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한길 "마음 안들어도 판결 존중… 동맹과 종북 중 뭘 택할지 계속 묻고 싸울 것"
헌재 결정 승복한 전한길 강사

지난 4일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는 주문을 읽자 한국사 강사 전한길(55)씨는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이윽고 전씨는 “저와 같은 뜻이었던 분들께 승복하기를 부탁드린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추구한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라고 했다. 전씨는 6일 본지 인터뷰에서도 “2030 세대에게 함부로 유혈 사태 운운해선 안 된다. 그런 짓은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면서 “지금은 헌법 테두리 안에서 보수 가치를 지켜나가는 저항에 나서야 할 때”라고 했다.
“함부로 유혈 사태 운운해선 안 돼”
―지난 100여 일 동안 탄핵 반대 집회 전면에 나섰다.
“돌이켜 보면 한 편의 드라마 같았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한다니까 곧바로 ‘내란 선동’이라면서 사방에서 공격을 해댔다. 좌파 진영에선 중도층으로부터 전한길을 분리하기 위해서 ‘극우 세력’, 또 내 말의 신뢰성을 깎아내리기 위해서 ‘음모론자’라고 했다. 특별 출연했던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촬영분이 통으로 편집당하기도 했다. 누군가는 저더러 ‘폭싹 망했수다’라더라. 한 해 세금만 27억5000만원 납부하던 전한길의 드라마가 지금은 비극처럼 보일 것이다. 그럴 줄 알고도 나선 길이다. 처음부터 내가 뭘 얻으려고 그런 것이 아니다. 다른 건 몰라도 전한길의 진정성 하나만큼은 알아주셨으면 한다.”

―그럼에도 헌재 결정에 승복을 선언했다.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사법부 판단을 존중하는 것이 우리가 추구해 온 법치주의 아닌가. 그래서 저와 뜻을 같이했던 분들에게 승복해 주시기를 간절히 말씀드렸다. 어떤 사람들은 2030 세대에게 너무 쉽게 ‘유혈 사태’ 얘기를 한다. 그들에게 희생을 요구해선 안 된다. 그런 짓은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 당장 다가올 대선을 막을 수 없지 않은가. 민주주의 범위 내에서, 헌법 가치 안에서 저항해야 한다. 대선에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이기고 개헌(改憲)하는 것이 진정한 승리 아니겠나. 윤 전 대통령도 그걸 바랄 것이다. 어차피 저는 목숨을 걸고 나왔다. 지금의 싸움에서는 졌지만 다가올 전쟁(대선)에서 이기면 된다.”
―헌재 결정을 두고 국민 여론이 갈렸다.
“일부 탄핵 찬성 진영에서 탄핵에 반대한 사람들을 조롱한다. 우리는 다 같은 국민이다. 가정에서 남편이 아내를 이겼다고 바깥에 나가서 자랑하는 꼴이나 다름없다. 부부끼리 이기고 지고가 어디 있나. 지금은 대한민국이라는 ‘우리 집’ 앞에 강도가 들어온 상황이다. 미국이 관세 전쟁을 벌이고, 중국에선 서해에 인공 구조물까지 설치했다. 우리끼리 싸워서는 안 된다. 만약 탄핵안이 기각되었더라도 나는 똑같이 이런 말을 했을 것이다.”
―조기 대선이 두 달 뒤 열린다.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한 사람이 입법부·사법부·행정부까지 사실상 장악하게 된다. 또 (민주당의) 윤 대통령 탄핵 사유에 ‘북한·중국·러시아를 적대시했다’는 내용이 들어간 적이 있지 않았나. 그런 점에서 대한민국이 ‘제2의 홍콩’이 되지 말란 법도 없다. 나중에 국민들이 노란 우산을 들고 거리에 나서봤자 그때는 이미 늦는다.”
―‘이재명 대통령 시대’라는 말이 벌써부터 나온다.
“그런 말은 너무 오만하다. 국민들은 아직 투표도 하지 않았다. 이 대표가 1위라는 여론조사도 있지만, 반대로 ‘그 사람은 안 된다’는 목소리도 많은 것 아닌가. 이 대표는 말이 자꾸 바뀌고 그에 따른 책임도 지지 않았다. 많은 국민이 그런 모습을 지켜봤다. 저는 ‘국민들에게 25만원씩 주자’는 이 대표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교육자의 눈으로 봐도 마찬가지다. 이 대표는 지금도 재판 5개를 받고 있지 않나.”

―보수 진영을 보면 후보는 많은데 시간이 짧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거는 현실이다. 많은 후보를 바탕으로 (국민의힘) 경선이 흥행돼야 하고, 그 뒤에는 ‘이길 수 있겠다’ 싶은 후보로 뭉쳐야 한다. 줄탄핵, 예산 삭감 등을 보면서 지난 대선 당시보다 더 많은 국민이 민주당의 실체를 알아버렸다. 앞으로 두 달은 충분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대선 당시의 격차(0.73%p)보다 크게 이길 수 있다. 보수 진영에서 누가 후보가 되든지 간에 무조건 지원하겠다.”
―지도자의 덕목으로는 무엇이 중요하다고 보나.
“국민을 분열시키는 것은 정치인으로서 최악이라고 생각한다. 당장 선거 국면에선 어쩔 수 없겠지만, 궁극적으로 다음 지도자는 국민을 통합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분열로 인한 상처가 깊다. 저 또한 국민이 화합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
―일부 언론에서 ‘전한길이 후원금을 요구한다’고 비판했다.
“저는 강사로서 연봉 60억원 포기하고 ‘탄핵 반대’를 이야기했다. 돈 벌기 위해서라면 지금 학원에 있어야지 왜 장외집회에 나왔겠나. 저 스스로 움직이는 비용도 모두 자비에서 쓴다. 장외집회에 후원하고, 청년세대 소송비용 등을 돕기 위해서 했던 말을 그런 식으로 비틀어서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청년·중도에게 진보 실체 알릴 것”
―2030 세대에게 전하고 싶은 얘기가 있나.
“선거는 결국 둘 중 하나를 택하는 것이다. 한미 동맹이냐 친중 종북이냐, 자유주의냐 사회주의냐, 선별 복지냐 보편 복지냐, 남녀 존중이냐 남녀 갈등이냐, 세대 통합이냐 세대 갈등이냐. 이제부터 2030 세대와 국민에게 ‘어떤 것을 선택하고 싶으시냐’고 끊임없이 질문하겠다. 이제 유럽에선 진보가 집권하는 나라는 별로 없다. 그 나라 국민이 진보의 민낯을 봤기 때문 아니겠나. 속았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대한민국도 지금 이대로 두면 끓는 솥 안의 개구리처럼 서서히 죽어갈 것이다.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도 지켜만 봐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나.
“청년 세대와 중도층에게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의 실체를 알려 나가겠다. 최근에는 김어준씨 등에 맞서기 위해서 언론사도 만들었다. 앞으로는 미국의 헤리티지 재단과 같은 ‘전한길 재단’을 출범해서 보수 정치에 필요한 모든 것을 지원하고 싶다. 지금 보수 진영에는 ‘민노총’처럼 돈이 많고 힘도 센 기득권 결집체가 없다. 그런 차원에서 거꾸로 민노총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얼마 전 국회에서 청년 세대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청년 세대에게 빚을 지우는 국민연금 개혁안에 멋대로 합의했다. 청년들과 함께 그 연금안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헌법소원도 제기할 예정이다. 국민연금은 세대 간의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기성세대를 부양하기 위해서 그 비용을 미래 세대에게 떠넘겨서는 안 된다. 개인적으론 보험료율(내는 돈) 13%, 소득 대체율(받는 돈) 40%가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또 자동 조정 장치(인구 구조·경제 상황에 따라 연금 수령액을 조정하는 제도)도 반영이 되어야 한다. ”
―부정선거를 우려하는 분들 가운데는 투표하지 않겠다는 분들도 더러 있다.
“사전 투표는 없애고 본투표를 자정까지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당장 민주당이 반대하지 않겠나. 투표하지 않겠다고 말씀하시는 분들께 역으로 이렇게 묻고 싶다. 지금의 홍콩 같은 ‘이재명 세상’에서 살고 싶으시냐고.”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전한길 출연분 통편집
전 “내가 좌파 쪽에 속했다면 정치탄압이라며 난리 났을 것”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는 6일 본지 인터뷰에서 자신이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 특별 출연했다가 출연분이 ‘통 편집’된 사연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얘기했다.
‘폭싹 속았수다’는 ‘정말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뜻의 제주 방언이다. 이 드라마는 제주도를 배경으로 극중 오애순과 양관식이 가정을 이뤄 가족에게 헌신하는 얘기를 다뤘다. 전한길씨가 등장하는 부분은 애순의 딸 양금명(아이유)이 인터넷 강의 기업을 설립하고 ‘스타 강사’를 영입하는 장면이었다고 한다.
전씨는 “드라마 속에서 ‘아이유(양금명)’가 저에게 강사직을 제의했고, 그것이 훗날 대박이 나는 것으로 그려졌다”며 “스타 강사 역을 맡았던 저는 처음엔 ‘이 사업이 되겠느냐’고 했다가 나중에 ‘(양금명) 당신 정말 대단하다’고 칭찬하는 장면을 연기했다”고 했다.
이 장면은 비상계엄 사태가 벌어지기 전인 2023년에 모두 촬영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제작진은 최종적으로 이 장면을 전씨가 아닌 단역 배우 연기로 대체했다.
전씨는 “얼마 전에 제작사 측에서 편집됐다고 통보해 왔고 저도 피해를 주기 싫어서 그저 ‘알겠다’고만 했다”면서 “제가 이른바 좌파 진영에 속했었다면 이 일을 두고 ‘블랙리스트다, 정치 탄압이다’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난리가 났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넷플릭스 측은 “전씨가 특별출연한 것은 맞지만, 보다 수준 높은 작품을 보여 드리기 위해 다양한 편집과 재촬영을 진행했던 것”이라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한길 한국사 강사
1970년 경북 경산 출신. 경북대 지리학과를 졸업하고 사교육 강사로 활동해 왔다. 서울 노량진 메가스터디에서 공무원 시험 한국사 강의를 하면서 공무원 준비생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전국 각지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 연사로 나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는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전씨가 유튜브 영상에서 ‘선관위가 대한민국 혼란을 초래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며 구글에 신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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