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2 (신자유주의)
신자유주의는 경제활동에 있어서 정부의 간섭을 최소화하고 모든 것은 자유경쟁과 시장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것으로
미국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세계화와 자유무역에 바탕이 되는 경제정책입니다.
신자유주의에 따르면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위해 걸림돌이 되는 각종 규제와 노동법, 복지정책, 관세,
세금, 환경법, 독점 규제법,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규제 법 등이 철폐되므로 대기업에게는 유리하지만
중소기업과 국민에게는 불리한 정책입니다.
신자유주의의 원류는 '자유방임정책'인데, 자유방임주의는 경제정책에 있어 정부의 역할을 최소화하고, 모든 것을
시장의 질서와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18세기 초 자본주의가 생성하던 초기에 자본가들이 왕권에 반발하면서 생겨난 이론입니다.
이를 완성한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는 1776년 '국부론'에서 "국가가 개인의 경제활동에 간섭하지 않으면 개인은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행동하게 되고, 그것이 국가의 이익의 극대화로 이어진다."는 이론을 펼쳤습니다.
또한 경제활동은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저절로 조절된다는 시장의 기능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시장경제에만 의존할 경우 국민경제는 실제로 필요로 하는 요소들을 제대로 공급 받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막대한 이익을 누리는 기득권 계층이 탈세를 일삼고 부동산투기 같은 불노소득을 추구하면
국가의 이익으로 연결되지 않을 뿐 아니라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지가상승으로 국민은 더 살기 힘들어집니다.
또한 경쟁관계가 독점구조로 변해 일부 대기업이 시장을 좌지우지 하면 시장의 자동조절 기능이 무력해지는
위기를 맞게 됩니다.
1930년대 미국의 경제 대공황으로 자유방임주의는 위기에 몰렸습니다.
모든 것을 시장에만 맡겨서는 안된다는 반성이 일어났고, 대공황으로 위기에 빠진 자본주의를 구제하기 위한
비전으로 경제학자 케인스를 중심으로 개입주의가 대두되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주도한 복지국가가 재정위기를 맞으면서 1980년대 미국의 레이건과 영국의 대처 정부에서 "결국
시장밖에 없다.", "시장으로 돌아가자."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국가의 개입을 반대하는 자유방임주의가 다시 생겨나게 되었고, 이를 신자유주의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케인즈주의의 실패에 대한 신자유주의의 대안은 '세계화', '자유화', '유연화', '사유화' 등의 언명으로 대표됩니다.
케인즈주의적 정책은 국가가 능동적인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통해 경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함으로 써 공황을 방지하고
완전고용을 달성하고자 했다면, 신자유주의적 정책은 '준칙에 의한' 소극적인 통화정책과 자유화, 특히 국제금융에서의
자유화를 통해 경제의 안정적인 성장을 달성할 것을 목표로 합니다.
또한 완전고용과 고임금이라는 케인즈주의적 타협은 세계적 차원에서의 비용삭감 경쟁에 따라 노동시장의 유연화로
해체되었으며, 국가가 관장 혹은 보조해왔던 많은 영역들이 민간으로 이전되었습니다.
신자유주의로 불리는 다양한 구조조정 정책들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화폐와 노동력의 관리형태의 변화로 볼 수
있습니다.
금융산업, 특히 국제금융에 대한 탈규제는 국가가 화폐를 통제하려는 케인즈적 시도의 좌절을 의미합니다.
정리해고, 파견노동제, 임시직과 성과급 제도의 확대 등의 노동시장 유연화와 복지제도의 축소는 노동력이라는 상품의
재생산을 더 이상 사회가 보장해주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과거 이루어진 화폐와 노동력의 국가관리가 70년대 불황의 원인이었으며 이제 화폐와 노동력도 시장의 원칙에 따라
관리 되어야 한다는 것이 신자유주의의 논리입니다.
신자유주의에서 국가의 개입이라는 것이 완전히 부정되지는 않습니다.
고전적 자유주의와 달리 신자유주의는 시장의 기능이 불완전할 가능성(시장 자체의 불완전성에 기인하는 것이든 외부의
교란요인에 의한 것이 든)을 어느 정도 인정합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는 여전히 '제대로' 기능하는 시장이 최선의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신앙을 굳게 믿으며 자본주의의
내재적인 불안정성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이윤에 대한 끊임없는 추구와 무한한 자본축적의 논리는 자본주의에 본질적인 불안정성을 부여하게 되는데 여기에
자유화된 국제금융의 확장은 불안정성을 더욱 강화시킬 뿐입니다.
신자유주의의 근본적인 오류는 여기에 있습니다.
신자유주의는 자본주의의 위기에 대한 전혀 새롭지도 올바르지도 못한 대안입니다.
시장을 통한 경쟁을 최선으로, '정당한' 이윤의 추구를 최고의 미덕으로 간주하는 신자유주의는 전세계를 수탈하는
초국적 자본의 이데올로기일 수밖에 없습니다.
고전적 자유주의가 세계경제대공황과 세계전쟁으로 막을 내렸듯이 신자유주의도 같은 전철을 밟지 않을지가 관심
대상입니다.
* 목차
1. '신자유주의 세계화' Coming out!
2. 신자유주의 비판
3. 세계의밥상 움켜쥔 초국적 곡물 메이저
4. 각 국의 구조조정 사례
1. '신자유주의 세계화'1) Coming out2)!
문윤택 / 편집위원
얼마 전 11월 3일, 정부와 은행권은 287개 부실징후 기업을 대상으로 퇴출. 지원여부-신용위험-를 평가한 결과 회생가능성이 없는 삼성상용차, 삼성자동차, 우성건설, 피어리스, 삼익건설 등을 비롯 52개사를 청산, 법정관리, 매각, 합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해당 기업뿐만 아니라 협력업체, 하청업체들이 연쇄 도산할 위기에 몰렸다. 그리고 그로 인한 또 한번의 대량실업이 야기될 전망이다.
이처럼 현재, 우리의 곁에는 '항상' 위기와 불안이 도사리고 있다. 왜 이렇게 됐을까? 우리는 그 이유를 '신자유주의 세계화' 체제에서 찾으려고 한다.
1997년 겨울, 한국전쟁 이후 최대의 국난이라 불리운 외환·금융 위기가 터지고 미국 재무부 관리들이 뻔질나게 서울을 드나들었다,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IMF라는 국제기구는 '정부종합청사' 건물 안에 사무소를 내고 들어섰다. 그리고 얼마 후, '시장의 원리'란 미명하에 수많은 회사들이 '퇴출 기업'에 올라 부도위기를 맞이하였으며 살생부라 일컫는 '퇴출 명단'으로 실업자는 부지기수로 늘어나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구조조정 과정이 과연 '시장의 원리'에 맡겨졌을까? 한마디로 얘기하자면 '아니다'. 부실은행과 부실기업은 '시장'이 라니라 '정부'에 의해 퇴출 되었다. 제일은행에 7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여해서 뉴브릿지에 6천 5백억 원의 헐값으로 해외 매각한 주체도 정부였다. '시장의 원리'라고 하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정부는 살아있다. 다만, 그 기능이 더 없이 편파적이다.
정부의 이 같은 행동의 원인은 무엇일까? 그리고 이것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일까?
'신자유주의'의 탄생!
흔히 쓰이는 말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신자유주의가 어떠한 것인가를 딱히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우선 신자유주의는 시장의 자유로운 작동이 균형의 달성과 경제의 발전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파악한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고전적인 자유주의와 동일하다. 따라서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렇다면 왜 'RE자유주의'가 아닌 '신자유주의'인가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경제사를 돌아보도록 하자.
고전적 자유주의는 자본축적에 대한 다양한 전근대적인 규제와 제한을 철폐하여 자본주의 시장의 일반적 원리를 전사회적으로 도입하고자 했으며, 이러한 조건이 달성되면 시장경쟁의 최적의 결과를 보장할 것이라고 파악했다. 하지만 고전적 자유주의의 시대는 1930년대 초반, 참담한 대공황을 겪으면서 막을 내리 게 된다. 대공황의 충격은 시장의 조화로운 원리가 이상적인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의 신화에 의문을 제기하도록 만들었으며, 때를 맞춘 노동운동과 사회주의 운동의 성장은 자본주의와 자유주의에 수정의 압력을 가했다.
이제 자본주의는 케인즈 주의의 시대로 넘어간다. 케인즈의 개량적 자유주의는 자본주의 자체의 제한성을 인식하여 그것을 보완하고자 하는 적극적 정책과 노동자운동을 비롯한 사회운동의 고양에 따른 방어적 정책을 동시에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케인즈 주의 시대에 자본주의는 '자본주의의 황금기'라고 불릴 정도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케인즈주의 역시 자본주의의 근본적 모순을 해결할 수 없었고, 70년대 이후 전세계적인 불황이 찾아오면서 케인즈 주의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자유주의는 장기적인 스태그플레이션3)이 케인즈주의적 경제정책 실패의 결과라고 지적하고, 세계화되어 가는 경제에 있어서의 국가적 간섭을 비판하면서 대두하기 시작했다.
케인즈주의의 실패에 대한 신자유주의의 대안은 '세계화', '자유화', '유연화', '사유화' 등의 언명으로 대표된다. 케인즈주의적 정책은 국가가 능동적인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통해 경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함으로써 공황을 방지하고 완전고용을 달성하고자 했다면, 신자유주의적 정책은 '준칙에 의한' 소극적인 통화정책과 자유화, 특히 국제금융에서의 자유화를 통해 경제의 안정적인 성장을 달성할 것을 목표로 한다. 또한, 완전고용과 고임금이라는 케인즈주의적 타협은 세계적 차원에서의 비용삭감 경쟁에 따라 노동시장의 유연화로 해체되었으며 국가가 관장 혹은 보조해왔던 많은 영역들이 민간으로 이전되었다.
신자유주의로 불리는 다양한 구조조정 정책들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화폐와 노동력의 관리형태의 변화로 볼 수 있다.
금융산업, 특히 국제금융에 대한 탈규제는 국가가 화폐를 통제하려는 케인즈적 시도의 좌절을 의미한다. 정리해고, 파견노동제, 임시직과 성과급 제도의 확대-이미 우리 나라에 만연되어 있는 것들이다- 등의 노동시장 유연화와 복지제도의 축소는 노동력이라는 상품의 재생산을 더 이상 사회가 보장해주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 이루어진 화폐와 노동력의 국가관리가 70년대 불황의 원인이었으며 이제 화폐와 노동력도 시장의 원칙에 따라 관리되어야 한다는 것이 신자유주의의 논리이다.
이처럼 신자유주의는 경제활동에 있어서 국가적 개입을 비판하며 시작되어 '모든 것을 시장의 원리에 맡겨라, 국가가 나서서 개입하지 말라.'라는 강한 요구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우리도 IMF 위기 이후 귀가 아프도록 많이 듣던 소리이다. 실제로 정부는 '여러 부분의 규제 없애기'를 실시했다. 외국인 주식소유 한도를 정해 놓은 규제도, 국내산업 보호정책이란 규제도 사라졌다.
이제, 더 이상 국가는 국민들을 보호하는 체제로 남을 수 없게 되었다.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야 한다. 국가는 이전에 금융 및 조세정책을 통해 완전고용과 사회보장제도를 유지함으로써, 노동운동과 건설하였던 사회타협체제를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 이것이 '신자유주의'가 'RE자유주의'가 아닌 가장 큰 이유이다. 신자유주의에서 민중 진영은 기업의 이익을 위해 정부가 수단으로 사용해야 할 도구로 '시장의 원리'라는 냉혹한 현실에 몰려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나라에서도 나타났듯이, 신자유주의에서 국가의 개입이라는 것이 완전히 부정되지는 않는다. 고전적 자유주의와 달리 신자유주의는 시장의 기능이 불완전할 가능성-시장 자체의 불완전성에 기인하는 것이든 외부의 교란요인에 의한 것이든-을 어느 정도 인정한다. 그럼에도 신자유주의는 여전히 '제대로' 기능하는 시장이 최선의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신앙을 굳게 믿으며 자본주의의 내재적인 불안정성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윤에 대한 끊임없는 추구와 무한한 자본축적의 논리는 자본주의에 본질적인 불안정성을 부여하게 되는데 여기에 자유화된 국제금융의 확장은 불안정성을 더욱 강화시킬 뿐이다4). 신자유주의의 근본적인 오류는 여기에 있다. 신자유주의는 자본주의의 위기에 대한 전혀 새롭지도 올바르지도 못한 대안이다. 시장을 통한 경쟁을 최선으로, '정당한' 이윤의 추구를 최고의 미덕으로 간주하는 신자유주의는 '선진 정부'를 등에 업고 전세계를 수탈하는 초국적 자본의 이데올로기일 수밖에 없다.
고전적 자유주의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케인즈 주의가 위기의 책임을 뒤집어쓰고 다시 자유주의에 그 자리를 내주게 된 사실은 '역사는 두 번 반복된다'는 맑스의 말을 연상시킨다. 자유주의는 이미 한 번 대공황과 함께 비극적으로 종결된 바 있다. 이번엔 어떻게 그 막을 내리게 될까?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우리
돌이켜보면 한국에서 신자유주의에 대한 논의는 별로 없었다. 물론 학계 일부에선 문제제기를 했겠으나 그 울타리를 넘지 못했다. 그것은 OECD에 가입한 때를 봐도 알 수 있다. 당시 OECD가 가입조건으로 내세웠던 게 다름 아닌 금융시장의 개방이었다. 그런데 이 중대한 사안은 공론화조차 되지 않았다. 신자유주의에 대해서는 알아볼 것도 없이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는 게 급급했다.
OECD 가입 직후 국회에서 '정리해고제', '변형근로제', '근로자파견제' 등 이른바 '3제'를 새벽에 날치기로 통과시켰을 때에도 신자유주의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 '노동의 유연화'라는 신자유주의의 핵심적인 주장과 관련되었는데도 그랬다. 프랑스의 언론들이 한국의 총파업을 '신자유주의에 대한 저항'이라고 불렀던 것과 대조되었다.
이처럼 한국에서 신자유주의는 가려져 있었다. 반면에 세계화란 구호는 요란했고 또 별 저항 없이 받아들여졌다. 김영삼 정부가 정치적인 책략으로 이용했고, IMF, IBRD, OECD 등 신자유주의의 기구들이 계속 한국의 경제를 칭찬했던 배경도 작용했다. 그러다 느닷없이 공황이 덮쳤다. 구호로 던진 세계화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와 가슴 한복판에 꽂힌 것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란 이런 거야! 몰랐어?”라고 외치면서.
이제, 신자유주의가 세계화되었고, 세계화 흐름 속에 신자유주의가 있으며, 그 아래 우리가 있다. 그리고 이미 IMF로 인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겪어 큰 상처를 입은 우리지만, 현재는 더 강도 높은 제 2차 구조조정이 시작된 상태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또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 것인가?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추진과 그 세력
신자유주의는 IMF나 World Bank 같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조직들에 의해 설계되고, 추진되었으며, 보완되었다. 자본에게 보다 많은 자유부여, 복지 축소, 공적 영역의 시장경제화를 이끈다.
신자유주의는 1970년대 영국이 IMF 구제금융 받으면서 대처 수상이 추진했다. 영국의 조합주의가 초래한 생산성 하락과 자본-노동간의 대립이 IMF의 개입을 초래한 것이다. 이후 조합주의는 무시되었고, 대처의 밀어붙이기로 노조가 약화되었으며, 복지 혜택 또한 낮은 질로 전락하였다. 이는 국가의 강력한 개입을 통한 신자유주의를 추진한 것으로 영국에 이어 뉴질랜드, 멕시코 등에서 신자유주의가 도입되였다.
뉴질랜드에서는 1980년대 위기의식으로 국가중심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이 단행되어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하였고, 멕시코에선 외환위기로 인해 NAFTA, 미국의 개입으로 '신자유주의 세계화' 물결에 포섭되고 말았다. 멕시코는 신자유주의 프로그램을 가장 충실히 지킨 모범국으로 칭송 받았고, 하나의 모델로 제시되기도 했다. 하지만 멕시코의 현실은 참혹하기만 하다. 오늘날 멕시코의 외채는 1천 7백억 달러에 이른다. 채무불이행을 막기 위해 멕시코는 알짜배기 국영기업과 엄청난 자원을 팔아치워야만 했다. 1982년과 1996년 사이에 멕시코는 노동자와 농민들이 기아와 실업에 고통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외채를 갚는 데만 1천 4백억 달러를 지출했다. 그런데도 빚은 여전히 쌓여만 갔다. 여기에 NAFTA는 몇 개 되지도 않는 보호관세를 제거하여, 제국주의자들이 더 쉽게 약탈할 수 있도록 만들었고, IMF 구제금융5)은 멕시코 민중들을 더 궁핍하게 만들었다.
⊙ WTO
세계무역기구(이하WTO)는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이하GATT)'으로부터 탄생한 기구이다. 그러나 GATT가 공산품의 교역만을 다뤘던 반면, WTO는 농업 및 지적재산권과 같은 새로운 영역까지 규제하는 권한을 부여받았다. 또한 WTO는 '자유무역'의 규칙을 위반하는 국가가 있다면 곧바로 강제력 있는 '무역 보복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한마디로 WTO의 규정은 일국의 법률을 훨씬 능가한다. 만약 우리 나라의 어떤 법률이 WTO와 규정이 다르다면, 우리 나라는 그 법안들을 고칠 수밖에 없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체제의 명실상부한 '지휘자'가 탄생했다. WTO는 우리의 생명까지 위협함을 다음의 예에서 알 수 있다.
2000년 1월 중순, 태국의 에이즈 환자와 시민운동가 200여명이 방콕 주재 미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미 제약회사 브리스톨-마이어스가 특허권을 갖고 있는 에이즈 치료제 다이다노신(DDL)을, 태국 내에서 대량 생산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고 요구했다. 4천만명의 인구 중 300만 명이 에이즈 환자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1997년 자국에서 에이즈치료제를 싸게 생산하게 하는 법률을 만들었는데, 아직도 발효되지 못하고 있다. 초국적 제약기업들은 특허권 위반 혐의로 남아공 정부를 WTO에 제소하겠다고 하고, 미국 측은 남아공 정부가 법률을 통과시키면 '무역보복' 조치를 취하겠다고 노골적으로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해에 560만 명의 에이즈 환자가 발생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1000만 명 이상이 에이즈로 목숨을 잃었다. 아프리카에서 태어나는 100명의 신생아 가운데 9명이 에이즈 환자라 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에이즈 환자 가운데 80% 이상이 치료는커녕 검사조차 받지 못하고 있으며, 엄청나게 비싼 비용 때문에 에이즈 치료제를 사먹지도 못한 채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992∼1998년 사이에 에이즈 약값은 434%나 폭등했다. 그런데도 초국적 제약업체들은 '특허권' 운운하며 값싼 치료제 생산에 제동을 걸고 있고, WTO는 이런 '폭리'를 지적재산권협정(TRIPs)으로 보호해주고 있다.
⊙ IMF
국제통화기금(이하IMF)은 유엔에 부속되어 있는 세계의 무역과 통화 안정을 증진시키기 위한 기구이다. 그러나 IMF는 가난한 사람들에게서 상상하기 힘든 엄청난 돈을 '대부금 회수'라는 명목으로 강탈했다. 1980년에서 1992년 사이에, 가난한 국가들은 외채 원금보다 3배 많은 액수를 갚아야만 했다. IMF는 1980년대 중반 이래로 아프리카에서만 약 480조원을 거둬갔다. 또한 그들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은 공공지출을 대폭적으로 삭감한다. 만약, 동의하지 않으면 그 국가는 IMF와 세계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릴 수 없다. 구조조정 프로그램은 초국적 자본에 모든 시장을 개방하고, 공기업을 민영화하고, 노동자들의 권리, 임금, 노동조건을 악화시킨다. 그리고 공공지출에 대한 엄청난 삭감을 강요한다. 이는 이미 우리 나라에서도 단행되고 있다. 우리도 한발씩 '신자유주의 세계화' 속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또한 IMF는 초국적 자본의 더 자유로운 착취를 위해, 세계를 변화시키고 있다. 구조조정은 보조금과 생활 필수품에 대한 가격통제를 금지했다. 1991년 페루에 적용된 IMF의 '충격요법'은 원유가를 하룻밤새 3000%, 빵을 1100%나 증가시켰다. 이들의 '조정'이란 결국 가난한 나라들의 경제구조를 초국적 자본의 이익에 맞게 '조정'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IMF 정책은 경제위기를 더욱 악화시킨다. IMF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충실히 이행한 76개 국가들 중 단지 4개국에서만 약간의 경제 성장이 있었을 뿐이다. 1997년 아시아 위기 이후, 인도네시아 위기 극복을 위한 IMF 처방은 4천만 명을 빈곤에 빠뜨렸다.
⊙ 한일 투자협정
한국과 일본 정부가 올해 안에 체결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한일투자협정은 부자들의 '자유로운 투자 환경'이 결국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더 나쁘게 만들 것임을 보여 주는 또 다른 사례다. 미국과 유럽연합(EU)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아시아 내에서 독보적 위치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일본 정부는 대만을 '일본이 주도하는 아시아 경제권'에 통합시키고 한국경제를 더욱 자신의 세력권 안으로 끌어들이고자 한다. 얼마 전 <산케이> 신문은 한일투자협정에 대해 이렇게 썼다. "(한일투자협정이 체결되면) 1억7천만 명 인구를 가진 시장이 형성된다. 달러·유로의 2극 경제권에는 못 미치지만 엔 경제권 형성을 위해 확실하게 한 걸음 내디디게 된다.”라고.
한일투자협정의 핵심 내용-'진지조항'이라고 부르는-은 '한국 진출 일본 기업의 한국인 직원 의무고용제 등 투자 장벽을 없애고', '상품 및 검사·서비스 기준을 통일한 뒤 종국적으로 관세를 철폐함으로써 단일 시장을 형성하자'는 것이다. 일본 정부의 핵심 요구를 간추리면 첫째, 무역과 투자에서 과감한 세금 감면, 둘째, 한국인 의무 고용제 폐지·고용승계 거부 권리 인정, 셋째 노동조합이 파업했을 때 한국 정부의 강력한 개입 및 중재를 요청할 수 있는 권리로 요약된다.-이 외에도 일본 정부는 한국 부품을 사용하지 않을 권리, 기술 이전을 하지 않을 권리도 덧붙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과거 한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인들이 노사 분규에 휘말렸던 경험이 많아 이를 대(對)한 투자의 장애 요인으로 보고 있다."고 말한다. 일본 정부의 우려에 대해 김대중은 '21세기 파트너쉽 구축'을 위해 일본 기업주들에게 각종 세금을 감면해 주고, 일본인 기업의 노사 문제를 전담하는 공무원을 배치하겠다고 답변했다.
⊙ ASEM
10월 20∼21일 서울에서 25개 아시아와 유럽 나라들의 정상들이 참여하는 아시아유럽정상회의(이하ASEM)가 열렸다.
아시아 10개국과 유럽연합 15개국 정상들 그리고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이 참여해 2년에 한번씩 아시아와 유럽을 번갈아 가며 열리는 ASEM은, 정치·안보, 경제, 사회·문화를 다루는 정부간 협력체다. 하지만 ASEM의 본질은 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독점적 지배에 대항하려는 유럽의 견제와 경쟁의 산물이다. 1990년대 들어 유럽 국가들은 경제적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한국·홍콩·싱가포르 등 아시아 신흥공업국 시장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동안 아시아 나라들에 가장 커다란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해 온 나라는 미국이었다. 미국은 특히, 1989년에 발족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통해 아시아 시장을 지배해 왔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뒤늦게 아시아 시장에 뛰어든 유럽은 아시아 나라들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에 도전해야 했다. 미국 제국주의에 대한 유럽 제국주의의 경쟁과 도전의 결과로, 1996년 3월에 ASEM이 창설됐다.
ASEM의 주요한 의제 가운데 하나가 회원국간의 무역·금융·투자 자유화 등을 다루는 경제 분야다. ASEM 특별 대책위인 ASEM 비젼 그룹(ASEM Vision Group)의 보고서에 따르면, '다자간 무역시스템을 강화하고, WTO 뉴라운드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ASEM의 중요한 과제'다. ASEM 참가단 가운데 기업 경영인들이 250명이나 포함돼 있는 것만 봐도 ASEM의 성격을 알 수 있다.
ASEM의 주요 목표는 2025년까지 아시아와 유럽간 무역·투자 장벽을 완전히 철폐함으로써 상품 및 서비스 무역을 자유 개방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국적 자본에게 매력적인 투자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자유 시장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 즉, 기업 활동의 모든 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해 세계 무역을 더욱 '자유화'시켜야 한다. 하지만, IMF의 구조조정 프로그램 강요가 낳은 끔찍한 결과에서도 볼 수 있듯이, 자유 시장 정책은 세계를 거대 다국적 기업의 착취에 노출시킬 것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폐해
⊙ 교육부문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교육도 시장이라고 말한다. 교육부문에 대한 공공지출의 국제적인 규모는 1999년을 기준으로 '1조 달러'가 넘는다. 또한 외국인 유학생에 의해 창출되는 세계 고등교육 시장 규모는 연간 약 '2백 40억 달러'에 달한다.
왜 WTO가 교육을 공공 서비스가 아니라 '시장'으로 규정하고 있는지 이해할 만하다. WTO는 출범 때부터 교육 '시장'을 '일반서비스협정(GATS)'에 포함시켜 자신의 휘하에 편입시켰다. 이것은 교육 부문도 언젠가는 '자유' 무역의 원칙 아래 다뤄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빈부의 차이를 떠나 모든 사람들은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헌법의 기본권이 '자유' 무역 아래 쉽게 무시된다.
우리 나라의 경우도 IMF위기 이후 교육예산 감소로 인해 '신규채용억제, 명예퇴직제도 도입, 교과전담교사의 담임 업부 부여' 등을 실시했고, 계약제, 연봉제, 성과급제는 기업경영의 논리로써, 교사들을 서로 경쟁시키고 있다. 경제논리의 지배하에 농촌소학교는 통폐합됐다. 대학에서는 실용학문에 대한 강조로 기초 학문이 붕괴 위기를 맞이하였고, 한편으로 학력 인플레가 고조되어 점점 더 많은 졸업자들이 학위가 필요 없는 일자리 선택하게 되었다. 더불어 연봉계약제에 의한 교수통제로 그들의 입김을 방지하고, 국적 없는 세계화 교육이 이루어져 민족교육, 민주교육의 소멸을 야기하고 있다.
⊙ 여성부문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여성에 대한 이중의 굴레를 더욱 고착시킨다. 모성 보호는 사치스런 요구가 되어 임신과 지방발령, 업무과부하, 업무 박탈 등의 양상으로 나타났다면 이제는 아무런 제한 없이 해고로 이어진다. 성차별적인 분업이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된 것이다. 실직남편 기살리기와 같은 감정노동이 강요되고, 여성들이 전담하다시피 해 온 노동력재생산 노동의 양이 생계비 압박과 함께 엄청나게 불어나고 있다. 값싼 노동력으로 여성들을 집중 고용하는 초국적 자본에 의해 영세사업장의 노동자, 가내노동자, 임시직, 파트타이머, 파견노동자 등 우리사회의 저임금 임시직은 여성들의 몫이 된다.
여성의 신체에 대한 세계규모의 무역은 세계 상업의 중요한 요소가 되어 매매춘은 더욱 증가하고, 여성의 고용불안을 악용한 직장내 성폭력은 급증하고 있다. 세계 빈곤층 13억 가운데 70%가 여성이라면 더 이상 할말이 없지 않은가?
⊙ 빈곤부문
1970년대 후반 이래로 20여 년에 걸쳐 추진되어온 '신자유주의 세계화' 체제는 선진국과 저개발국간의 경제적 격차뿐만 아니라, 일국 내에서의 계급·계층간 격차도 더욱 확대시켰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소득 기준 상위 20개국의 평균 소득은 하위 20개국보다 37배나 많으며, 이런 격차는 최근 사이에 두 배로 벌어졌다고 한다. 또한 전세계 부는 평등하게 재분배되고 있다기보다 점점 소수의 손에 집중되고 있다. 세계 총 생산(GDP)의 86%를 상위20%의 부유한 사람들 차지하고 있고, 그들과 최빈곤층 20%간 일인당 평균소득의 격차는 해가 지날수록 더욱 확대되고 있다.
1998년 현재 하루 2달러 미만의 생계비로 간신히 연명하는 극빈층이 전세계 인구의 절반에 이르는 28억 명이나 된다. 반면 저개발국의 외채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1995년 기준으로 2조 달러를 넘어섰는데, 이것은 1970년에 비하면 30배가 넘는 수치이다.
또한 국제 무역과 투자에 있어서 선진국의 독점은 더욱 심각하다. 선진국의 상위20%가 세계무역의 82%, 해외 직접투자의 68%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하위 20%의 최반국은 무역과 해외 직접투자의 단 1%만을 차지하고 있다. 자본은 이윤창출이 가능한 10개국 정도에만 집중되었을 뿐이다.
우리 나라에서 IMF위기 이후, 한국사회의 양극화 현상은 1979년 통계집계 이후 최고조에 달했다. 상위계층과 하위계층간 소득 격차는 갈수록 켜지고 있다. 또한 2000년 들어, 지난 2·2분기 중 도시 노동자 가구 상위 10%의 월 평균 소득은 하위 10%에 비해 9배나 많다. 이는 부유층 10%가 매달 교양·오락비, 자가용 운영비로 사용하는 비용을 빈곤층 10%는 생계비로 사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 공공부문
신자유주의 세계화 시대에 국가는 아무것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 민중들의 삶에 있어서 기본적인 서비스를 제공해 주었던 공기업은 '세금 도둑'으로 몰린다. 결국 효율화의 이름아래 민영화된다. 그래서 민중들은 더욱 많은 돈을 내야만, 기본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은 신자유주의 시대에 철저하게 '억제'된다. 이건 너무 불공평하지 않은가?
신자유주의자들은 '비효율'과 '제정 건전성 확보'를 이유로 공공지출에 대한 대대적인 삭감을 단행하였다. 교육, 건강 등 사회적 서비스를 위한 공공지출이 삭감되고, '정부역할의 축소'라는 이름으로 심지어 도로, 다리, 식수공급 등의 유지비용 삭감이 단행되었다. 그리고 국공유기업 또한 '민영화'되어 독점자본의 이윤축적을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어갔다. 여기에는 은행, 핵심기간산업, 철도, 고속도로, 전기, 학교, 병원까지도 포함된다.
민중의 삶에 필수적인 공공부문에 대한 국가의 책임은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영역의 확장을 위해, 때로는 구조조정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헐값에 팔려야 한다. 오직, 이윤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초국적 자본이 안전한 수송을, 깨끗한 식수를, 산간 오지에서의 통신을 제대로 된 서비스로 제공할 수 있겠는가?
지난해 영국에선 민영화된 열차가 런던 패딩턴 역에서 마주 오는 급행 열차와 정면으로 충돌하여 60여명이 끔찍하게 죽는 참사가 발생하였다. 이는 적신호일 때 기차를 멈출 수 있는 자동정지 체계를 비용절감이란 이유로 도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1백여 기업에 나누어 판 영국 철도의 경우, 서비스의 질은 낮아졌고, 안전은 더 소홀해 졌다.
⊙ 농업부문
신자유주의의 세계화는 농산물 교역의 자유화를 강요하고, 자본 집약적이고 기업이 통제하는 농업구조를 전 세계적으로 확산시켰다. 증가하는 인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국제식량농업기구(FAO)의 연구에 따르면, 소규모 다종 재배는 보다 많은 식량을 생산하는 것 외에도 가뭄과 사막화를 방지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미국은 농산물 교역과정에서 가장 큰 이익을 가져갔다. 현재 매년 세계적으로 2억톤의 곡물이 수출되고, 그중 절반은 미국이 수출하고 있다. 만약 미국이 변덕이라도 부리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굶어죽을지 모를 일이다. 실제 세계 곡물 메이저들은 1995년 5월에서 1996년 5월까지 1년 동안 밀 가격을 무려 60%나 올렸다. 이는 가난한 제3세계 민중들에게 엄청난 추가비용을 부담시키고 있다. 실제로, 지금까지 곡물가격의 인상 때문에 농산물 수입국들은 무려 30억 달러의 추가비용을 더 지불해야 했다.
산업화를 위해 농업이 희생해야 한다는 논리는 잘못되었다. 또한 대규모 기업농이 소농에 비해 훨씬 효율적이라는 논리도 잘못되었다. 농업은 우리의 생명, 우리의 땅, 자원과 함께 하는 것이다. 농업이 하나의 '상품'으로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 더구나 미국의 초국적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식량' 앞에, 우리의 주권과 생존을 위해서도 농업은 지켜져야 한다.
우리가 해야할 일
우리는 종종 '무엇 무엇은 불가피한 것이다' 라는 얘기를 듣는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 무엇에 대해 '체념'하도록 강요받는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도 마찬가지다. "대안은 없다(There is no alternative)"는 영국 대처 수상의 명언(?)처럼, 세계화는 그 동안 거스를 수 없는 역사의 대세로 받아들여져 왔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반대하면 고루한 '국수주의자'로 낙인찍히고, 역사의 진보에 반하는 이적행위로 비난받았다.
하지만 '불가피하다'는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결코 무색 무취한 역사 발전의 자연스러운 흐름이 아니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로부터 이익을 얻는 자들이 있는 반면, 또한 완전히 배제된 자들이 동시에 존재했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그로부터 이익을 챙기려는 집단들의 의식적인 프로젝트이지, 결코 '불가피한' 흐름이 아니다. '불가피하다'고 말하는 자들은 그로부터 이익을 챙기는 자들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도전 받고 있다. 멕시코 치아파스 정글에서 무장투쟁을 벌이고 있는 사빠띠스따 농민군, 브라질의 무토지농민운동, IMF 구조조정에 반대한 한국 노동자들의 저항은 결코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순응하며 살지 않겠다는 의지의 선언이었다. 이 저항의 흐름은, 시장개방과 금융의 세계화만이 인류의 번영을 가져올 것이라는 신자유주의자들의 신념을 조금씩 깨뜨리고 있다.
1999년 11월 시애틀에 모여든 각국의 민중들은, 세계무역기구와 뉴라운드 출범을 반대했다. 그들은 세계무역기구가 장기적으로 해체되어야 하고, 그 전 단계로는 최소한 우리 삶의 핵심분야는 '자유무역'체제에서 '제외'(Exception)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업·공공서비스·생명특허·문화 등이 그것이다. 이후, 2000년 1월 스위스 다보스의 세계경제포럼(WEF) 반대 투쟁, 4월 워싱턴의 IMF와 세계은행 반대 투쟁, 7월 프랑스 미요의 반WTO 투쟁, 9월 12일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의 세계경제포럼 반대 투쟁, 9월 26일 체코 프라하의 IMF와 세계은행 반대 투쟁으로 이어져 10월 20일 서울의 ASEM 반대 투쟁으로까지 왔다.
이런 최근 세계 민중들의 투쟁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은, 그들은 더 이상 '세계화를 불가피하고 필연적인 과정'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근본적인 사고와 투쟁을 실질적으로 조직하고 있다. '당장의 대안이 없다'고 세계화 구조와 경향을 받아들이는 것은 더 큰 재앙을 의미할 뿐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한국 민중들이 투쟁 속에서 쟁취한 민주주의적 권리와 생존권을 완전히 빼앗아갈 것이며, 우리의 미래 또한 착취해갈 것이다. 바로 지금,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투쟁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속에 대안이 존재한다.
<참고문헌>
노동조합기업경영연구소, IMF 시대와 노동자의 삶
노암 촘스키, 그들에게 국민은 없다
미셀 초스도프스키 지음, 이대훈 옮김, 빈곤의 세계화
전태일을 따르는 민주노조운동연구소 편역, 신자유주의와 세계민중운동
존 그레이 지음,김영진 옮김, 전지구적 자본주의의 환상
한스 페터 마르틴 외, 강수돌 옮김, 세계화의 덫
김윤자, "신자유주의와 세계의 정치사회운동"
민주노동당 학생그룹, "왜 ASEM에 반대해야 하는가"
투자협정·WTO반대 국민행동,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반대한다
1)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는 동의어가 아니다. 세계화가 신자유주의-자유시장-를 수반한다는 것은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이데올로기이다. 전지구적 자유시장은 유토피아에 불과하기 때문에, 세계화의 의미는 국가마다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세계화로 인해 신자유주의로 나가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생각 우세하다. 이것은 자본의 이데올로기 공세의 결과이다. 자본가들이 목적의식적으로 만든 것이다. 그럼에도 세계화는 신자유주의 경제사상에 입각하여 확대되어 나가고 있으므로 '신자유주의 세계화'라 통칭하였다.
2) come out: <본성·비밀 등이> 드러나다, 답이 나오다, 파업하다
3) 대체로 경기가 좋으면 물가가 상승하고, 경기가 나쁘면 물가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스테크플레이션이란 경기가 불황인데도 불구하고 물가가 뛰는 현상을 말한다. 이것의 좋은 예는 1970년대의 세계경제이다. 유가인상으로 상품의 가격은 폭등하는데도 불구하고 세계경제는 바닥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1998년 초의 한국경제도 스테그플레이션을 겪었다. 경제는 급속히 하강하는데도 물가가 엄청나게 뛰었던 것이다.
4) 1971년 국제금융거래의 90%가 무역이나 장기투자와 같은 실질 경제와 관련되었고, 투기자본은 10%에 불과했다. 그러나 1990년 그 비율은 완전히 뒤집혔고, 1995년경에는 막대한 자금의 95%가 투기성 자본이 되었다. 일일거래량은 7대 산업국 외환보유액 전체를 초과하는 1조 5천억 달러에 달했고, 그 중 80%가 1주일 이내에 상환해야 하는 초단기 거래였다.
5) 말이 구제금융이지, 원금보다 더 많은 이자의 상환을 요구하며 멕시코의 금융과 산업을 하나둘씩 약탈해 갔다. 만약 멕시코 정부가 그들의 명령대로 이행하지 않을 시, 민영화된 공공부문으로 민중을 인질로 삼았고 또 다른 시장 개방을 요구했다.
2. 신자유주의 비판
레이건 대통령 시절부터 시작된 신자유주의는 우익에 의해 주도된 전세계적인 경제이념으로 소수의 이익집단이
그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많은 분야에서 사회를 지배하도록 허용한 정책과 조치입니다.
따라서 부유층에 대한 세금이 감면되고 노동과 환경에 대한 규제가 완화됨으로써 빈부격차와 실업난과 환경오염이
심화되고, 교육 의료 복지 등 사회보장 프로그램이 축소되었습니다.
존 듀이는 거대기업이 생산, 유통, 광고, 운송, 및 통신수단을 지배하고, 언론과 광고와 선전을 지배하게 될 때
민주주의는 의미를 잃게 된다고 했습니다.
미국에서는 국가와 기업이 오히려 기업을 위해 존재한다고 할 정도로 기업에게는 엄청난 특혜와 보조금이 주어지는
반면 국가의 통제력과 국민을 위한 복지정책은 후퇴하고 있습니다.
미국 국민의 80% 이상이 정부가 국민을 위해서보다 특수이익집단의 이익을 위해 운영되고 있다고 생각하며,
80% 이상이 경제체제는 근본적으로 불공정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70% 이상이 기업이 미국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지나칠 정도로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20명 중
한 명만이 기업이 노동자의 복지를 위해 약간의 이익을 희생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국민의 60%가 사회보장비의 증액을 원했고, 80%가 연방정부는 최소한의 생활수준을 보장하고 사회적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빈곤층과 노령층을 비롯한 사회의 취약층을 보호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또한 90% 이상이 일자리가 없는 사람을 위한 공공지원, 실업보험, 노령층의 의료비 및 간병비 지원, 최저 수준의
의료혜택, 그리고 연방차원의 사회보장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기업의 막대한 기부금을 받으며 막강한 로비를 받고 있고, 많은 정치인이 기업과 이해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국민의 요구는 실현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국민을 위한 복지예산은 매년 잔인하게 삭감하면서도 쓸모 없는 국방비와 기업을 위한 보조금은 매년 증액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신자유주의 정책은 대외적으로 약소국을 상대로 불평등한 무역관계를 강제하고 있습니다.
카리브해에 위치한 아이티는 예전에는 프랑스의 가장 풍요로운 식민지였으나 80년 전 미국 윌슨이 침공한 이후부터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이자 황무지가 되고 있습니다.
식량자급국이었던 아이티는 미국의 식량을 강제로 수입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국민의 빈곤이 증대되어 건강과 교육수준이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아이티의 첫 민주정부는 이런 모순을 개혁하려다가 미국의 분노를 불러 일으켰고, 군사 쿠테타와 공포정치를 겪어야
했습니다.
외국인 소유의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최저생계비 이하의 임금을 받으며 혹사당했습니다.
아이티 정부는 외국 기업에게는 각종 혜택을 부여했지만 아이티 농민이나 가난한 사람에게는 아무 지원도 하지
않았습니다.
예전에 아이티의 쌀 생산은 완전 자급이 가능했으나 관세 폐지 등 일방적인 자유화 덕분에 쌀 자급률은 50% 수준입니다.
레이건 행정부로부터 미국 영농 대기업은 정부로부터 매출의 40%에 이르는 엄청난 보조금을 지급받고 있습니다.
북미자유무역협정인 NAFTA는 멕시코의 민주주의가 시작되면서 비롯되는 위험에서 미국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멕시코를 시장경제라는 울타리에 가두기 위한 올가미였습니다.
NAFTA는 자유무역협정이라기 보다 멕시코로부터 동아시아와 유럽의 경쟁자들을 배제하기 위한 교묘한 보호주의
정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 노동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언론의 지원으로 통과된 NAFTA는 미국의 노동자와 멕시코의 기업, 노동자 모두에게
피해를 주고 있으며, 소수의 다국적 기업과 금융 엘리트들만 이익을 보고 있습니다.
멕시코는 미국 대기업의 저가 공산품의 생산 기지로 전락했고, 멕시코 노동자들은 미국 산업 노동자들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저임금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IMF와 세계은행의 처방에 따라 멕시코 농산물을 수출용과 사료용으로 전환한 결과 멕시코 영농기업과 외국 기업은
혜택을 누린 반면 대부분의 멕시코 농민은 농업생산을 포기하면서 극심한 빈곤에 시달렸습니다.
멕시코에서 다국적 기업의 고용환경은 상당히 열악한데 GE는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한다는 이유로 해고했고,
포드는 전 직원을 해고한 후 훨씬 낮은 임금으로 노동자를 재고용했습니다.
신자유주의가 국가 간의 자유무역이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는 다국적 기업 간의 내부거래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경제학자들은 이런 세계경제체제를 '기업 중상주의'(corporate mercantilism)이라고 명명하였습니다.
OECD는 "시장의 힘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 보다는 기업과 정부 사이의 전략적 제휴와 소수의 독과점 경쟁이 오늘날의
시장에서 경쟁력을 결정짓고 있으며, 첨단산업에서의 국제적인 노동분할을 결정 짓고 있다."고 결론지었습니다.
미국의 국내경제에서도 신자유주의 정책은 위배되고 있는데, 현대의 기업들은 끊임 없이 거듭된 내부거래 경제활동을
조절하고, 자원을 분배함으로써 시장 메커니즘 역할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미국 경제는 또한 다수의 민중으로부터 소수의 부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기울어지고 있는데, 부유층은 국가의 보호를
받고 공공 보조금의 혜택을 받으며 세금 감면을 받는 반면 서민층의 복지정책은 후퇴하고 있습니다.
자본이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각 국의 노동자들은 실업과 저임금으로 고통 받고 있고, 엄청난 규모의 투기성 자본은
해당 정부의 정책을 좌우할만큼 강력한 압박을 가하고 있습니다.
세계는 저임금과 저상장 그리고 고이윤의 사회로 변해가면서 사회의 양극화와 사회분열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파이넨셜 타임즈'지는 어떤 책임의식도 없이 암약하는 기업집단을 세계정부(World Goverment)라 칭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경제를 이끌어 오던 브레튼우즈 경제체제는 미국의 닉슨정부에 의해 무너졌고, 금본위제가
폐지되고, 자본의 흐름을 규제하던 체제가 무너지며, 정부가 주도한 통신혁명은 투기자본을 폭발적으로 증대시켰습니다.
현재 전 세계를 떠도는 투기자본은 하루 1조달러를 넘고 있으며, 대부분이 생산활동과 무관한 금융조작이나 환투기 등
국가 경제를 파괴시키는 것들입니다.
지난 25년동안 경제성장과 생산성 향상이 낮아진 것도 이 때문이며, 미국에서는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극소수의 부자만이
엄청난 이익을 거두었습니다.
미국 전체 인구의 1%가 미국 전체 주식의 절반을 가지고 있으며, 거의 모든 자산을 상위 10%의 부자가 소유하고 있습니다.
동아시아와 라틴 아메리타의 금융위기도 투기자본 때문에 시장이 불안해지고 위기가 증대되면서 발생했습니다.
국가의 기업화는 대중이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하지 못하도록 하고, 여론을 조종하고, 여론의 장을 억제하며, 세상의
운영방법(생산, 교역, 분배, 사상, 사회정책, 외교정책)에 대한 기본적 결정권을 대중이 아닌 소수의 개인권력자들에게
떠 넘기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모든 방송 언론사는 대기업의 수중에 있거나 조종을 받아야 하며, 대중의 관심을 돌릴 오락산업을 발전시킵니다.
* 참고서적 : 그들에게 국민은 없다 (노암 촘스키, 모색)
3. 세계의밥상 움켜쥔 초국적 곡물 메이저
미국계 카길 등 5대 회사가 유통 시장 75% 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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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UTER=NEW |
곡물 메이저의 횡포는 선진국에서나 개발국에서나 농민을 죽이고 있다. 왼쪽은 미국 캔자스 주에서 콤바인을 동원해 밀을 수확하는 모습. |
미국 농민들과 대화한 적이 있습니다. 미국에서 농민이 생산한 옥수수 4달러어치로 팝콘을 만들어 팔면 소비자가 사먹는 값은 1백40 달러입니다. 그럼 남은 돈 1백36 달러는 누가 가져갑니까. 곡물 메이저, 가공업자, 초국적 기업들 몫입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들이 정치권과 짜고 농산물 수입국들에 압력을 가한다고 생각하는데, 총장님의 견해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9월 중순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제5차 각료회담에서 자결한 농민운동가 이경해씨가 생전에 수파차이 파닛팍디 세계무역기구 사무총장에게 보낸 항의 서한의 일부이다. 한국의 한 농부가 목숨을 걸고 맞선 이들, 즉 농업 협상의 숨은 실력자란 세계 5대 곡물 메이저인 미국계 카길과 아처 다니엘스(ADM), 프랑스의 드레퓌스, 남미의 붕게, 스위스의 앙드레를 말한다.
이들은 세계 곡물 교역량의 약 80%를 쥐고 흔들며, 전체 유통 시장의 75%를 점유하고 있다. 막대한 자금력으로 세계 농산물 생산지와 미국 시카고 선물거래소에서 곡물을 사들이고, 이를 각국 정부와 기업에 판매해 엄청난 이윤을 거두어들이는 농업 분야의 공룡들인 것이다. 이들 메이저가 손대는 것은 밀 같은 곡물만이 아니다. 씨앗에서부터 농약·살충제·가공 식품·생명공학에 이르기까지 식량과 관련된 분야 전체는 물론 선박 회사나 저장 시설까지 두고 있다. 다른 운송 회사나 물류 업체는 곡물 거래에 파고들 여지조차 없는 것이다.
이들 회사 중 세계 최대인 미국계 카길은 1998년 말 당시 세계 랭킹 2위였던 곡물 메이저 콘티넨털까지 인수해 세계 곡물 시장의 명실상부한 패자로 군림했다. 세계 72개국에 공장을 천 개가 넘게 두고 세계 각국 노동자 10만 명을 부리고 있는 카길은, 전세계 100여 나라와 거래를 트고 있는, 말 그대로 ‘글로벌 기업’. 지난해 매출액이 5백억 달러로 웬만한 개발도상국의 1년 수출액과 맞먹는다.
카길은 한국도 단골 손님으로 두고 있다. 한국 수입 곡물 시장에서 카길은 점유율 60%를 자랑한다. 식량 자급률이 30% 이하인 나라에서 전체 수입 곡물의 60%를 단 하나의 곡물 기업이 공급하고 있으니, 한국인의 먹는 문제는 사실상 카길의 손아귀에 들어 있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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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P연합 |
9월13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벌어진 반세계화 시위. ‘농산물 시장 개방 반대’가 큰 |
“WTO 농업 협상은 ‘카길 협상’이다”
카길은 미국 정부와 대외 경제 정책을 공조하면서 성장해 왔다. 지난 2월, 미국 부시 대통령은 카길 최고경영자 워렌 스탤리를 대통령 직속 수출자문위원회(PEC) 위원으로 임명했다. 워렌 스탤리는 “위원회 구성원으로서 미국 식품산업의 이익을 대변하며, 미국 상품을 위해 해외 시장을 개방하는 데 기여하겠다”라고 각오를 밝힌 바 있다. 카길의 영향력과 위상을 짐작케 하는 말이다.
인도의 환경사상가인 반다나 시바는 “WTO 농업 협상은 ‘카길 협상’으로 고쳐 불러야 마땅하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1990년대 초반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 때 카길의 당시 부회장 댄 암스투츠가 미국을 대표해 협상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반다나 시바는 “남반구 시장을 개방하고 ‘농민 농업’을 ‘기업 농업’으로 바꾸는 것이 카길과 농업 협정의 주요 목표다”라고 역설하기도 했다. 암스투츠는 지난 3월 이라크 전쟁 직후 부시 대통령에 의해 농업재건국장으로 임명되었다.
‘공정 무역’을 위해 활동하는 시민단체 옥스팜의 캐빈 왓킨스 정책국장은 당시 “댄 암스투츠에게 이라크 농업 재건 책임을 맡긴 것은 마치 사담 후세인을 인권위원회 의장에 임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라며, 이같은 조처를 비난했다. 그가 보기에, 암스투츠는 이라크 농업재건국장의 지위를 이용해 미국산 곡물을 이라크 시장에 덤핑으로 공급함으로써 이라크를 미국 곡물 회사의 안방으로 만들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지난 WTO 각료회의 때 모인 세계 농민들은 미국과 유럽연합이 자국 농민들에게 지급하는 1천9백억 달러에 달하는 농업보조금 문제를 집중 성토했다. 2002년 부시 대통령의 농업 보조금 인상 정책으로 아르헨티나는 곡물 가격이 폭락해 외환 위기에 ‘혹’을 붙였다. 베트남과 태국 또한 쌀농사에서 큰 손실을 보았다. 유럽에서는 1999년에만 농부 20만 명이 농토를 갈아엎었다. 미국에서도 1980년대에만 농장 23만5천 개가 문을 닫았고, 1996년과 1999년 사이 농가 소득이 절반으로 줄어들면서 자살하는 농부가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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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UTER=NEW |
미국 뉴욕의 농산물 직판장. |
선진국의 농업보조금은 이처럼 자국의 농민에게나 개발도상국의 농민에게나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영국에서는 전체 농장의 20%가 국가 보조금의 80%를, 미국에서도 전체의 10%에 불과한 대농장이 정부 보조금의 66%를 독점했다는 조사 보고도 있다. ‘푸드 퍼스트(Food First)’의 피터 로셋은 바로 이 때문에 “정부의 농업보조금이 고스란히 초국적 기업들에게 이전되고 있다”라고 주장한다.
가난한 영세 농민이 점차 설 땅을 잃게 되자 중미·북미·유럽의 농민을 중심으로 농민들은 국경을 넘어 단결하기 시작했고, 1992년 세계 농민 조직인 ‘비아 캄페시나’(농민의 길)를 결성했다. 현재 비아 캄페시나에는 70여 나라 1백20여 농민 조직이 참여하고 있으며, 이번 WTO 각료회의 저지 활동으로 더욱 더 굳게 단결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1998년 1월 카길은 다국적 화학 회사인 몬산토와 손잡고 바이오 농산물 회사 ‘레네젠’을 설립했다. 레네젠은 생명공학 기술을 이용해 유전자 조작 곡물과 사료를 개발하고 있다. 유전자 조작 식품으로 ‘악명 높은’ 몬산토는 세계 종자산업의 대부분을 통제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 총수입의 대부분은 농약 판매를 통해 벌어들인다.
몬산토의 ‘라운드업 레디’ 콩은 자사 제초제인 라운드업에 내성을 지니도록 유전공학적으로 설계되어 있다. 모든 잡초를 죽일 수 있는 라운드업 제초제를 개발하고, 이어서 그 제초제에 견딜 수 있는 콩 종자를 개발해 몬산토는 두 제품을 더 많이 팔 수 있게 되었다.
몬산토가 의도적으로 전세계 곡물에 유전자 조작 작물을 섞어 오염시키고 있다는 주장이 환경단체를 통해 제기되고 있다. 멕시코 옥수수에 유전자 조작 옥수수를 의도적으로 섞어 수출했고, 인도에서도 면화를 오염시켜 놓았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대해서도 2001년 1월 카길이 유전자 변형 품종인 사료용 옥수수 ‘스타링크’를 ‘식용’으로 수출했음이 밝혀졌다. 카길은 통관 검사 과정에서 스타링크 옥수수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증명서까지 첨부했다.
지난 WTO 각료회의 선언문 초안은 관세 인하, 의무 수입 물량 확대, 수출 보조금 폐지, 추곡 수매제와 같은 농업보조금 제도 감축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이 선언문이 받아들여져 한국 농산물에 ‘시장’과 ‘경쟁’ 논리가 적용되면 한국 농업은 살아 남을 수가 없다. 중국 동북 3성에서는 쌀 1kg이 2위안, 한국 돈으로 3백원에 거래된다(국내 쌀값은 1kg당 2천원이 넘는다). 그것도 농약을 듬뿍 친 쌀이 아니다.
중국 동북 3성에서는 요즘 ‘녹색 입쌀을 생산하자’는 구호를 내걸고, 쌀농사를 대규모 유기농으로 전환하는 운동이 한창이다. 오스트레일리아의 대규모 농장에서는 경비행기가 씨를 뿌리고 약을 뿌린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농촌 체험을 한 사람은 밭에서 한나절 내내 호박을 따도 한 고랑을 마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잘 알 것이다. 오스트레일리아의 밭에서는 지평선이 보인다.
정부는 농업 개방의 당위성에 무게를 실으면서 공산품을 수출해 그 돈으로 농산물을 수입해다 먹는 것이 비교 우위가 있다고 주장한다. 농촌 공동체를 해체하고, 수많은 농민을 도시 빈민으로 만들고, 우리의 밥상을 외국 기업에게 맡기는 것이 과연 안전한가.
곡물 메이저들은 구호 기관이 아니다. 곡물 메이저들은 인공 위성을 통해 세계 농산물 작황을 수시로 파악해, 흉작이라고 판단하는 순간 해당 곡물을 매점하고 가격을 올리는 작업에 들어간다. 한국은 1980년대 냉해로 인한 쌀 흉작으로 미국 코넬 사로부터 t당 2백 달러이던 쌀을 5백50 달러에 사들인 경험이 있다. 일본이 1993년 흉작으로 쌀을 수입했을 때 국제 쌀 가격이 71% 급등했다.
흉작 들면 매점매석으로 ‘떼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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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P연합 |
2000년 1월 몬트리올. 그린피스 회원이 유전자 조작 옥수수를 형상화한 모형을 만들어 시위하고 있다. |
미국과 유럽이 농산물 보조금 제도를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식량 안보’에 대한 고려 때문이다. 실제 세계의 식량 수급 상황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중국·인도·인도네시아·러시아·동유럽 등 식량을 자급했던 인구 과밀 국가들이 식량 수입국으로 전락했다. 월드워치 연구소 레스터 브라운 소장이 지적했듯이, 1994년부터 식량을 수입하기 시작한 중국이 앞으로 세계 식량 수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 게다가 이상 기후가 세계 곡물 시장을 흔들 것이다.
올해 한국 농촌을 절망으로 빠뜨린 것은 WTO 농업 협상만이 아니다. 하늘이 점지해준다는 한 해 농사가, 이틀에 한 번꼴로 쏟아 부은 장대비와 저온 현상, 그리고 태풍으로 완전히 망가졌다. 기상 이변으로 식량 위기가 닥칠 경우 세계 굴지의 곡물 메이저들이 한 나라 국민의 생사까지 좌우할 가능성이 점점 현실성을 갖기 시작했다.
농산물 시장이 개방되어야 공산품 수출 시장이 열린다는 것도 착각이다. 이번 협상에서 한국 정부는 수출 시장 확보를 위해 선진국과 개도국에 공산품 관세를 인하하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영국의 <가디언>은 최근 이경해씨의 고향인 전북 장수를 찾아 한국 농업의 현실을 보도하면서 ‘눈물의 들판’이라는 표현을 썼다. 다국적 곡물 기업 카길의 횡포를 고발한 책 <보이지 않는 거인>의 저자 브뤼스터 닌은 ‘초국적 곡물상이 세상을 지배할수록 소농을 보호해야 하고, 정부는 땅을 일구는 농민의 견해를 바탕으로 하여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충고했다.
시사저널 2003/10/02 727 호
4. 각 국의 구조조정 사례
1. 칠레의 구조조정 사례
가장 성공적이라 일컬어지는 칠레의 구조조정부터 들어보죠. 신자유주의는 아시다시피 다국적 기업의 이윤추구 논리에 불과합니다. 그러한 논리에 충실히 따라 1980년대에 우리의 세계은행과 IMF가 칠레에 대해 구조조정을 시작합니다. 구조조정의 결과로 수백개의 기업이 민영화되었으며, 관세등의 보호무역 장벽을 대폭 낮추었으며, 금융계 규제 해제등의 조치가 시행되었습니다. IMF와 세계은행은 그들이 추천한 조치를 단행한 칠레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았습니다. 자유화라는 깃발아래 칠레의 앞날은 창창한 듯이 보였습니다.
그러나 칠레의 부채는 1990년대에 들어와 급격히 불기 시작했고, 이는 GNP의 50%에 육박하는 액수였슴다. 과격한 구조조정으로 국내 생산업체들의 경쟁력이 떨어져 가공산업이 축소되는 사태에 이르렀습니다. 결국 남는 건 칠레의 천연자원뿐인데, 이 역시 과도하게 개발된 나머지 칠레의 환경은 황폐화를 거듭하여 갖가지 문제점을 낳았습니다.이 역시 구조조정의 결과이며,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점점 더 심해지고 말았습니다.
그 과정이야 어찌되었건 간에 이는 신자유주의가 환경을 황폐화시키며, 초국적 거대자본들의 논리라는 것을 여실히 입증해 주는 사례라 하겠습니다.
2. 멕시코의 사례
1970년대 말에 발생한 멕시코의 부채위기는 역시 IMF의 개입을 야기시켰고, IMF는 늘 하던 수법대로 이를 빌미로 구조조정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1982년에 멕시코는 모라토리엄을 선포하는 사태에 이르렀고, 다시금 IMF는 더더욱 혹독한 구조조정을 주문하여 무역자유화, 긴축 정책(결국 IMF의 총재가 펜대를 굴리고 앉아 있을 시간에 대량의 멕시코 실업자들은 고통으로 허덕이고 있는 것입니다.) 사회보장 시설의 축소등이 요구되었습니다. 그러나 경제위기는 계속되었으며, 엄청난 인플레등이 야기되는 수준에 이르고 말았습니다.
상황이 별로 나아지지 않았는데도 살리나스 대통령은 NAFTA체결에 들어갔으며, OECD에 가입하게 되었습니다.그러나 경제학자들은 말합니다. 이러한 체결과 협약이 맺어지는 시기와 거의 동시에 멕시코 경제는 사실상 붕괴해 버렸다고. 페소화는 40%나 그 가치의 하락을 경험했으며, 20%가 넘는 인플레에도 임금인상은 거의 동결되었습니다. 이건 노동자보고 굶어죽으라는 얘기죠.
자유화와 민영화는 결코 멕시코에 번영을 불러오지 않았고, NAFTA협약 체결 후 멕시코의 영화산업은 일년 100편이 넘는 수에서 4,5편 제잓작 수준으로 전락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역시 부의 극단화 현상은 가중되어 부익부 빈익빈현상이 고착화되었습니다. 신자유주의가 환경면에 미친 악영향도 컸습니다.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멕시코의 환경예산은 1986년부터 1989년 사이에 60%감소되었습니다. 이건 뭘 의미하는 것인가? 멕시코나 IMF나 둘다 똑같이 자기나라 경제에 관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비전을 가지고 있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오로지 신자유주의라는 청사진에만 급급하여, 실제 그 나라 국민들의 고용이나 사회보장, 환경등은 안중에도 없었다는 말입니다.
장기적으로라는 말을 했는데, 그럼 장기적으로 보면 그 나라들이 고통에서 헤어나기 위해 현재 고통을 감내해야한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없는가?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남미국가들이 아직도 겪는 줄기찬 고통과 비탄이 이에 관한 부정적인 시각을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으며, 스티글리츠 교수같은 사람은 '그렇다면 현재 이 시점에서 효과적인 경제정책이 장기적로도 효과적이지 않은가? 긴축정책을 하지 않고 고용유지하면서 정책을 시행하는 방법들 말이다.'라고도 말합니다. 그렇다고 반드시 단기 부양책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쨌든 NAFTA지지자들은 이러한 현실에도 NAFTA가 멕시코의 환경을 보존하는 재원을 만들어 줄것이라고 큰소리를 쳤습니다. 지금 멕시코에 살고 있는 일부 노동자들은 오염된 식수를 마시고 있으며, 타라후마라 인디언들은 목재회사들에 의해 그 근거지가 파괴당한 채 뿔뿔이 흩어졌으며, 어부들은 석유시추로 인해 감소하는 소득을 감내하고 있습니다.따로이 보조금을 준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이 환경파괴, 공공재 민영화로 인한 국민부담 가중, 부의 편중화...역시 신자유주의의 일관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아르헨티나의 경우
지난 89년 아르헨티나의 경제위기시 IMF 처방에 따라 10년 남짓 혹독한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을 했습니다. 전기·전화 등 국영기업의 95% 이상을 민영화해 외국에 팔았고 노동시장을 유연화했으며, 악명 높은 인플레를 잡았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로 아르헨티나가 결국 얻은 것은 장기적인 경제침체, 중산층 붕괴와 사회적 양극화, 네명 당 한명이 넘는 실업률을 겪을 수 밖에 없었고, 민영화된 철도기업같은 경우에는 파산을 경험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중산층은 민주주의의 발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습니다.
사람들은 세계 최대의 식량 생산국인 아르헨티나가 이처럼 빈곤과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비극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무너진 이 중산층들이 다시금 일어서서 아르헨티나의 사회 개혁을 주도하고 있다는 소리도 들립니다. 이 중에는 신자유주의에 반감을 느낀 나머지 '국산품 애용운동'을 하고 있다는 소리도 들립니다.
이상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은 남미에 재앙을 불러왔으며, 그토록 풍부한 식량등의 자원을 가진 나라들이 또한 그토록 많은 수의 굷주림을 배출해내었다는 것이 곧 신자유주의의 구조적 모순성을 보입니다.
* 관련 자료 :
* 관련 사이트 :
http://user.chollian.net/~purnhanl/a_see/02NeoRevalism.htm
http://www.home.uos.ac.kr/%7Enahm/neoliberalism.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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