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절편-196℃ 급속냉각 후에도 기억회로 작동 얼음 결정 없는 ‘유리화’ 기법으로 손상 최소화 인간 대뇌피질 조직 적용 예비 실험도 진행 중
기사의 내용을 바탕으로 생성한 이미지. 챗GPT공상과학 영화 속 ‘냉동 인간’이 현실에 한발짝 가까워졌다. 독일 연구팀이 쥐의 뇌를 냉동 보존했다가 해동한 뒤 신경 기능 일부를 되살리는 데 성공했다.
3일(현지시각)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따르면 독일 에를랑겐-뉘른베르크대학교 연구팀은 ‘유리화(vitrification)’라는 냉동 기법을 이용해 쥐의 뇌 조직을 보존한 뒤 해동했을 때 기억·학습과 관련된 신경 회로가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기사의 내용을 바탕으로 생성한 이미지. 제미나이◆세포 파괴 없이 냉동=살아 있는 세포를 얼리면 세포 내에 얼음 결정이 생긴다. 일반적으로 이 과정에서 세포가 파괴되거나 세포 대사와 신경 신호 전달이 손상된다고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액체를 얼음 결정 없이 유리 형태로 굳히는 유리화 기법을 적용했다. 뇌 조직를 얇게 잘라 냉동 보존 화학물질에 전처리한 뒤-196℃ 액체질소로 급속 냉각하고,-150℃에서 최대 7일간 보관했다.
연구진은 해동 후 분석한 결과 신경세포와 시냅스 막이 온전히 유지됐다고 밝혔다. 미토콘드리아 활성도에서도 대사 손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 자극에 대한 신경세포의 반응도 정상 세포와 큰 차이가 없었다. 특히 기억과 공간 탐색의 핵심 부위인 해마의 신경 경로에서 학습·기억의 기반이 되는 ‘장기 강화(long-termpotentiation)’ 현상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후 쥐의 뇌 전체를-140℃에서 최대 8일간 보관하는 실험으로 확대했다. 확대한 실험에서도 해동 후 해마 조직을 절편으로 만들어 측정했을 때 기억 관련 신경 회로가 살아 있었다. 다만 뇌 전체 실험에서는 냉동 보존제의 독성과 뇌 수축을 최소화하기 위해 프로토콜을 반복적으로 수정해야 했으며, 성공률도 낮았다.
냉동과 해동을 거친 뒤에도 구조를 잘 유지하고 있는 쥐의 뇌 조직.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인간 뇌 조직 적용 예비 실험도=게르만 박사는 현재 인간의 대뇌피질 조직에 같은 기법을 적용하는 예비 실험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심장 등 다른 장기의 냉동 보존 가능성도 탐색하고 있다.
다만 인간 적용까지는 넘어야 할 장벽이 높다. 11일(현지시각) 네이처와 인터뷰한 기계공학 전문가 므리튠자이 코타리 미국 뉴햄프셔대학교 박사는 “인간 장기는 크기가 커서 냉각·해동 과정에서 열 전달 제약과 균열 같은 물리적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게르만 박사도 “쥐에 사용한 것보다 더 뛰어난 유리화 용액과 냉각·재가열 기술이 있어야 대형 인간 장기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