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오경 입문
들어가면서..
1. 명칭
2. 내용과 구성
3. 오경의 범위 문제
4. 오경을 구성하는 두 가지 문학양식
5. 오경의 저자문제
6. 오경의 신학적 주제
7. 오경의 전체적 내용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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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오경의 신학적 주제
이집트 탈출 사건은 이스라엘 백성의 가장 중대한 신앙체험으로서 오경의 구심점을 이룬다. 이집트 탈출은 구세사 전반을 통한 하느님의 구원행위의 집약이다. 하느님은 이 구원행위로써 선민 이스라엘을 새 백성으로 창조하셨다. 하느님의 이 구원행위는 계약의 바탕이 되었고, 이에 대한 백성의 응답이 율법으로 표현되었다. 그러므로 오경의 주제는 하느님의 '구원'하심을 핵심으로 선택, 창조, 계약, 율법이라는 말로 요약된다.
물론 이 주제들은 구약성경 전반의 골자를 이루는 중심사상이기도 하다.
(1) 유일신관 (Monotheism)
오경이 제시하는 신관은 철저히 유일신론적 관점이다. 특별히 십계명(1-4계명)은 고대 근동 세계의 신(神) 이해와는 전혀 다른 '한분이신 하느님' 사상을 보여준다.
당시 고대 근동지역은 '신들의 홍수'라고 할 정도로 수많은 신들을 섬기고 있었다.
메소포타미아에는 400여개의 신이 있었고, 이집트에는 240여개의 신이 존재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십계명의 제 1계명은 이스라엘 신앙의 대원칙을 장엄하게 선언한다. 물론 이런 신관은 '쉐마'라고 일컫는 신명기 6,4-5에도 잘 반영되어 있다.
이러한 유일신 사상의 기틀을 바로 '창조주 하느님'에 대한 신학이다.
이스라엘은 하느님을 역사 안에서 체험하고 알게 되었다. 이러한 체험 안에서 가장 빈번히 제기되었던 것이 하느님의 초월성과 권능이다. 이스라엘은 자기네 하느님 야훼께서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지 모든 민족 가운데서 이스라엘을 구해내시고 그들에게 승리를 안겨주시는 분이라고 믿었다. 이러한 하느님의 초월성과 권능이 없다면 이스라엘은 다른 민족들과의 관계에서 아무런 희망없이 무너져 버릴 것이다.
이러한 믿음이 '창조주 하느님'이라는데서 기인한다.
(2) 창조
유일하신 하느님께서는 세상과 인간을 '보시기 좋게' 창조하신다.
특별히 인간은 '하느님의 형상'(Imago Dei, 창세 1,26)으로 창조되는데, 인간 창조의 목적은 인간에게 축복을 주시기 위한 것으로 제신된다.
이렇듯 창세기에 제시된 창조의 주제는 탈출기를 거치면서 또 하나의 창조를 제시한다.
'하느님 백성의 창조'에 대한 것이다. 탈출기에서 시작하여 신명기까지의 내용은 창세기의 세상 창조와 상응하는 또 다른 창조, 즉 이스라엘 민족의 형성과 성장 과정을 보여준다. 물론 이러한 과정에서 중점적으로 다루어지고 있는 것은 이스라엘 백성과 하느님 사이의 관계, 즉 '계약'이다.
(3) 선택
이스라엘에게 있어 창조에 대한 신학과 더불어 '하느님의 우선적인 선택'은 자신들을 버티게 해 주는 힘이었다. 하느님과 이스라엘이 맺게 된 계약은 상식적으로 납득될 수 있는, 쌍방비례 계약이 아니었다. 하느님 백성이 되기 전 이스라엘은 떠돌이이며, 종살이 하던 노예들이었다. 그들이 한분이신 하느님으로부터 선택을 받는다. 이는 오로지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 때문에 이루어진 일방적 선택이었다. 그렇다면 왜 그분 하느님께서 유독 이스라엘만을 사랑하시고 구원하시는가에 대해서는 '선택'이라는 관점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이스라엘이 선택받은 것은 그들의 노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전적인 자비에 의한 것이며 이스라엘을 통해 전 인류를 구원하시기 위한 하느님의 우선적인 선택이었다.
(4) 계약
선택이라는 주제와 더불어 이스라엘에게 하느님의 선택을 보증해 주는 것이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계약사상"이다.
계약은 보편적으로 쌍방이 대등한 자격을 갖추었을 때 체결된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하느님과 맺은 계약은 결코 대등한 상대가 될 수 없는, 절대 주권자와의 계약이었다. 이스라엘은 하느님 측의 일방적인 사랑으로 계약을 맺은 것이다. 오경에서 제시된 주요 계약으로는 노아와 맺으신 계약(창세 9,8-17),
아브라함과 맺으신 계약(창세 15,18; 17,4),
이스라엘과 맺으신 시나이 계약(탈출 19장 이하; 24,7)이 있다.
그중 이스라엘의 구원역사라는 관점에서 그 완성점은 이집트 탈출 사건 이후 시나이에서 맺으신 계약이다. 이 모든 계약은 하느님의 무조건적인 사랑에서 나온 것이다.
이스라엘은 자신들의 배반과 불순종에도 불구하고 뻔뻔스러울 만큼 하느님의 조건 없는 호의를 요구하고 또 어떤 경우에는 무조건 하느님께 구원해 달라고 호소했는데, 그 근거는 바로 하느님께서 시나이 계약에 변함없이 충실한 분이시라는 믿음 때문이다.
(5) 율법
계약에는 이를 준수할 의무가 따른다. 하느님과의 계약을 준수하기 위해, 이스라엘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제시해 주는 도구가 '율법'이다. 그러므로 율법은 하느님과의 계약을 준수할 수 있게 도와주는 필수도구인 셈이다.
계약에 대한 이스라엘의 응답으로서의 율법 준수 여부는 동시에 하느님의 구원여부를 결정하게 하는 기준이 된다. 이스라엘을 구원하기 위해 계약을 체결한 하느님이시지만, 이스라엘의 율법 준수 여부에 따라 축복과 저주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이스라엘이 받을 축복과 저주를 선택하는 장본인은 바로 이스라엘 자신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한편으로 율법은 계약을 맺으신 하느님께서 이스라엘이 당신과 늘 함께 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해 주시고자 당신의 뜻을 담아 이스라엘에게 선물해 주신 것이 율법이기도 하다. 곧 율법은 이스라엘을 당신 마음대로 규제하고 다스리기 위한 그런 법이 아니다. 거룩하신 하느님의 백성으로 살아가는 길을 가르치기 위한 생명의 법이다. 그러므로 율법은 이스라엘을 살리기 위해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이자 이스라엘이 지켜야 할 당연한 도리이며 의무로 생각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보아온 큰 주제인 이스라엘에 대한 하느님의 일차적인 선택, 계약, 그리고 율법은 이스라엘의 계속된 배반과 불성실로 인해 구원역사 안에서 바로 설 수 없었다. 하느님께서 선택과 계약이라는 형태로 이스라엘에게 주신 구원의 약속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비로소 성취됨을 기억하자.
6. 오경의 전체적 내용 개관
(1) 창세기 (태고사와 성조사)
① 세상의 창조
태고사 혹은 원역사라고 불리는 창세 1-11장은 창조주 하느님과 그 업적을 장엄하게 기술하면서 '세상의 창조'에 대하여 이야기하고자 한다.
※ 1 - 2 장 : 7일간의 세상창조와 인간의 창조
※ 3 - 11장 : '인간의 죄 → 하느님의 벌 → 구원(약속)' 이라는 주제가 반복적으로
전개된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죄의 역사'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3장 (에덴) |
4장 (카인과 아벨) |
6-9장 (홍수) |
11장 (바벨탑) | |
죄 |
아담과 하와의 죄 (1-12절) |
카인의 살해 (1-8절) |
인간의 죄 (6,1-8) |
인간의 교만 (1-6절) |
벌 |
저주 (14-19절) 추방 (22-24절) |
카인이 받은 저주 (12-14절) |
홍수 (7,1-24절) |
인간을 흩어심 (7-9절) |
구원 |
가죽옷을 입혀 보호하심 (21절) |
카인에게 보호의 표지 (15절) |
구원과 새 계약 (9,1-17절) |
아브라함을 부르심 (12장) |
창조설화를 통해 온 우주와 세상 만물이 하느님께서 만드신 창조물임을 설명하고,
이스라엘의 하느님 만이 세상의 유일한 주인이며 신이심을 밝히고 있다.
또한 이스라엘 민족이 왜 안식일 규정을 지켜야 하는지(2,2-3), 세상 창조에 이어 인간의 삶에 왜 고통이 존재하는지, 인류는 왜 각기 다른 언어와 다른 종족으로 나뉘어져 살아가야 하는지를 원인론적으로 해석하여 설명한다. 곧 인간의 죄와 그 결과를 설화 형식으로 서술하고 있다.
② 이스라엘 민족의 조상 이야기
'성조사'라고 불리며 이스라엘 민족의 조상이 되는 '한 가족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아브라함 (12-25장) → 이사악과 야곱 (26-36장) → 요셉(37-50장)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을 부르시는 이야기로 시작되는 성조사는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을 부르시는 이야기로 시작되는 성조사는 이스라엘의 선조들인 아브라함과 이사악, 야곱과 요셉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성조사는 하느님과 아브라함의 계약, 그에 따른 자손과 땅에 대한 축복이 그의 후계자들에게 계승되었음을 전한다.
특히 하느님과 아브라함과의 계약은 이스라엘 백성이 지켜야 할 할례규정의 유래를 밝히며(창세 17,1-27), 야곱이 유다에게 빌어준 축복은 장차서게 될 다윗 왕조의 정당성을 뒷받침해 주는 역할을 한다(49,8-12).
또한 성조사는 이스라엘 백성이 어떻게 이집트에 정착하여 살게 되었는지를 요셉의 설화를 통해 설명한다. 이를 통해 이어질 이집트 탈출 사건을 준비하며 끝맺는다.
(2) 이집트 탈출 역사 (탈출기, 레위기, 민수기)
이스라엘의 영도자 모세를 중심으로 이스라엘이 하느님의 백성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사회적, 종교적, 법률적 형성 과정과 함께 서술하고 있다.
탈출기의 초반부는 이스라엘 구원역사의 결정적 사건으로 제시괴도 있는 이집트 탈출 사건을 서술하는데 이 사건은 이스라엘 백성의 신앙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건으로 간주되기에 '원(原) 체험'이라고 부른다.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의 노예생활에서 해방시키기 위하여 호렙 산에서 모세를 부르신다(탈출 3장). 이스라엘은 모세의 영도로 이집트를 탈출하여 시나이 산에 이르고, 그곳에서 하느님과 계약을 맺고, 하느님의 선택된 백성으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된다(4-19장 참조).
탈출기 20,1- 민수 10,11까지는 이스라엘이 아직 시나이 산에 머물고 있을 때 일어난 여러가지 사건을 전해준다. 동시에 이때 모세를 통해 이스라엘 백성에게 전해진 여러 가지 규범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해당하는 것은 십계명(20장), 계약의 법령(21-23장), 성막과 사제직 등 전례적인 지침(25-31장), 제사법(레위1-7장), 사제축성에 관한 규정(8-10장), 정결법(11-16장), 성결법(17-26장), 허원과 축성의 규정 및 보상법(27장), 여러 가지 예식규정(민수 5,1-6,27) 이다.
"광야체험기 혹은 광야 방랑기"라고 할 수 있는 민수 11-36장은 이스라엘 민족의 이동경로가 제시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다시 시나이 산을 출발하여 카테스와 그 주변을 거쳐 모압 평야에 이르러 진을 치고, 약속의 땅 가나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준비한다(민수 11-26장). 여기에서도 법률적인 내용이 여러 곳에 삽입되어 있다.
곧 민수기 15-19장은 곡식 제물, 보상제에 대한 규정, 안식일, 의복, 사제및 레위인의 권리와 의무, 십일조, 정결 예식 등을 수록하고 있다. 또한 민수기 27-30장은 딸의 유산 상속법과 정기적으로 지내야 할 축일 규정과 맹세에 관한 규정을, 민수기 35-36장은 '도피성'과 여자의 재산 상속법에 관한 규정을 수록하고 있다.
(3) 모세의 설교 (신명기)
모세오경의 종합 및 결론과 같은 신명기는 약속의 땅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는 이스라엘에게 모세가 마지막으로 한 세 편의 설교(1,6=4,43; 4,44-26,19; 28,69-30,20)를 담고 있다. 요르단 동편 모압 광야에서 행한 모세의 설교는 이집트 탈출과 광야 사건, 시나이 계약 등 이스라엘 백성이 직접 체험한 삶을 회상하면서 중요한 법률을 설명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신명 12,26장은 신명기 법전이 나오고, 27-28장에는 전례적인 단편들과 계약에 관한 내용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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