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황제' 등장에 中 부자들 너도나도 '차이나 런'
입력2022.10.26.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3연임이 확정되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중국 관련주는 일제히 폭락하고, 위안화가 1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는 등 글로벌 경제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아울러 중국 당국이 '공동부유'를 앞세워 자산가들에게 높은 세금을 매기고 통제가 심해질 것을 염려해 중국 내에서는 부유층들을 중심으로 고국을 떠나려는 '엑소더스'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5일 원달러 환율은 중국 위안화 약세로 요동쳤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4.3원 오른 1444.0원에 출발해 장 초반 1444.2원까지 고점을 높이며 연고점을 넘어섰다. 이는 2009년 3월 16일(고가 기준 1488.0원) 이후 1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달러 대비 위안화 역시 중국 역내에서 7.31위안까지 급등해 2008년 이후 최저치였던 전날 기록을 경신했다.
중국 주요 기업들은 주가 폭락을 겪었다. 중국 공산당 당대회가 끝난 24일(현지 시각) 개장한 미국 뉴욕증시에선 중국 5대 기업들의 총 시가총액은 하루 동안 520억달러(약 74조3184억원)가 증발했다.
중국의 대표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는 이날 오전에만 시총이 214억5000만달러 정도가 날아갔고, 농산물 중심의 온라인 쇼핑사업을 운영하는 핀둬둬는 181억9000만달러가 줄었다. 징둥닷컴도 24일 하루 사이에만 시총이 85억5000만달러 축소됐다. 중국 최대 통신사인 차이나텔레콤 시총은 같은 날 6억7000만달러가 증발했고, 중국 인터넷기업인 넷이즈 시총은 33억달러가 하루 새 사라져버렸다.
뉴욕타임스는 "시진핑 충성파들이 '경제성장과 고용 둔화를 감수하고서라도 정치·안보에 사활을 걸겠다'는 메시지를 내면서 시장의 대량 투매를 낳았다"고 분석했다.
부유층을 중심으로 '차이나 런(중국 회피·차이나와 뱅크런의 합성어)'도 시동을 건 모습이다. 26일(현지시간) 대만 쯔유(自由)시보는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이 확정된 다음날인 24일 상하이의 고급 주택 가격이 하루 만에 30~40% 떨어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만 출신 사업가들이 호텔이나 레스토랑 등을 서둘러 매물로 내놓고 있다"며 "시 주석의 강경 정책으로 중국과 대만 갈등이 커지면 가장 먼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진핑 주석 3기가 시작되자 중국의 부유층들이 높은 세금과 개인 안전 등을 이유로 자국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홍콩 및 중국에서 사무실을 운영하는 싱가포르 대형 로펌 변호사의 말을 인용해 "지난 수개월 동안 가문의 자산을 관리할 '패밀리 오피스(family offices·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하는 사적 투자 전문 회사)'를 싱가포르에 설립해달라는 고객들의 요청이 급증했다"고 귀띔했다.
자산가들의 중국 탈출 배경에는 시 주석의 재집권으로 그동안 주창해 온 공동부유 정책이 가속화 탓으로 풀이된다. 중국 당국이 공동부유에 속도를 내면 재산세를 공식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현재 중국은 부동산보유세와 상속세, 증여세 등을 부과하지 않지만, 앞으로 이 같은 세금을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나온다.
개인의 안전도 요인이 될 수 있다. 과거 중국 당국에 밉보인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과 테니스 스타 펑솨이, 금융계 억만장자 샤오젠화를 비롯해 다수의 연예인들이 일시적 또는 장기적으로 자취를 감춘 사건이 잇따르면서 자산가들의 두려움은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3연임에 성공한 시 주석은 집단지도체제를 무너뜨리고 1인 정권을 손에 쥐었다. 임기의 제약을 지우고 공산당 최고 지도부 자리를 충성도가 높은 '예스맨'으로 채웠다. 덩샤오핑(鄧小平) 이후 지난 반세기 동안 중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초강력 권력 집중이다. 일부에서는 시 주석이 영구 집권까지 바라본다며 21세기 '시(習) 황제'가 탄생했다는 탄식도 나온다.
이에 미국의 워싱턴포스트(WP)는 "시 주석이 마오쩌둥(毛澤東) 시절 수준으로 권력을 집중시켰다"고 평가했고,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시 주석이 얼마나 많은 권력을 누릴지, 또 그 권력을 어떻게 활용할지 단서를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김혜인 기자 he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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