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석의와 중심요소
설교자는 본문이 정해지면 석의과정을 통해서 본문의 중심요소를 찾아야한다.
1. 석의
선정된 본문은 석의의 과정을 밟는다. 이것은 말씀을 ‘받는 단계’이다. 이것은 두 단계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연구’(탐구)를 통한 받음이며 다른 하나는 ‘기도’를 통한 받음이다. 연구를 통한 받음은 일반적으로 귀납적 성경연구방법이 말하는 관찰과 해석의 단계이며, 기도를 통한 받음은 나와 청중들에게 보이시는 하나님의 뜻을 묵상하는 단계이다.
1) 관찰
(1) 개요적인 관찰
개요적인 관찰을 위해서는 번역을 확보하는 일이 필요하다. 우선 우리는 성경본문을 여러 번 읽는 일로부터 석의를 시작하게 된다. 이때 여러 개의 다른 번역서를 함께 읽는다면 성경을 읽는 질이 높아질 수 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한글 번역에도 여러 종류가 있으며 영어로 번역된 다양한 성경도 가까이에 있다. 물론 영어 이외의 다른 외국어를 다룰 수 있다면 유익은 더욱 클 것이다. 가장 정확하게 성경본문을 볼 수 있는 방법은 원어성경을 다루는 일이지만 원어를 다룰 수 없는 경우는 다양한 번역을 대조 연구함으로 원저자의 생각에 가깝게 접근할 수 있다. 설교를 위한 본문의 석의를 위해서는 원문에 가까운 번역인 NASB(New American Standard Bible)와 King James Version의 고어나 오역 등을 수정한 NKJV(새흠정역, New King James Version)를 활용하고, 역동적 번역을 하고 있는 NIV(New International Version)를 비교하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1)
이 단계에서는 본문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넓은 문맥을 파악하는 일이 필요하다. 우선 본문의 기본적인 이해를 위해서 수차례 본문을 읽는 일이 필요하다. 이 단계에서는 말씀의 내용과 구조를 이해하고 혹시 익숙하지 않는 단어가 나오는 경우에는 성경사전 등을 활용하여 그 뜻을 확실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본문의 문장구조나 구두점 등에도 관심을 가질 것이다. 여기서 또한 중요한 것은 본문의 배경과 위치를 파악하는 일이다. 문맥은 석의의 과정에서 언제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이 단계에서는 보다 넓은 문맥이라 할 수 있는 본문이 속한 책에 대해서 파악하고 본문의 상대적인 위치를 파악하는 일이다. 이 일을 위해서는 성서사전, 신학사전, 성구사전, 주석의 서론 등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2) 관찰과 관련된 다양한 질문
석의의 첫 단계는 주의 깊은 관찰로부터 시작된다. 바르게 성경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본문을 주시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것은 언제나 시간을 필요로 하며 정신적 경각심을 요구한다. 처음 단계에서의 과제는 마치 어떤 사건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탐정의 과제와 같은 것이다. 성경을 연구하고자 하는 사람은 무엇보다도 성경구절에 대한 선입견을 제거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인도자는 성경구절을 처음 읽는 것같이 본문을 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흔히들 귀납적 성경연구의 관찰과 관련하여 많은 저자들은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탐험가의 자세’라고 표현하거나 ‘새로운 도시에 도착하였을 때의 진지함과 호기심’을 강조하고 있다.
성경본문을 파악하는 다른 방법은 성경구절의 중요한 특징들을 관찰하고 주목하는 것이다. 홈즈의 탐정소설에서 그의 조수 왓슨은 ‘당신은 그녀에 대해서 내 눈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을 상당히 많이 연구한 것 같습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의 말에 대한 홈즈의 대답은 다음과 같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눈에 띄지 않았던 걸세, 왓슨 자네는 어디를 보아야 하는가를 모르고 있어. 그래서 자네는 중요한 것을 모두 놓친 것이네.’ 우리는 성경본문을 관찰하기 시작할 때 홈즈의 충고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왓슨은 어디를 관찰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에 중요한 점들을 관찰할 수 없었던 것이다.(2) 그래서 관찰은 일종의 기술이다. 성경구절을 열다섯 번 이상 혹은 더 많이 반복하여 읽는다고 해서 의미심장한 모든 것을 다 관찰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성경구절의 의미심장한 측면을 관찰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관찰해야 할지 알아야 한다. 다음은 보다 신중한 관찰을 위하여 반드시 주목해야 할 몇 가지 측면들이다.
- 성경구절의 문학적 형태: 예를 들면, 본문이 시인가 이야기체인가 혹은 서신인가를 묻는 것이다. 이것들은 각각 나름대로의 진행 형태를 가진다. 따라서 이러한 형태를 아는 것은 우리가 어떻게 성경본문을 대해야 하는가를 아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 저자와 수신자: 저자와 수신자에 관한 이해는 성경구절을 해석하는데 필수적인 것이다. 가능하면 그 글의 배경과 첫 수신자의 성격을 찾아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 성경구절의 구조나 조직: 성경의 각 책들이나 본문은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런 것들을 잘 발견해 내면 본문 이해가 훨씬 더 용이해 진다. 예를 들면 창세기는 인물중심의 전기적 구조, 여호수아서는 사건 중심의 역사적 구조, 사무엘서는 시간중심의 역대기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 비유적인 표현들과 다른 문학적인 수사들: 비유적인 표현들은 특별한 주의를 요한다.
- 문법적 구조: 사용되고 있는 명사나 동사, 주어와 목적어와 보어의 관계 등은 매우 중요하며 대명사가 무엇을 지칭하는가를 보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접속어와 연결 단어들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그러나’, ‘때문에’, ‘그러므로’와 같은 단어들을 자세히 주목해야한다. 문장, 절, 구, 단어를 연결하는 이런 단어들은 성경구절들을 결합하는 문학적 단서를 제공한다. 또한 시간을 나타내는 ‘전’, ‘후’, 그리고 ‘하는 동안’ 등과 같은 단어들이나 다양한 전치사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 반복되는 단어, 구, 생각들: 사람들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을 반복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떤 단어나 구, 또는 생각들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가를 살펴야 한다. 작은 말들도 놓쳐서는 안 된다.
- 대조와 비교: 어떤 것을 다른 것에 비교하거나 대조하는 것은 모든 종류의 글에서 공통적인 것이다. 더욱이 많은 비유적 언어들은 대조와 비교를 포함하고 있다. 모든 비교나 대조는 해석자가 어떻게 두 가지 사실이 비슷한지 또는 다른지를 정확하게 결정할 것을 요구한다.
- 위치와 장소: 위치와 장소를 나타내주는 단어들은 본문 이해의 중요한 단서가 될 때가 있다.
- 이 외에도 질문과 대답, 행동과 반작용, 원인과 결과, 점층 및 점강, 클라이맥스, 교체 및 전환, 시공간이나 혹은 사건에서의 진행 등을 살펴보아야 한다.
이상과 같은 단서를 가지고 성경을 본다면 아무런 기준이 없이 보는 것보다는 훨씬 더 많은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물론 이런 기준들을 모든 성경 본문마다 그대로 다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성경 본문에 따라서 여기에 열거한 사항들 이외의 다른 기준을 적용해야 할 때가 있을 수 있다. 여기서 강조점은 아무런 기준도 없이 무작정 성경을 반복해서 읽는 것이 아니라 여러 기준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읽을 때 관찰을 통해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3)
토마스 롱(Thomas Long)은 관찰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유용한 제안을 한다.(4)
첫째, 본문을 자신의 말이나 현대어로 써보는 것이다. 혹은 본문을 전혀 보지 않고 그 본문을 기억나는 대로 자기 말로 써 보는 것이다. 이러한 작업은 여러 가지 질문들을 할 수 있게 한다. 예를 들면 생략된 부분이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의역 가운데 강조된 점은 무엇인가?
둘째, 본문에 나타나는 인물의 입장에서 그 이야기를 체험해 보는 것이다.
셋째, 본문을 읽을 때 이상하고 무엇인가 맞지 않아 보이는 것이 있다면 집중해서 탐구해 보는 것이다. 예를 들면 오병이어 기사에 나타나는 ‘푸른 잔디’(막 6:39)의 의미 같은 것이다.
넷째, 본문의 무게 중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물어보는 것이다. 로마서 3장 23절은 넓은 문맥에서 읽으면 ‘죄’에 대한 것이 중심 주제가 아니라 더욱 중요한 개념인 ‘하나님의 의’를 설명하기 위해 서론적으로 쓴 말씀임을 알게 된다.
다섯째, 본문 안에 상충하는 부분이 드러나 있는지 아니면 그 배후에 숨어 있는지 물어보아야 한다. “예수께서 돌이키사 제자들을 보시며 베드로를 꾸짖어 이르시되 사탄아 내 뒤로 물러가라 네가 하나님의 일을 생각하지 아니하고 도리어 사람의 일을 생각하는도다 하시고”(막 8:33)에서 ‘하나님의 일’과 ‘사람의 일’이라는 상충적인 내용이 발견된다.
여섯째, 본문과 그 전후 내용간의 연결을 살펴보는 것이다.
일곱째, 본문을 여러 가지 관점에서 거듭 읽어 보는 것이다. 예를 들면 여성, 부자, 가난한 자, 노동자, 실업자, 어린이, 부모, 불신자 등의 입장에서 읽어 보는 것이다.
여덟째, 본문이 제기하는 질문에 대해서 대답을 시도하는 일이다(에스더 4:14).
아홉째, 본문이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것이다. 명령하고 있는지, 노래하고 있는지, 설명하고 있는지, 기도하고 있는지, 경고하고 있는지, 논쟁하고 있는지를 물어보는 것이다.
2) 해석
해석은 관찰에서 발견된 것들을 점검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석의는 관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관찰은 해석을 위한 자료를 제시한다. 따라서 관찰은 해석을 이끌고 해석적인 통찰력은 연속된 석의의 과정으로 연결된다. 해석은 우리가 성경본문의 표면에 나타난 사실들을 넘어서기를 요구한다. 다시 말하면 해석은 사실에 근거한 결론의 도출, 여러 가지 사건들 사이의 관계 추구, 혹은 상세한 것들을 구성하고 있는 어떤 틀을 찾는 것을 포함한다. 따라서 해석의 과정은 관찰된 자료들을 의미화하고 그 자료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성경본문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언제나 관찰에서 해석에로 넘어가는 과정에 의존하게 되기 때문에 관찰과 해석은 언제나 연속성 아래서 취급되어야 한다.(5)
(1) 성경해석의 원리
성경해석은 하나님 중심의 구속사적 원리, 저자의 의도 중심원리, 그리고 문맥 중심원리를 고려하면서 이루어져야 한다.
첫째, 하나님 중심의 구속사적 원리이다. 하나님 중심적인 성경해석은 하나님의 역사에 집중하는 해석이므로 구속사적(redemptive-historical)인 접근 방법이다. 구속사적 해석의 중심은 예수 그리스도이다. 그러므로 이것은 그리스도 중심적 해석이며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것이 완결되었으므로 그리스도 완결적 해석이라고 할 수 있다. 성경은 많은 역사를 담는 것이 아니라 오직 하나의 역사를 담고 있는데 그 역사는 하나님의 구원 역사이다. 그리고 이것은 하나님의 역사이므로 계시사이며 계시는 발전되는 속성을 갖고 있으므로 구원 계시의 발전사이다. 이러한 구원 계시의 발전은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구약은 오실 그리스도에 대한 예언이며 신약은 오신 그리스도에 대한 증거이고 다시 오실 그리스도에 대한 예언이다. 성경에 기록된 다양한 인물들은 모두 이러한 그리스도와의 관련성을 갖고 있으며 그것이 긍정적이기도 하고 부정적이기도 하다. 각각의 인물들은 이와 같은 하나의 역사 안에서 자신의 독특한 위치를 부여받았고 이런 역사에 대해 그들의 독특한 의미를 갖고 있다. 따라서 독자들은 모든 성경 이야기를 그들이 서로 갖고 있는 관계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각각의 독특한 위치와 함께 계시의 발전적 전개를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6)
둘째, 저자의 의도 중심원리이다. 저자의 의도 중심이란 성경 본문을 기록한 저자가 본래 의도했던 것을 우선시하는 것을 말한다. 성경해석의 중요한 전제는 성경 기자들이 본문을 기록할 때에는 분명한 기록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과 그 의도를 해석의 일차적인 목적으로 삼는데 있다. 이것이 저자의 의도 중심해석(author-oriented interpretation)이다. 저자의 의도에서 고려할 것은 성경저자의 이중성이다. 하나님은 성경의 원저자인데 인간을 성경의 저자로 사용하셨다. 그렇다면 성경을 기록할 당시 하나님의 의도와 인간 저자의 의도 사이에 어떤 상관관계가 형성된다. 하나는 하나님의 의도와 인간의 저자의 의도와 일치하는 관계이다. 그러나 인간은 하나님의 뜻을 온전히 알 수는 없다는 점에서 하나님의 의도는 인간의 의도보다 더 깊고 넓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을 ‘sensus plenior’(더 완전한 의도, the fuller sense)라고 한다.(7)
셋째, 문맥중심의 원리이다. 문맥이란 한 단어에서부터 출발하여, 문장, 단락, 장, 책, 그 책이 속한 성경 분류(율법서, 역사서, 예언서, 시가서, 서신서 등), 구약과 신약 그리고 성경전체로 확장된다. 문맥을 고려하기 위해서는 주어진 성경본문만이 아니라 그 본문의 앞과 뒤를 잘 살펴야 한다. 해당 본문은 더 큰 부분의 일부이기에 전체 속에서 해석하지 않으면 바른 의미를 찾을 수 없다. 또한 본문 안에 주어지는 단어나 문장 혹은 단락도 앞과 뒤의 것들과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읽어야 한다. 이렇게 할 때 성경 전체에 맞추어 성경을 읽을 수 있고 성경 본래 의도에 맞게 이해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하나님 중심, 저자의 의도 중심, 문맥중심의 원리를 따라 성경을 해석하고자 할 때 잘못된 해석을 방지하고 성경의 본뜻을 발견할 수 있다. 해석의 실제에서 독자들이 지켜야하는 해석의 원칙은 평이성, 역사성, 일반성을 들 수 있다.(8)
첫째, 평이성은 자연스러운 뜻을 찾는 것이다. 특정인만을 위한 해석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받을만한 자연스러운 뜻을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나님은 빛이시며 그 안에는 어두움이 조금도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요일 1:5).
둘째, 역사성은 성경의 본래 의도를 찾아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것은 곧 석의의 과제이다. 하나님은 모든 세대를 초월하여 동일한 말씀을 주셨지만 일차적으로 자기의 계시를 특정한 세대에 주셨다. 그러므로 후대의 생각들을 성경에 집어넣는 것은 잘못이다. 이러한 역사성을 위해서는 저자의 상황, 문체, 언어를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지리적, 문화적 상황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셋째, 일반성은 조화의 원칙이다. 성경은 여러 세대에 걸쳐 다양한 저자들에 의해 기록되었다. 그럼에도 하나님의 편에서 볼 때에 성경은 하나이며 유기적인 통일성을 가진 것이다. 그러므로 성경은 전체적으로 보아야 하며 일반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2) 성경해석의 방법
해석은 관찰을 통해 얻은 많은 정보들을 기초로 ‘본문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묻는 일이다. 성경은 특별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 기록된 것이기에 성경과 오늘의 사이에는 역사적, 지리적, 언어적, 문화적 간격이 있다. 그러므로 오늘의 시각에서만 바라보면 원저자의 의도를 올바르게 파악할 수 없다. 전통적인 성경해석은 역사적, 문법적, 신학적 해석으로 전해진다. 이를 중심으로 구체적으로 살피면 다음과 같다.
첫째, 문법적, 문학적 연구이다. 여기에는 단어, 문법, 구문, 문학적 양식, 수사학적 표현, 문맥 등을 연구한다.
둘째, 역사적, 문화적 연구이다. 여기에는 성경이 기록된 시대의 역사적 배경, 성경의 배경이 된 지역의 지리적 기후적 배경, 사람들의 생활풍속과 관습 등을 연구한다.
셋째, 신학적 연구이다. 본문을 전체 성경의 맥락, 하나님의 구원사적 맥락, 그리고 신앙고백에 나타난 교리 등과의 관련에서 살핀다.
(3) 주석에 문의함
석의의 처음부터 주석을 보는 것은 옳지 않다. 그것은 어떤 주석으로부터 선입견을 갖게 되거나 그것에 예속되지 않고 독자적으로 본문을 이해하기 위해서이다. 독자적으로 본문을 연구하는 것은 본인이 가졌던 편견이 교정되고 깨닫지 못하던 요소들도 깨닫게 된다. 그러나 이것 만으로는 부족하다. 여기서 더 나아가 전문 주석가의 도움을 받는 일이 필요하다. 주석서를 참고하는 일은 성경의 석의가 개인적인 것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권위 있는 주석에 문의함으로서 개인적인 해석들이 점검되고 교정되고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능한 많은 주석 보다는 권위 있는 주석을 참고하는 것이 유익할 것이다.
3) 묵상
묵상의 단계는 ‘기도를 통한 받음’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단계는 기도를 통해서 하나님께서 나(설교자)와 청중에게 주시는 말씀을 듣는 단계라 할 수 있다. 좋은 석의는 정확한 방향을 제시해 주고 혹시 잘못된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 것도 바로잡아 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가장 중요한 것은 해 줄 수 없다. 그것은 본문이 청중에게 때에 따라 말하기를 원하는 것을 들려주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롱은 석의의 과정에서 설교자가 문의하는 주석들과의 관계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대부분의 좋은 주석들은 우리가 지금까지 이야기해 온 역사적, 문학적, 신학적인 바탕에 대해 자세히 다룰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것들은 각 단계를 따라 연구해 오면서 우리가 발견한 것들을 다듬어주며 새로운 도전을 제시해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석가들은 설교에 대해서 책임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아니며, 결과적으로 우리는 우리가 연구한 학문적인 것들을 떠나야하며, 이제 본문을 떠나 우리의 회중들이 설교를 듣기 위하여 기다리고 있는 장소로 옮겨가야한다. 기껏해야 주석가들은 반절 정도만 우리들과 함께 갈 수 있다. 사실 그 대부분의 것들과 곧 작별인사를 하고, 단지 우리들은 우리들 홀로 본문 석의의 마지막 단계로 들어가야 한다.”(9)
이와 같이 석의의 과정은 본문에 대해서 많은 것을 보여준다. 아마도 비밀스러운 일도 열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회중들의 삶을 그 본문으로 이끌어 가고 그 말씀 속에 믿음으로 거하게 하도록 하는 일은 설교자의 몫이다. 이제 설교자는 기도를 통해서 하나님께서 나와 청중들에게 말씀하시는 것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이 단계에서 기도는 핵심적 과제이며 행위이다. 성경의 진리는 근본적으로 영적인 깨달음으로만 알 수 있다. 이 일을 위해서는 성령의 조명이 필수적이며 설교자는 ‘연구를 통해서 받는 일’ 이상으로 ‘기도와 묵상을 통해서 받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어야 한다. 가르치는 자나 설교자가 범하는 가장 큰 잘못은 받지 않고 주려는 것, 듣지 않고 말하려는 것, 배우지 않고 가르치려는 것, 참된 깨달음이 없이 회중에게 깨달음을 강요하는 일이다. 이 일을 위해서는 시간을 할애하는 일, 성령의 조명과 밝히심을 간구하는 일, 열린 마음으로 하나님의 음성을 듣기 위해 나를 기꺼이 바쳐드리는 일, 죄악 된 내 모습을 말씀 앞에서 대면하는 용기, 그리고 겸손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순종을 결단하는 일이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하나님과 말씀과의 깊은 대면(묵상)을 통해서 결국 본문이 말하는 중심요소를 찾아 나가게 된다.
2. 중심요소 찾기
전통적으로 본문이 말하는 중심사상을 명제(proposition)로 말해왔다.(10) 최근에 많은 설교학자들은 이러한 명제를 기초로 한 몇 개의 대지(points)로 설교를 구성하는 일에 대해서 많은 비판을 가하였다. 그러나 결국에는 설교가 이러한 명제나 요지, 혹은 기본사상을 갖고 있지 않으면 아무리 화려한 구성과 전개를 갖는다고 할지라도 방향을 잃게 될 것이다. 설교를 위해서는 논지, 주제, 기본사상, 요점 등을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토마스 롱은 이와 관련하여 석의의 마지막 과정에서 도출되어야하는 것으로 초점(focus)과 기능(function)을 이야기한다. 초점은 본문이 말하고자하는 것을 진술하는 것이며, 기능은 본문이 행하고자 하는 것을 진술하는 것이다. 본문이 행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성경의 독자나 회중이 행할 것을 촉구하는 것이다. 롱은 내용과 의도는 함께 묶여져 있으며 이 두 가지가 없이는 본문의 영향력에 대한 표현을 온전히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롱에 의하면 초점은 “설교의 중심적이고 지배적이며 전체를 꿰둟는 통일적인 주제에 대해 정확하게 표현하는 문구”이며, 기능은 “설교자가 그 설교를 통해서 창조하기 원하며 회중들에게 일어나기 원하는 변화에 대한 서술”이다.(11) 롱은 초점과 기능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12) 첫째, 초점과 기능의 진술은 성경본문의 석의로부터 직접 나와야 한다. 둘째, 초점과 기능은 서로 연결되어야 한다. 셋째, 초점과 기능의 진술은 분명하고 통일성이 있으며 비교적 단순해야 한다.
이와 관련된 용어를 어떻게 표현하는 가에는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다. 초점-기능, 중심사상-목적, 주제-목적 등이 가능할 것이나 연구자는 이 둘을 묶어서 ‘중심요소’라 하고, 두 개의 요소를 ‘중심사상’과 ‘중심행동’이라 부르면 좋을 것이다. 물론 이 용어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고 설교자가 이런 범위 안에서 임의로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목적이라는 말을 피하는 것은 목적이라는 용어는 주로 주개념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두 개 중의 하나의 개념으로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이제 이런 작업이 이루어지면 본문선정에서 석의과정, 중심요소의 추출이 끝나고, 제목, 서론, 전개, 결론 등으로 구성되는 설교의 실제적인 작업으로 넘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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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진환, 『설교의 영광』 (서울: 생명의 말씀사, 2005), 98; 영어로 된 성경의 번역들은 다음 몇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가 있다. 첫째, 문자적 번역(literal translation)은 단어의 정확한 번역을 목적으로 하며 종종 원래의 단어 배열 순서를 따라 번역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런 형태의 번역으로는 New American Standard Bible, Revised Standard Bible, King James Version(흠정역) 등이 있다. 둘째, 역동적 대응번역(dynamic equivalent translation)은 역동적 번역이라고도 한다. 이 번역은 단어와 구를 자세한 대응적 표현을 사용하여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하는데 목적이 있다. 예를 들어 NIV에서 그리스어 ‘sarx’(flesh, 육체)라는 단어가 25번이나 ‘sinful nature’(죄성)로 번역되었다. 이러한 번역은 현대인에게 sarx라는 말이 의도하는 의미를 잘 전달해 준다. 동력적 대응번역에 근거를 둔 번역으로는 New International Version, Today's English Version, New English Bible, Jerusalem Bible 등이 있다. 셋째, 자유역(free translation)은 사상과 개념의 의미를 따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많은 의역이 포함되어 있다. 이 유형에 속하는 것들은 Living Bible, Phillips역 등이 있다. Jim Wilhoit & Leland Ryken, Effective Bible Teaching, 최예자, 문희경, 손미라 역, 『성경을 효과적으로 가르치는 비결』 (서울: 도서출판 프리셉트, 1996), 164-165.
(2) Jim Wilhoit & Leland Ryken, Effective Bible Teaching, 166-167.
(3) 한진환은 이를 ‘강조된 것’, ‘반복된 것’, ‘연관된 것’으로 정리한다. ‘강조된 것’은 인물이나 사건에 대한 상술, 기록 목적의 명시, 기록 순서를 나열함에서 나타날 수 있다. ‘반복된 것’은 단어, 구절, 문장의 반복, 인물의 반복, 사건이나 배경의 반복으로 나타난다. ‘연관된 것’은 원리와 적용, 질문과 대답, 원인과 결과, 명령과 약속, 상반된 관계로 타나난다. 한진환, 『설교의 영광』, 102-103.
(4) Thomas Long, The Witness of Preaching, 정장복, 김운용 역, 『증언으로서의 설교』 (서울: 쿰란출판사, 1998), 133.
(5) 스트렛(T. Norton Strett)은 성경해석을 위한 출발과 관련한 신념들을 다음과 같이 일곱 가지로 이야기한다. 첫째, 성경은 하나님의 영감을 받아 기록된 책이라는 신념이다. 여기서 유의할 점은 성경 말씀 자체가 하나님의 말씀이지, 그 성경에 대해 인간이 이해한 바가 하나님의 말씀과 동일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둘째, 성경은 번역본을 가지고도 충분히 이해될 수 있다는 신념이다. 번역된 성경이라도 성경의 핵심적인 의미는 그대로 전달해 준다. 셋째, 성경은 통일성이 있다는 신념이다. 그런데 이러한 통일성은 계시사적인 발전성을 나타내는 통일성임을 알아야 한다. 구약은 그리스도로 집약되며 그리스도 안에서 풍성하게 이해될 수 있다. 종국적 계시는 예수 그리스도이며 그리스도를 통하지 않는 성경 해석은 바람직한 결실을 얻을 수 없다. 넷째, 성경의 자증성에 대한 신념이다. 자증성이란 성경 스스로가 하나님 말씀임을 증명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달리 말하면 문맥으로 성경을 푼다는 것이다. 한 절의 성경 말씀은 다른 절의 해석을 위한 빛이 된다. 다섯째, 성경의 언어는 일상적인 언어라는 신념이다. 독자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언어와 문법을 가지고 성경을 충분히 읽을 수 있다. 여섯째, 성경의 이해는 그 메시지에 대한 지적인 반응과 동시에 순종하려는 숨김없는 반응을 수반해야 한다는 신념이다. 하나님의 말씀은 사람을 온전케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딤후 3:17). 일곱째, 성경의 이해에는 성령의 가르침이 필요하다는 신념이다. 예수님은 성령에 대해 “그가 너희를 모든 진리 가운데로 인도하시리라”(요 16:13)고 말씀하셨다. 바울은 “신령한 일은 신령한 것으로 분별한다”(고전 2:13)고 하였다. 성경의 진리는 그 속에 있는 사실이나 사건에 국한되지 않는다. 성경의 기본적인 의미는 영적인 것이다. 이러한 영적 의미를 배우기 위해서는 성령님의 가르침이 있어야 한다. T. Norton Strett, How to Understand your Bible, 한국성서유니온 편집부 역, 『성경해석의 원리』 (서울: 성서유니온 선교회, 1998), 25-29.
(6) Sidney Greidanus, Sola Scriptura: Problems and Principles in Preaching Historical Texts, 권수경 역, 『구속사적 설교의 원리』 (서울: 학생신앙운동, 1989), 90.
(7) Raymond Brown, The ‘Sensus Plenior’ of Sacred Scripture (Baltimore: St. Mary’s University, Dissertation, 1955), 92.
(8) John Stott, Understanding the Bible, 최낙재 역, 『성경연구입문』 (서울: 한국성서유니온, 1995), 229-251.
(9) Thomas Long, The Witness of Preaching, 153-154.
(10) 크네히트(Glen C. Knecht)는 명제란 “하나님께서 그 본문을 통해서 교인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짧은 말로 표현하고자 하는 설교자의 시도”라고 말한다. Glen C. Knecht, “Sermon Structure and Flow,” in S. T. Logan (eds.), The Preacher and Preaching (Philipsburg: Presbyterian and Reformed Publishing Company, 1986), 282; 스토트(John R. W. Stott)는 “지배사상 또는 중심사상”이라고 한다. John W. R. Stott, The Art of Preaching in the Twentieth Century: Between Two Worlds, 정성구 역, 『현대교회와 설교』 (서울: 도서출판 풍만, 1985), 242-245; 페리(L. M. Perry)는 “메시지의 내용을 요약하는 분명하고 간결한 문장으로 표현한 중심사상”이라고 하였다. L. M. Perry, A Manual for Biblical Preaching (Grand Rapids: Baker Book House, 1965), 66; 로빈슨(Haddon W. Robinson)은 “성경의 뜻을 정확하게 반영하며 또 의미 깊게 청중들에게 관련 짓는 성경의 의미를 전하는 진술”이라고 정의한다. Haddon W. Robinson, Expository Preaching: Principles & Practice (Grand Rapids: Baker Book House, 1980), 100.
(11) Thomas Long, The Witness of Preaching, 176-177.
(12) Thomas Long, The Witness of Preaching, 177-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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