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1년에 출간된 『천국의 열쇠』는 같은 해 7월에 6회에 걸쳐 중판을 거듭했으며, 약 반년 동안에 60만 부가
팔려 나갔다.
뿐만 아니라 계속 10여 년 간 미국에서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유명하고 재미있는 책이다.
내용은 가톨릭 교회의 한 신부를 중심으로 한 것이지만, 그 소재나 줄거리는 굳이 기독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재미를 느낄 수 있어 쉽게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주인공 프랜치스 치셤 신부의 회고담으로 시작된 이 책은, 여러 가지 인간 관계를 비롯해서 인간이 요구하는
참다운 인간상이 무엇인가를 제시해 주고 있다.
인내와 청빈과 용기있는 삶으로 일관되게 지속되었던 치셤의 생애, 신과 이웃에게 끊임없이 베풀었던 치셤의
뜨거운 사랑, 치셤은 성실하고 충성된 하느님의 사제였으나, 교회라는 조직 속에서는 인정을 받지 못하고
백안시되고 이단시되고 만다.
치셤은 외견상으로는 실패의 연속, 고난의 연속인 삶을 살았다.
로마 교구청에 붙어 출세의 계단을 요령있게 밟던 안셀모 밀리와는 대조적인 삶이었다.
그러나 '천국의 열쇠'는 안셀모 밀리와 같은 출세주의자에게는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이 책은 암시한다.
진정한 인간으로서의 길은 '성실한 마음으로 자기 양심의 명령대로 살려고 노력한 사람'의 것이기 때문이다.
A. J. 크로닌이 이 소설을 쓸 때에는 제2차 세계대전의 처참한 참상이 전개되고 있었다.
그는 이러한 참혹한 전쟁을 과연 막을 수는 없는 것일까 생각하며, 인간과 세계의 참다운 이상의 상을 이
책에서 추구해 본 것이다.
그것은 전 인류는 한 하느님의 아들로 한 형제이기 때문에 종교가 다르거나 종파가 다르다고 해서 서로 대립
하거나 적대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인종이나 국가의 차이 없이, 인류는 한 형제임을 깨달을 때 참사랑과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
『천국의 열쇠』는 바로 이러한 점을 재미있는 줄거리의 전개와 함께 역설하고 있다.
대부분의 크로닌 소설이 그렇듯이 이 작품의 문체도 평이하지만 변화 있는 스토리 전개로 소설 본래의 재미
를 자아낸다.
그러나 이런 재미보다도 이 작품이 널리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작가의 사해동포주의적인
신앙심과 그를 바탕으로 세계의 평화와 사랑을 회복하려 한 숭고한 정신에 감명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기독교에 대해 아무런 지식이 없는 독자들일지라도 이 작품을 읽음으로써 주인공의 인간적인 사상과 행동,
그의 말들에 크게 공감을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 A. J. 크로닌 지음 "천국의 열쇠" 에서 ♣ 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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