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상식 이야기!!

헌 피를 ‘새 피’로 바꾸면 과연 젊어질까요

하나님아들 2025. 11. 1. 18:33

헌 피를 ‘새 피’로 바꾸면 과연 젊어질까요

 
 
‘혈장교환술’ 향한 오해와 진실


불로(不老)와 불멸(不滅)은 인간의 오래된 꿈이다. 고령화 시계가 빨라지면서 관련 연구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연구 트렌드도 노화 속도를 늦추는 ‘슬로 에이징’에서 회춘을 의미하는 ‘리버스 에이징’으로 전환됐다. 이 과정에서 ‘혈장교환술’이 떠오른다. 이른바 헌 피를 희석하는 시술이다. 최근 억만장자로 유명한 미국 IT 사업가의 시술 소식까지 전해지며 관심을 끈다. 국내 일부 병원에서도 홍보·영업 활동이 한창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우려 섞인 시선을 내비친다. ①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데다 ② 고위험 시술로 위험성이 높고 ③ 부작용 우려까지 있어서다. 유재은 인천성모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현시점에서는 노화 방지 목적의 혈장교환술을 권하지 않는다”며 “정당한 의료 행위로 포장돼 사람들에게 잘못된 기대를 심어주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혈장교환술을 ‘회춘 시술’로 부르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근거가 없다”며 우려의 시선을 던진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혈장교환술’이 뭐길래

혈장 속 독성 물질 희석

몸 속 혈액은 크게 혈구(적혈구·백혈구·혈소판 등)와 혈장(액체 성분)으로 구성된다. 이 중 혈장은 혈액의 액체 성분이다. 주로 물로 이뤄져 있지만 다양한 물질이 녹아 있다. 나쁜 물질(염증 유발 물질·특정 항체·노폐물 단백질)도 포함돼 있다. 혈장교환술 원리 자체는 단순하다. ① 혈장에 있는 질병 유발 항체나 독성 물질을 제거하고 ② 알부민이나 신선동결혈장(Fresh frozen plasma) 등 동량의 보충액을 주입한다. 시술은 보통 2~3시간 소요된다.

혈장교환술은 혈장을 제거·분리하는 방식에 따라 원심분리형과 여과형으로 나뉜다. 흔히 쓰이는 건 ▲원심분리형이다. 원심분리기를 활용해 혈액 안의 고체와 액체 성분을 구분, 혈장을 따로 모으는 형태다. 맷돌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노화 방지 목적의 혈장교환술도 원심분리형 방식이다. ▲여과형은 특수 상황에서 쓰인다. 항체가 너무 많아 장기 이식이 어려운 경우 등이다. 혈액을 특수하게 설계된 필터에 통과시켜 혈장을 분리한다. 혈장교환술은 자가면역 질환과 혈전성 질환, 중증 감염 등 명확한 적응증이 있을 때 1차 치료법으로 활용된다.

정성현 아주대병원 종양혈액내과 교수는 “혈장교환술은 혈액내과나 신장내과, 신경과 등에서 시행하는 고위험 치료 시술”이라며 “장비와 인력, 적절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춘 대학병원급 의료기관에서 주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혈장 제거·분리 이후에는 알부민과 신선동결혈장 등 보충액이 주입된다. 제거된 혈장만큼의 부피를 채워 혈액량을 보전하고 수분 균형을 잡기 위해서다. 알부민은 단백질의 한 종류다. 혈관과 조직 사이 삼투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신선동결혈장은 헌혈된 혈액에서 혈장을 분리해 채혈 후 정해진 시간(보통 8시간 이내) 안에 급속 동결시킨 혈액 제제다.

어쩌다 ‘회춘 시술’로 불리나

일부 논문 발단…“2.6년 젊어져”

리버스 에이징 관련 연구가 본격화된 건 2005년이다. 시작은 이른바 젊은 피를 활용한 ‘피갈이’였다. 마이클 콘보이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와 이리나 콘보이 교수팀은 2005년 젊은 쥐와 늙은 쥐 혈관을 연결했더니 늙은 쥐의 근육과 간, 심장 세포가 회복됐다고 밝혔다. 논문의 파급 효과는 상당했다. 상업화를 겨냥한 피갈이 스타트업까지 생겨났다. 의학적으로 입증이 안 된 루머가 걷잡을 수 없이 퍼지자 이례적으로 미 식품의약국(FDA)이 나섰다. FDA는 “젊은이의 혈장을 주입해 질병을 치료하는 건 임상에서 입증된 바 없다”며 “오히려 다른 사람의 혈장을 대량 주입하면 거부 반응이 일어나거나 수혈을 통한 감염 등 치명적인 위험에 쉽게 노출된다”는 내용의 성명을 수차례 냈다. 이후 스타트업들은 문을 닫았고 관련 논의도 잠잠해졌다.

그러던 2020년 마이클 콘보이와 이리나 콘보이 교수는 노인학 전문 학술지 ‘에이징(Aging)’에 또 다른 주장을 내놓는다. 늙은 생쥐의 혈장 절반을 알부민과 염화나트륨이 함유된 멸균 용액으로 교체했더니 뇌와 간, 근육 등 일부 세포가 재생됐다는 게 골자다. 연구팀은 “회춘 효과의 본질은 젊은 혈액의 성분이 아니라, 노화된 혈액 속의 해로운 단백질을 희석하는 데 있다”고 결론지었다. 혈장교환술이 회춘 시술로 각광받게 된 기점이다.

2022년 마이클 콘보이와 이리나 콘보이 교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파일럿 임상시험 결과도 발표했다. 70세 이상 고령자 6명을 대상으로 혈장의 절반가량을 제거하고 알부민과 생리식염수로 대체했더니 염증지표(CRP)와 간 기능 수치, 지질대사 등 3가지 임상 바이오마커가 개선됐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연구의 한계는 명확했다. 지난해 국제학술지 대사성 뇌 질환(Metabolic Brain Disease)에 게재된 리뷰 논문은 2022년 연구를 두고 “대조군이 없고 표본이 적어 ‘잠정적 결과(provisional finding)’로 봐야 한다”고 주의했다.

국내에서도 혈장교환술의 항노화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이 있다. 오한진 아이디병원 엑소밸런스센터장은 “최근 해외논문에 의하면 46명 대상 직접 혈장교환술을 시행한 결과 생체 나이가 2.6년 젊어진 것으로 확인된 결과가 있다”면서 “항노화에 적용 가능함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논문은 올해 에이징 셀(Aging cell)에 게재된 건으로 보인다. 다만 해당 논문 속 연구는 혈장교환술 전후 2개월의 변화를 살핀 결과다. 장기 추적이 아닌 단기 연구에 그친다. 논문 저자들도 “대조군이 없고 단기 측정에 머물렀다”는 점을 시인했다. 그러면서 “지속적인 생물학적 회춘이 가능하단 말은 아니다. 일부 대리 지표의 단기 개선은 있었지만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변화라고 보기 힘들다(There were no clinically meaningful changes)”고 스스로 한계를 내비쳤다.

“건강 담보로 베팅 안 돼”

부작용 감수할 근거 부재

부작용 없는 시술은 거의 없다. 혈장교환술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과학적 근거도 없는 일에 건강을 담보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고 입을 모은다.

유재은 교수는 “혈장교환술 부작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며 “특히 알부민 교체시 혈소판 감소와 응고인자 결핍으로 인한 출혈 위험이 있고 신선동결혈장 사용 시에는 수혈 관련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강한 사람이 위험을 감수할 만한 명확한 이익이 증명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정성현 교수도 “혈장교환술은 체내 염증인자나 자가항체를 제거하는 의료 행위지, 노화를 지연시키거나 생리적 활력을 높이는 수단이 아니다”라며 “감염·출혈·전해질 불균형 등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과학적 입증이 안 된 불필요한 시술로 건강상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자원 낭비 요소도 비판했다. 정 교수는 “보통 혈장교환술에는 알부민뿐 아니라 신선동결혈장도 함께 쓰인다. 알부민만으로는 기능성 단백질 결핍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만약 신선동결혈장이 다량 사용된다면 헌혈 인구 감소로 환자 치료에 필요한 자원 확보도 어려운데, 노화 예방 목적으로 의료 자원이 낭비되는 꼴”이라고 전했다.

신현영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도 정제되지 못한 의료 행위라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알부민을 주입하는 대상은 영양이 부족하고 식사를 못해 알부민이 특정 수준 이하로 떨어진 환자”라며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알부민을 추가 주입하는 건데, 뭐든 과잉은 득이 될 게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리스크가 보장되지 않고 근거도 매우 부족한 초기 단계 연구”라며 “인간의 젊어지고 싶은 본능을 자극해 의료를 상업화의 수단으로 쓰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최창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