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튼 에어컨, 37년 돌린 레인지 완전 멀쩡” 이것이 일제·미제 누른 삼성·LG ‘클래스’ [비즈360]
입력2024.09.14.
삼성전자 전자레인지 37년째 쓰다 기증한 사연
금성사 에어컨 45년, 세탁기 36년 사용한 사연도
경주에 거주하는 홍연무 씨(왼쪽), 문희선 씨 부부는
금성사 에어컨 45년, 세탁기 36년 사용한 사연도
1979년 구입해 45년 동안 고장 없이 정상 작동해온 벽걸이 에어컨 ‘GA-100SP’을 LG전자에 기증했다. [LG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1986년 수출형으로 만든 전자레인지 MW5500. [삼성전자 뉴스룸]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45년간 쓴 벽걸이 에어컨, 37년 동안 사용한 전자레인지 등 잔고장 한번 없던 제품들. 이래서 한국은 가전 강국인가”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오랜 기간 고장 없이 사용하고 기증된 가전제품들 사례가 소개되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쟁력이 다시 한번 재조명 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사 뉴스룸을 통해 1986년 생산된 전자레인지가 ‘임무’를 마치고 37년 만에 다시 돌아온 사연을 공개했다. 화제의 전자레인지는 삼성전자의 클래식 컬렉션(Classic Collection) 제품으로, 1986년에 수출형으로 만들어진 MW5500 모델이다.
항암연구의 권위자로 평가받는 김규원 교수는 1986년 미국 보스턴의 하버드대학교 연구원으로 활동하던 당시 현지 마트에서 구매한 전자레인지를 삼성의 역사를 모아 놓은 삼성 이노베이션 뮤지엄에 기증했다.
과거 삼성을 상징하던 세 개의 볼록한 별 모양 로고가 새겨진 1986년산 삼성전자 전자레인지. [삼성전자 뉴스룸]
김 교수가 기증한 전자레인지에는 과거 삼성을 상징하던 세 개의 볼록한 별 모양 로고가 새겨져 있어 오랜 세월을 느낄 수 있다. 이 로고는 1980년대 말부터 1992년까지 사용됐다. 고풍스러운 우드 캐비닛 디자인 역시 클래식함을 더해주는 요소다. 미국 시장에서 선호하던 버튼식 작동 방식을 채택한 것도 특징이다.
김 교수는 37년 동안 쓰면서 한 번도 고장이 나지 않은 삼성전자 전자레인지에 대해 “세계 최고의 품질을 가진 명품”이라고 극찬했다. 한국산보다 ‘일제’나 ‘미제’를 더 높게 평가하던 당시에도 삼성전자 제품을 택한 김 교수는 “한국의 기술력이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김규원 교수는 1986년 미국에서 구매한 삼성전자 전자레인지를 삼성 이노베이션 뮤지엄에 기증했다. [삼성전자 뉴스룸]
김 교수는 1976년 서울대 약대를 졸업하고 1985년 미네소타대에서 분자생물학 박사과정을 거쳐 2000년부터 2017년까지 서울대 약대 교수로 재직했다. 2005년에는 호암상 의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원래 아내와 함께 40년간 잘 사용하고 삼성전자에 기증하려 했는데 2022년 말 아내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더 빨리 기증하게 됐다”며 이번 기증에 담긴 남다른 의미를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에도 고객이 1986년 혼수로 구매해 3대에 걸쳐 사용한 ‘다목적 5S 냉장고’를 기증받았다. ‘다목적 5S 냉장고’는 소비자가 원하는 색상과 소재를 선택할 수 있고, 내부 온도조절기로 냉동실을 냉장실로 바꿔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 나온 비스포크 냉장고의 시초라는 평가를 받는 제품이다.
LG전자 고객이 36년째 사용한 금성사 세탁기. [LG전자 뉴스룸]
LG전자 역시 금성사 시절 만든 세탁기를 고객으로부터 기증받은 사연을 최근 공개하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34세 고객은 LG전자에 직접 보낸 편지를 통해 “36년째 금성 백조 세탁기를 사용하고 있다”며 “제가 태어나기 전 구입한 세탁기가 저보다 나이가 많은데도 잔병치레 없이 잘 버텨줬다”고 소개했다.
그는 “어머니는 가능하면 고쳐서 사용하고 싶어하시지만 부품을 찾는 게 쉽지 않을 거 같아 더 아프기 전에 보내주려 한다”며 LG전자에 기증의사를 전달했다. LG전자는 해당 고객의 집을 방문해 금성 세탁기를 기증받는 대신 워시타워 컴팩트 제품으로 교체해줬다고 밝혔다.
1969년 국내 최초로 세탁기를 출시한 LG전자는 1980년 세탁과 헹굼을 자동으로 하는 국내 최초 전자동 세탁기에 이어 1996년 국내 최초 세탁통이 돌아가는 통돌이 세탁기를 선보였다.
지난해 LG전자 고객의 소리 홈페이지에는 ‘20년 넘게 LG전자 카오스 통돌이 세탁기를 사용하면서 한 번도 고장나지 않았다’는 사연이 올라왔을 만큼 여전히 LG전자 통돌이 세탁기를 바꾸지 않고 계속 사용하는 가정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LG전자 고객이 1995년부터 사용하다가 2020년 기증한 ‘LG 카오스 세탁기’. [LG전자 뉴스룸]
경주에 거주하는 홍연무씨, 문희선씨 부부가 LG전자에 기증한 국내 최초의 벽걸이 에어컨 ‘GA-100SP’ [LG전자 제공]
그런가하면 LG전자가 1979년 국내 최초로 출시한 벽걸이 에어컨이 45년 동안 가정에서 정상 작동한 뒤 LG전자에 기증됐다. 경주에 거주하는 홍연무 씨, 문희선 씨 부부는 1979년 구입해 45년 동안 고장 없이 정상 작동해온 벽걸이 에어컨 ‘GA-100SP’을 LG전자에 기증했다.
해당 제품은 국내 최초로 에어컨 실외기를 분리해 바람이 나오는 본체만 벽에 거는 벽걸이 형이다. 당시 국내 에어컨 시장은 실외기와 본체가 붙어있는 창문형 에어컨이 주를 이루고 있었기 때문에 벽걸이 에어컨의 등장은 혁신으로 평가받았다. 무엇보다 실외기와 바람이 나오는 본체가 분리돼있어 소음이 월등히 적었다.
에어컨 설치 위치가 창문이 아닌 점도 환영받았다. 당시 주택은 단열 효과가 좋지 못해서 에어컨을 창문에 설치하면 틈새로 공기 유출이 많았다. 벽걸이 에어컨을 설치하면 창문 틈새를 통해 여름엔 뜨거운 공기가 스며들고, 겨울엔 찬바람이 들이치는 불편함을 줄일 수 있었다.
LG전자는 이번 기증으로 국내 최초 벽걸이 에어컨 ‘GA-100SP’을 1968년 출시된 국내 최초 창문형 에어컨 ‘GA-111’, 1983년 출시된 국내 최초 스탠드 에어컨 ‘GA-025’등과 함께 LG인화원과 창원 연구소 등에 전시한다. 다양한 형태의 최초 에어컨들을 내방객들에게 보여줘 LG전자 에어컨의 앞선 기술력을 입증하는 유산으로 활용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제품을 기증한 홍연무 씨는 “1979년 봄, 한여름 무더위 속에서 고생하며 공부를 해야 할 어린 자녀들을 생각해서 벽걸이 에어컨을 구매했다”며 “45년 동안 고장 한번 없이 온 가족의 여름을 시원하게 해준 LG전자 에어컨을 대견하게 생각해왔으며 사료적 가치가 높을 것으로 판단해 기증했다”라고 말했다.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45년간 쓴 벽걸이 에어컨, 37년 동안 사용한 전자레인지 등 잔고장 한번 없던 제품들. 이래서 한국은 가전 강국인가”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오랜 기간 고장 없이 사용하고 기증된 가전제품들 사례가 소개되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쟁력이 다시 한번 재조명 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사 뉴스룸을 통해 1986년 생산된 전자레인지가 ‘임무’를 마치고 37년 만에 다시 돌아온 사연을 공개했다. 화제의 전자레인지는 삼성전자의 클래식 컬렉션(Classic Collection) 제품으로, 1986년에 수출형으로 만들어진 MW5500 모델이다.
항암연구의 권위자로 평가받는 김규원 교수는 1986년 미국 보스턴의 하버드대학교 연구원으로 활동하던 당시 현지 마트에서 구매한 전자레인지를 삼성의 역사를 모아 놓은 삼성 이노베이션 뮤지엄에 기증했다.
김 교수가 기증한 전자레인지에는 과거 삼성을 상징하던 세 개의 볼록한 별 모양 로고가 새겨져 있어 오랜 세월을 느낄 수 있다. 이 로고는 1980년대 말부터 1992년까지 사용됐다. 고풍스러운 우드 캐비닛 디자인 역시 클래식함을 더해주는 요소다. 미국 시장에서 선호하던 버튼식 작동 방식을 채택한 것도 특징이다.
김 교수는 37년 동안 쓰면서 한 번도 고장이 나지 않은 삼성전자 전자레인지에 대해 “세계 최고의 품질을 가진 명품”이라고 극찬했다. 한국산보다 ‘일제’나 ‘미제’를 더 높게 평가하던 당시에도 삼성전자 제품을 택한 김 교수는 “한국의 기술력이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1976년 서울대 약대를 졸업하고 1985년 미네소타대에서 분자생물학 박사과정을 거쳐 2000년부터 2017년까지 서울대 약대 교수로 재직했다. 2005년에는 호암상 의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원래 아내와 함께 40년간 잘 사용하고 삼성전자에 기증하려 했는데 2022년 말 아내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더 빨리 기증하게 됐다”며 이번 기증에 담긴 남다른 의미를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에도 고객이 1986년 혼수로 구매해 3대에 걸쳐 사용한 ‘다목적 5S 냉장고’를 기증받았다. ‘다목적 5S 냉장고’는 소비자가 원하는 색상과 소재를 선택할 수 있고, 내부 온도조절기로 냉동실을 냉장실로 바꿔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 나온 비스포크 냉장고의 시초라는 평가를 받는 제품이다.
LG전자 역시 금성사 시절 만든 세탁기를 고객으로부터 기증받은 사연을 최근 공개하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34세 고객은 LG전자에 직접 보낸 편지를 통해 “36년째 금성 백조 세탁기를 사용하고 있다”며 “제가 태어나기 전 구입한 세탁기가 저보다 나이가 많은데도 잔병치레 없이 잘 버텨줬다”고 소개했다.
그는 “어머니는 가능하면 고쳐서 사용하고 싶어하시지만 부품을 찾는 게 쉽지 않을 거 같아 더 아프기 전에 보내주려 한다”며 LG전자에 기증의사를 전달했다. LG전자는 해당 고객의 집을 방문해 금성 세탁기를 기증받는 대신 워시타워 컴팩트 제품으로 교체해줬다고 밝혔다.
1969년 국내 최초로 세탁기를 출시한 LG전자는 1980년 세탁과 헹굼을 자동으로 하는 국내 최초 전자동 세탁기에 이어 1996년 국내 최초 세탁통이 돌아가는 통돌이 세탁기를 선보였다.
지난해 LG전자 고객의 소리 홈페이지에는 ‘20년 넘게 LG전자 카오스 통돌이 세탁기를 사용하면서 한 번도 고장나지 않았다’는 사연이 올라왔을 만큼 여전히 LG전자 통돌이 세탁기를 바꾸지 않고 계속 사용하는 가정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가하면 LG전자가 1979년 국내 최초로 출시한 벽걸이 에어컨이 45년 동안 가정에서 정상 작동한 뒤 LG전자에 기증됐다. 경주에 거주하는 홍연무 씨, 문희선 씨 부부는 1979년 구입해 45년 동안 고장 없이 정상 작동해온 벽걸이 에어컨 ‘GA-100SP’을 LG전자에 기증했다.
해당 제품은 국내 최초로 에어컨 실외기를 분리해 바람이 나오는 본체만 벽에 거는 벽걸이 형이다. 당시 국내 에어컨 시장은 실외기와 본체가 붙어있는 창문형 에어컨이 주를 이루고 있었기 때문에 벽걸이 에어컨의 등장은 혁신으로 평가받았다. 무엇보다 실외기와 바람이 나오는 본체가 분리돼있어 소음이 월등히 적었다.
에어컨 설치 위치가 창문이 아닌 점도 환영받았다. 당시 주택은 단열 효과가 좋지 못해서 에어컨을 창문에 설치하면 틈새로 공기 유출이 많았다. 벽걸이 에어컨을 설치하면 창문 틈새를 통해 여름엔 뜨거운 공기가 스며들고, 겨울엔 찬바람이 들이치는 불편함을 줄일 수 있었다.
LG전자는 이번 기증으로 국내 최초 벽걸이 에어컨 ‘GA-100SP’을 1968년 출시된 국내 최초 창문형 에어컨 ‘GA-111’, 1983년 출시된 국내 최초 스탠드 에어컨 ‘GA-025’등과 함께 LG인화원과 창원 연구소 등에 전시한다. 다양한 형태의 최초 에어컨들을 내방객들에게 보여줘 LG전자 에어컨의 앞선 기술력을 입증하는 유산으로 활용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제품을 기증한 홍연무 씨는 “1979년 봄, 한여름 무더위 속에서 고생하며 공부를 해야 할 어린 자녀들을 생각해서 벽걸이 에어컨을 구매했다”며 “45년 동안 고장 한번 없이 온 가족의 여름을 시원하게 해준 LG전자 에어컨을 대견하게 생각해왔으며 사료적 가치가 높을 것으로 판단해 기증했다”라고 말했다.
김현일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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