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는 20대만 싼맛에 탄다더니"…니로·캐스퍼 "비쌀수록 대박났다" [세상만車]
`작은차=싼차` 등식 깨졌다
안전·편의사양, 상위차종급
캐스퍼·니로, 30~40대 선호
- 최기성 기자
- 입력 : 2022.02.12


대우 티코와 현대차 캐스퍼 [사진출처=매일경제DB,현대차][세상만車] 국내 소비자들은 자동차 크기에 집착한다. 이왕이면 큰 차를 선호하다 보니 '작은 차=싼 차'라는 등식이 성립했다.
싼 맛에 타는 대표 차종은 기아 모닝, 쉐보레 스파크 등 경차였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싸야 한다"고 믿었던 차다. "경차는 경차다워야 한다"는 말 속에는 싸야 한다는 암묵적 강요가 들어 있다.
이유가 있다. '국민차 시대'를 연 대우 티코 이후 경차는 돈이 부족한 20대가 타는 차, 돈 쓸 필요가 적은 세컨드카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돈을 더 모아 더 큰 차로 옮기기 전 '잠깐' 타는 차라는 인식도 작용했다.


결국 첨단 안전·편의사양은 언감생심이 됐다. 경차는 물론 소형차, 준중형차 등 '돈 없는' 20대가 주로 탄다고 알려진 차에 비싼 사양을 넣어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 저항도 심해졌다. 아니 심해지는 것처럼 보였다.
사실 운전에 미숙한 20·30대 초보 운전자들이 선택하는 생애 첫 차, 아이를 태우고 다니는 세컨드카는 차급 이상으로 안전해야 한다. 하지만 값싼 가격에 안심·안전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자동차 회사들도 이윤이 적다는 이유로, 이윤을 쉽게 늘리려는 목적으로 안전보다는 겉으로 보이는 디자인과 가격을 높일 수 있는 '패키지 편의사양(옵션)'에 공들였다.
악순환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결국 작아서 '불편'하다, 안전하지 못해 '불안'하다는 꼬리표가 붙었다.


모닝 어반 [사진출처=기아]세상이 달라졌다. 차체는 작지만 차급을 뛰어넘는 안전·편의사양을 갖춘 작은 차들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가격도 차급을 뛰어넘었다. 경차 가격은 소형차를 넘어 준중형차 수준까지, 소형차 가격은 준중형차를 넘어 중형차 수준까지 비싸졌다.
당연히 가격 논란이 발생했다. 1000만원 중반대까지 가격이 올라간 기아 모닝과 레이, 쉐보레 스파크는 새로 출시될 때마다 어김없이 비싸다는 지적에 시달렸다.
'1000㏄=1000만원'이라는 경차 가격 인식 때문이다. 경차보다 큰 소형차나 준중형차는 '1㏄=1만원'에서 벗어난 지 오래지만 싼 맛에 타는 것으로 여겨진 경차에는 이 인식이 여전히 힘을 발휘했다.


가격 상승에 판매도 저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결과는 반대였다. 소형차보다 비싸고 돈을 좀 더 보태면 준중형차도 살 수 있는 경차가 잘 팔렸다.
적정 가격대로 여겨진 2000만원대를 넘어 준중형 가격대인 3000만원대로 진입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도 가격 논란에 시달렸지만 판매는 대박이 났다. 게다가 비싼 트림일수록 잘 팔렸다.
'경차·소형차=20대, 준중형차=30대, 중형차=40대, 대형차=50대 이상' 등으로 서열화된 연령대별 추천 차급 등식도 깨졌다.


'차급 파괴'를 맨 앞에서 이끈 차종은 2017년 출시된 기아 올뉴 모닝이다. 올뉴 모닝은 작은 공간 때문에 발생하는 '불편'을 줄이기 위해 실내공간을 좌우하는 휠베이스를 늘렸고 전고를 높였다. 트렁크 용량도 증대했다.
'불안'을 없애기 위해 경차 중 유일하게 운전석 무릎 에어백을 탑재한 7에어백 시스템을 채택했다. 전방충돌 경보시스템, 긴급제동 보조시스템도 적용했다.
부족한 편의사양에 대한 소비자 불만을 줄이기 위해 플로팅 타입 내비게이션, 애플 카플레이, 조향연동 후방 카메라 등도 달았다.
올뉴 모닝은 판매 초기부터 "20·30대 초보 운전자가 싼 맛에 산다"는 굴레에서 벗어났다.
연령별 구매자를 살펴보면 20대는 12.6%, 30대는 24.4%, 40대는 30.4%, 50대는 22.6%다. 20대보다 30·40대가 더 많이 구입했다.
경차는 여성들이 선호한다는 인식도 깨졌다. 구매자 중 57%가 남성으로 나왔다. 물론 남편이나 아버지가 구입해 아내나 자녀에게 줄 수도 있다.


단 분명한 것은 "경차는 싸야 팔린다"는 인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했다는 점이다.
출시 당시 가격(가솔린 1.0 자동변속기 기준)은 베이직 플러스 1075만원, 디럭스 1115만원, 럭셔리 1315만원, 프레스티지 1400만원으로 책정됐다.
구매자 10명 중 7명 이상이 고가 모델인 프레스티지·럭셔리 트림을 선택했다. 돈을 조금만 더 보태면 소형 SUV나 준중형 세단을 살 수 있지만 경차를 구입했다.


모닝에 이어 지난해에는 경차이자 경형 SUV인 현대차 캐스퍼를 놓고도 가격 논란이 발생했다. 경차 최초로 2000만원을 돌파한 가격 때문이다.
현대차 임금 절반 수준인 광주글로벌모터스에서 생산하고 온라인 판매망을 이용해 생산·유통비용이 줄어들어 1000만~1500만원대에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깨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안전·편의사양은 체급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향상됐지만 경차와 찰떡궁합으로 여겨지는 무단변속기(CVT) 대신 구닥다리로 여겨지는 4단 변속기를 채택한 것도 가격 논란을 부채질했다.
그러나 온라인 사전계약 채널을 연 지 하루 만에 캐스퍼는 완판됐다. 얼리버드 예약(사전계약) 첫날인 지난해 9월 14일에만 1만8940대 계약됐다.
지난해 생산 목표치인 1만2000대를 훌쩍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역대 현대차 내연기관차 중 사전계약 최다 기록도 세웠다.


구매자 10명 중 7명(70.3%)은 가장 비싼 트림인 인스퍼레이션을 선택했다. 시작가가 1870만원으로 풀 옵션을 선택하면 2000만원이 넘는다고 비판받았던 트림이다.
1590만원부터 판매되는 중간 트림인 모던은 10명 중 2명(19.5%)이 골랐다. 시작가가 1385만원으로 가장 저렴한 트림인 스마트를 고른 구매자는 10명 중 1명(9.2%)에 불과했다.
또 구매자 10명 중 6명 이상(64.9%)이 일반 엔진보다 더 비싼 터보 사양을 선택했다. 모던은 구매자 10명 중 7명(71.1%)이 멀티미디어 내비플러스를 골랐다.
10명 중 3명 이상(34.7%)은 충돌방지 보조, 안전하차 경고 등으로 구성된 현대 스마트센스를 구입했다.
돈 없는 20대가 많이 구입할 것이라는 '선입견'도 또다시 깨졌다. 남성 구매자를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40대(34.7%), 30대(25.1%), 50대(23.5%), 60대 이상(9.8%), 20대(6.9%) 순으로 나왔다.
여성 구매자는 30대(34.3%), 40대(25.4%), 20대(18.3%), 50대(15.1%), 60대 이상(6.9%) 순으로 집계됐다.


모닝과 캐스퍼에 이어 올해는 지난달 출시된 기아 신형 니로가 '작은 차=싼 차'라는 등식을 파괴했다.
가격(친환경차 세제혜택 및 개별소비세 3.5% 반영)은 트렌디 2660만원, 프레스티지 2895만원, 시그니처 3306만원이다.
소형 SUV지만 준중형 SUV인 기아 스포티지(2442만~3834만원), 중형 SUV인 르노삼성 QM6(2465만~3908만원)과 가격대가 겹친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비싸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판매는 대박 났다. 지난 18~21일 니로 사전계약 대수는 1만7600대(영업일 4일 기준)에 달했다.
지난해 판매대수 1만8504대에 버금가는 실적이다. 올해 판매 목표대수 2만5000대도 손쉽게 달성할 수 있다.


또 비싼 트림일수록 잘 팔렸다. 최상위 트림인 시그니처 비중이 45.1%로 가장 높았다. 프레스티지는 40.6%, 트렌디는 14.3%로 그 뒤를 이었다. 이왕이면 비싼 트림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많았다는 의미다.
시그니처 트림은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정차 및 재출발 기능 포함), 안전 하차 보조,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10.25인치 내비게이션 등 차급을 뛰어넘는 사양을 기본 채택했다.
신형 니로도 기존 타깃으로 알려진 2030세대보다 4060세대에게 더 인기를 끌었다.
연령대별 비중을 살펴보면 20대는 19%, 30대는 26.7%, 40대는 20.7%, 50대는 20.9%, 60대 이상은 12.7%다.
2030세대 비중은 45.7%다. 40대 이상은 54.3%다. 중형 SUV 이상을 주로 산다는 40대 이상이 오히려 많이 선택했다.


'작은 차=싼 차' 등식 파괴는 신인류 '욜로(YOLO)족' 등장 때문이다.
기존 인류는 자동차를 살 때 타협점을 찾았다. 구입 예산, 유지비, 사용 목적을 감안해 2% 부족한 제품을 살 때가 많았다.
"이 정도면 됐다. 만족해"가 아닌 "에이, 이 정도면 됐겠지 뭐!"라는 생각으로 위안을 삼았다. 작은 차를 살 때는 어차피 싼 차인데 2% 부족해도 타자는 마음이 강했다.
욜로족은 달랐다. 욜로는 'You Only Live Once(한 번뿐인 인생)'라는 뜻이다. 욜로족은 미래보다는 현재의 행복을 위해 소비한다. 삶의 질을 높여주는 취미생활, 자기 개발 등에 돈을 아낌없이 쓴다.
욜로는 나이나 성별로 구별할 수 없다. 또 까다롭다. 욜로는 기존 제품에 만족하지 않는다. 자신의 가치를 높여줄 수 있는 제품에 지갑을 연다.
자신에게 큰 차가 가치가 있다고 여기면 다른 비용을 아껴서라도 큰 차를 구입한다.


반대로 '작은 차, 큰 기쁨'을 원하면 남들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작은 차를 산다. 그 대신 비싼 편의·안전 사양을 선택한다. 중형차를 살 돈으로 옵션이 풍부한 소형차를 선택한다.
사장차·아빠차였던 현대차 그랜저가 오빠차가 되고, 20·30대를 겨냥했던 경차와 소형차에 40~60대가 주머니를 여는 것도 이와 관련 있다.
자동차 회사들도 2010년대 중반부터 세를 넓히는 욜로족에 주목했다. 작은 차는 '생애 첫 차 구매자'와 '20대(주로 남성)'를 타깃으로 삼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났다.
모든 연령대의 욜로족을 겨냥하니 2% 부족했던 '안심·안전·안락'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가격이 비싸지더라도 안전·편의사양을 강화했다.
가격 논란에도 불구하고 판매는 늘었다. '작은 차 큰 기쁨'이 실현된 셈이다.


자동차 회사들이 계속 비싸지는 차량 가격과 '옵션 끼워 팔기' 때문에 발생하는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안전에는 차별을 두지 않는 대신 소비자들의 편의사양 선택권을 넓혀주는 게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소비자가 원하는 편의사양만 고르면 가격 인하 효과도 발생할 수 있어서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시사 이슈 국내 국외!!'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울산 경찰이 요청해 고발"..'김기현 형제' 고발인 법정 증언 (0) | 2022.02.14 |
|---|---|
| 절박한 '안일화' 승부수.. 중도정치 숙명인가 철수정치 소산인가 (0) | 2022.02.14 |
| 한복 이어 베트남 전통의상까지.."中 도둑질, 어이없다" (0) | 2022.02.13 |
| 윤석열 거부 땐 야권표 분열 우려..안철수는 국민경선 역풍 딜레마 (0) | 2022.02.13 |
| 국민의힘 "여론조사 단일화는 野 분열 가져와" 선 긋기 (0) | 2022.02.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