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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로 고기를! 단백질 혁명 시작됐다

하나님아들 2022. 11. 19. 13:36

공기로 고기를! 단백질 혁명 시작됐다

입력2022.11.18
핀란드 스타트업 솔라푸드 연구진들이 공기로 단백질을 생산하는 발효 탱크 앞에 서 있다. photo japantimes.co.jp


2024년부터는 공기에 기반을 둔 단백질 식품을 먹게 될 전망이다. 싱가포르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이런 식품의 시판을 승인했다. 공기 단백질은 공기에서 발견되는 원소로 만든 단백질이다.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인구와 날로 악화되어가는 기후변화는 지구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고, 특히 식량문제의 경우 혁신적인 변화가 없다면 인류의 생존마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예측에서 보다 혁신적인 단백질 확보 기술이 개발되고 있는 상황이다.

미생물이 CO2와 수소 먹고 단백질 배출

싱가포르에서 시판 승인된 공기 단백질은 핀란드의 스타트업 솔라푸드(Solar Foods)가 만든 '솔레인(Solein)'이다. 솔레인은 미생물을 배양한 후 공기와 소량의 영양성분을 먹여 만든 단백질 분말이다. 핀란드 VTT기술센터, 라펜란타기술대도 개발에 참여했다. 솔라푸드가 어떤 미생물을 찾아내 배양했는지는 아직 알려져 있지 않다.

미생물의 주요 먹이는 이산화탄소(CO2)와 수소다. 발효탱크 안에서 이것들을 먹고 자란다. 미생물에 필요한 이산화탄소는 공기에서 추출하고, 수소는 물에 전기를 공급해 분해해서 얻는다. 이때 환경오염 방지를 위해 물 전기분해 과정에는 재생 가능 에너지인 수력 전기를 사용한다.

이렇게 공급된 수소와 이산화탄소를 먹은 미생물은 사람에게 유용한 고단백질과 함께 탄수화물, 지방을 배출한다. 이를 건조하면 각종 식품에 쓸 수 있는 분말 형태의 식용 단백질이 된다. 솔레인 성분 중 65%는 9가지 필수아미노산이 모두 포함된 단백질이다. 나머지는 지방 5~10%, 탄수화물 20~25%와 비타민B가 차지한다.

솔레인은 육류를 대체하기 위한 식품이다. 하지만 주된 용도는 빵이나 파스타, 요구르트를 포함해 기존 식품의 단백질 함량을 높이는 데 더 유용하다고 솔라푸드는 밝히고 있다. 빵이나 파스타 등에 뿌리는 토핑 재료로도 사용 가능하다. 솔레인은 별다른 맛과 향이 없다. 그런 점에서 최근 젊은 세대가 '몸 가꾸기'를 위해 먹는 단백질 보충제와 비슷하다.

싱가포르가 이러한 솔레인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시판 승인한 이유는 뭘까. 바로 미래식품인 대체육의 수용 정책 때문이다. 싱가포르는 국토가 작은 도시국가다. 더구나 전체 영토 중 경작이 가능한 면적은 2% 정도인데, 현재 경작지는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가경지에서는 대부분 현대적 집약농법으로 과일과 채소를 재배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90% 이상의 식량을 수입에 의존한다. 육류는 브라질에서, 쌀은 태국과 인도에서, 계란은 우크라이나·폴란드·스페인 등 세계 각지의 국가에서 들여온다.

현재 싱가포르는 유일하게 식물육·발효육·배양육의 3가지 대체육을 모두 허용한 나라다. 동물세포를 배양해 만든 고기는 물론 동물성 고기와 견주어 맛과 영양에서 뒤지지 않는 식물성 대체육 등도 허용했다. 싱가포르는 2020 12월 최초로 미국 푸드테크기업 잇저스트의 배양육 닭고기 시판을 허가했다. 이후 7가지의 대체육 시판을 허용했고, 이번에 제4의 대체육으로 공기 단백질을 승인한 것이다. 솔라푸드가 싱가포르에 관련 문서를 제출한 지 1년 만에 이뤄진 승인이다. 올해 초에는 유럽연합과 영국에도 식품 승인을 신청해놓았다.

솔레인의 제조에는 별도의 재배지가 필요 없다. 공기 중의 성분으로 자라는 미생물을 배양하는 수직 공간만 마련되면 비와 햇빛, 온도, 계절에 상관없이 단백질 생산이 가능하다. 또 미생물이 이산화탄소를 먹기 때문에 당연히 환경오염 문제에서도 벗어난다.

실제 가축을 키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문제는 이제 사람이 통제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도달했다.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가축을 키워 고기 1t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는 26~33GJ(기가줄)이며, 물 367~521㎥, 토지 190~230㎡ 정도가 필요하다. 이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무려 1.9t에서 최대 2.24t에 달한다. 반면 솔레인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 배출량은 육류 생산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땅과 물과 환경을 아끼는 새로운 축산업인 셈이다. 솔라푸드는 2024년부터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솔라푸드에서 생산한 공기 단백질 솔레인. photo 솔라푸드


우주비행사 식량재배법에서 아이디어 얻어

공기 단백질을 만드는 기술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 소속 과학자들이 오래전 연구한 우주비행사들의 식량재배법에서 영감을 얻었다. 1960년대 당시 NASA의 과학자들은 우주탐험의 기술 연구와 함께 우주비행사에게 식량을 공급하기 위한 '식품 조달 시스템'도 연구했다.

지상의 수직 농장이나 3D프린터 같은 기술을 1년간 검토했다. 실제 고기를 이루는 성분인 근단백질, 중성지방, 다당류 등을 잉크 삼아 3D 프린터로 고기를 성형해내자는 것이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지방과 단백질이 적절하게 섞여 마블링된 고기를 제법 진짜처럼 재현할 수 있다. 하지만 당시는 3D 프린터가 보급되지 않은 상태라 현실성이 없다고 판단해 더 이상 기술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

대신 NASA의 과학자들은 공기와 인체의 장에도 서식하는 영양 박테리아 '산화수소체(hydrogenotrophs)'를 찾아내 다시 연구를 진행했다. 이 미생물이 이산화탄소를 먹이로 먹고 단백질을 생산한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를 이용하면 우주비행사들이 섭취할 단백질을 현장에서 곧바로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즉 우주비행사들이 숨을 내쉴 때 내뿜는 이산화탄소를 단백질로 전환해주는 방식이다. NASA는 이러한 연구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1967 12월에 출판했다. 하지만 이 시스템은 개발되지 못했다.

그러다가 반세기가 지난 오늘날 기술의 진화를 거듭해 '공기로 만든 단백질'로 등장했다. 맛과 식감 면에서도 동물성 고기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질적인 성장을 이루고 있다. 단백질 순도도 99%에 이른다. 그 때문에 육류 대체 식품으로의 전환이 충분히 가능하다.

최근엔 식물성 대체육도 인기 상승 중이다. 그러자 육류업체들은 고기와 채소를 혼합한 하이브리드 식품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육가공회사 애플게이트(APPLEGATE)가 콜리플라워, 케일 등의 채소와 소고기를 혼합해 출시한 버거패티가 대표적인 예다. 이는 100% 채식을 실천하기 쉽지 않은 사람들에게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한편 솔라푸드는 공기 단백질을 대량 생산하기 위해 2024년 가동을 목표로 핀란드 남부 반타에 양산 공장을 짓고 있다. 솔레인을 언제 어떻게 시장에 출시할 것인지,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놓고도 연구 중이다. 인류의 새로운 식량원이 되어 곧 우리 식탁에 올려질 공기 단백질 식품에 기대가 크다.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bluesky-pub@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