론이 나올 정도로 지금은 한국 문화의 위기입니다. 이런 현상을 바로잡기 위해 한국인의 한국어 능력을 제대로 평가해 볼 기준을 마련해야 합니다. 일생동안 한국어를 해왔다지만, 과연 실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측정할 기준이 없었습니다. 미국 같은 경우 SAT라는 영어능력평가 시험이 있고, 프랑스와 일본 등도 이와 비슷한 국어능력평가 시험이 있습니다. 한국은 중고등학교 때 국어시험은 보지만 한국어 능력을 측정해 보는 것과는 다릅니다. 이러한 식의 정책 제안도 해본 적이 없었지요. 언어교육과 언어 현실의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필요한 때가 온 것 같습니다』

文章상담사, 문장교열사

텍스트코리아의 국어문장상담소 코너에서는 모든 문장에 관한 진단, 교정, 교열뿐만 아니라 컨설팅 및 교육까지 포함하여 글과 관련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문장상담소를 통해 일종의 자격-문장상담사, 문장교열사 등도 만들고, 훈련 프로그램도 만들 계획이다. 전국의 각 대학을 연결시켜 대학마다 학술문장센터 만들고, 그곳에서 학생들의 모든 글을 한 번씩 토하게 한다. 일종의 문장병원이다.

문장상담소에 글을 교열해 달라고 신청하면 수정 前과 수정 後를 대조하여 보여주고, 원본의 문제점을 진단해 줄뿐만 아니라, 교정 포인트까지도 구체적으로 설명해 준다. 자신의 글이 어디서 왜 틀렸는지를 알게 됨으로써 일종의 교육효과까지 얻는 셈이다. 이 프로그램은 유료로 진행되며 미리 문장 수정 샘플을 본 후 마음에 들면 계약을 한다.

『처음 시도해 봤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았습니다. 특히 생활용품이나 공산품을 제조하는 회사에서 연락이 많이 옵니다. 그런 곳에서는 사용설명서를 만들 때 어려움을 느낀다고 합니다. 보고서 서식의 기준을 만들어 달라고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 용도에 맞는 글의 틀과 용어 사용법을 지도해 줍니다. 개인 저작물에 대한 의뢰도 많구요.

외국은 편집자가 많고, 전문 에디터의 검토를 거치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글쓴이들이 자기 글에 손을 못 대게 합니다. 그러나 누구든지(작가라 하더라도) 교열과정을 거치는 것이 안전합니다. 출판사 편집자들도 각각이므로 이들을 위한 규범도 만들어 주고, 자격증을 갖춘 전문 편집인을 양성하는 것도 우리의 몫이죠』

그는 글쓰기 연습 방법으로 일과계획을 정리하거나 일기를 쓸 것을 권한다 . 메모가 아닌 문장으로 만들어 쓰는 연습을 통해 평소에 글쓰는 것을 생활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메일을 보낼 때도 격식 있게 완벽한 문장을 만들어 보내는 연습을 하면 글쓰기에 많은 향상이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인터뷰의 達人 래리 킹의 「말 잘하는 사람들」 체험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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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南圭 디지틀조선 편집위원


주요내용
「위대한 커뮤니케이터」 레이건 / 인터뷰에 적합한 사람 - 시내트라, 트루먼
현존하는 가장 훌륭한 연설가는 쿠오모
유머를 사용할 때 하면 안 되는 말들
고어와 페로의 대결 / 최악의 답변은 「노 코멘트」



「위대한 커뮤니케이터」 레이건
/ 인터뷰에 적합한 사람 - 시내트라, 트루먼

우리에게는 아직 생소하고, 정확하게 번역되어 있지도 않은 영어 단어로 「커뮤니케이터(Communicator)」라는 말이 있다. 「전달자」라고 直譯(직역)하기도 이상하고, 原語(원어)대로 「커뮤니케이터」라고 쓸 수밖에 없는 이 단어의 의미는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잘 설득할 줄 아는 사람」이다.

미국 - 특히 政界(정계) - 에서는 「커뮤니케이터」가 아니면 성공할 수 없다. 미국에서는 정치가 「끊임없는 설득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사람이 로널드 레이건이다. 이렇다 할 정치적 배경을 가지지 못했던 이 캘리포니아 출신 老정치인이 워싱턴에 진출해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할아버지처럼 조용히 유권자를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그는 즉각 미디어로부터 「위대한 커뮤니케이터」란 별명을 얻었다. CNN 방송이 작년에 네티즌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조지 부시, 지미 카터, 제럴드 포드, 로널드 레이건 등 4명의 전직 대통령들 중 레이건 前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43%로 가장 높았다.

CNN 토크쇼 「래리 킹 라이브」의 사회자 래리 킹은 「커뮤니케이터 達人(달인)」 ( CBS 앵커 댄 래더)이란 말을 듣고 있다. 「래리 킹 라이브」는 1985년 시작이래 높은 시청률을 유지하면서 이 방송의 간판 프로그램으로 자리잡고 있다. 지금까지 그의 토크쇼에 등장한 사람은 각계 각층의 명사 등 3만5000여 명에 달한다. 래리 킹은 1999년 사형집행 직전의 女사형수와 가진 인터뷰로 TV보도부문 에미상을 받았고, 1997년에는 63세의 나이로 37세의 광고모델과 일곱번째 결혼을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USA 투데이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기도 한 그는 책도 여러 권 썼다. 그 중에는 「How to Talk to Anyone, Anytime, Anywhere」라는 對話術(대화술)에 관한 책이 있다. 우리 정치인들이 이 책을 한 번 읽었더라면, 21세기를 여는 正初(정초)의 與野 「전면전」은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지 모른다.

인터뷰에 적합한 사람 - 시내트라, 트루먼

래리 킹은 뉴욕시의 빈민가 브루클린의 가난한 유태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는 고등 학교를 졸업한 후 떠돌아다니다가, 스물세살 때 마이애미의 조그만 라디오방송국에 서 3주일 동안이나 매니저를 조른 끝에 週給(주급) 55달러로 아나운서 일을 시작했다. 이때 그는 어감이 좋지 않다고 해서, 매니저의 지시대로 姓(성)을 자이커에서 킹으로 바꾸었다.

킹은 대학교육은 받지 못했지만, 어렸을 때 「Big Mouth(떠버리)」라는 별명을 들었을 정도로 언변이 좋았다. 그가 방송인으로서 성공한 것은 정직과 성실을 신조로 삼고, 모든 일에 호기심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한 결과였다고 말하고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그의 토크쇼에 출연한 사람은 빌 클린턴(3회), 매들린 올브라이트(10회 이상) 등을 꼽을 수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크렘린 내부에서 많은 논란을 거친 끝에 그의 쇼에 등장했다. 킹은 그의 방송인 생활을 통해서 각계 각층 의 수많은 사람을 인터뷰했다. 그 중에는 편안한 마음으로 인터뷰를 한 사람도 있었고, 다시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그는 인터뷰의 상대로 적합한 사람은 자기가 하는 일에 열의를 가지고 있고, 그 일을 명확하고 흥미 있게 설명할 줄 알며, 사물에 대해 적극적인 반응을 하고, 유머 감각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킹은 그런 사람의 하나로 프랭크 시내트라를 꼽고 있다. 시내트라는 신문기자를 싫어했지만, 일단 토크쇼에 나오면 편안하고 솔직하게 음악이나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유머감각이 뛰어났고, 자기 자신을 웃음거리로 만드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는 것이다.

킹은 정치인 중에서는 해리 트루먼이 가장 편안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상대였다고 말하고 있다. 트루먼은 항상 자기 일에 정열을 쏟고 있었고, 정책 목표를 알기 쉽게 설명할 줄 알았다. 특히 신문기자나 경쟁자인 공화당원을 붙잡고 이야기할 때는 모 두들 배를 잡고 웃지 않을 수 없었는데, 대부분 자신을 소재로 한 유머였다는 것이다. 리처드 닉슨도 자신을 웃음거리로 만드는 유머를 즐겼지만, 별로 인상적이지는 못했다고 한다. 그 대신 그는 누구도 따를 수 없는 분석능력을 가지고 있었고, 또 그 결과를 사람들에게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닉슨은 이밖에도 광범위한 분야에 흥미와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장사에 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었고, 팝송이나 야구에 관해서도 일가견을 가지고 있었으며, 무궁 무진한 대화의 소재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특히 야구에는 거의 狂的(광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정치에 발을 들여놓지 않았더라면, 스포츠중계 아나운서가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닉슨은 사위인 데이비드 아이젠하워와 함께 지역 리그 소속 야구단을 운영하기도 했다.

현존하는 가장 훌륭한 연설가는 쿠오모

애들레이 스티븐슨은 대통령선거에서 두 번이나 아이젠하워에게 패배한 불운한 정치인이었다. 그에게는 흔히 지식인을 경멸하는 뜻으로 사용되는 「Egghead」란 별명이 따라다닐 정도로 정치인으로서는 드물게 지식인이었다. 킹도 그 때문에 대통령선거에서 그에게 투표를 했다고 한다. 스티븐슨은 뛰어난 설득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절대로 화를 내지 않았고, 자신을 유머의 소재로 즐겨 사용했다. 그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겸손이었다고 킹은 회상하고 있다. 대체로 정부·기업·연예계 등에서 지도적 위치에 있는 사람은 지나치게 자신감이 강하고, 독선적이기까지 하지만, 스티븐슨은 그렇지 않았다고 한다. 명문가의 一員(일원)이었던 로버트 케네디도 자신을 유머의 소재로 삼는 데에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고 한다. 워싱턴 정가에서 그를 언급할 때는 항상 「냉혹하다」는 말이 따라다녔지만, 유머감각은 그렇지 않았고, 누구보다도 훌륭한 미소를 가지고 있었다고 킹은 회고하고 있다. 킹은 자신의 책에서 마리오 쿠오모 前 뉴욕 州知事를 현존하는 가장 훌륭한 연설가라고 극찬하고 있다. 1984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있었던 민주당 全黨大會(전당대회)에서 쿠오모 知事의 기조연설을 들은 한 민주당원은 처음으로 자기가 민주당원이란 사실에 긍지를 가지게 되었다고 말했다. 쿠오모는 원고가 있든 없든, 청중을 휘어잡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1950년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2군 팀에 서 외야수를 맡고 있던 쿠오모는 어느 날 투수가 던진 공을 머리에 맞고 몇 주일 동안 경기에 출전할 수 없게 되었다. 그 때 그는 유명한 감독 브랜치 리키로부터 메이저로 진출할 수 있는 소질은 없지만, 머리가 좋으니까 로스쿨에 가서 법률을 공부하는 것이 좋겠다는 말을 들었다. 그 충고가 그의 인생을 바꾸었다. 그는 평범한 사람과는 다른 덕목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훌륭한 충고를 받아들였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재능과 능력의 한계를 알았던 것이다. 킹은 아무리 좋은 소재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좋은 대화의 상대가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말한다. 어떤 문제에 대해서도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예컨대 가수 아니타 브라이언트는 지나치게 종교에 심취한 나머지, 무슨 주제에 대해서도 종교적인 관점에서 이야기를 하려 한다는 것이다.

유명한 코미디언 봅 호프도 대화의 상대로 이상적인 사람인 것처럼 생각되지만, 실제로 이야기를 해보면 그렇지 않다고 킹은 말하고 있다. 봅 호프는 어떤 주제에 집착하지는 않지만, 카메라 앞에서는 예외 없이 모든 대답을 개그로 대답한다고 한다. 내셔널 리뷰지의 발행인이었던 윌리엄 러셔도 좋은 대화 상대자는 아니라고 킹은 말하고 있다. 그의 極右的(극우적)인 독단은 뉴트 깅리치, 패트 뷰캐넌, 댄 퀘일과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깅리치, 뷰캐넌, 퀘일 등은 모두 잘 웃을 줄 알았고, 농담을 받아주었으며, 다른 사람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여 주었는데, 러셔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러셔는 리처드 닉슨이 사망했을 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내가 닉슨에게 했던 가장 가혹한 말은 「탈리도마이드 장애아가 팔이 없이 태어난 것처럼, 그는 원칙이 없이 태어난 사람」이라고 지적했던 것이다』

유머를 사용할 때 하면 안 되는 말들

연설은 대체로 그 내용이 무겁고, 심각하며, 대체로 청중들에게 환영을 받지 못하게 마련이다. 여기서 연사가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하게 되면 분위기는 더 심각해진다. 킹은 아무리 심각한 주제일지라도 가능하면 한두 개 유머를 첨가하는 것이 좋다고 권고하고 있다. 그럴 때도 다음과 같은 말로 유머를 시작하면 오히려 청중들의 흥미를 반감시킨다고 킹은 충고하고 있다.

▲간단한 농담을 하나 하겠습니다.
▲오늘 이곳에 오다가 재미있는 일을 보았습니다.
▲재미있는 농담을 하나 하겠습니다. 아주 재미있는 농담입니다.
▲재미나는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이미 알고 계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들어보십시 오.

유머를 마치고 본론으로 들어갈 때도 군더더기 말은 피해야 한다고 킹은 말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이것은 농담이었습니다…』 같은 것이다. 그보다는 그 농담의 결론이 자연스럽게 본론으로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고 한다. 킹은 1930년대 유명한 영화배우이자 칼럼니스트였던 윌 로저스의 사례를 즐겨 소개한다. 로저스는 어떤 모임에서 제1차 세계대전을 종식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주장했다.

『나는 이 전쟁의 가장 큰 문제가 독일 잠수함 U보트가 우리 배를 격침시키고 있는 데서 생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서양을 가열해서 끓게 만들면 독일 잠수함들은 물 속에 숨어 있을 수 없으므로 水上으로 떠오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면 기다리고 있다가 U보트를 하나씩 해치웁니다. 오클라호마에서 수렵시즌에 사냥꾼이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당연히 여러분은 대서양을 어떻게 비등점인 섭씨 100도까지 가열할 수 있느냐고 물으실 겁니다. 제 대답은 「그런 것은 기술자가 해결할 문제」라는 것입니다. 나는 정책 수립자일 뿐이니까요』

청중들의 웃음이 수그러들면, 로저스는 『그것이 바로 정책수립과 수행의 차이점』이라고 지적하면서 본론으로 들어간다. 유명한 영화배우 재키 글리슨은 뉴욕시의 교통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있다고 선언했다 . 모든 도로를 북쪽으로 향하는 일방통행으로 만들어 뉴욕주에서 문제를 해결하도록 떠넘기면 된다는 것이다. 청중들의 웃음이 수그러들면, 그는 『문제의 해결책이 필요이상으로 복잡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케네디 대통령은 유머를 사용해서 질문을 회피하는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백악관에 있을 때, 청년민주당원들이 그의 정책에 대해서 불만을 표시한 적이 있었다. 텔레비전으로 중계된 기자 회견장에서 어느 기자가 이 문제를 질문했을 때, 케네디는 장황하게 자기 정책을 옹호하는 대신 미소를 지으며 완곡하게 그들이 아직 어리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청년민주당이나 청년공화당의 주장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시간이 우리편이란 사실입니다』

고어와 페로의 대결 / 최악의 답변은 「노 코멘트」

1993년 가을 앨 고어 부통령과 로스 페로가 「래리 킹 라이브」에서 北美자유무역협정에 대한 하원의 표결을 앞두고 토론을 벌인 적이 있었다. 이들의 토론은 그들이 동원한 언어, 바디 랭귀지 같은 면에서 교과서 적인 것이었다. 결과는 페로의 참패로 끝났다. 당시 이 협정을 추진하고 있던 클린턴 행정부는 페로를 비롯한 보수파의 강력한 반대에 직면해서 절망적인 상태에 있었다. 고어는 페로와의 정면대결을 결심하고, 래리 킹에게 전화를 걸었다.

「래리 킹 라이브」에서 두 사람이 대결했을 때, 사람들은 페로가 일방적인 승리를 거둘 것이라고 생각했다. 페로도 그 승리를 바탕으로 일약 전국적인 정치가가 되어 많은 표를 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페로는 상대를 너무 얕보았다. 고어는 이 문제에 대해 깊은 지식을 가지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오랜 상원의원 생활에서 닦은 세련된 토론 매너와 방법을 갖추고 있었다. 그는 끝까지 냉정을 잃지 않았고, 상대방을 경멸하지 않았으며, 상대방의 눈을 똑바로 보면서 자신 있게 답변을 하고, 상대방이 실수를 하더라도 조롱하지 않았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페로는 성급했고, 날카로운 언어로 상대방을 헐뜯고, 서툰 바디 랭귀지를 사용해서 시청자들에게 과연 그 백만장자 사업가가 도전을 감당할 수 있는 지 의심을 품게 만들었다.

고어는 페로의 눈을 바로 볼 수 있게 각도를 잡고 앉았다. 페로는 킹을 정면으로 보고 앉아서, 가능한 한 고어의 시선을 피했다. 고어는 자신감과 여유가 보였지만, 페로는 전투적이고, 흥분한 사람처럼 보였다 . 고어는 자신 있게 말을 했지만, 페로는 계속 불평을 털어놓았다.

이 토론은 케이블 텔레비전 사상 최대의 시청자인 2500만명이 시청했다.

최악의 답변은 「노 코멘트」

어떤 주제를 가지고 기자와 인터뷰를 할 때는 사전에 충분한 준비를 해야 하며, 자신 있게 답변을 해야 한다고 킹은 충고하고 있다. 기자들의 질문에 전부 답변할 필요는 없고, 아무도 그것을 강요할 수는 없다. 하지만 무턱대고 답변을 거부하기보다는 가능하면 재치 있는 유머로 질문을 회피할 줄도 알아야 한다. 어느 경우이건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당장 궁지를 모면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나중에 더 큰 재난을 불러 올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정치인이나 정부관리들은 『지금 답변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아직 보고를 받지 못해서 답변을 할 수 없다』, 『재판에 繫留(계류) 중이므로 논평할 수 없다』, 『이미 조사를 시작했으므로 곧 상세한 발표를 할 수 있을 것』, 『假定(가정)을 전 제로 한 질문에는 답변할 수 없다』는 등의 말로 질문을 회피한다.

그러나 최악의 답변은 「노 코멘트(No Comment)」다. 옛날에는 이 방법도 효과적이었지만, 지금은 유죄나 잘못을 시인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사태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을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킹의 충고는 한 마디, 「정직」이다. 그는 1980년대 타이레놀 사건의 예를 들고 있다. 당시 누군가가 슈퍼에 진열된 이 진통제 캡슐에 독극물을 주입했을 때, 제조社인 「존슨 앤 존슨」社는 사태를 숨기기보다는 텔레비전에 나가 적극적으로 홍보를 했다. 결국 소비자들은 「존슨 앤 존슨」社를 신뢰하게 되었고, 위기는 극복되었다.

케네디 대통령도 1961년 쿠바침공 실패(피그만 사건) 때 정직과 진실로 일관했다. 그는 이 계획이 아이젠하워 행정부 말기에 시작된 것이라든가, 입수한 정보가 잘못되어 실패했다고 변명할 수도 있었지만, 모든 책임은 자기에게 있다고 선언했던 것이다. 이 점에서 美공군은 현명한 미디어 정책을 가지고 있다고 킹은 지적한다. 이들은 평상시 항공기가 추락하면 즉시 「문제의 항공기는 통상적인 훈련비행 중이었고, 조사단이 구성되어 사고원인을 규명하고 있는 중」이라고 발표하도록 되어 있다. 이런 간단한 조처만으로도 사람들은 공군에 대해서 신뢰감을 가질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

<월간조선 2001. 3월호>

인간적인 기본을 갖추어야 한다(교양, 신뢰)
개성은 약이다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해야…(多讀·多作·多商量)

1. 좋은 글은 받아 적는다.(메모)
2. 틈틈히 정리한다.(주제별 스크랩)
3. 좋은 목소리로 읽어보고, 나 홀로 낭송기회도 가져 본다.(발음, 연기)
4. 자주 생각을 모아 본다.(사색, 일기, 기고)
5. 특별한 목적을 취해본다.(집필)
출처 : 스피치와 리더십
글쓴이 : 정동문 변화코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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