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감싼 10개 산 넘는 5박6일 트레킹 [나홀로 우리 땅 걷기]
입력2024.12.05.
강릉 울트라바우길 100km
닭목령에서 고루포기산으로 향하는 길, 30명의 울트라바우길 답사대원들이를 일사불란하게 길을 오르고 있다.
동해안 금진항에서 출발해 백두대간 능선을 따라 닭목령과 선자령을 거쳐 보광리로 돌아오는 울트라바우길은 강릉을 둘러싼 10개의 산을 넘고 사천 해변에서 해안을 따라 강릉항까지 걷는 100km의 장거리 코스로 백두대간의 축소판이다. 완주에는 5박6일이 소요된다.
강릉의 바다와 산을 모두 즐길 수 있는 길이어서 오래전부터 관심을 가졌지만 교통과 숙박이 마땅치 않아서 선뜻 걷지 못하고 있던 차에 마침 사단법인 강릉바우길에서 진행하는 울트라바우길 답사대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1구간(금진항~덕우리재, 10.5km)
생명이 살아 숨 쉬는 길
울트라바우길 출발지인 금진항에서 산으로 들어서는 데는 채 10분이 걸리지 않았다. 멧돼지가 파헤친 곳이 많았고 인적은 거의 없다. 땅이 살아 숨 쉬고 있다. 폭신폭신한 양탄자 위를 걷는 듯하다. 서울 근교 산들은 너무 많은 산객들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강릉의 산들은 복도 많다. 걷는 소리마저 너무 사랑스럽다. 내 나라에서 이런 멋진 길을 걸을 수 있음에 정말로 감사하다. 어제 내린 비로 더욱 짙은 피톤치드가 가득하다.
인적이 없고 길은 폭신한 울창한 숲길이 이어지는 울트라바우길.
이제 겨우 1km 걸었다. 갈 길이 먼데도 올라가다가 자꾸 뒤돌아보며 바다를 본다. 기마봉(381m)으로 오르며 뒤를 바라보니 금진항 바다에 펼쳐진 구름이 예술이다. 그런데 대원 중 한 분의 등산화에 문제가 생겼다. 깔창이 그대로 떨어졌다. 가끔 해외에서 이런 상황을 목격하곤 했다.
기마봉(381m)으로 오르며 뒤를 바라보니 금진항 바다에 펼쳐진 구름이 예술이다. 그런데 대원 중 한 분의 등산화에 문제가 생겼다. 깔창이 그대로 떨어졌다. 가끔 해외에서 이런 상황을 목격하곤 했다. 스태프 한 분이 플라스틱 테이프로 그의 등산화를 동여매 주었다.
강문해변의 해송 숲에서 방문객의 사랑을 흠뻑 받고 사는 청설모.
기마봉을 지나니 배꼽시계가 소식을 알려 준다. 나물과 고기가 들어간 호사스런 비빔밥으로 시계 밥을 준다.
피래산(754m)으로 향하는 길. 등로에 도토리가 지천이다. 피래산은 옵션 코스이지만 한 사람도 포기하지 않고 전원이 올라갔다. 하산길은 생각보다 급경사이지만 안전하게 마무리하고 첫날 일정을 마쳤다.
2구간(덕우리재~삽당령 16.3km)
바람의 결이 다르다
2구간이 6개의 구간 중에서 제일 힘든 코스라고 한다. 거리도 짧지 않지만 700m 이상을 한 번에 치고 올라가야 한다.
길은 어제보다 더 사람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는다. 깊은 산속이고 등로도 잘 보이지 않는다. 짙은 흙냄새도 반갑고 푸르른 산죽도 예쁘고 길가에 각양각색의 야생화들은 더 없이 사랑스럽다. 등로에 떨어진 낙엽이 수북하다. 낙엽 덕분에 산길은 스펀지처럼 폭신폭신하다.
비상시 차량이 들어온다는 임도 길을 따라간다. 햇살이 뜨거워서 피하고 싶지만 그늘이 없다. 그 햇살 아래에서 바람 따라 살랑거리는 꽃이 우리를 보고 인사한다.
울트라바우길 등로엔 이정표가 잘 정비되어 있어서 길 찾기가 쉽다.
그 길 끝엔에는 점심시간에 맞추어 응원 나온 오뎅국차가 있다. 방송에서 밥차는 봤지만 오뎅국차는 처음이다. 비빔밥과 함께 먹는 칼칼한 오뎅국이 피로를 녹여 준다. 맛난 점심 덕분인지 오르내림을 반복하면서 가뿐하게 두리봉(1,033m)에 안착. 삽당령까지는 쭈~욱 내리막. 울트라바우길 중 제일 힘들다는 2코스도 편안하게 완주했다.
3구간(삽당령~닭목령 14.4km)
진한 흙냄새로 샤워
거리 14.4km로 길지는 않지만 최고고도가 1,069m. 출발지인 삽당령에 양배추를 실은 트럭이 서있다. 요즘 야채 값이 금값이어서 양배추를 물끄러미 바라보니 청소하던 아저씨가 하나 가져가란다. 배낭에 넣어가고 싶다!
3구간 출발지인 삽당령에서 울트라바우길 4기 답사대원들의 모습.
산으로 들어서니 오늘도 인적이라곤 없고 길은 따사롭고 대지는 포근하다. 이렇게 멋진 길을 매일 걸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 멧돼지들이 파헤친 땅에서는 더욱 진하게 흙냄새가 올라온다. 고요하고 한적한 숲길을 답사대들이 독점하고 걷는다.
석두봉까지는 꾸준히 올라가야 한다. 이 길은 백두대간 등산로이면서 해파랑길이기도 하다. 모처럼 시야가 뻥 뚫린다. 저 멀리 선자령도 보인다, 억새가 풍성하고 숲 향이 가득하다.
석두봉을 지나 화란봉(1,069m)으로 올라가는가 싶었는데 다시 한없이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은근 걱정된다. 앞서가던 스태프가 무언가를 가리켰다. 노루궁뎅이 버섯. 노루의 하얀 엉덩이를 닮아서 노루궁뎅이버섯이라고 부른다. 약 3,000년 전부터 재배했다니 참으로 놀랍다. 자연산은 구하기 어렵고 식용보다는 약용으로 이용하는데 치매예방과 당뇨병 개선, 항암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과거 중국에서는 4대 진미에 속할 정도로 귀한 음식으로 대접받았다고 한다.
화란봉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화란봉하늘전망대, 안반데기에 펼쳐진 운해도 즐기고 내일 갈 고루포기산도 조망한다.
4구간(닭목령~대관령 13.8km)
백두대간을 걷다
닭목령 근처 고랭지 배추밭 옆으로 고루포기산을 향해 오른다가 어제 보았던 노루궁뎅이버섯보다 훨씬 큰 놈을 발견했다. 바로 눈앞에서 보니 더 신기하다.
4구간에는 돌탑이 많이 보인다. 누군가 기원하는 돌 하나가 놓이고 그 돌 위에 다른 이들의 바람이 켜켜이 올라가면서 돌탑이 완성된다. 나의 소망도 그 돌탑 위에 살포시 올려본다.
만경봉에서 대관령으로 내려가는 하산 길에 강릉시내와 푸른 동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전망대에 오르니 안반데기 풍경이 멋지게 펼쳐진다. 내일 우리가 지나갈 곳이다. 윙윙 거리며 돌아가는 풍차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시작된 오르막은 고루포기산(1,238m)까지 이어진다. 고루포기산이 1.4km 남았을 때 멋진 가을 선물을 받았다. 최고의 단풍. 딱 이곳만 단풍이 들었다.
능경봉으로 오르면서 조망하는 아름다운 안반데기의 풍경.
전망대에 앉으니 강릉시내와 푸른 동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오른쪽으로는 우리가 걸어온 길들이 줄을 지어간다. 대관령 국가숲길의 구름코스로 들어섰다. 대관령숲길은 총 102.96km로 강릉시와 평창군에 걸쳐 선자령, 오봉산, 고루포기산, 제왕산 일대에 12개 개별코스와 이를 연결한 4개의 순환 코스로 이루어져 있다. 데이트하기에 딱 좋은 숲길이다. 씩씩거리며 돌아가는 거대한 풍차 앞에서 오늘 트레킹이 끝났다.
강문해변의 해송 숲에서 방문객의 사랑을 흠뻑 받고 사는 청설모.
5구간(대관령~해살이마을 22.3km)
울트라바우길의 하이라이트
울트라바우길의 하이라이트인 5구간. 선자령과 곤산봉에 이르는 초원길과 풍차가 어우러지는 풍경은 울트라바우길의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선자령은 늘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자전거 타는 사람, 걷는 사람, 백패킹 하는 사람. 거대한 풍차 사이로 파란 하늘에 뭉게뭉게 하얀 구름이 떠다니는 이국적인 풍경은 많은 이들을 이곳으로 불러 모은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대관령 국가숲길이다. 안개가 멋지다. 아침부터 내린 비는 좀처럼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지만 상큼한 초원은 가을비 덕분에 생명의 활력을 얻고 더욱 선명한 색채를 띠고 있다.
비를 맞으며 운무 속에 선자령으로 올라가고 있다.
초원과 숲이 가득한 울트라바우길은 가을비가 더해져서 더욱 몽환적이다. 이 비가 그치면 이제 막 붉게 타오르기 시작한 단풍과도 이별해야 하지만 다시 새 생명들을 만나게 되겠지. 가을비 덕분에 자연의 속삭임과 잔잔한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어서 더욱 멋진 시간이다.
선자령이다. 풍차는 윙윙 소리를 내며 돌고 있는데 그 모습은 찾을 수 없다. 운무 속에서도 열심히 자기 일에 열심이다. 선자령에서 멋진 푸른 초원을 만나야 하는데, 아쉽지만 어쩌랴.
안개만 자욱한 게 아니다. 비가 하염없이 쏟아진다. 점심시간에도 비를 피할 곳이 없다. 판초 모자를 우산삼아 비를 맞으며 서서 김밥을 먹으면서도 울트라바우길의 매력에 빠져든다. 해살이마을로 향하는 길. 물을 잔뜩 머금은 작은 꽃들이 사랑스럽다.
5구간은 하루 종일 가을비와 함께했지만 울트라바우길의 매력에 더욱 빠져들었다.
6구간(해살이마을~강릉항 22.7km)
해송 숲 산책길
울트라바우길 100km의 결승점을 향하는 날. 6일이란 시간이 어찌나 빨리 흘렀는지. 모두들 아쉬운 마음이 가득하다. 어제 종일 비를 맞고 걸었어도 모두들 밝고 즐거운 모습이다.
바다가 곁이라곤 느껴지지 않는 해송이 울창한 사천 해변.
오늘은 평지길이라 거리는 큰 문제가 아니다. 시작은 정겨운 시골 골목길. 소박한 시골 풍경이 아름답다. 오랜 세월을 품은 돌담이 사랑스럽다. 사천 바다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경포가시연습지에 이르니 습지 산책길도 아름답지만 날씨가 예술이다. 가을 산책으론 더 없이 멋진 길이다.
이젠 강문 해변이다. 맨발걷기 하는 분들이 많다. 경포대, 남항진까지 강릉하면 떠오르는 동해의 푸른 바다와 함께 가을소풍을 만끽한다. 푸른 바다가 넘실거리는 해변 길은 바다색깔도 무척 아름답지만 소나무 숲이 아늑해서 맛있는 음식을 아껴먹듯 아주 천천히 즐기며 걷는다. 바다와 해송 숲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길은 세계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마지막 결승점에 도착! 성대한 환영식에 깜짝 놀랐다. 악단 연주와 함께 축하퍼레이드를 만끽하고 이어진 수료식과 저녁만찬까지 참으로 완벽한 축제의 한마당이다.
경포 해변으로 들어서면 바다를 곁에 두고 해송 숲을 걷는다.
경포 해변에서 6일간 함께 걸어온 대원들이 즐거움을 나누고 있다.
각자의 생김은 달라도 걷기를 좋아하는 공통점으로 모인 울트라바우길 100km 4기 답사대 대원들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멋진 트레일을 함께 걸으며 매일 매일 행복하고 즐거웠다. 1주일간 함께 걸은 30명의 동기들 모습이 파노라마 영상으로 흘러간다.
월간산 12월호 기사입니다.
강릉의 바다와 산을 모두 즐길 수 있는 길이어서 오래전부터 관심을 가졌지만 교통과 숙박이 마땅치 않아서 선뜻 걷지 못하고 있던 차에 마침 사단법인 강릉바우길에서 진행하는 울트라바우길 답사대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생명이 살아 숨 쉬는 길
울트라바우길 출발지인 금진항에서 산으로 들어서는 데는 채 10분이 걸리지 않았다. 멧돼지가 파헤친 곳이 많았고 인적은 거의 없다. 땅이 살아 숨 쉬고 있다. 폭신폭신한 양탄자 위를 걷는 듯하다. 서울 근교 산들은 너무 많은 산객들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강릉의 산들은 복도 많다. 걷는 소리마저 너무 사랑스럽다. 내 나라에서 이런 멋진 길을 걸을 수 있음에 정말로 감사하다. 어제 내린 비로 더욱 짙은 피톤치드가 가득하다.
기마봉(381m)으로 오르며 뒤를 바라보니 금진항 바다에 펼쳐진 구름이 예술이다. 그런데 대원 중 한 분의 등산화에 문제가 생겼다. 깔창이 그대로 떨어졌다. 가끔 해외에서 이런 상황을 목격하곤 했다. 스태프 한 분이 플라스틱 테이프로 그의 등산화를 동여매 주었다.
피래산(754m)으로 향하는 길. 등로에 도토리가 지천이다. 피래산은 옵션 코스이지만 한 사람도 포기하지 않고 전원이 올라갔다. 하산길은 생각보다 급경사이지만 안전하게 마무리하고 첫날 일정을 마쳤다.
2구간(덕우리재~삽당령 16.3km)
바람의 결이 다르다
2구간이 6개의 구간 중에서 제일 힘든 코스라고 한다. 거리도 짧지 않지만 700m 이상을 한 번에 치고 올라가야 한다.
길은 어제보다 더 사람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는다. 깊은 산속이고 등로도 잘 보이지 않는다. 짙은 흙냄새도 반갑고 푸르른 산죽도 예쁘고 길가에 각양각색의 야생화들은 더 없이 사랑스럽다. 등로에 떨어진 낙엽이 수북하다. 낙엽 덕분에 산길은 스펀지처럼 폭신폭신하다.
비상시 차량이 들어온다는 임도 길을 따라간다. 햇살이 뜨거워서 피하고 싶지만 그늘이 없다. 그 햇살 아래에서 바람 따라 살랑거리는 꽃이 우리를 보고 인사한다.
3구간(삽당령~닭목령 14.4km)
진한 흙냄새로 샤워
거리 14.4km로 길지는 않지만 최고고도가 1,069m. 출발지인 삽당령에 양배추를 실은 트럭이 서있다. 요즘 야채 값이 금값이어서 양배추를 물끄러미 바라보니 청소하던 아저씨가 하나 가져가란다. 배낭에 넣어가고 싶다!
석두봉까지는 꾸준히 올라가야 한다. 이 길은 백두대간 등산로이면서 해파랑길이기도 하다. 모처럼 시야가 뻥 뚫린다. 저 멀리 선자령도 보인다, 억새가 풍성하고 숲 향이 가득하다.
석두봉을 지나 화란봉(1,069m)으로 올라가는가 싶었는데 다시 한없이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은근 걱정된다. 앞서가던 스태프가 무언가를 가리켰다. 노루궁뎅이 버섯. 노루의 하얀 엉덩이를 닮아서 노루궁뎅이버섯이라고 부른다. 약 3,000년 전부터 재배했다니 참으로 놀랍다. 자연산은 구하기 어렵고 식용보다는 약용으로 이용하는데 치매예방과 당뇨병 개선, 항암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과거 중국에서는 4대 진미에 속할 정도로 귀한 음식으로 대접받았다고 한다.
화란봉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화란봉하늘전망대, 안반데기에 펼쳐진 운해도 즐기고 내일 갈 고루포기산도 조망한다.
4구간(닭목령~대관령 13.8km)
백두대간을 걷다
닭목령 근처 고랭지 배추밭 옆으로 고루포기산을 향해 오른다가 어제 보았던 노루궁뎅이버섯보다 훨씬 큰 놈을 발견했다. 바로 눈앞에서 보니 더 신기하다.
4구간에는 돌탑이 많이 보인다. 누군가 기원하는 돌 하나가 놓이고 그 돌 위에 다른 이들의 바람이 켜켜이 올라가면서 돌탑이 완성된다. 나의 소망도 그 돌탑 위에 살포시 올려본다.
울트라바우길의 하이라이트
울트라바우길의 하이라이트인 5구간. 선자령과 곤산봉에 이르는 초원길과 풍차가 어우러지는 풍경은 울트라바우길의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선자령은 늘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자전거 타는 사람, 걷는 사람, 백패킹 하는 사람. 거대한 풍차 사이로 파란 하늘에 뭉게뭉게 하얀 구름이 떠다니는 이국적인 풍경은 많은 이들을 이곳으로 불러 모은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대관령 국가숲길이다. 안개가 멋지다. 아침부터 내린 비는 좀처럼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지만 상큼한 초원은 가을비 덕분에 생명의 활력을 얻고 더욱 선명한 색채를 띠고 있다.
선자령이다. 풍차는 윙윙 소리를 내며 돌고 있는데 그 모습은 찾을 수 없다. 운무 속에서도 열심히 자기 일에 열심이다. 선자령에서 멋진 푸른 초원을 만나야 하는데, 아쉽지만 어쩌랴.
안개만 자욱한 게 아니다. 비가 하염없이 쏟아진다. 점심시간에도 비를 피할 곳이 없다. 판초 모자를 우산삼아 비를 맞으며 서서 김밥을 먹으면서도 울트라바우길의 매력에 빠져든다. 해살이마을로 향하는 길. 물을 잔뜩 머금은 작은 꽃들이 사랑스럽다.
해송 숲 산책길
울트라바우길 100km의 결승점을 향하는 날. 6일이란 시간이 어찌나 빨리 흘렀는지. 모두들 아쉬운 마음이 가득하다. 어제 종일 비를 맞고 걸었어도 모두들 밝고 즐거운 모습이다.
이젠 강문 해변이다. 맨발걷기 하는 분들이 많다. 경포대, 남항진까지 강릉하면 떠오르는 동해의 푸른 바다와 함께 가을소풍을 만끽한다. 푸른 바다가 넘실거리는 해변 길은 바다색깔도 무척 아름답지만 소나무 숲이 아늑해서 맛있는 음식을 아껴먹듯 아주 천천히 즐기며 걷는다. 바다와 해송 숲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길은 세계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마지막 결승점에 도착! 성대한 환영식에 깜짝 놀랐다. 악단 연주와 함께 축하퍼레이드를 만끽하고 이어진 수료식과 저녁만찬까지 참으로 완벽한 축제의 한마당이다.
월간산 12월호 기사입니다.
김영미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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