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원 기도에 관한 연구
최세창 목사(풍성교회, 426-3051)
(저서:신약주석시리즈 완간 외 다수)
Ⅰ. 시작하는 말
신앙 생활에 있어서 많은 문제가 있는데, 그 중 하나로 '서원'을 들 수 있다. 서원이 무엇인지조차 제대로 모르면서 너무 쉽게 서원하고, 서원한 것을 지키지 못해서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심지어 서원의 중압감에 못 이겨 교회를 떠나는 사람들도 보게 된다.
필자는 이러한 비극적인 현상을 염두에 두고서, 서원에 관한 성경적 교훈을 고찰하여 서원의 참 의미를 제시함으로써 서원의 오용 또는 남용 그리고 그로 인한 비극을 막고자 한다.
Ⅱ. 서원의 정의
서원이란 히브리어로 이싸르 또는 네데르이며, 헬라어로는 유케이다. 위의 용어들은 본래 '말해진 말', '약속', '입에서 나가는 것'을 시사하였다. 일반적으로 이싸르는 인생의 향락을 금하는 것, 즉 야웨의 영광을 위해 자기 부정의 생활을 하는 서원을 가리키는 것이고;네데르는 서원자가 무엇인가를, 심지어 자신까지도 하나님께 바치는 서원을 가리키는 것이다.
그와 같은 서원은 옛적부터 있었는데, 하나님 앞에 하는 자발적 언약(맹세)이었다.
서원의 기본적인 관념은 하나님과의 평화(화해)를 위한 것으로, 어떤 일을 실행할 것을 하나님께 약속하는 것, 또는 금욕 생활을 통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일 등이다.
Ⅲ. 서원의 종류
1. 약속
집을 도망쳐 나온 야곱은, 하나님께서 자신과 함께 계셔서 여행길을 보호해 주시고, 의식 문제를 해결해 주시고, 고향 집으로 편안히 돌아가게 해 주시면 하나님을 자기 하나님으로 삼아 그 곳에 하나님의 전을 봉헌하고 십일조를 바치겠다고 벧엘에서 약속하였다(창 28:20-22). 이 서원은 구약에 나타난 서원 중에 매우 오래 된 것이다.
압살롬은 아람 그술에 있을 때에, 하나님께서 자기를 예루살렘으로 돌아가게 하시면 하나님을 섬기겠다고 약속하였다(삼하 15:7). 아들을 얻기 위해 기도한 한나는, 아들을 주시면 그를 성전에 바치겠다고 약속하였다(삼상 1:11). 요나와 같은 배를 타고 있던 사람들은 안전을 바라면서 서원하였다(욘 1:16). 시편 기자도 하나님이여 내 서원을 들으시고 주의 이름을 경외하는 자의 얻을 기업을 내게 주셨나이다(61:5. 참조:61:6-7)라고 하였다.
특히, 서원으로 인한 처절한 비극은 사사인 입다 때문에 발생하였다. 그는 암몬과의 전쟁에서 이기게 해 주시면, 암몬 자손에게서 평안히 돌아올 때에 자기 집 문에서 나와 영접하는 자를 산 제물로 바치겠다고 약속했는데, 불행히도 그의 서원대로 자기의 사랑하는 딸을 희생시킬 수밖에 없었다(삿 11:30-31).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약속으로서의 서원이란, 대체로 심각한 위기에 처한 인간이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목적으로 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달리 말하면, 이기적 목적을 조건 삼는 헌신인 것이다. 따라서, 이 서원에는 비극적인 결과가 따를 수도 있다.
2. 비이기적 헌신
다윗은 법궤가 예루살렘에 세워지기까지 집에도 가지 않고, 침상에도 오르지 않고, 잠도 자지 않겠다고 서원함으로써 새 수도 예루살렘에 법궤를 모셔 하나님의 법과 인간의 법을 일치시키려는 자신의 계획을 추진하고자 하였다(시 132:2-5).
바울이 서원한 것이 있으므로 겐그레아에서 머리를 깎았다(행 18:18)고 했는데, 그의 신앙 인격과 철저한 사명감을 미루어 비이기적인 헌신의 약속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서원은 순수한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하나님께 대한 헌신을 나타내는 것이다.
3. 절제
가나안 사람 곧 아랏의 왕이 이스라엘을 쳐서 그 중 몇 사람을 포로로 잡은 일이 있었다. 그때에 이스라엘은 하나님께서 아랏을 자기들의 손에 붙이시면, 그들과 그들의 성읍을 다 멸하겠다고 서원하였다. 즉, 전리품이나 승전의 영예를 취하지 않겠다고 서원한 것이다(민 21:1-3). 사울과 그의 백성들도 원수인 블레셋에게 복수하는 때까지 아무 음식이든지 먹는 사람은 저주를 받을 것이라고 하였다(삼상 14:24).
신약의 경우, 바울을 죽이기 전에는 먹지도 않고 마시지도 않기로 맹세한 사십 여 명의 유대인들에 관한 기록이 있다(행 23:21). 아마도 이러한 서원은 지켜질 수 없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고찰해 온 세 종류의 서원은 모두 기도의 강화를 수반하거나, 그러한 의도로 행해진 것이 분명하다.
4. 나실인의 서원
서원 중에서 매우 특별한 것으로 나실인의 서원이 있다. 남자나 여자가 나실인의 서원을 하고, 자기 몸을 구별하여 여호와께 드리면 그 기간 동안에는 다음과 같은 규례를 준수해야만 한다. 포도주와 독주를 멀리하고, 포도주의 초나 독주의 초나 포도즙도 마시지 말아야 하며, 생포도나 건포도도 먹지 말아야 한다. 심지어 포도나무 소산은 씨나 껍질도 먹지 말아야 한다. 머리털을 깎지 말아야 하고, 시체라면 부모 형제 자매라도 가까이하지 말아야 한다. 만일 누가 갑자기 그 곁에서 죽어서 스스로 구별한 자의 머리를 더럽히게 되면, 그 몸을 정결케 하는 날 곧 제칠 일에 머리를 밀어야 한다. 그리고 제팔 일에 산비둘기 두 마리나 집 비둘기 새끼 두 마리를 가지고 회막 문에 와서 제사장에게 주어야 하고, 제사장은 그 하나를 속죄 제물로, 하나를 번제물로 드려서 그의 시체로 인한 죄를 속하고, 또 그는 당일에 그의 머리를 성결케 해야 한다. 그 뿐만 아니라, 자기 모을 구별하여 여호와께 드릴 날을 새로 정하고, 일년 된 수양을 가져다가 속건제를 드려야 한다. 그 까닭은 지나간 기간이 무효가 되기 때문이다.
몸을 구별한 날이 차게 되면, 그 사람을 회막 문으로 데리고 가서 그로 하여금 번제물로 일년 된 흠 없는 수양 한 마리와 속죄 제물로 일년 된 흠 없는 어린 암양 한 마리와 화목 제물로 흠 없는 수양 한 마리와 무교병 한 광주리와 고운 가루에 기름 섞은 과자들과 기름 바른 무교전병들과 그 소제물과 전제물을 드리도록 해야 한다.
제사장은 그것들을 여호와 앞에 가져다가 속죄제와 번제를 드리고 화목 제물로 수양에 무교병 한 광주리를 아울러 여호와께 드리고 그 소제를 전제를 드려야 한다.
자기 몸을 구별한 나실인은 회막 문에서 그 머리털을 밀고, 그것을 화목 제물 밑에 있는 불에 두어야 한다. 자기 몸을 구별한 나실인이 그 머리털을 민 후에, 제사장이 삶은 수양의 어깨와 광주리 속에 있는 무교병 하나와 무교전병 하나를 취하여 나실인의 두 손에 두고 여호와 앞에 요제로 흔들 것이며, 그것과 흔든 가슴과 든 넓적다리는 성물이므로 다 제사장에게 돌려야 한다. 그 후에야 비로소 나실인이 포도주를 마실 수 있었다(민 6:1-20).
위에 언급한 것처럼, 나실인이란 하나님께 헌신을 표시하는 금욕적인 사람이다. 특이한 것은 나실인이 될 아이들을 낳을 때까지는 어머니들도 나실인의 규약을 지켜야 했다는 것이다.
나실인의 계급에는 자의로 된 자와 부모의 뜻으로 된 자가 있었다.
나실인은 신약 시대에도 계속 나타났다. 세례 요한은 나면서(눅 1:15) 성별되었으나, 정작 나실인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안나가 나실이이었던 것 같다(눅 2:36).
Ⅳ. 서원 예물
일반적으로 서원의 경우에는 예물을 바쳐야 하였다(레 22:18, 민 29:39, 신 12:6, 삼상 1:21). 서원에 사용되는 모든 제물은 흠이 있어서는 안 되었다. 흠 있는 제물을 바칠 경우에는 하나님께 열납되지 못하는 것은 물론(레 22:21-23), 바친 서원자는 저주를 받게 된다(말 1:14). 이와 관련하여 창기의 번 돈과 개 같은 자의 소득은 하나님께 가증한 것이므로 서원하는 일로 바칠 수 없었다(신 23:18). 이러한 규례는 서원의 순결성과 거룩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특이한 것으로 사람을 하나님께 드리기로 서원하는 일이 있다. 이 경우에는 남녀, 연령, 재산의 다소에 따라 돈으로 환산하여 바치게 하였다.(레 27:1-8).
서원한 화목제의 제물은 2일 이내에 먹어야 하고, 남은 것은 제 3일에 불살라 버려야 했다(레 6:16-17). 잠언 기자는 내가 화목제를 드려서 서원한 것을 오늘날 갚았노라(7:14)라고 하였다.
Ⅴ. 서원 이행의 문제
하나님께 서원한 것은 신성한 것이므로 반드시 이행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민 30:2, 시 22:25, 50:14, 61:5, 65:1, 116:14, 나 1:15 등). 매일이라도 서원은 반드시 이행되어야 한다(시 61:7-8). 또, 서원자에게 해로울지라도 변치 않고 지켜야 하는 것이다(시 15:4).
서원을 이행함에 있어서 더딘 것은 분명히 죄라고 했으므로(신 23:2-23), 서원을 더디 갚는 인간은 우매자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 수 없다(전 5:4).
그러나, 서원 이행에 있어서 예외가 있다. 부모의 슬하에 있는 처녀가 서원했을 때에 아버지가 허락하지 않으면, 그 서원은 성립되지 않으므로 이행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민 30:3-5). 아내가 서원했을 때에도 남편이 허락하지 않으면 그 서원 역시 성립되지 않으므로 이행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민 30:6-8, 10-12).
그런데, 위의 두 가지 경우에 딸 또는 아내의 서원을 듣고도 아버지나 남편이 아무 말이 없으면, 그 서원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다(민 30:4, 7). 또, 만일 남편이 아내의 서원을 들은 지 얼마 후에 그 서원을 무효케 하면, 그가 아내의 죄를 담당하게 된다(민 30:15).
같은 여자라 할지라도 과부나 이혼녀는 서원 이행에 있어서 예외가 없다(민 30:9). 애굽 백성들도 여호와를 경배할 때에, 이스라엘 백성들처럼 서원을 하고 그 서원들을 이행해야 한다(사 19:21). 마찬가지로, 배교한 이스라엘인들은 하늘의 여신에게 제물을 드리고, 그들이 서원한 것을 이행해야 한다(렘 44:25).
결국 서원은 누구나가 다 반드시 지켜야 하지만, 딸이나 아내의 경우에는 아버지나 남편의 허락이 없으면 무효가 되는 것이다.
Ⅵ. 서원에 대한 경계
유대인들에게는 일상적인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서원이기는 하지만, 그다지 장려된 것 같지는 않다. 잠언 기자는 함부로 이 물건을 거룩하다 하여 서원하고 그 후에 살피면 그것이 그물이 되느니라(잠 20:25)라고 하였고, 전도서 기자는 서원하고 갚지 아니하는 것보다 서원하지 아니하는 것이 나으니 네 입으로 네 육체를 범죄케 말라 사자 앞에서 내가 서원한 것이 실수라고 말하지 말라 어찌 하나님으로 네 말소리를 진노하사 네 손으로 한 것을 멸하시게 하랴(5:5-6)라고 하였다.
사실상 유한한 인간으로서, 그것도 다급한 일 또는 위기의 상황에서 하나님께 서원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많은 문제를 내포할 수밖에 없다. 설사 자신에게 유익이 되는 서원이라 할지라도, 모든 것을 포괄적으로 그리고 꿰뚫어 보시는 하나님께서도 그렇게 인정하시겠는가 하는 문제가 따르게 마련이다. 오히려 서원자 자신에게 해로울 경우도 있고, 심지어 입다의 경우처럼 자식을 죽여야 하는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것이다.
오늘날에도 서원으로 인한 문제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 그 유형은 성경에 나타난 유형과 거의 유사하다. 어떤 면에서는, 이 시대에 서원이 더욱 남발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축복을 앞당기기 위해서, 위기를 속히 모면하기 위해서, 그리고 목사 또는 사모가 되기 위해서, 혹은 목사나 사모를 만들기 위해서 등등 이루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이다. 어떤 이들은 남에게 서원을 유도하거나 강권하기도한다.
실제로 서원에 얽매여 전전긍긍하는 사람들이 결코 적지 않다.
하나님의 뜻이라면 서원을 하지 않아도 이루어 주실 것이므로 서원이란 가급적 하지 않는 것이 좋고, 부득이한 경우에는 아주 신중하게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어차피 인생을 주관하시는 이는 사랑의 하나님이시고, 인생의 모든 때와 기한도 하나님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고, 또 그렇게 되어야 참된 의미에서 우리에게 유익한 것이다. 가장 바람직한 신앙 자세란 자신 혹은 자식의 인생에 대한 하나님의 뜻과 계획을 발견하고 그 뜻과 계획을 좇는 것이다. 잠언 기자는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는 자는 여호와시니라(16:9)라고 하였다.
Ⅶ. 맺음말
서원이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자기 부정의 생활을 약속하는 것이며, 무엇인가를, 심지어 자기 생명까지도 하나님께 바치겠다고 하는 하나님의 약속이다.
이스라엘인들의 서원은 약속과 비 이기적 헌신, 그리고 절제로 구분할 수 있다. 특이한 것으로는, 하나님께 전적 헌신을 표시하는 나실인의 서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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