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다원주의에 대한 개혁신학적 비판(1)
박복우 목사
제1장 서론(序論)
현대는 종교다원주의(religious Pluralism)시대이다. 아득한 인류의 기원 이래 인간의 의식이 확대되고 그 의식이 삶의 의미에 대한 진지한 관심을 갖게 됨에 따라 각각 그 자신의 궁극적 해답을 제시하는 수많은 종교들이 존재해 왔다. 다양한 종교의 공존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과거 수세기 동안 종교간의 갈등과 분쟁이 세계사에 긴장을 조성해 왔다는 사실로 인해 우리는 종교 자체의 본질과 종교들간의 상호작용, 나아가 현재 팽배해지고 있는 다원주의적 경향 속에서 종교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기독교는 전통적으로 기독교만이 참 종교요 절대 종교라고 믿는 기독교 절대주의 (Christian absolutism)의 입장을 견지해 왔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와서 종교는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며 절대 종교란 있을 수 없고, 모든 종교는 상대적이라고 주장하는 종교다원주의가 일어나게 되었다. 따라서 기독교와 다른 종교의 관계는 기독교의 자기 이해를 위한 주제가 된 동시에, 다원주의는 기독교인에게 큰 도전과 위협이 되었다. 왜냐하면 종교다원주의에서는 기독교처럼 자신을 절대적으로 유일한 종교 혹은 살아 계신 하나님의 유일한 계시라고 주장하는 종교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오늘날 인류는 어느 특정종교 하나가 제시하는 신념체제에 의하여 구원받을 수 없도록 다원화된 세계에 살고 있으며, 하나님은 기독교인들의 기도만을 들으시는 하나님이 아니다" 1)는 이론을 주장함으로써 기독교를 위협하고 있다.
이처럼 기존의 논리들이 혼란하게 된 다원주의 시대 속에서 종교다원주의가 기독교에 미치는 영향과 다종교 시대 속에서 갖추어야 할 자세를 종교다원주의의 발생 배경과 종교다원주의의 제 이론들, 타종교에 대한 성경의 입장, 내재하는 문제점 등을 살펴보면서 개혁주의 신학적 입장에서 비판하며 정립하고자 한다.
제2장 종교다원주의의 역사
1. 종교다원주의의 정의
기독교와 다른 종교의 관계에 관한 이론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기독교 절대주의(Christian absolutism)이다. 이것은 성서적이며 전통적인 기독교의 입장으로 기독교만이 참 종교요 절대종교로 믿는 것으로, 따라서 구원은 예수 그리스도와 기독교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이론이다. 2) 둘째는 포괄주의(inclusivism)로서 기독교 절대주의와 종교다원주의를 절충하는 입장으로, 이것은 다른 종교나 타 문화권에 있는 경건한 사람들은 사실상 기독교인이므로 구원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칼 라너(Karl Rahner)의 "익명의 크리스천"(anonymous Christian)이나 레이몬드 파니카(Raymond Panikkar)의 "미지의 그리스도"(unknown Christ in Hinduism), 한스 큉(Hans Kung)의 "그리스도 이전의 그리스도인"(pre christian)의 개념이 그것이다.
그러면 종교다원주의는 어떻게 정의를 내릴 수 있을 것인가? 종교다원주의(religious pluralism)란, 진정한 종교는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며 절대종교란 있을 수 없고 모든 종교는 상대적이라는 주장이다. 따라서 구원의 길도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며, 다른 종교에도 구원이 있을 수 있다는 이론이다. 3)
종교다원주의는 일종의 종교 혼합주의로 인식되고 있다. 현대는 세속화시대인 동시에 종교부흥의 시대이기도 하며 아울러 혼합주의가 기독교에까지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화란의 신정통주의 선교학자 헨드릭 크래머는 1954년에 이미 "인류역사에서 우리는 수많은 형태의 혼합주의에 직면하게 될 것인데 기독교는 혼합주의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혼합주의는 종교와 선교의 문제이다." 4)라고 지적하였다. 그는 1938년 마드라스 선교대회에서 칼 바르트의 신학노선을 따라 타종교에 대해 부정의 입장을 취하였지만 그것은 허공은 치는 소리에 불과하고 세계 기독교운동에서 역사적 기독교의 뿌리를 흔드는 혼합주의에 가까운 종교다원주의가 등장하여 기독교의 독특성은 물론 선교를 크게 위협하고 있다. 5)
2. 종교다원주의의 발생 배경
현대에 와서 기독교와 다른 종교문제가 관심과 논의의 대상이 되고 전통적인 기독교 절대주의에 대한 강한 도전이 일어나게 되는 것은 어떠한 이유 때문인가?
스미스(Wilfred Cantwell Smith)에 의하면 종교적 다원주의 문제는 교회가 다른 신앙과 정면으로 대결하고 있었던 선교지 최일선의 선교사들과 비교종교학자들에 의해 제기되었다고 한다. 6) 그리고 최근 한국에서 퍼져 나가는 종교신학은 세계교회협의회(WCC)의 다원주의와 때를 같이하는 신학이고, 이 WCC의 종교다원주의를 종교다원주의의 발생점으로 본다. 한편 과학의 발전도 들 수 있겠다.
1) 선교사들
원래 기독교는 313년 로마제국 콘스탄틴 황제의 밀라노 칙령에 의해 종교의 자유를 공인 받게 되고 데오도시우스 황제치하(379-395)에서 로마제국의 국교가 됨에 따라 로마제국과 기독교는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게 되었다. 로마제국은 기독교왕국이 되었으며 제국의 안정은 교회의 안정과 직결되고 제국의 적은 동시에 기독교의 적이 되었다. 이에 근거한 18,19세기의 기독교 선교 정책은 서구의 식민지 정책과 궤를 같이하는 식민주의적, 제국주의적 선교정책이었다. 즉, 서구의 군대가 동양의 나라들을 점령하면 선교사가 뒤따라 들어가 기독교로 그 지역의 종교를 점령하는 정책이었다. 따라서 식민주의와 제국주의는 결과적으로 기독교가 전세계로 확산되고 전파되는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나 세계대전을 전후로 하여 식민지 정책이 종식되고 식민지들이 독립을 획득하게 되자 정복식의 선교정책은 위기를 맞게 되었다. 1954년 인도정부는 개종을 주목적으로 활동하는 선교사들을 철수하도록 명령했으며, 그 후 선교사들은 중국, 앙골라, 아랍세계 등에서 동일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선교상황이 이렇게 위기에 직면하게 되자 다른 신앙과 정면으로 대결하고 있었던 선교지 최일선의 일부 선교사들이 다른 종교들과의 대화를 통한 공존의 논리를 전개하면서 종교다원주의가 제기되었다.
2) 비교종교학자들
비교종교학이 발전함에 따라 비교종교학자와 종교사 연구가들을 통해 다른 종교가 기독교와 동일한 것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주장이 일어나게 되었다. 19세기 종교사학파의 대표자 트렐취(Ernest Troeltsch, 1865-1923)가 기독교 절대주의를 거부하고 종교의 상대주의를 주장했으며, 모든 종교는 상대적이며 제 각기 진리의 요소를 가지고 있으므로 어느 종교가 다른 종교보다 더 훌륭하다고 말할 수 없다고 하였다. 7) 이렇게 기독교와 다른 종교를 비교하는 사람들에 의해 종교다원주의가 일어났다고 볼 수 있다.
3) WCC(세계교회협의회)
WCC 안의 다원주의적 동향은 1928년 예루살렘에서 개최한 제2차 세계선교협의회(IMC)에서 이미 폴(K.T. Paul)과 차오(T.C. Chao)에 의해서 나타났다. 8) 이들은 기독교가 힌두교지역과 유교지역의 국민들과 함께 서구 세속주의에 저항해야 하는 공동적 사명을 위한 대화를 제시했었다.
그리고 종교다원주의적 관심은 1938년 탐바람(Tambaram)에서 개최한 제3차 IMC대회에서 크래머(H. Kraemer)와 충돌을 격은 후 잠잠해 졌다가, 1950년에 타종교에 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1961년 뉴델리에서 개최한 제3차 WCC총회에서 종교다원주의는 다시 활기를 띠게 되었다. 이 총회에서 인도신학자 데바난단(P. Devanandan)은 비그리스도교 종교들을 "성령의 창조적 사역"에 대한 응답이라고 해석하며 비서구의 종교와 문화를 심각하게 대할 것을 촉구했고, 9) 그 후 인도출신의 종교다원주의 신학자 사마르타(S.J. Samartha)에 이르면서 종교다원주의가 확대되었다.
4) 과학의 발전
과학의 발전도 종교적 다원주의의 발생을 촉진했다고 볼 수 있다. 16세기 이후 유럽의 발견과 탐험의 시대가 시작되면서 콜롬버스, 마젤란 등이 기독교 세계 밖의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게 되었고, 그곳에 기독교와 상이한 종교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역사, 인류, 과학연구가들은 인류의 기록들에 대한 검토를 통해 세계의 다른 곳에도 종교의 유형들이 있다는 것을 보게 되었다. 동서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서구의 기독교인들이 다른 종교권의 사람들과 빈번하게 접촉하게 되고 그들의 종교에 관한 문헌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자 기독교와 다른 종교의 문제가 긴급하게 제기되었다. 특히 비교 종교학이 발전함에 따라 비교 종교학자와 종교사 연구가들을 통해 다른 종교가 기독교와 동일한 면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주장이 일어나게 되었다.
각주
1) 변선환, "신학의 과제로서의 한국종교" 『종교다원주의와 신학적 과제』, (서울:대한기 독교서회, 1990), p.46.
2) 유동식, 『종교다원주의와 신학적 과제』, p.54.
3) 변선환, 『교회 밖에도 구원은 있다』 현대사조2, 1978, p.88.
4) H. Kracmer, "syncretism as Relious and Missionary Problem". International Review of Missions, 43 (July, 1954), p.253.
5) "포스트모던한 문화현상과 신앙고백", 『목회와 신학』, 1991.8., p.10.
6) John Hick and Brian Hebblethwaite(ed.), Christianity and Other Religious (Philadelphia:Fortress Press, 1981), pp.87-91.
7) 김영한, "종교다원주의와 한국 토착화 신학", 『목회와 신학』 (서울:두란노서원, 1992 년 7월), p.62.
8) Hallencreutz C.F., Der Dialog in der Geschichte Der okumenishcen Bewegung, (Frankfurt:Dialog mit anderen Religionen, 1972), p.58.
9) P. Devanandan, "Zu Zeugen Berufen", in New Delhi, 1961 h9. von W.A.Vissert Hooft (Stuttgart, 1962), pp.489-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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