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4일 오전 1시23분쯤 전북 고창군을 지나는 서해안고속도로 서울 방면 73㎞ 지점에서 발생한 사고 현장.photo전북특별자치도소방본부
올해 들어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운전자의 전방주시 소홀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2차 사고 사망자가 5배 가까이 늘면서 주행 보조 기능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위험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24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5월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는 9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3명보다 52.4% 증가했다. 이는 최근 14년 사이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사고 유형별로는 차량 고장이나 선행 사고 등으로 정차한 차량 주변에서 발생하는 2차 사고 사망자가 15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3명과 비교하면 400% 증가한 수치다. 전체 사망자의 15.6%를 차지했다. 정체 또는 서행 구간에서 발생한 사고로 인한 사망자도 12명(12.5%)에 달했다.
경찰은 최근 늘어난 2차 사고의 배경으로 운전자들의 주행 보조 기능 의존도를 꼽고 있다. 적응형 정속주행장치(ACC·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 주행 보조 기능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전방주시를 소홀히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올해 1월 서해안고속도로에서는 크루즈컨트롤 기능을 켠 채 졸음운전을 하던 30대 운전자가 교통사고 수습 현장을 덮쳐 경찰관과 견인기사 등 2명이 숨지고 9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사고 현장에서는 고속도로순찰대 소속 이승철 경정과 견인기사 1명이 숨졌고, 구급대원과 사고 차량 운전자 등 9명이 다쳤다. 운전자는 경찰 조사에서 "크루즈컨트롤 기능을 켠 채 운전하다 잠이 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사고기록장치(EDR)를 분석한 결과 사고 당시 크루즈 기능은 작동 중이었으며 운전자는 충돌 직전까지 브레이크를 밟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운전자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상 혐의로 구속 송치됐다.
경찰은ACC가 설정된 속도를 유지하면서 앞차와의 거리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기능이지만, 정지된 차량이나 장애물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운전자의 지속적인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자동차 성능은 발전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운전자 부주의로 인한 사망사고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