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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로 버터 만들고, 콩에서 우유 나온다

하나님아들 2024. 7. 17. 22:43

공기로 버터 만들고, 콩에서 우유 나온다

입력2024.07.17.  
이산화탄소로 만든 버터, 효모·콩으로 만든 우유 단백질 등장

미국의 스타트업 ‘세이버(Savor)’가 공기로 버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일반적인 버터보다 탄소배출량을 3분의 1 이상 줄일 수 있다./Savor

최근 환경 보호와 동물 복지를 위해 우유 없이도 유제품을 만드는 스타트업이 늘고 있다. 전통적인 축산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최신 과학 기술을 활용한다.

영국 가디언은 빌 게이츠가 지원하는 미국의 스타트업 ‘세이버(Savor)’가 공기로 버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16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젖소에서 우유를 짜서 가공하는 것보다 탄소 배출량을 3분의 1 이상 줄일 수 있는 기술이다.

세이버 연구진은 공기에 포함된 이산화탄소를 원료로 사용했다. 열을 가해 이산화탄소의 탄소를 수소, 산소와 연결시켜 지방산을 만들었다. 긴 탄소 사슬 형태의 지방산은 버터의 주성분이다. 이렇게 만들어낸 지방산을 이용해 동물성 버터를 대체할 제품을 만들었다.

세이버는 공기로 만든 버터 대체품의 탄소 배출량이 칼로리당 0.8gCO₂(탄소 배출량을 나타내는 단위) 미만으로 상당히 낮다고 설명했다. 지방이 80% 함유된 무염 버터는 탄소 배출량이 칼로리당 약 2.4gCO₂이다. 버터 대체품은 일반 동물성 버터가 배출하는 탄소의 3분의 1 정도만 배출하는 셈이다.

빌 게이츠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실험실에서 만든 지방으로 버터를 대체한다는 아이디어는 이상하게 보일 수 있지만, 탄소 발자국(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며 “진짜 버터처럼 맛있으면서도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고 했다. 캐슬린 알렉산더 세이버 최고경영자(CEO)는 “비공식적으로 수십 명의 사람들에게 제품의 맛을 평가받고 있다”며 “규제 당국의 승인을 거쳐 버터를 판매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 없이 우유를 만들어 내는 바이오 회사도 있다.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리밀크(Remilk)’는 발효군인 효모에 소의 유전자를 삽입해 우유의 핵심 성분인 ‘베타-락토글로불린’을 만들었다. 베타-락토글로불린은 우유 단백질의 20%를 구성하는 유청 단백질의 한 종류로, 다양한 식품의 원료로 활용된다.

오리 코하비 리밀크 공동 창립자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테크놀로지 리뷰에 “효모를 기르는 공장 한 곳이 소 5만~10만 마리를 대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리밀크는 베타-락토글로불린에 식물성 오일과 설탕을 넣어 바르는 치즈나 아이스크림, 우유 음료를 만들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바이오 기업 ‘알파인 바이오(Alpine Bio)’는 콩과(科) 식물인 대두의 유전자를 변형해 ‘카제인’을 생산한다. 카제인은 우유 단백질의 80%를 구성한다. 치즈가 늘어나게 하는 주성분이기도 하다. 마기 리차니 알파인 바이오 CEO는 “미 농무부(USDA)의 승인을 받아 카제인 생산용 대두를 재배하고 있다”며 “콩에서 단백질을 추출한 뒤 식품으로 가공할 수 있다”고 전했다.

현재 실험실에서 만든 우유나 유제품은 기존 제품과 맛과 모양, 느낌이 상당히 유사하다는 평을 받는다. 문제는 가격이다. 실험실에서 만든 제품은 여전히 대량 생산 단계에 이르지 못해 전통적인 유제품에 비해 가격이 높다. 스타트업들은 가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산 효율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홍아름 기자 arhon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