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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신탕과 ‘뜨거운 안녕’… 개고기 빈 자리 채우는 흑염소

하나님아들 2026. 6. 26. 00:01

보신탕과 ‘뜨거운 안녕’… 개고기 빈 자리 채우는 흑염소

목은수2026. 6. 25.

 

‘식용 금지’ 유예기간 내년 2월 종료
도내 영업장 234곳 전업·폐업… 마지막 대목
사육농가 급감에도 소비 여전 가격 2배 폭등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AI 이미지 재가공

“이미 끝났어요.”

부천시 소사구 소사본동에서 30여년 동안 ‘건강원’을 운영해 온 이모(75)씨는 내년부터 개식용이 전면 금지된 상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가게 외벽에는 ‘흑마늘즙’, ‘민물고기 중탕’, ‘홍삼’ 등과 함께 ‘개소주’도 적혀있었지만, 실제 이를 찾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부천시에는 개식용 관련 영업장 94개소가 있어 경기도에서 가장 많은 개식용 업소가 위치해 있다. 지난 2024년 제정된 개식용종식법의 유예기간이 내년 2월 종료되면서, 개를 판매하거나 식용 목적으로 사육·도살하는 행위는 전면 금지된다.

이씨는 “예전에는 큰 수술을 앞두고 체력이 약해 기력 보충을 위해 찾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2010년대 이후부터는 거의 사라졌다”며 “개고기는 식용으로 이미 끝난 시장이라, 내년이 돼도 크게 달라질 것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개고기 사라질 준비 끝난 경기도 현장… 마지막 초복 앞두고 가격은 급등

경기도에서 가장 많은 개 취급업소가 위치한 부천시 소사구 소사본동의 영양원에 ‘개탕’이 판매되고 있다. 2026.6.25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


경기도 내 개고기 시장들은 마지막 여름철 초복을 앞두고 있다. 대부분은 변화를 받아들이는 분위기지만 아쉬움을 드러내는 상인들도 적지 않았다.

식당과 건강원 등 개식용 영업장은 2024년 기준 전국 4천154개소에 달했다. 이 가운데 경기도에는 861개소가 위치해 있다. 지역별로는 부천시가 94개소(식당 32·건강원 62)로 가장 많았고, 수원시 84개소(식당 31·건강원 53), 성남시 66개소(식당 32·건강원 34), 남양주시 57개소(식당 54·건강원 3), 용인시 52개소(식당 28·건강원 24) 순이다. 이 가운데 지난 5월 기준 234개소(27%)가 전업 또는 폐업을 완료했다.

 

전국 3대 개시장으로 꼽히는 성남시 모란시장은 이미 ‘흑염소 거리’로 상당 부분 모습을 바꾼 상태였다. 일부 업소는 간판을 바꿨지만 여전히 개고기를 판매하고 있었다. 상인들은 내년 2월 법 시행을 앞둔 올해 초복이 사실상 마지막 성수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모란시장 초입에서 흑염소(개고기 포함)식당과 정육점을 함께 운영하는 김모(60)씨는 개식용 금지에 대한 아쉬움을 묻는 물음에 “그냥 때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도 젊은 사람들이 더 찾지 않으니 10년 내에 소멸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면서 “다만 정부에서 정책으로 추진하면서 시기가 좀 앞당겨진 것”이라고 했다.

한편 개고기를 먹을 수 있는 마지막 초복을 앞두고 가격은 크게 올랐다. 이날 모란시장에서 개고기는 1㎏당 4만5천~5만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지난해 말복 당시 2만5천원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두배 가까이 폭증한 것이다.

상인들은 개식용종식법 시행 이후 사육 농가가 급감한 것이 가격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법 시행 과정에서 구간을 구분해 조기 폐업 농가에 더 많은 지원금을 지급하면서 농가들의 폐업이 늘었고, 공급 감소가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개 사육농장은 2024년 1천537호에서 올해 5월 기준 272호까지 줄었다. 이천시를 중심으로 313개 농가가 있던 경기도에서도 지난해(1~2구간)까지 207개소가 폐업했고, 올해(3~4구간) 역시 36건의 신청이 접수돼 현장 실사와 관계 법령 검토 등이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개고기를 찾는 소비자들은 여전히 적지 않았다. 서울 송파구에서 왔다는 김모(75)씨는 “가격이 올라 부담되긴 하지만 좋아해서 한 달에 세 번 정도는 와서 먹고 포장도 해 간다”고 말했다. 김용북 모란전통시장 상인회장은 “탕 한 그릇 가격이 1만5천원에서 3만원까지 올랐는데도 손님 10명 중 4명 정도는 여전히 개고기를 찾고 있다”고 했다.

취급업소, 상당수 다른 메뉴 전환 검토중
가축경매시장 흑염소 부상속 대부분 수입산
“무관세 규제 필요… 도내 도축장 없어”

■ ‘전업준비’나선 업소들… “대체 메뉴로 버틸 수 있을지 걱정”
전국 3대 개시장으로 불린 모란시장에 ‘모란흑염소 특화거리’ 간판이 내걸린 모습. 2026.6.25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


기존 개고기 취급 업소들은 대부분 업종 전환을 희망하고 있다. 경기도 내 861개 영업장이 제출한 이행계획서에 따르면 전업을 선택한 곳은 696개소에 달했다. 폐업을 선택한 곳은 165개소에 그쳤다. 상당수는 흑염소 등 다른 보양식 메뉴로 전환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 관계자는 “전업은 일반음식점 영업을 유지하면서 개고기만 취급하지 않는다는 의미”라며 “구체적인 메뉴까지 파악하고 있지는 않지만 흑염소 등이 주요 대체 품목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상인들은 변화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하면서도 향후 생계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전날 찾은 부천시 소사구 소사본동에서 영양탕집을 운영하는 박모(중국국적·71)씨는 법 시행 이후 메뉴에서 ‘개탕’을 제외했다가 손님 문의가 빗발치면서 다시 추가했다고 말했다. 그는 “개탕을 없앤 첫 주말에만 정확히 22명이 개고기를 찾아 돌려보내야 했다”며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다시 메뉴에 넣으면서 조리기구도 다시 들이고 메뉴판도 전부 교체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짐승은 다 짐승인데 왜 개만 안 된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가장 자신 있는 요리라 주력 메뉴로 팔고 있는데 개탕을 빼면 경쟁력이 떨어져 장사가 어려워질 게 뻔하다”고 부연했다.

■ 축협시장도 염소 확대 움직임… 농가들 “수입산 대책 필요”

2026.6.25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


경기도 가축경매시장에서는 흑염소가 새로운 대체 품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수원축협은 지난 4월 화성 스마트가축시장에서 염소 경매시장을 개장했다.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 정기 경매를 진행하고 있으며 거래 규모도 점차 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12개 농가가 60두를 출품해 24두가 낙찰됐고, 5월에는 17개 농가가 87두를 출품해 42두가 낙찰됐다.

수원축협 관계자는 “6월 경매에는 현재 3개 농가에서 22두가 접수된 상태지만 현장 접수가 많아 실제 출품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연말까지 염소 경매 수수료를 면제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성에서 염소를 사육하는 정모씨가 염소들을 바라보고 있다. 2026.6.25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


다만 염소 농가들은 보양식 수요 증가의 혜택이 국내 농가에는 충분히 돌아가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염소가 개의 대체로 각광받는 건 사실이지만, 실제 식당을 채우는 건 수입산(호주산) 염소가 대부분이어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염소고기 소비량은 2020년 6천328t에서 2024년 1만3천708t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수입 염소고기는 1천161t에서 8천143t으로 급증해 증가분 대부분을 차지했다. 모란시장 상인들 역시 “사용하는 염소고기의 90% 이상이 수입산”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도내 염소 농가들은 수입산에 대한 제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성시에서 염소 200여마리를 사육하는 정모(70대)씨는 “초복을 앞두고 유통업자들이 좀 더 찾긴 하지만 식당 대부분이 수입산을 사용해 변동률도 크지 않다”며 “예전에는 ㎏당 1만8천원 정도 받았지만 지금은 4천~5천원 수준에 불과해 사료비도 건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무관세로 들어오는 수입산 염소고기에 대해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경기도 내 도축장이 없는 점도 산업 성장의 걸림돌로 지적했다.

정씨는 “모란시장 이동식 도축장이 사라지면서 경기도에서 키운 염소도 충주나 천안까지 가서 도축해야 한다”며 “가까운 곳에 도축장이 생기면 물류비와 인건비 부담이 줄어 가격 경쟁력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목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