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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 새 없이 울리는 휴대폰에 '공포'

하나님아들 2024. 12. 9. 23:08

쉴 새 없이 울리는 휴대폰에 '공포'

'오빠 기다릴게요'…쉴 새 없이 울리는 휴대폰에 '공포'

입력2024.12.09. 
 
올해 상반기 1인당 스팸 문자 수신 11.59통
주식·재테크, 도박 등 금융 관련 스팸 83%
KISA·이통3사 AI 기술 도입해 스팸 방지 총력
(독자 제공) 사진 출처=유지희 기자
"(정부와 통신사가) 스팸 차단을 하고 있는지도 몰랐어요. 방금도 스팸 문자가 왔네요."

직장인 이주현 씨(29)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친구 추가해달라는 이상한 스팸뿐 아니라 070으로 시작하는 번호로 전화도 와서 종종 업무에 지장을 줄 정도"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1인당 스팸 '역대 최대' 한달 평균 11.59통 수신
9일 관련 업계와 정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1인당 스팸 문자 메시지 수신량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이동통신 3사는 스팸 탐지 기술을 고도화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스팸 업자들의 발신 방식이 더욱 교묘해지면서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전국 휴대전화·이메일 사용자 3000명 대상으로 실시한 '2024년 상반기 스팸 유통현황'에 따르면 국민 1인당 월 평균 휴대전화 문자 스팸 수신량은 11.59통으로 지난해 하반기 대비 2.68통 증가했다.

스팸 문자 유형 중 대다수는 주식·재테크, 도박 등 금융 관련 문자인 것으로 조사됐다(83%). 특히 주식 투자 유도 유형의 불법 스팸은 지난해 하반기 대비 25.9%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이통사별 문자·음성 스팸 건수를 살펴보면 같은 기간 KT는 11.9통으로 3.58통 늘었고 LG유플러스는 12.51통으로 3.13통, SK텔레콤 10.68통으로 1.64통 순으로 각각 늘었다.
KISA·이통3사 AI기술 도입해 스팸 방지 '총력'
사진=게티이미지뱅크이 같은 '스팸 재난' 사태에 KISA와 이통3사는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도입해 스팸 탐지에 힘 쏟고 있다.

KISA는 금융 감독원과 함께 '스팸 전화번호 블랙리스트 제도' 적용 범위를 투자 유인 스팸 문자로 확대 적용한다. 투자를 유인하는 스팸 문자가 늘어나는 만큼 관련 문자 약 2만여개를 분석해 블랙리스트에 활용할 불법 금융투자 키워드를 선정했다.

이통3사도 투자·금융 관련 키워드에 대한 필터링을 강화와 함께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스팸 필터링 시스템을 고도화 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올해 7월 패스(PASS) 스팸 필터링 서비스를 시작했다. 또한 AI를 활용해 지인이나 금융기관을 사칭하는 문자를 사전 탐지해 알림을 보내는 '미끼 문자 AI 탐지 알림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KT는 업계 최초로 스팸 대응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다. 올 1월부터 AI 클린 메시징시스템을 개발해 적용하고 있다. 또한 스팸 발송량이 많은 문자 중계 사업자는 지난 10월부터 문자 발송 속도를 제한해 문자 중계 사업자에 대한 스팸 관리도 강화 중이다.

국내 스팸뿐 아니라 최근 증가하고 있는 해외 스팸 문자에 대응하기 위해 운영 중인 'AI 클린 메시징' 기술을 강화해 해외 문자에도 확대 적용하고, 국제 스팸 차단 시스템 용량을 확대할 예정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달 '듀얼 넘버 온앤오프 서비스'를 출시해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스팸 피해 예방에 나섰다.

또한 가입자 대상으로 'U+스팸 차단'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이는 KISA에 신고된 스팸이나 도박, 음란, 의약품, 불법 대출 광고 등의 스팸 문자메시지를 자동 차단해 주는 서비스다.

해당 서비스를 통해 수집한 차단 정보 및 네트워크 구간에서 수집되는 악성 트래픽 정보를 종합하고 KISA와 경찰청 신고 데이터를 수집해 AI와 머신러닝 기술을 통해 대응 방안을 도출한다.
정부도 팔 걷어 붙였지만…"스팸 문자 갈수록 교묘해져"
정부도 지난달 '불법스팸 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대량문자 전송 자격인증을 의무화하고 시장 퇴출 방안을 마련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초 '대량문자 발송 사업자 자격 인증제'를 시행했지만, 대량문자 발송 사업자 인증 신청은 89건에 그쳤고 이 중 27건만 승인되며 실효성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스팸 문자 발신처 중 대량문자 발송 서비스는 전체의 74.9%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스팸 문자 발신 유형은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어 필터링하기 어렵다는 한계점이 있다. 특히 가족·지인을 사칭하는 내용을 담은 문자를 보내거나 스팸 문자의 형태를 조금씩 바꿔가며 전송하는 방법을 택하며 필터링 시스템을 피해 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들이 AI를 도입하고 기술을 계속해서 발전해 나가며 스팸 차단을 계속하고 있지만 스팸 업자 또한 계속해서 스팸 차단에 걸리지 않기 위해 노력을 하는 상황"이라며 "같은 통신사라도 스팸 업자들이 모든 번호에 문자를 전송하지 않기 때문에 스팸 문자 수신 여부와 양에 사람마다 편차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