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앞 눈 치우기도 귀찮아?” 냅다 ‘흰 알갱이’ 와르르…골목길마다 ‘소금밭’인 줄 [지구, 뭐래?]
입력2025.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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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에 가득한 제설제들 [독자제공] |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설마 또 눈이 내렸어?”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A씨는 최근 길을 걷다가 깜짝 놀랐다. 길이 온통 하얗게 뒤덮여 있는 것. 그는 “눈이 내린 줄 알았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눈이 아니라 제설제였다”며 “얼마나 많이 부었으면 여전히 이렇게 남아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젠 눈도 ‘화학전’을 방불케 한다. 눈을 빗자루로 쓸면서 치우는 풍경보다 염화칼슘 등 제설제를 뿌리는 풍경이 더 익숙할 정도다. 안전을 위해 제설제 사용은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문제는 남용되는 데에 있다.
특히, 집 앞 눈만 쓸면 되는 골목길에도 이젠 제설제를 쏟아붓는 현실이다. 제설제 남용은 세금 낭비로도 이어지지만, 더 큰 문제는 환경오염에 있다.
차량과 도로를 부식시키는 원인이 되고, 나아가 가로수가 말라 죽는 이유로도 꼽힌다. 제설제를 과도하게 쓰면 생태계 염분 농도를 상승시켜 생태계를 위협한다는 연구 결과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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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4년 겨울 당시 눈이 내린 후 도로에 남아 있는 제설제들 [독자 제공] |
제설제 사용량은 최근 다시 급증세로 돌아서고 있다. 서울시의 제설제 사용 현황에 따르면, 겨울철(전년 11월~당년 3월) 제설제 사용량은 2020년엔 1만462t이었으나, 2021년에 4만8492t으로 4배 이상 급증했다. 이후 2023년엔 4만4470t으로 감소했으나 작년엔 다시 6만819t으로 급증했다.
지난주 대설주의보가 발령된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이미 닷새가 지났지만, 여전히 녹지 않은 염화칼슘 흔적을 거리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다. 마치 ‘소금길’처럼 쉽게 하얀색의 도로를 접할 수 있다.
최근엔 골목길까지도 염화칼슘을 대거 살포하곤 한다. 한 주민센터 관계자는 “눈 예보만 접해도 제설제를 요구하는 주민들이 많다”고 전했다.
눈이 내리면 집 앞 눈을 치우는 건 의무 사항이다. 그 범위나 시기 등도 상당히 꼼꼼하게 정리돼 있다.
예를 들어 서울시는 ‘건축물관리자의 제설ㆍ제빙에 관한 조례’에 따라 주거용 건축물은 주출입구 부분의 대기경계선으로부터 1미터까지의 구간, 비주거용 건축물은 해당 건축물의 대지경계선으로부터 1미터까지의 구간을 제설해야 한다. 지붕도 포함돼 있다.
주간은 4시간 이내, 야간은 다음 날 오전 11시까지 제설 작업을 마쳐야 한다. 다만, 하루 10cm 이상 눈이 내리면 24시간 이내에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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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 |
이처럼 주택이 밀집한 골목길에선 서로 각자 집 앞 1미터 구간씩만 각자 눈을 치우면 제설 작업을 마칠 수 있다. 하지만 귀찮거나 힘들다는 이유로 이젠 제설제부터 찾는 셈이다.
서울 빌라 주택가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겨울이 되면 눈이 안 오는 날에도 제설함에 제설제가 남아나질 않는다”며 “응급상황일 때 도로에 뿌리라고 배치했을 텐데 다들 몰래 집에 챙겨놨다가 눈 오면 집 앞에 뿌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물론 염화칼슘 등 제설제는 빗자루로 쓰는 것보다 훨씬 편하고 효과도 크다. 문제는 남용했을 때 생기는 부작용이다. 염화칼슘 내 염소 성분이 아스팔트나 자동차를 부식시키며, 강아지 등 반려동물이 산책할 때 발에 상처를 입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더 심각한 건 가로수 탈수 현상 등 환경오염이다. 산림청 산림과학원은 염화칼슘이 토양을 알칼리화해 3월부터 가로수 잎에 급속한 탈수 현상이 벌어진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으며, 도로에 쓰인 염화칼슘이 토양이나 하천 등으로 유입돼 담수 염분 농도를 상승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담수 생물 생태계 파괴 원인이 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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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 |
최근엔 비염화물계를 사용하는 친환경 제설제도 늘고 있지만, 여전히 저렴한 기존 제설제에 비해선 터무니없이 비중이 낮은 실정이다.
가장 간단하면서도 명확한 해결책은 사고 우려 등이 높은 도로엔 불가피하게 염화칼슘을 쓰더라도, 빗자루 등으로도 충분히 제설이 가능한 지역은 제설제를 쓰지 않는 것. 세금도 아끼고 환경도 지킬 수 있는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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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수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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