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설교를 통한 연중 설교 기획
다음 내용은 '목회와 신학' 2010년1월호에 실었던 글입니다.
(옮길 때는 반드시 출처-사이트와 목회와 신학-를 명시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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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 기독교전문대학원 김덕수교수
적지 않은 설교자들이 매 주 이번 주에는 무엇을 설교해야 하나 고민을 한다. 신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설교를 시작하게 되면 하고 싶은 설교가 어찌 그리 많은지 말할 시간이 부족하지만, 몇 년도 지나지 않아 밑천이 바닥이 나면 주일이 다가 오는 것이 걱정이 된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그러나 탄탄한 설교사역을 하고 있는 목회자들을 보면 어쩌면 그렇게 항상 새록새록 신선한 설교들이 쏟아져 나오지 감탄스럽기까지 하다고 한다. 그런데 그것은 아무런 노력 없이 저절로 되는 일은 아니다. 사실 그들 중 상당수는 연말이 되면 신년 예산만 편성하고 교회사역일정만 계획하는 것이 아니라, 신년 설교 기획까지 잘 세운다.
설교기획을 한다는 것은 설교자의 설교방식과 깊은 관련이 있다. 매주 특정 주제의 설교를 하는 주제설교자와 본문설교를 하는 사람의 설교 기획이 같을 수 없다. 이런 방식의 설교를 하는 목회자에게 연중 설교기획을 한다는 것은 또 하나의 부담이기에, 가장 쉬운 길이 렉셔너리(성서일과라고도 한다)에 의해 설교를 해 나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렉셔너리(Lectionary)에 의한 설교의 장점과 그 한계
최근 개신교 내에서도 렉셔너리에 의한 설교가 가장 좋은 것처럼 강조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데, 로마 가톨릭과 개신교 중에서는 성공회, 그리고 일부 루터교, 감리교회 등 예전적 교단 중심으로 하던 것이 최근 왜 그리 확산되고 있는 것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 중 하나는 포스트모던 사회에 들어서면서 사람들이 영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 그 영성 추구가 종교성으로 쉽게 대치되어 가는 경향 때문이기도 하다. 이는 예배에서도 20세기 말의 모더니티 사회에서의 자유로운 표현 방식에 염증을 느끼다가 포스트모던 사회로 넘어가면서 고대나 중세교회의 종교성 강한 예전(Liturgy)이 부각되는 것과도 연관되어 있다. 이처럼 예배뿐 아니라 설교에서도 성서일과에 따른 설교가 최근 강조되고 있는데, 렉셔너리 설교의 장점은 무엇일까? 강단의 문제를 논할 때 마다 설교자에 의한 강단의 사유화 같은 비판이 많았는데, 목사의 의도에 따른 임의적 본문과 주관적 설교의 문제점이 정해진 성서일과 본문으로 인해 극복될 수 있다는 것이 아마도 가장 큰 장점일 것이다. 또한 설교자 개인의 선호도를 뛰어 넘어, 신구약 본문을 골고루 다루게 된다는 것도 좋은 점이다.
그러나 교회 혹은 성도들의 필요를 살피고 그에 따라 꼴을 먹이는 것이 목양이기에, 매 주 단순히 에큐메니컬 전 세계 교회 공통 본문으로 설교하는 것이 목회적으로는 심각한 약점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세계 각국의 건강하게 자라가는 개신교회들은 대부분 렉셔너리에 의한 설교보다는 각 교회의 필요에 따른 설교를 해왔던 것이다. 사실 교인 혹은 양들의 오늘의 울부짖음에 무감각한 채로 1-2년 전에 정해진 세계 교회 공통 스케쥴대로 설교한다는 것은 잔인하다고까지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책별 혹은 장별 설교의 장점과 그 한계
어떤 면으로는 책별 설교 혹은 장별 설교도 이와 같은 선상에서 이해될 수도 있다. 내년 1월부터는 마태복음을 1장부터 28장까지 쭉 설교하고 그것이 끝나면 8월부터는 룻기를 하겠다든지, 새해에는 이사야서를 1장부터 66장까지 설교하고, 그 다음 해에는 고린도전서를 다루고 그 후에는 시편을 설교하겠다는 방식의 설교 기획이 그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강해설교라고 할 때, 그것을 책별 설교 혹은 장별 설교와 동일시하는 오해를 갖고 있기도 한다. 그러나 3대지 설교가 강해설교의 동의어가 아니듯, 강해설교는 한 책을 정해 1장, 다음엔 2장 혹은 오늘은 5:1-10 다음 주에는 5:11-20 이런 식으로 연달아 해설해 나가는 것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책별 혹은 장별 설교를 하는 사람들 가운데 강해설교자도 있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강해설교는 어떤 특정한 설교방식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본문의 의도를 찾아내어 적절한 설교적 틀을 가지고 전달하는 어떤 면에서는 설교의 근본적 자세를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책별 혹은 장별 설교를 하는 설교자들 역시 그 의도와 동기가 성경에 대한 충실성이라고 생각된다. 본문 중심인 성경적 설교, 바른 설교를 하겠다는 선한 의지가 있기에 그렇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했듯이 책별 설교도 렉셔너리 설교만큼 목회적으로는 무책임할 수도 있다. 이번 주에 1장을 했으니까, 다음 주에는 2장을 하면 되므로 다음 주에 또 무엇을 설교해야할지 고민을 안해도 된다. 무엇보다도 성도들의 질문에 귀를 기울이는 목회적 노력 없이도 설교사역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편하다는 점이, 평생 성경 66권을 다 설교해보겠다는 설교자의 자존심 세우기보다 더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장별 혹은 책별 설교는 새로운 본문을 바르게 해석하고 설교화 하려는 수고와 부담은 비록 크지만, 다음 주에는 또 무엇을 설교해야 하는가 하는 설교자의 근원적 고민에서는 해방시켜주는 장점이 있기에 일단 책별 혹은 장별 설교 훈련이 되면 그 방식을 고집하게 된다. 그런데 수요예배와 새벽예배 혹은 주일저녁 예배에는 이런 책별/장별 설교를 하는 것도 좋지만, 주일예배에 이렇게 하게 될 경우에는 절기설교와 교회가 처한 상황과 성도들의 필요에 따른 설교도 중간 중간 집어넣어 목사의 설교 계획 때문에 성도들의 필요가 살펴지지 않는다는 느낌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본문 설교 (Textual Sermon)의 장점과 그 한계
책별 혹은 장별 설교의 극단적인 형태 혹은 그 원형은 기본적 설교형태 분류로 보면, 본문설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본문 설교는 한 장(chapter)이나 한 의미 단락을 다루기보다는 성경의 한 두 구절만 가지고 철저하게 파헤치는 설교이다. 물론 다음에 살펴볼 주제 설교를 하는 사람도 한 절을 가지고 설교하는 경우가 많지만, 본문설교는 그 한 두 구절의 단어 하나하나 혹은 구문 하나하나를 파고들어 분석하며 해설하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으로 설교를 하는 사람은 시편23편의 단 여섯 구절을 설교하는데도 몇 달을 사용할 것이다. 이 방식은 본문을 깊이 연구하고 그 속에 담겨있는 보화를 찾아내는 발견의 기쁨을 나누고 성경을 충분히 가르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성경전체의 문맥을 놓치거나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본고는 이런 각 설교형태의 장단점을 논하는 자리가 아니기에 이 방식의 장단점을 다 언급할 수는 없으나, 설교자가 마틴 로이드존스 정도가 되지 않는다면 성도들이 상당히 힘들어할 수도 있다. 성도들도 영국 왕실교회처럼 꽤 수준 높은 교인들이 아니라면 설교시간을 부담스럽게 느낄 수 있음을 설교자는 인지할 필요가 있다.
교인들은 물론, 목사라도 서점에 가면 어떤 설교집을 집어 들겠는가? 로이드존스처럼 짧은 에베소서를 설교한 것이 두툼한 책 8권이나 되고, 엡1:1-23절처럼 단 한 페이지 반 밖에 안되는 내용을 37회에 거쳐 설교하는 것을 감당할 교인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국내의 어떤 설교자도 “성도들과 그리스도 예수 안의 신실한 자들, 은혜 평강 영광, 영원한 언약, 하늘에 속한 모든 신령한 복, 하늘에 속한,...”같은 제목으로 에베소서 하나를 거의 5개월에 걸쳐 설교했는데 일반 성도들에게 그 적절성은 어떠할지 고려해봐야 할 것이다. 성서학자들이나 학문적 관심이 높은 목회자들과 달리 성도들은 한 구절 한 구절의 의미와 단어의 차이, 신학적 관점 비교 분석에는 관심이 없다. 꼭 필요하다면 그런 것은 성경공부시간을 활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주일예배의 일반적 상황에서는 성도들은 대부분 성경의 메시지와 교훈을 알고 싶고, 단지 어떻게 말씀대로 살 수 있는지 듣고 싶은 것이다.
주제설교의 장점과 그 한계
이런 본문설교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실용성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주제설교(Topical Sermon)를 선호하게 된다. 현재 한국교계는 물론 미국교회의 대부분의 강단은 주제설교가 주종을 이루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세계 대전 후에 고통 받는 성도들의 삶의 현장은 무시하고 단어 하나하나를 파고들며 문장을 분석하고 헬라어와 히브리어 그리고 어려운 신학용어를 들이대며 본문설교를 하던 보수목회자들과 달리, 인간의 필요와 충분한 인간이해로 사람들에게 적절하게 다가서야한다는 관점을 가졌던 설교자들과 특히 당시 자유주의 계열 목회자들 사이에서 많이 일어났던 설교형태가 주제설교이다. 물론 지금은 그 장점으로 인해 신학적 사조와 관계없이 보수신학 계열에서도 주제설교를 많이 하고 있다.
주제설교는 본문의 의미를 드러내는데 집중하기 보다는 설교자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다루기 위해 본문을 근거구절로 차용하는 형태를 쉽게 띠기에 비판도 많이 받고 있지만, 설교자 뿐 아니라 교인들 역시 선호하는 설교형태이다. 따라서 2차 대전 후 유럽교회나, 미국교회의 경우에는 H. 포스딕 같은 해외 유명 설교자들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유수의 대형교회 설교자들이 책별/장별이나 본문설교보다는 주제설교를 주로 했음은 조금만 조사를 해보면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설교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말하고 싶고 다루고 싶은 주제를 다룰 수 있어서 좋고, 교인들은 관심 있는 주제를 쉽고 명료하게 다루어준다고 생각되는 장점이 있기에 선호되는 것이다. 그러나 성경본문에 대한 충실성이 떨어지고, 궁극적으로는 하나님 말씀의 권위보다는 설교자의 권위가 더 부각되기 쉽다는 점에서 강해설교 훈련이 안된 설교자의 경우 매우 조심해야할 방식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매주 다른 주제의 설교를 하는 방식으로 목회하는 설교자의 경우 장기적 설교기획이 별로 없기 마련인데, 건강한 강단사역을 위해 이번 기회에 신년 설교 기획을 해보라고 조언하고 싶다. 그 때 그 때 설교하는 것이 현재 교회의 필요를 채운다는 점에서 좋지 않느냐고 말 할 수도 있겠지만, 성도들의 성숙을 위해 필요한 주제 몇 가지를 정하고 각 주제를 몇 주에 걸쳐 집중적으로 다루는 방식이 교육적으로 훨씬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시리즈 강해 설교
모든 설교자라면 강해설교가 좋은 줄은 알지만, 어차피 많은 설교자들과 교인들이 주제설교를 선호한다면 더 나은 길은 무엇일까? 그 대답이 시리즈 강해설교이다.
오래 전부터 본문설교와 주제설교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제시된 것은 사실 성서주제설교인데, 그 연장선상에 서 있는 발전된 형태가 시드니 그레이다누스의 표현으로는 본문주제설교(Textual-Thematic Sermon)이고 해돈 로빈슨이 말하는 성경적 설교(그의 강해설교라고 번역된 책의 원제목은 성경적 설교이다) 즉 강해설교(Expository Preaching)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서구나 국내 교계에서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설교자들은 대다수가 주제설교를 선호하나, 그들 중에서도 설교 측면에서 뛰어나다고 인정받는 분들의 설교를 분석해보면 전통적인 주제설교가 아니라 주제별 강해설교를 추구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주제별 강해설교는 속성상 거의 시리즈 설교 형태를 띠게 된다. 즉 몇 주에 걸쳐 특정 주제를 다루는 설교인데, 주제설교와 다른 점은 그 주제를 다루기 위해 본문을 임의적으로 차용하지 않고 평상시에 꾸준히 성경을 읽고 연구하며 본문을 석의한 결과 본문이 말하는 주제를 기록해 두었다가 그 특정주제를 언급하는 본문들의 의미를 살려가며 그 안에 담겨 있는 주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강해설교의 한 방식이라 말할 수 있다.
시리즈 설교의 기획
이처럼 좋은 시리즈 설교는 본문의 중심사상을 드러내되 그에 함축되어 있는 특정 주제를 다루는 주제강해설교라 할 수 있는데, 강해설교 훈련이 안된 설교자라 할지라도 나름대로의 시리즈 설교는 기획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신년 목회계획을 세울 때 이런 방식으로 설교도 기획해 보기를 강력히 추천한다.
1. 시리즈 설교의 기간
그렇다면 먼저 시리즈 설교의 분량 혹은 기간은 어느 정도가 좋을까?
설교자의 도전은 하나님 말씀을 제대로 가르치는 동시에, 그것이 성도들의 삶에 도움이 되는 좋은 주제의 형태로 나타나서 교회의 필요가 채워지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주제라도 25회 혹은 6개월 정도를 설교하면 성도들은 지루하게 느끼게 된다. 그러므로 큰 주제는 다시 작은 주제로 나누어서 4주짜리로 3회에 걸쳐 3개월 이내에 하는 것이 좋겠지만, 그것이 힘들 경우에는 특정 주제를 12주(3개월 분량) 내외의 시리즈 설교로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수요예배나 저녁예배 같은 경우 책별로 조금 길게 해도 되나 주일 예배 설교로는 1-2달 동안 할 수 있는 시리즈 구성이 더 적절하다. 미국에서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는 교회 중 하나를 담임하는 앤디 스탠리 목사의 경우를 보면, 대부분 3-4회 정도의 짧은 시리즈 설교로 청장년층을 사로잡고 있다. 예를 들자면, ‘당신의 종교성을 잃어버리기’란 최근 시리즈는 “열심당원에 대한 사색, 만약에, 8계명, 불공평과 불편함”과 같은 4개의 설교로 구성해 모든 인류가 가지고 있는 신성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해 성과 속, 가시적인 것과 불가시적인 것 사이의 간격을 메우려는 인간의 종교의식, 또한 신의 축복과 교류를 원하는 제사의식 등을 뛰어넘는 기독교의 본질을 포스트모던 사회의 청장년층에게 어떻게 소통하는지를 보여준다. 현대인들에게 가장 각광받는 이런 시리즈 설교가 대개 3-4주 정도로 구성되는 것은 아무리 좋은 주제라도 2-3개월 이상 계속되면 사람들이 지루해하는 현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주제별 강해설교가로 분류할 수는 없지만, 이 시대 영어권 최고의 스토리텔러로 일컬어지는 바바라 브라운 테일러 목사의 경우를 보면, ‘고통’이란 시리즈 설교를 기획할 때 1부는 ‘삶의 고통’이란 작은 시리즈로 해서 실망스런 선물, 좌절을 위한 치료책, 우리 중에 있는 배신 등으로 설교하고, 2부는 ‘죽음의 고통’이란 작은 주제설교 시리즈로 해서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믿기, 비난할 어떤 사람, 승리의 희생, 하나님의 고통 등의 설교로 구성해서 설교하는 것도 이런 지혜가 있기 때문이다.
2. 시리즈 설교를 위한 주제선정
좋은 시리즈 설교를 준비할 때,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되는 것은 아마도 주제선정일 것이다. 유명한 시리즈 설교가들을 보면 어떻게 그런 흥미로운 주제설교를 만들어내는지 신기하다고 어떤 목회자들은 말하기도 하는데, 과연 그 비밀은 무엇일까? 그 중 하나, 너무도 단순하여 지나치기 쉬운 특징은 일반 목회자보다 엄청난 양의 책을 읽는다는 점이다. 그들은 신앙서적만이 아니라 문예, 사회과학 서적까지 가리지 않는 포괄적 독서를 통해, 누구나 보는 똑 같은 성경 속에서 자신들만의 주제를 풍성하게 발견하게 된다. 또한 시리즈 주제 강해설교를 하는 설교자들은 여러 가지 삶의 주제를 제련해내는 기술이 있는데, 이는 많은 독서 뿐 아니라 묵상 훈련을 통해 현실통찰 능력이 배양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특성은 리더십에서 주요 요소이기도 하다. 따라서 좋은 시리즈 설교를 위해 주제선정에 능하고 싶다면 성경을 깊이 묵상하는 훈련 외에도, 첫 째로는 신학적 주제 이해가 있어야 하고 둘째로 깊은 청중이해(현실통찰로 드러날 것이다)가 겸비되어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한 설교자들은 차라리 책별 혹은 장별 주해가 더 쉽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끊임없이 서점을 들랑거리며 경영, 리더십, 사회과학, 가정, 심리, 자녀교육, 사회비평, 문화와 예술 분야의 베스트셀러들을 주목해 보고, 동시에 성도들의 고통과 고민에 귀를 기울이고 교인들의 삶의 애환을 깊이 있게 나누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또한 릭 워렌, 빌 하이벨스, 척 스윈돌, 앤디 스탠리, 에드 영, 밥 러슬, 존 파이퍼, 존 맥아더, 얼 팔머, 크레이그 반스 등 세계적인 설교자들의 설교 시리즈의 흐름, 주제와 매 주 설교제목 등을 추적해 보면 설교 기획에 있어서 많은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릭 워렌목사의 ‘인생의 어려운 문제들에 대한 하나님의 대답’이란 설교 시리즈를 보면 1. 스트레스, 극복해야 할 삶의 횡포, 2. 실패, 성공으로 가는 디딤돌, 3. 슬럼프, 지치고 고단한 삶의 무게, 4. 평균 이상의 삶을 사는 법, 5. 마음의 평화를 누리는 법, 6. 낙심한 마음을 극복하는 법 등 성도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내용의 12주 설교로 구성하고 있다.
빌 하이벨스목사의 ‘아무도 보는 이 없을 때 당신은 누구인가?’란 설교 시리즈는 1. 인격: 위기에 처한 자질들을 보존하는 것, 2. 용기: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 3. 자기 통제력-즐거움을 융보하고 성공을 달성하는 것, 4. 비전- 현상 너머에 있는 것을 바라보는 것, 5. 인내-포기의 순간을 넘기는 것, 6. 온유한 사랑- 남의 처지에서 서 보는 것, 7. 엄한 사랑-친밀한 관계에서 진리를 지켜나가는 것, 8. 희생적인 사랑- 끊임없이 주는 것, 9. 파격적인 사랑- 적대감의 연쇄고리를 끊는 것, 10. 그리스도인의 인격이란 제목으로 시리즈 출발 설교와 마무리 종합 설교 외에 성숙한 인격의 8가지 자질을 잘 다루고 있다.
척 스윈돌 목사의 ‘역경의 때를 만나거든’이란 시리즈는 유혹, 오해, 불안, 수치, 의심, 이혼, 재혼, 지적, 고통, 편견, 위선, 무력감, 자격 상실, 죽음 등의 내용으로 잘 구성했고, 그의 ‘마음 산책코스’란 시리즈 설교는 제1코스 친밀함, 제2코스 단순함, 제3코스 침묵, 제4코스 복종, 제5코스 기도, 제6코스 겸손, 제7코스 자기통제, 제8코스 희생 등으로 영혼의 훈련장을 형상화한 방식으로 구성하고 있다.
국내에서 이런 시리즈 주제별 강해설교를 가장 잘 구사하는 인물로는 아무래도 이동원목사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영원을 향한 네비게이션’이란 설교 시리즈는 영원한 순례, 영원한 나라, 영원한 지금, 영원한 가치, 영원한 친구, 영원한 스타, 영원한 생명, 영원한 거처, 영원한 행복, 영원한 소통(기도), 영원한 감사, 영원한 투자, 영원한 말씀, 영원한 공동체, 영원한 양식, 영원한 동행과 같은 소주제로 탁월한 구성을 보여준다.
이처럼 세계적인 목회자로 발돋움한 설교자들의 특징을 간파해 보는 것이 중요한데, 그들은 오래된 성경의 말씀을 오늘날 교인들이 부딪히는 문제와 잘 접목시키는 주제설교 시리즈 구사에 능하다. 독자들도 그런 설교 시리즈를 잘 개발하고 싶다면, 설교 기획 단계에 교인들을 참여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간접적으로는 교인들과의 대화 속에서, 혹은 심방 속에서 많은 힌트를 얻게 되는데, 성도들의 질문을 하나님께 묻고 그 답을 듣고 그것을 설교로 만드는 습관을 형성하는 것이 좋다.
3. 시리즈 설교를 할 때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
시리즈 설교를 기획했으면 주보나 홈페이지, 혹은 교회 출판물, 게시판 등을 통해 시리즈 설교 계획을 미리 발표하여 교인들에게 당신의 설교 사역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연간 설교 계획이 확정되었다고 해도, 변화의 여지는 가져야 한다. 교인들의 상황에 따라, 혹은 세상의 이슈와 큰 사건들에 따라 짧은 시리즈 설교를 신선하게 추가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교인들은 목사님이 우리와 함께 호흡하며 함께 고민하며 함께 이 힘든 세상을 걷고 있는 분이라고 인식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 사회를 힘들게 했던 주식시장 폭락, 기독교인이라고 하면서도 소위 대박을 꿈꾸는 투기 심리, 유명 인사들의 자살 문제, 외고 과학고 특목고 등 1등 위주의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성형수술 사회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성경이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를 그들은 듣고 싶어 하는데, 그런 내용을 다루는 시리즈 설교를 할 수 있는 감각을 길러야 한다.
아무리 연중 설교 기획이 참신한 시리즈 주제설교로 기획이 되어 있을지라도, 좋은 목회자들이라면 또한 시시때때로 절기도 지키고, 교회와 국가의 주요 행사에 대한 민감성과 배려를 잊지 않는다. 앞에서 언급한 교회력은 설교 기획의 중심으로 자리 잡지는 않더라도 최소한의 교회 절기와 특별예배는 잊지 않고 미리 미리 준비해 놓아야 할 것이다.
또한 시리즈 설교가 단순한 주제 설교로 남지 않기 위해서는 석의 훈련이 필수적이다. 사실 강해설교를 할 수 있는 훈련이 되어 있지 않다면, 시리즈 설교는 한낮 제목설교 혹은 주제설교로 전락할 수 있다. 본문을 석의한 결과에서 메인 아이디어를 추출해 내고 그것으로 적절한 대지와 전환문을 구성하여 전개하는 (이에 대해서는 필자의 ‘삶의 변화를 일으키는 설교’란 책을 참조하라) 습관을 들인다면, 주제별로 설교하고 인물별 설교처럼 보일지라도 본질적으로는 강해설교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국내에서 이런 주제별강해설교의 대가로 인정되는 이동원목사의 경우, 하와, 갈렙, 하갈, 미리암, 마르다, 레아, 루디아, 롯, 엘리사의 부, 엘리사의 시 등 단순히 인물설교로 끝날 수 있는 것들을 ‘제2인자의 전기’란 시리즈 주제로 묶어서 강해를 하는 본문에 대한 통찰력을 보인다. 신학자나 본문설교 방식에 집착하는 일부 설교자들은 이런 주제강해설교를 하는 사람들에게 신학적 천박함 혹은 석의의 부정확성을 지적하지만, 설교란 성경의 진리와 사람 두 측면의 균형 속에서 가치를 갖는 것이지 학적 엄밀성이나 주석의 요약과 같은 주해만이 아님을 이해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앞에서 언급한 설교자의 ‘역설로 살아가는 행복’이란 설교 시리즈를 보면 제1부에는 행복의 문을 여는 5가지 열쇠, 제2부는 성숙의 문을 여는 6가지 열쇠란 작은 시리즈로 구성하는데, “먼저 약해지십시오, 먼저 절망하십시오, 먼저 드리십시오, 먼저 죽으십시오” 등의 설교의 부제를 보면 “드리는 것이 받는 비결이다, 참된 나를 찾으려면 거짓된 나를 포기해야 한다, 주와 함께 죽은 자가 다시 살 수 있다”와 같이 설교본문이 말하는 성경적 진리를 누구보다 명료하게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결코 신학이 얄팍하다고 시리즈 주제 강해 설교가들을 일괄적으로 비난해서는 안될 것이다.
교인들은 설교자의 신학적 현학성에 사로잡히기 보다는, 하나님 말씀을 알기 쉽고 듣기 쉽게 그리고 어떻게 살아내야 할지를 일목요연하게 제시해주는 설교를 원한다. 그런 면에서 석의와 강해 훈련만 잘 되어 있다면 시리즈 주제강해설교는 평생 설교를 해야 할 목회자들에게 가장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본문을 정확히 강해할 수 있는 석의 훈련을 받고, 강해설교로 옮길 수 있는 능력을 기르고, 일상을 사는 성도들의 필요에 적절하게 다가설 수 있는 짧은 시리즈로 구성된 주제강해 설교의 역량도 키워가는 설교자들로 성숙해 가서 새해의 한국교회 강단이 더욱 풍성해 지기를 소망해 본다. - 김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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