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도박이 무서운 이유, 가스 말고 또 있다 [데이:트]
유효송 기자, 임소연 기자 입력 2022. 02. 19.

지난 16일 미국이 예상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없었습니다. 당장 전쟁이 일어날 거란 우려는 누그러졌어요.
그러나 러시아의 군사행동 위험은 여전합니다. 러시아가 배치했던 군사력을 철수하겠다고 했지만 나토는 믿지 않습니다. 침공 가능성은 남아있고, 에너지 가격은 추가로 급등할 수 있어요.

유럽연합(EU)은 특히 불안합니다.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죠. 스타티스타와 로이터에 따르면 EU는 에너지의 60%를 해외에서 수입합니다. 2020년 기준으로 EU는 석유(23%)와 천연가스(38%) 모두 러시아에 크게 기대고 있습니다.
더 자세히 들여다볼까요. 2020년 러시아에서 수출된 천연가스의 71.9%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와 EU로 흘러 들어갔습니다. 기타 비 OECD 국가와 유라시아 국가들에 수출되는 천연가스의 비율은 28.1%에 불과합니다. 러시아 천연가스에 의존하는 비율을 국가별로 따져보면 북 마케도니아가 100%로 가장 높았고 △핀란드(94%) △불가리아(77%) △슬로바키아(70%) △독일(49%) △이탈리아(46%) △폴란드(40%) △프랑스(24%) 순이었습니다.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정치경제적인 요인으로 가장 깊게 얽힌 국가는 독일입니다. 독일은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를 거쳐 자국으로 오게 하는 가스관을 뚫었어요. 러시아 국영가스 가즈프롬이 준공한 '노드스트림2' 입니다.
노드스트림2는 러시아 서부 나르바에서 발트해를 거쳐 독일 북부 그라이프스발트까지 직접 연결하는 1225㎞ 길이의 해저 가스관이에요. 건설에 약 13조원이 들었죠. 가스관이 가동되면 연 550억㎥의 가스가 독일로 갑니다. 2020년 한해 독일이 러시아에서 수입한 가스량이 382㎥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양입니다.
이 가스관을 둘러싼 각국 이해는 첨예합니다. 독일은 러시아에서 수입한 저렴한 가스로 경제적 이득을 얻고, 러시아는 유럽에 대한 에너지 장악력을 높입니다. 반면 비(非)EU 국가인 우크라이나는 EU와의 연결고리가 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은 나토와 대립관계에 있는 러시아의 에너지에 유럽이 의존하는 게 불만입니다.
때마침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위협하자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독일에 노드스트림2 사업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대 러시아 제재의 핵심 카드로 꺼낸거죠. 그런데 노드스트림2가 독일 등 일부 유럽국가에도 이득이라는 게 함정이었습니다. 독일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미적거립니다. 가스관 폐쇄에 대해서도 독일 총리가 시원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지요. 도리어 이들 국가는 러시아가 가스공급을 끊을까 우려합니다.

밥상도 문제예요. '세계의 빵공장'이라고 불릴 만큼 전 세계 밀 공급량의 29%를 차지하는 두 국가가 전쟁으로 큰 위협을 받으면 식량 가격도 오를 수 있어요.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생산을 많이 하는 농경지의 상당 부분이 러시아의 잠재적 공격에 취약한 동부 지역에 위치하고 있죠.
특히 우크라이나산 밀을 주로 수입하고 있는 나라들은 정치·사회적 불안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2020년 이집트는 우크라이나 밀 소비량의 약 14%인 300만 톤 이상을 수입했습니다. 말레이시아(28%)와 인도네시아(28%), 방글라데시(21%) 등 아시아 국가들도 우크라이나산 밀에 크게 의존하죠.
전쟁 위기의 파장이 당사국에만 그치지 않는단 겁니다.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식량 불안정은 많은 개발 도상국에서 악화될 것"이라며 "예멘, 레바논과 등 국가에서 추가적인 식량 가격 충격과 기아는 현실을 더 쉽게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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