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기피' 안 돼…빛 못 보면 당뇨 위험 증가
입력2024.12.16.
빛이 사라지면 항상성 유지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자연광에 노출시키고 야간 조명을 최소화하는 생활을 할 것을 조언한다. 빛은 생체 리듬, 호르몬 분비, 심리적 상태 등 생체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이 실제로 빛을 못받고 성장하면 혈당과 지질 조절에 문제가 생긴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레지 쿠루빌라 미국 존스홉킨스대 생물학과 교수 연구팀은 동물 실험을 통해 빛을 받지 못하면 혈당과 지질 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하고 연구 결과를 11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빛을 완벽히 차단한 환경에서 생활하면 교감 신경계가 둔화되고 혈당과 지질의 항상성이 깨진다는 점을 확인했다. 혈당과 지질이 적절한 농도를 유지하지 못하면 당뇨병이 발생하거나 악화될 수 있다.
연구팀은 태어날 때부터 완전한 암흑에서 성장한 쥐와 하루의 절반은 빛, 절반은 어둠에서 생활하도록 한 쥐의 신진대사를 비교했다. 6~8주 후 암흑에서 자란 수컷 쥐는 빛이 있는 환경에서 자란 쥐보다 인슐린 분비가 늘어나고 글루카곤 분비는 줄어들었다. 인슐린과 글루카곤은 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혈당 수치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암흑에서 자란 수컷 쥐는 비탄수화물을 혈당으로 쉽게 전환하지 못했고 지질을 효율적으로 분해하지 못했다. 이 같은 대사 과정은 교감 신경계의 지원을 받아 이뤄진다. 빛이 없으면 교감 신경계의 활동이 방해를 받아 신진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게 연구팀의 해석이다.
연구팀은 빛이 없는 환경이 교감 신경계를 둔화시킨다는 가설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쥐에게 차가운 자극을 가했다. 위급한 상황에서 신체 반응을 이끌어내는 교감 신경계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어둠 속에서 자란 쥐는 추위에 적절히 반응하지 못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 같은 결함은 어둠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더욱 두드러졌다.
어둠 속에서 생활해온 쥐를 빛이 있는 곳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환경을 변화시키자 신진대사가 회복된다는 점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암흑에서 성장해온 쥐가 5주간 12시간은 빛이 있는 곳, 12시간은 어두운 곳에 머물도록 했다. 그 결과 신진대사가 부분적으로 개선됐다.
이번 연구에서 수컷 쥐와 달리 암컷 쥐는 빛 유무에 따른 신진대사 변화가 크지 않았다. 연구팀은 “암컷은 대사를 할 때 수컷에 비해 외부 환경 영향을 덜 받는다는 선행 연구와 맥락을 같이 한다”고 설명했다. 암컷에서 많이 분비되는 성호르몬, 선천적 면역체계, X염색체 등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장기간 어두운 환경에서 생활하면 인슐린 저항, 포도당 불내성, 체중 증가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빛이 대사에 미치는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를 높이면 제2형 당뇨병, 비만 등을 치료하는 새로운 전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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