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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년 만에 풀린 미스터리…'자신 통과 못하는 첫 도형'

하나님아들 2025. 10. 28. 23:08

300년 만에 풀린 미스터리…'자신 통과 못하는 첫 도형'

 
 
수학계 300년 미스터리를 해결한 새로운 도형 ‘노퍼트헤드론(Noperthedron)’이다.
야코프 슈타이닝거, 세르게이 유르케비치 제공
 
두 개의 같은 크기 주사위가 있다. 한쪽에 구멍을 뚫어 다른 하나를 그대로 통과시킬 수 있을까?

17세기 영국의 '루퍼트 왕자(Prince Rupert of the Rhine)'는 이 문제로 동료들과 내기를 벌였고 놀랍게도 ‘가능하다’고 답해 승리했다.

이후 1693년 영국 수학자 존 월리스는 이를 수학적으로 증명했다. 정육면체의 내부 대각선 방향으로 통로를 뚫으면 같은 크기의 정육면체가 통과할 수 있다.

이후 수학자들은 정사면체, 팔면체, 이십면체 등 다양한 입체에서 같은 성질을 확인했다. 이 성질은 '루퍼트 성질(Rupert's property)'로 불리며 모든 볼록다면체는 자기 자신을 통과할 수 있다는 가설로 확장됐다. 특히 톰 머피 구글 프로그래머가 수억 개의 도형을 생성해 테스한 결과 거의 모든 도형에서 루퍼트 성질이 확인되면서 이 가설은 기정사실처럼 여겨졌다.

24일(현지시각) 미국 과학전문매체 '콴타 매거진' 보도에 따르면 야코프 슈타이닝거 오스트리아 통계청 연구원과 세르게이 유르케비치 교통시스템 회사 'A&R 테크' 연구원이 이 통념을 뒤집었다.

연구팀은 90개의 꼭짓점과 152개의 면을 가진 도형을 만들고 '노퍼트헤드론(Noperthedron)'이라 이름 지었다. '루퍼트가 아니다(No + Rupert)'에 다면체 어원인 'hedron'을 붙인 이름이다.
연구팀은 이 도형이 어떤 방향으로 회전하거나 어떤 각도로 직선 통로를 뚫더라도 동일한 모양을 통과시킬 수 없음을 증명했다. 루퍼트 성질을 만족하지 않는 첫 번째 사례를 발견한 것이다. 이번 결과는 지난 8월 논문사전공개사이트 '아카이브(arXiv)'에 공개됐다.

노퍼트헤드론은 150개의 삼각형과 2개의 정십오각형으로 구성돼 있다. 넓은 바닥과 꼭대기를 가진 통통한 수정 꽃병 같은 모양이다.

증명 과정은 복잡했다. 연구팀은 '글로벌 정리(global theorem)'와 '로컬 정리(local theorem)'라는 두 가지 수학적 방법을 개발했다. 두 정리 모두 '그림자 개념'을 활용한다.

입체도형을 특정 방향에서 바라보면 평면 위에 투영(그림자)이 만들어진다. 만약 통과시키려는 도형의 그림자가 통로를 가진 도형의 그림자 안에 완전히 들어간다면 그 방향으로는 실제 3차원에서도 통과가 가능하다. 따라서 그림자의 겹침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통과 가능성 판단의 핵심이다.

글로벌 정리는 두 그림자가 크게 어긋날 때 유효하다. 통과하려는 쪽의 그림자가 명백히 밖으로 튀어나오면 그 근처의 모든 방향에서도 마찬가지다. 한 방향에서 크게 어긋나면 주변의 수많은 회전 각도까지 한꺼번에 '불가능' 판정을 내릴 수 있어 방대한 회전 공간을 빠르게 줄일 수 있다.

로컬 정리는 두 그림자가 거의 겹치는 경계 상황에서 사용된다. 그림자의 세 꼭짓점을 선택해 삼각형을 만들고 그 삼각형이 그림자의 중심을 포함하는지 검사한다. 만약 포함된다면 입체를 조금이라도 돌리면 그 꼭짓점 중 하나는 반드시 더 바깥으로 밀려나게 된다. 아주 작은 회전에도 통과가 불가능함을 증명하는 방법이다.

연구팀은 도형이 회전할 수 있는 모든 방향을 ‘매개변수 공간(parameter space)’으로 표현했다.
이 공간을 약 1800만 개의 작은 구간으로 나누고 각 구간의 중심점을 컴퓨터로 계산해 도형의 통과 여부를 점검했다. 그 결과 어떤 방향에서도 도형을 통과할 ‘루퍼트 통로’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슈타이닝거 연구원과 유르케비치 연구원은 10대 시절 수학 올림피아드에서 만난 친구다. 둘 다 학계를 떠났지만 여전히 함께 수학 문제를 푸는 것을 즐긴다. 5년 전 유튜브에서 정육면체가 다른 정육면체를 통과하는 영상을 보고 매료된 두 사람은 이 문제에 몰두했고 마침내 수학계의 오랜 추측을 뒤집는 성과를 냈다.

조셉 오루크 미국 스미스칼리지 명예교수는 콴타매거진 인터뷰에서 "너무도 당연하게 여겼던 추측이 반박됐다"며 "기하학 연구의 새로운 장이 열렸다"고 평가했다.

조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