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자 이기진 서강대 교수와 그의 딸이자 가수인 씨엘./tvNDENT유튜브 영상 중국 화웨이의 백지수표를 거절한 일화로 화제를 모았던 물리학자 이기진(64) 서강대 교수의 근황이 화제다. 그룹 ‘투애니원’(2NE1) 리더 씨엘(33·본명 이채린)의 아버지로도 유명한 그는 최근 피를 뽑지 않고도 혈당을 측정할 수 있는 비채혈 혈당 측정 임상실험에 최초 성공했다.
20일 서강대 등에 따르면 최근 이 교수와 아르메니아공화국 출신 지라이르 연구원은CCD카메라를 이용한 동물 실험을 통해 비채혈 혈당 측정에 성공했다. 기존의 채혈 측정은 환자의 고통을 수반하고 위생적이지 않은 탓에 그간 의료계와 학계에서는 개선의 필요성이 꾸준히 언급 돼왔다. 그 대안으로 레이저·초음파·삼투압 등 다양한 방법이 제안됐지만 정확도나 재현성 문제로 현실화하진 못했다.
이 교수팀은 마이크로파를 이용한CCD카메라 센서를 개발해 임상실험을 시도했다.CCD카메라는 현재 실생활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이미지 센서다. 실험은 쥐를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피를 뽑지 않고 혈당을 측정한 결과 정확도(MARD) 7.05%의 측정 신뢰도를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강대 측은 “이번 실험을 통해 채혈 없이 이미지만으로 혈당 농도를 측정할 가능성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와 연구팀은 ‘마이크로파 물리학’이라는 기존에 없던 분야를 만들어낼 정도로 마이크로파를 오랜 기간 분석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세계 최초로CCD카메라를 이용해 마이크로파 이미징 장치를 개발하기도 해, 앞서 2016년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Communications)’에 게재된 바 있다.
특히 이 교수는 중국의 통신장비제조업체 화웨이로부터 백지수표를 제안받았으나 거절한 일화로도 유명하다. 그는 2021년tvN토크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당뇨 연구를 시작한 계기부터 중국 측 기술이전 제안을 받은 과정을 털어놨다.
당시 이 교수는 “거의 20년 전쯤 학회에 갔다가 어떤 나이 드신 분이 피를 뽑고 굉장히 고통스러워하는 광경을 봤다”며 “그때 전 포도의 당분 측정 연구를 하고 있었다. 인간은 포도송이와 같다. 인체 90%는 물이니까. 마이크로파는 물과 반응하는 특성이 있다. 과일 당도 측정 연구를 인간의 혈당 측정에 접목하면 되겠다는 가능성을 보고 기술 개발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작년에 중국에서 ‘돈은 마음대로 주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땐 연구비가 다 떨어진 상태였다”며 “하지만 세상에는 해야 할 일도 있고 하지 말아야 할 일도 있는 거니까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이 기술이 중국으로 간다면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연구비를 받고 연구한 결과가 저를 통해 날아가 버리니까. 그런 일은 하지 말아야 할 과학자의 양심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당시 방송에선 딸인 가수 씨엘이 등장해 아버지를 향한 애정과 존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씨엘이 연습생 시절 고등학교 자퇴를 선언하자 이를 흔쾌히 허락했다는 이 교수는 “‘왜’라고 물어보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더라. 본인이 얼마나 오래 고민했겠나. 그때 ‘오케이.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라고 답했다”고 했다.
씨엘은 “학교 다닐 시간을 내가 한 분야에 잘 쓰면 더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언젠가 해야 할 말이었고 아빠가 절대 ‘노’를 하시지 않을 걸 알았다. 한 번도 ‘안돼’라는 얘기를 들어본 적 없다”고 했다. 이어 “제게 아빠는 인간 이기진이다. 친구처럼 지냈고 내가 정말 솔직할 수 있는 존재”라며 “항상 한결같은 모습을, 본보기가 돼 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