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위기 개관
1. 저자
레위기서의 저자는 모세오경의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이스라엘의 위대한 지도자 모세이다. 레위기가 모세의 저작이 아니라는 일부 본문 비평가들의 주장도 있었지만 다음과 같은 주장에 의해 반박되었다.
첫째, 레위기 자첵의 증거이다. 레위기에서는 56번이나 "여호와께서 모세이게 일러 가라사대"(레1:1; 레4:1; 레5:14; 레6:1)라는 말이 사용되었다. 이는 레위기가 하나님의 직접적인 계시를 받은 모세의 저작임을 증거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예수님께서 친히 레위기가 모세의 저작임을 증거하셨다는 점이다. 마8:4에 예수님께서는 문둥병자를 고치신 후에 그에게 명하시기를 "모세의 명한 예물을 드려 저희에게 증거하라"고 하심으로 레위기에 나오는 문둥병에 관한 규례가 모세의 저작임을 증거하셨다.
셋째, 사도들의 증거이다. 누가는 눅2:22에서 '결례의 법'을 '모세의 법'이라 증거함으로 레위기의 결례가 모세의 저작임을 증거하였다. 또한 히브리서 기자 역시 "모세가 장막을 지으려 할 때에 지시하심을 얻음과 같으니"(히8:5)라고 증거함으로 레위기의 저작설에 관한 논쟁을 결정지었다. 따라서 레위기는 본문 비평가들의 주장대로 여러 문서의 편집이 아니라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계시를 모세가 저술한 직접적인 저작이다.
2. 기록 연대
레위기의 기록 연대는 레위기가 기록될 당시에 이스라엘의 머물렀던 장소와 출40:17과 민10:17을 비교해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먼저 모세가 하나님께로부터 레위기의 율법을 계시받았을 때 머물렀던 장소는 이스라엘이 출애굽하여 십계명을 받고 15개월 동안 머물렀던 시내산 근처의 시내 광야였다(레7:38; 레25:1; 레26:46; 레27:34).
이러한 사실은 레위기서가 이스라엘이 시내 광야에 도달한 후로부터 그들이 거기서 떠날 때까지의 사이에 기록된 것임을 보여 준다. 따라서 출애굽의 연대를 주전1445년으로 추정할 때 레위기의 기록 연대는 이스라엘이 시내 광야에 도달한 후로부터 시내 광야를 떠날 때까지의 기간인 주전 1445-1444사이로 추정할 수 있다.
그런데 혹자는 이와 달리 레위기의 기록연대를 '모세가 죽기 직전에 자신의 모든 기록을 완성했다'는 신31:24의 말씀을 근거하여 모세의 광야 40년 생활의 마지막 부분인 주전 1440년경에 기록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은 모세가 시내산에서 율법을 받은 후 40넌 광야 생활을 지내고 나서 다시 기억하여 썼다는 무리가 있다. 그리고 신31:24의 말씀은 모세가 그의 생애를 마치는 그 순간까지 자신이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모든 계시의 기록을 완성하였다는 말이지, 결코 레위기만의 완성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신빙성이 결여된다.
3. 기록 목적
레위기는 조직된 하나님의 백성을 종교적/사회적으로 통치하는 데 필요한 율법등을 포함하고 있는 중요한 책이다. 특히 시내산에서 정식으로 신정 국가로 조직된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백성으로 새로운 언약 관계로 발전하였다.
이러한 율법과 언약을 지키기 위해서 여러 가지 규례를 제시한 책이 레위기인 것이다. 즉 레위기를 통해 기본 율법이 주어졌으며, 언약이 비준되었고, 성막이 설립된 것이다. 따라서 레위기의 기록 목적을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역사적인 기록 목적으로 선택되고 구원받은 이스라엘 백성이 살아가야 할 거룩한 삶의 방법을 보여 주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목적을 위해 레위기는 먼저 그들이 어떻게 해야 정결해질 수 있는가 하는 것을 가르쳐 주며(레1-17장), 그 후에 그들이 거룩한 하나님과 동행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구체적인 삶의 방향을 제시하여 준다(레18-27장).
둘째, 교리적인 목적으로 거룩하신 하나님께 나아가기 위해서는 오직 제사장에 의해 시행되는 희생 제사의 규례를 통해서만이 가능함을 보여 주기 위한 것이었다. 이러한 사실은 죄인들에게 자신들의 죄가 깨끗함을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중보의 사역과 희생의 사역이 있어야 함을 깨닫게 한다. 레위기는 이러한 교리적인 목적을 위해서 제사와 절기의 상세한 규례에 대해 말하고 있으며, 희생 제물의 선택과 잡는 방법 그리고 제사를 집행하는 제사장의 정결 의식 등을 가르쳐 준다.
셋째, 기독론적인 목적으로 하나님과 죄인 사이의 완전한 희생 제물 그리고 속죄 제물과 화목 제물인 동시에 영원한 대제사장인 '그리스도에 대한 예표'이다. 즉 레위기는 여러 가지 희생 제물과 지켜야 할 규례 그리고 대제사장을 통해 신약에 오실 인류의 대속주이며 영원한 대제사장이신 그리스도를 암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레위기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지켜야 할 단순한 제사 규례에 대해서 포괄적으로 제시한 책이 아니라, 하나님의 백성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대제사장이신 예수그리스도의 속죄양의 피가 필요함을 예표해 주고 있다.
4. 레위기의 특징
레위기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지루할 정도의 세밀한 기록과 동일한 내용의 반복된 기록이다. 예를 들면 번제에 대한 내용이 레1:3-17에 기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레6:8-13에 또다시 반복 언급되었으며, 소재는 레2:1-16과 레6:14-23, 화목제는 레3:1-17과 레7:11-34등으로 여러 차례 반복되어 기록되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반복적 기록뿐만 아니라 제사 규례에 대한 상세한 기록(레1-7장)과 절기 준수의 자세한 기록(레 23장), 정결한 것과 부정한 것에 관한 구별(레 11장) 그리고 문둥병과 그 밖의 여러 가지 정결의식에 관한 규례(레 12-15장) 등 거의 모든 내용이 상세하며 반복되게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특이한 점은 이러한 많은 반복적 기록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내용의 반복은 거의 없고 모든 기록이 새롭고 기억될 만한 내용으로 일관되어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레위기의 특징은 여러 율법과 규례에 대한 상세한 기록을 통해 이후에 기록되는 모든 역사서와 지혜서 그리고 신약에서 파생되는 많은 문제들의 해결을 위한 열쇠의 역할을 한다는 점에 있다. 또한 이러한 반복적인 의미 전달을 통해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향한 끊임없는 구원의 섭리와 인도하심을 나타내는 중요한 특징을 보여 주고 있다.
해설
1. 레위기의 주제
레위기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 중에 하나가 '거룩'이다. 이 단어는 무려 90번이나 나오고 있다(레11:44,45; 레19:3),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향해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할지어다"(레11:45)라고 말씀하셨다. 따라서 하나님이 거룩하신 것처럼 너희 또한 거룩한 백성이 되라는 요구와 명령이 주제가 된다. 하나님은 당신의 택한 백성들에게 계속적으로 요구하고 계신다. 거룩은 성도와 불신자를 구별해 주는 것으로서 그리스도인의 생활 속에서 표출되어야 할 신앙의 모습이다(스6:10; 겔20:41; 고후2:15).
2. 레위기와 출애굽기의 관계
레위기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시내 광야에 거하고 있을 때에 기록되었다(레7:38; 레25:1). 레위기가 시내 광야에서 기록된 이유는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율법을 주시기 전에 약속하신 말씀이 실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약속은 "너희가 내게 대하여 제사장 나라가 되며 거룩한 백성이 되리라"(출19:6)는 것이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이스라엘은 그 약속이 실현되기까지 시내 광야에 거할 수밖에 없었다. 즉 레위기에서는 제사장 나라가 되는 규례와 거룩한 백성이 되는 규례가 기록되었기에, 이 규례가 주어진 후에야 비로소 그들이 시내 광야를 떠났던 것이다(민10:11). 이러한 역사적 사실은 레위기의 배경이 되는 장소가 출애굽기와 동일한 시내 광야였으며, 그 기록 연대 역시 출애굽기와 거의 동시대의 기록임을 보여 주어서 출애굽기와 레위기의 불가분적 관계를 쉽게 느낄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출애굽기와 레위기의 관계가 매우 밀접하다고 해서 레위기를 출애굽기의 보충적 설명 또는 출애굽기의 부록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비록 레위기의 배경이 출애굽기와 같은 장소, 시기라 할지라도 각각 분명한 목적을 지닌 독립된 정경이다. 즉 출애굽기가 이스라엘 민족의 '구원'을 말해 주는 책이라면, 레위기는 구원받은 이스라엘의 '성화'를 말해 준다. 그리고 출애굽기가 구원의 시작을 '하나님의 의롭다 하시는 선언'으로 해석한다면 레위기는 구원의 완성을 '의롭다 하심을 입은 자들을 거룩하게 하시는 하나님의 사역'으로 해석한다. 그러므로 출애굽기와 레위기는 가장 밀접하고 비슷한 성격을 지닌 정경이지만, 부록이나 보충된 것이 아닌 서로 독립된 정경이다.
3. 레위기의 중심 사상
레위기는 희생 제사의 규례와 제사장이 지켜야 할 성결, 정결한 음식과 부정한 음식의 선택등이 기록되어 있다. 따라서 레위기의 중심 사상은 성결(Holi-ness), 희생(Sacrifice) 그리고 속죄(Atonememt)로 요약할 수 있다.
1) 성결
하나님은 그의 백성의 완전한 순종을 원하고 계신다. 이를 위해 하나님께서 요구하시는 것이 '성결'이다. 성결이란 말은 '분리하다, 잘라내다'의 의미를 가진 히브리어 vdq(카도쉬)에서 유래된 말이다. 이는 음식과 제사 의식의 규례들이 이방 다른 민족들과 구분하기 위한 것이었다. 따라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세상으로부터(이방 민족, 속된 것)분리된 성결되고 구별된 삶을 살아야 함을 시사한다.
2) 희생
이스라엘 민족의 제사는 '회생 제물'을 그 특징으로 하고 있다. 희생의 본래의 의미는 '선물'이란 뜻을 가진, 즉 여호와께 드리는 사랑과 감사의 표시였다. 그러나 피를 흐리는 희생은 단순한 선물 이상의 의미를 가진 자신의 희생을 뜻한다. 제사를 드리는 자는 희생 제물의 피가 있어야 하는데, 자신의 생명 대신 상징적으로 짐승의 피를 가져와 바쳤다. 즉 흠 없고 순전한 제물의 생명이 죄 많고 타락한 인간을 대신하여 희생되어진 것이다. 그러나 신약에 와서는 예수 그리스도가 희생 제물이 되심으로 구원의 완성을 이루셨다.
3) 속죄
레위기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16장에 '속죄일에 관한 율법'에서 찾아볼 수 있다. 속죄의 궁긍적 의미는 죄로 인한 저주와 악을 제거하는 것이다. 이것은 이스라엘 백성들의 죄악을 속죄하기 위해, 대신 염소의 머리에 안수하고 죄를 전가시킨 후 아사셀이 있는 광야에 보냈다. 이러므로 이스라엘 백성들이 저지른 모든 죄악이 깨끗하게 씻음 받았다. 이 속죄 행위는 우리의 모든 죄가 그리스도에게 맡겨지고 그가 우리의 모든 죄를 짊어지심을 재현한 것이다. 그 분은 우리의 모든 죄를 도말하시고 깨끗하게 하셨다. 따라서 레위기의 속죄가 없었다면 십자가의 의미는 명확하게 이해될 수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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