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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범 나무의사 月400만원·2년마다 차 바꾸는 이 남자의 '직업

하나님아들 2025. 4. 3. 00:09

주유비만 月400만원·2년마다 차 바꾸는 이 남자의 '직업' [강홍민의 굿잡]

입력2025.04.02. 
 
이규범 나무의사(다산나무병원장)
나무의사로 활동한 지 30년이 넘은 이규범 다산나무병원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람은 아프면 병원을 찾아갈 수 있지만 나무는 아파도 움직이질 못하잖아요. 그래서 저희가 나무에게로 갑니다.”

사람은 몸이나 마음이 아프면 병원을 찾는다. 하지만 탄생부터 죽음까지 그 자리를 지키는 나무가 병이 들면 나무의사가 찾아간다. 국내 나무의사제도가 생기기 전부터 나무들의 주치의를 자처해 온 이규범 다산나무병원 원장은 30년 넘게 늘 나무와 함께 한다.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죽어가는 나무를 살리기도, 귀하고 오래된 천연기념물을 보살피기도 한 그의 직업 ‘나무의사’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인터뷰 내내 전화가 계속 오는 거 보니 지금이 굉장히 바쁜 시즌인가 보군요.
“예전에는 계절에 따라 성수기/비수기로 나눠졌었는데, 최근 들어선 사계절 다 바쁩니다. 관공서나 지자체에서 문의나 의뢰가 많아 평일·주말 없이 늘 지방 출장이에요.”

작년 12월, 산림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으로 ‘나무의사제도’ 개정안이 국회 통과를 했는데요. 정확히 어떤 내용이 개정된 건가요.
“2018년에 나무병원에 의한 전문적 수목진료제도가 도입됐고, 현행법에서도 수목 피해의 진단이나 처방, 그리고 예방·치료를 위해 자격을 갖춘 나무의사에게 수목진료를 맡기게 법으로 제정이 됐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외규정으로 인해 현장에선 반영이 안 되는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그런 부분들을 보완하고 수목진료 관련 정보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죠.”

나무의사제도가 도입된 이후 가장 큰 변화는 뭐가 있을까요.
“이 제도가 없었던 십 수 년 전만 해도 아파트 단지 내 나무 소독을 할 때 극독성이 높은 약품을 그냥 썼었어요. 알고 보면 방제효과도 없는 독한 약을 막 쓴 셈이죠. 그렇게 되면 효과도 없을뿐더러 환경 파괴가 되는데, 체계가 없었던 시절이라 모르고 했던 겁니다.”

그럼 ‘나무의사’ 제도가 생기기 전에는 무분별하게 약이 사용된 거군요.
“그렇죠. 농약 종류에는 맹독성·고독성·중독성·저독성 그리고 최근 들어서 생긴 친환경 약재가 있어요. 과거에는 중독성·고독성 약품들을 뭣 모르고 많이 썼었죠. 예전에 초원에서 키운 닭들이 낳은 알이 문제가 된 적이 있었어요. 알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는데, 알고 보니 그 살충제가 수십 년 전 그곳에 있는 나무와 풀에 뿌렸던 DDT( Dichloro-Diphenyl- Trichloroethane·살충제)란 게 밝혀졌죠. 요즘 친환경 농약은 며칠 지나면 햇빛에 광분해 돼 없어지는 성분인데, 고독성 약품은 수십 년이 지나도 남아 있다는 게 무서운 거죠.”



구체적으로 나무의사는 어떤 일을 하나요.
“쉽게 말하면, 나무를 돌보고 치료하는 직업입니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공원의 나무나 가로수, 그리고 천연기념물 같이 귀한 나무들의 진단 의뢰가 오면 검진부터 치료·관리를 합니다. 나무의 상태에 맞게 외관의 상처치료나 수관(가지·줄기·잎) 내 가지치기, 영양제수간주사, 뿌리치료, 토양·배양토처리 등을 하는 역할이지요.”

"지자체·기관 등에서 의뢰오면 나무 상태 확인 위해 출장, 의뢰사항에 따라 진단·치료·사후관리까지 맡아···지역의 오래된 나무는 천연기념물 등으로 지정하기도"


의뢰는 어떤 식으로 들어오나요.
“올 초에 습설이 내려서 피해가 컸잖아요.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시나 관에서 진단 요청이 들어옵니다. 그럼 저희가 가서 나무 몸통이 부러지거나 휘어졌는지 등을 파악하고, 그 나무에 맞는 진단과 치료를 하게 되죠. 의뢰사항에 따라 진단만 할 수도, 또는 진단·치료·사후관리까지 하는 경우가 있어요. 또 나무 한 그루만 요청하기도, 지역을 정해서 그 안에 있는 나무를 모두 진단해야할 때도 있어요. 병원이 그렇잖아요. 어디가 아픈지 진단만 내려줄 수도 있고, 치료부터 관리까지 할 때도 있듯이 나무의사도 마찬가지예요.”

보통 지자체에는 녹지직 공무원이 있는데, 그 공무원들이 나무를 관리하진 못하나요.
“녹지직 공무원은 기본적으로 관할지역 내 나무를 관리하는 역할이지 병든 나무를 낫게 하진 못하잖아요. 그건 나무의사들이 하는 거죠. 복지부 공무원이 환자를 치료 못하는 것 처럼요.”

철저하게 전문 영역이군요. 아무래도 지자체나 기관 등에서 문의 또는 의뢰를 많이 하다 보면 공무원들과의 관계도 좋아야겠네요.
“좀 전에도 한 지자체에서 문의가 왔었는데, 아주 오래된 탱자나무의 상태가 좋지 않아 이 나무를 살릴 수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해 달라는 요청이었는데 정말 수시로 연락이 옵니다.(웃음) 제가 보기엔 그 나무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탱자나무로 보이는데,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수도 있어 공무원들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죠.”

이규범 나무의사가 나무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는 모습(본인 제공)

천연기념물로 지정이 되면 뭐가 달라집니까.
“지정된 나무에 대한 예우가 달라지죠. 국가에서 지정을 하면 주변의 땅은 국가가 매입을 하고, 연간 예산이 집행됩니다. 꼭 천연기념물이 아니더라도 오래되거나 역사가 깃들여져 있는 나무들은 보호수로 지정되기도 하죠. 강남구 도곡동에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설 때 약 730년으로 추정되는 이 느티나무를 잘라야 한다, 지켜야 한다는 치열한 의견대립이 있었어요. 3년 간의 지난한 소송 끝에 나무가 이겼죠. 지금으로 따지면 수백억 원의 손해를 봤다고 생각하겠지만 나중을 돌이켜보면 잘 한 일이라 생각하지 않을까요.(웃음)”

천연기념물을 지정할 때 나무의사의 조언이 중요한가요.
“나무의 경우, 얼마나 오래됐는지 그리고 상태는 어떠한지를 자문해 주는 경우가 더러 있죠. 선정과정이 여러 학술적 자료를 바탕으로 희귀성, 역사성을 토대로 정해지기 때문에 그런 작업들은 굉장히 희귀하죠. 서울시 기념물로 지정된 나무도 광진구의 느티나무, 노원구 은행나무 딱 두 그루뿐이니까요.”

간혹 나무 한 그루에 몇억 원을 호가한다는 뉴스도 접하고, 나무 재테크를 한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 있어요. 나무의 가격은 어떻게 책정되는 건가요.
“나무는 정찰제로 가격을 매길 수 없기 때문에 매수자와 매도자가 얼마만큼의 가격을 조율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특히 소나무 중에 고가의 종이 많은데, 보통 모양으로 가격이 정해집니다. 이를테면, 궤형으로 생겼다거나, 직선을 거부하는 예술적이고 독특한 모양의 나무가 가치를 인정받죠.”

원장님이 본 가장 고가의 나무 가격은 어느 정도였나요.
“그것도 제 기준이라 가격이 딱 정해진 건 아닌데,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아주 잘생긴 나무들은 많이 봤죠.”

의뢰비용은 얼마나 받습니까.
“의뢰규모에 따라 다 달라요. 보통 몇 십만 원에서 몇 백만 원 정도로 책정이 되는데, 규모가 큰 경우에는 몇 천 만원으로 계약하는 경우도 있고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는 어디에 있나요.
“가장 오래된 나무는 울릉도에 있는 ‘울릉 대풍감 향나무(천연기념물)’인데, 정확히 알 순 없지만 2000년이 됐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나무의 나이를 연륜이라고 하는데, 이 연륜을 알려면 나이테를 봐야 알 수 있죠. 나이테는 나무를 자르거나 그 속에 구멍을 뚫어야 알 수 있는데, 천연기념물은 법적으로 구멍을 못 뚫게 돼 있어요. 그리고 큰 나무들 중에서 속이 비어 있는 것도 있고, 굴곡 현상이 온 오래된 나무는 정확한 연륜을 알기 어려운 경우도 있죠.”

오래된 나무의 경우 연륜을 어떻게 추정하나요.
“예부터 내려오는 설화라든지, 오래된 풍수화에 그려진 것을 보고 추측하는 경우도 있어요.”

나무의사로 활동한 지는 몇 년이나 되셨나요.
“근 30년 정도 됐네요. 어릴 적부터 나무를 참 좋아했어요. 초등학교 3학년 때 장래희망을 쓰는 시간에, 친구들은 ‘대통령’, ‘의사’, ‘연예인’ 같은 직업을 쓸 때 전 ‘회사원(녹지)’라고 쓴 거예요. 그게 뭔지도 잘 몰랐을 나이였는데,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나무를 좋아했던 게.”

나무의사라는 직업이 분명하지 않았을 때부터 이 일을 하신 거군요.
“지금처럼 유명해지기 전이었죠. 국가시험도 없었고요. 한 30년 정도 이 일을 해보니 이제야 나무에 조금 대해 알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조심스러운 것 같아요.”

"평일·주말없이 나무 진료하러 지방 출장···30년 간 이동거리가 550만km 넘어, 그동안 14대 차 바꿔"


보통 나무를 진단할 때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요.
“나무에 따라 다른데, 평균 한 그루당 한 시간 정도 봅니다. 나무가 많아지면 시간은 더 걸리고요. 보통 청진기나 음파탐지기 등 전문장비를 활용해 나무의 상태를 진단하고, 살균·살충처리나 방수처리 등을 합니다. 때로는 나무를 자르기도 하고, 링거를 맞히기도 해요. 그런 치료과정을 하다보면 시간은 더 많이 걸리죠. 사실 진단과 치료 시간보다 나무를 찾아가는 시간이 더 걸려요. 사람은 아프면 병원을 찾아오지만 나무는 올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의사가 찾아가야죠.”

나무를 관리하는 데만도 시간이 꽤 걸리겠어요.
“한 5년 간 치료한 나무들도 있어요. 사람도 마찬가지로 암이나 중병이 걸렸을 때 오랜 시간 치료를 받듯이 나무도 마찬가지예요. 언젠가 나무의 상태가 안 좋아서 3,4일에 한 번씩 5년 동안 가서 살펴 본 적이 있었어요. 일주일에 한 번씩 집에 오는 아들보다 더 자주 본 셈이더라고요.(웃음)”

지방 출장을 많이 다니시겠네요.
“나무의사를 하는 동안 제가 이동한 거리가 550만km가 넘더군요. 보통 한 대당 30만km를 타는데, 한 2~3년 마다 차를 바꿨거든요. 세어보니 지금까지 14대를 바꿨네요. 우리나라에서 아마 나무의사로는 1등이지 않을까 싶어요.(웃음)”

유류비도 엄청나겠는데요.
“보통 월 450만 원 정도 듭니다. 통행료도 엄청나죠. 나무의사를 하려면 운전과 체력은 필수예요. 장거리 운전을 싫어한다면 이 일 못해요.”

지방출장을 기차나 버스로는 못 가나요.
“거기까지 가더라도 나무들이 다 산 속에 있잖아요. 그래서 자차는 필수예요. 전라도, 인천에 있는 작은 섬들까지 전국을 안 가 본 곳이 없을 정도예요.”

요즘 자연 속에서 사는 분들도 많은데, 오히려 그런 삶이 부러우시겠네요.
“늘 꿈꾸고 있죠. 그래서 나무 진단을 가면 노후에 머물 터를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사실은 몇 군데 봐 놓기도 했어요.(웃음)”

나무의사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조건은 뭔가요.
“조경이나 원예·임학 등 식물관련 전공을 하거나 유사직종에 다년간 근무경력이 있으면 도움이 됩니다. 전문교육기관에서 교육을 수료하면 나무의사 시험응시자격이 갖춰지는데, 현장에서 필요한 수목생리학, 병해충학, 토양학 등을 배우게 되죠. 나무의사는 자격증이 있어야 활동할 수 있는 직업입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나무와 자연을 좋아해야 이 일을 할 수 있어요.”

전국에 활동하는 나무의사는 몇 명이나 되나요.
“정확히 몇 명이 활동하고 있는지는 파악이 안 되지만 나무의사 자격증은 현재 1500여 명 정도 합격한 걸로 알고 있어요.”

신입 나무의사 연봉은 어느 정도인가요.
“약 350만원 정도 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나무의사로서 가장 행복할 때는 언제인가요.
“산 속에 있으면 좋아요. 도시의 빌딩 속에 있으면 스트레스를 받는 편인데, 자연과 나무 속에서 그 스트레스를 치유 받기도 하고요. 이 일을 하면 할수록 참 잘 선택했다 느낍니다.(웃음)”

국내 나무 관리의 문제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외곽에 국도를 차로 가다보면 소나무, 잔나무들이 죽어 있는 걸 많이 볼 수 있어요. 소나무의 에이즈라고 불리는 재선충(소나무, 잣나무, 해송 등의 소나무과 식물에 기생해 나무를 갉아먹는 선충)때문인데, 전국적으로 확산이 된 상태예요. 이 재선충이 퍼지면 나무들은 바로 죽습니다. 더 늦기 전에 정부차원에서 대대적으로 재선충을 막을 계획을 세워야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사진=김기남 기자]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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