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밭 능선에 '야생화 천국' [제주 동검은이오름]
입력2026.07.27.



보통 '동검은이오름'이라 부르며, 한자로는 '東巨文岳동거문악', '東巨門岳동거문악', '東巨門伊岳동거문이악' 또는 거미 주자를 쓴 '蛛岳주악'으로 표기한다. 이 오름은 제주시 구좌읍과 서귀포시 성산읍, 표선면의 경계를 이루며 금백조로 북쪽에 우두커니 솟았다.
일반 도로에서 뚝 떨어져 있는 동검은이오름은 찾아가는 게 주저되는 곳 중 하나다. 금백조로에서는 바닥이 좁고 평탄하지 않은 비포장 농로를 따라 1km쯤 들어가야 하고, 중산간동로에서는 '높은오름 입구' 버스정류장에서 구좌읍공설공원묘지를 지나 2km 거리에 있다. 이렇다 보니 인적도 뜸하다. 그러나 아래에 목장의 초지대 구릉을 품었고, 역시 초지대인 오름 정상부에서 조망하는 사방 풍광도 멋져서 오름 마니아들이 손꼽는 곳이다.
동검은이오름은 세 개의 굼부리를 가졌다. 무덤 하나가 들어설 만한 얕은 게 있는가 하면, 정상 능선이 품은 굼부리는 아찔할 만큼 깊다. 그 남쪽 아래에도 굼부리가 확인된다. 또 동북쪽으로는 부드러운 초지대를 이룬 알오름이 여럿이다. 이 알오름들은 한 목장의 초지대로 이용되는데, 수십 마리의 소가 한가로이 풀을 뜯는 목가적인 풍광은 동검은이오름의 상징과 같다.


오름 들머리는 두 곳이다. 서쪽의 문석이오름과 이어지는 고개에서 오르거나, 북쪽의 표석이 서 있는 곳에서 동쪽으로 0.7km 들어선 목장의 초지대에서 알오름 사이의 탐방로를 따라 오르는 것이다. 문석이오름 쪽은 무척 가파르고 주차 공간도 없다. 목장 초지대 쪽이 순하고 풍광도 좋다.
그러나 오름 표석과 안내도가 설치된 위치가 뜬금없다. 보통은 오름 들머리에 세우는데, 동검은이오름의 경우 사람의 발길이 닿지도 않는 곳에, 그것도 숲에 가렸다. 높은오름에서 들어서다가 동검은이오름 자락을 40m쯤 앞에 두고 길이 문석이오름 쪽으로 꺾이는데, 그 자락에 있다.

표석을 앞에 두고 동쪽으로 난 길 따라 400m쯤 들어서면 목장의 철문을 만난다. 대부분 열려 있지만 잠겼더라도 요령껏 통과하면 된다. 곧 목장 방목지인 알오름이 나온다. 겨울이 아니면 늘 풀을 뜯는 소 떼를 볼 수 있다. 미국 드라마 <초원의 집>을 연상케 하는 부드러운 풀밭 능선이 다랑쉬와 아끈다랑쉬, 손지, 용눈이, 돝오름 등을 배경 삼고 펼쳐진 풍광이 무척 이국적이다.

소들이 몰려다니는 풀밭 능선 사이로 탐방로가 이어진다. 소박하게 느껴지는 길 자체가 예쁘고, 한참 오르다가 뒤돌아보니 오름과 밭의 경계가 아리송한 푸른 제주가 아득히 펼쳐진다. 길은 소나무와 초지대가 섞인 비스듬한 사면을 따라 오른다.
굵은 밧줄을 잘라 양쪽을 땅에 고정한 계단길이다. 잠시 후 닿은 정상부 능선. 작은 굼부리 같기도 한 몇 개의 작은 구릉이 이어간 끝에 건너편으로 정상 화구벽이 우뚝하고, 그 사이 남쪽으로 트인 굼부리 너머로 백약이와 좌보미, 월랑지, 궁대오름이 얼굴을 내민다.
동쪽 화구벽과 정상인 서쪽 화구벽 사이의 초지를 이룬 작은 구릉마다 무덤이 하나씩 들어섰다. 이 초지는 제비꽃과 양지꽃, 무릇, 쑥부쟁이 등 봄부터 가을까지 온갖 우리 꽃이 피고 지는 천상의 화원이다.

문석이오름 방향으로 내려서는 길이 꽤 가파르다. 이 길로 오른다면 적잖이 고생이겠다. 내림길 왼쪽으로도 커다란 굼부리가 보인다. 그 뒤로 부드럽게 누운 구릉 같은 문석이오름이 펼쳐지고, 건너편의 백약이오름도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예전에는 동검은이오름을 오른 후 바로 이어서 문석이오름까지 탐방하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몇 해 전 문석이오름의 탐방이 금지되어서 아쉽다.

교통 내비게이션에 '높은오름' 입력. 높은오름 탐방 들머리인 '구좌읍공설공원묘지'에서 진행방향으로 700m쯤 가면 정면에 표석이 보인다. 제주시 버스터미널에서 성산항을 오가는 211, 212번 간선버스와 대천환승정류장에서 고성환승정류장을 오가는 721-2번 지선버스가 백약이오름 앞에 선다. '백약이오름' 정류장에서 문석이오름 방향으로 농로를 따라 1km쯤 들어서면 된다.
주변 볼거리
송당리 동화마을 송당리 들머리인 대천교차로 한쪽에 3만 평쯤 넓이의 동화마을이 있다. 넓은 부지엔 수백 년 수령에 멋들어진 수형을 자랑하는 팽나무와 조록나무가 곳곳에서 눈길을 끌고, 수백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기기묘묘한 형태의 자연석 5,000점이 여기저기 아무렇지도 않게 널브러졌다. 아시아 최대 규모라는 스타벅스 송당R점과 파리바게뜨, 지브리 공식 코리코카페, 제이팜정육식당, 미스터밀크(성이시돌목장), 송당산들네식당 등 제주의 맛으로 가득한 음식점도 입점해 그야말로 제주 종합 쇼핑관광타운 같다. 여름이면 중앙 동산을 감싸며 조성한 연못에 연꽃이 피고 불두화라고도 부르는 '백당수국'도 만발해 더 환상적이다.



이승태 여행작가, 오름학교 교장
'여행 이야기!! 경치!!'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월간산 추천, 8월에 걷기 좋은 길 4선 (0) | 2026.08.03 |
|---|---|
| 8월의 산 BEST4 (0) | 2026.08.03 |
| 월간산 추천, 7월에 걷기 좋은 길 4선 (0) | 2026.07.01 |
| 7월의 산 BEST4 (0) | 2026.07.01 |
| 월간산 추천, 6월에 걷기 좋은 길 4선 (0) | 2026.06.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