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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를 도울 기술, 2023 CES에서 답을 찾다

하나님아들 2023. 1. 24. 22:48

 

인류를 도울 기술, 2023 CES에서 답을 찾다

입력2023.01.23.  
코로나19 이후 첫 대면 행사로 열린 올해 CES의 슬로건은 ‘지속가능성과 모두를 위한 인간 안보’다.
테크 기업들도 전쟁이나 기후변화 같은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1월5~8일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의 입구. ©Xinhua


만약 누군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The InternationalConsumer Electronics Show)를 수년째 참가하고 있는 당신에게 ‘CES 2023’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이렇게 답할 것이다.
“2023년 1월6일(현지 시각) 실리콘밸리 혁신 스타트업 더밀크(The Miilk)가 개최한 ‘K이노베이션 나이트’ 행사에서 참가 소감을 밝히던 가수 윤종신씨의 모습.”

윤종신씨는 참가 소감에서 CES가 추구하는 비전과 혁신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를 짚었다.
윤씨의 말이다.
CES 같은 첨단산업 현장은 내가 하는 창작 일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여러 세션을 들으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내가 하는 일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일에 대한 것이다. 그들이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지, 가까운 미래를 알아보고 예측할 수 있는 곳이 CES 현장이라고 생각했다. (중략) 창작자들이 이곳을 방문해 세상이 어떻게 변화할지를 예측하고 생각을 나누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

1967년 6월 미국 뉴욕에서 제1회 가전 전시회로 시작된 CES는 56년 만에 모빌리티와 메타버스, 웹3.0, 디지털 헬스, 모바일, 엔터테인먼트 등 모든 미래 산업을 다루는 종합 이벤트로 끊임없이 진화하며 성장했다. 올해는 코로나19 대유행 3년 만에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복귀하여 1월5일부터 8일까지 나흘간 성대하게 대면 행사로 개최됐다. 전 세계 174국에서 3200개 기업과 4700개 미디어가 참가했으며 참관자 수도 12만명에 이르렀다. 한국에서도 삼성전자와 LG전자, SK그룹, HD현대그룹뿐만 아니라 350여 개 스타트업까지 총 550여 개 기업이 참여했다. 이로써 한국은 CES 주최국인 미국 다음으로 참가 기업이 많은 나라가 됐다.

올해 CES 현장의 가장 큰 특징은 신제품과 기술 선전에 집중하기보다는 인류가 당면한 문제를 기술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탐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CES를 주최하는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 측은 이번 행사의 가장 중요한 슬로건으로 ‘지속가능성과 모두를 위한 인간 안보(Sustainability and Human Security for All)’를 꼽았다. 이는 혁신기술 기업 사이에서도 코로나19 대유행과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전쟁, 기후변화에 따른 식량 부족 등 인간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시급한 현안에 대한 고민이 커진 것과 연관이 깊다.

외골격 스마트 웨어러블 디바이스인 ‘크레이 엑스’를 착용한 사람이 무거운 물체를 들어 올리고 있다. ©UPI


인간 안보를 위해 이타적으로 사용되는 뉴테크놀로지

세계 농기계 시장 점유율 1위이자 ‘농슬라(농업+테슬라)’로 불리는 존디어(John Deere)의 존 메이 최고경영자(CEO)가 CES 개막일에 첫 기조연설자로 나섰다. 존디어는 지난해 자율주행 트랙터를 선보인 데 이어 올해는 업그레이드된 버전을 공개했다. 폭 36m에 이르는 무인 자율 로봇 비료살포기 ‘이그잭트샷(ExactShot)’은 농촌 노동력 감소에 대처하고 비료 사용을 60% 이상 줄여 생산비용을 절감할 뿐만 아니라 환경오염에 대응하는 모델이다. 190년 전통의 농기계 회사가 식량 주권과 지속 가능한 삶이라는 ‘인간 안보(Human Security for All)’에 대한 의지를 표현한 셈이다. 미국 중장비 회사 캐터필러가 선보인 광산용 초대형 무인 수송 트럭 ‘마이닝 777’ 차량도 마찬가지다.

CES 2023 최고 혁신상을 수상한 저먼바이오닉(German Bionic)의 엑소 스켈레톤(외골격) 스마트 웨어러블 디바이스인 ‘크레이 엑스(Cray-X)’ 역시 인간 안보를 위해 기술이 이타적으로 사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크레이 엑스는 등산 배낭을 메는 것처럼 어깨끈을 걸고 끈 사이 버클을 고정하면 되는 로봇 슈트다. 탈착형 배터리를 사용하여 최대 30㎏까지 작업 중량을 가볍게 해준다. 무거운 물건을 운반할 때 착용자가 하중을 거의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물류·생산 및 건설 분야 노동자들이 안전과 건강을 지킬 수 있는 혁신기술인 것이다.

이미 EV와 자율주행은 기본, 차 안은 엔터테인먼트 전쟁 중

세간에서는 CES의 약자를 ‘Car Electronics Show’라고 말할 만큼 CES는 신기술이 접목된 콘셉트카와 혁신적 모빌리티 제품을 선보이는 오토쇼로도 유명하다. 올해 역시 자동차와 모빌리티 참가 업체는 300개가 넘었다. 특히 자율주행과 친환경 기술은 기본이고 운전에서 해방된 이후 ‘차 안에서의 잉여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라는 엔터테인먼트 영역에서 선점 싸움이 확산되고 있다.

그중 LG그룹의 적극적 변신은 놀라울 정도다. 비행기의 조정실을 콕핏(Cock Pit)이라고 한다. 내연기관차와 달리 전기자동차는 차보다 전장(차의 시스템 및 디스플레이)의 기능성이 중요하다. 삼성, LG, 소니 등이 자율주행차의 전장을 컴퓨터처럼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이유다. LG전자는 자동차 운전석을 콕핏 컴퓨터로 규정하며 사람과 차량 간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전략을 들고나왔다. 거기다 차량 통신 제품을 생산하는 LG이노텍과 LG디스플레이까지 3개 회사가 자동차 전장 관련 부스를 따로 설치하고 미래 자동차의 화려한 디스플레이 기술을 선보였다.

LG디스플레이는 자율주행 콘셉트카에 업계 최초로 18인치 슬라이더블 OLED와 투명 OLED를 선보였다. 슬라이더블 OLED 화면은 평소 뒷좌석 천장에 말린 상태로 숨겨져 있다가 이동 중 영화 감상, 뉴스 시청, 화상회의 같은 용도에 따라 아래로 펼쳐서 사용할 수 있다. 창문에는 55인치 투명 OLED를 탑재해 창밖의 풍경을 보는 동시에 실시간 뉴스나 날씨, 광고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받을 수 있으며, 지역의 랜드마크를 지날 때는 관련 정보를 바로 띄우는 증강현실(AR) 시스템도 결합했다.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보던 일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전자제품 회사에서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변신한 소니와 혼다의 합작품, 전기차 ‘아필라(Afeela)’ 콘셉트카 역시 주목받았다. 인공지능·엔터테인먼트·가상현실(VR)·증강현실에 대한 소니의 경험에, 서바이벌 슈팅 게임 〈포트나이트〉를 제작한 에픽게임스의 게임 엔진 ‘언리얼엔진’을 도입해 스마트카를 ‘달리는 플레이스테이션 게임기’로 진화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자동차 업체들은 스스로를 모빌리티 서비스 업체로 재정의하면서, 차량 내 엔터테인먼트로 수익화하는 것이 차를 파는 것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깨달음으로 숨 가쁘게 미래 전략을 다각화하고 있었다.

 
CES에 참여한 LG전자 부스. 업계 최초로 18인치 슬라이더블 OLED와 투명 OLED를 선보였다. ©LG전자 제공


모든 산업에 녹아든 디지털 헬스, 슬립 테크, 에이지 테크까지 품어

코로나19를 겪으며 디지털 건강 추적의 중요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도 크게 바뀌었다. CES가 사상 처음 온라인으로 열린 2021년과 온·오프라인 병행으로 열린 2022년, 그리고 엔데믹으로 가고 있는 올해는 세계적 진단 업체 애보트를 비롯한 100여 개의 디지털 헬스 업체가 메인홀 정중앙에 등장했다. mRNA 코로나19 백신 제조사 모더나도 미국 응급의학과 전문의학회(ACEP)와 함께 ‘디지털 헬스케어 스튜디오’를 꾸렸다. 소변검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부(Vivoo), 웨어러블 보청기 기업 이어고(Eargo) 등도 부스를 차렸다.

2013년 핏빗(Fitbit)이 피트니스 측정 장치를 처음 출시하고, 2018년 애플이 ECG(심전도) 모니터와 낙상 감지 알고리즘을 애플워치4에 성공적으로 통합하면서 건강 추적 장치가 본격화됐다. 하지만 이제는 AI 기술이 결합된 디지털 치료제(Digital Therapeutics)가 등장하고, 수면 기술(SleepTech), 노년 테크(Age Tech), 보청 기술(Ear Tech) 등 디지털 헬스 분야가 B2C(기업과 소비자 간 전자거래)로 확산하면서 시장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아마존, 로레알, 삼성, LG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국내 헬스케어 기업 에이슬립은 단연 돋보였다. 스마트폰, 스마트TV 등 마이크가 달린 전자기기가 AI 기술로 사용자의 수면 중 숨소리를 분석해 숙면을 돕는다. 수면 단계에 따라 공기청정기가 수면 모드로 바뀌고 에어컨은 최적의 온도로 설정하는 등의 수면 진단 기술이 에이슬립의 핵심 역량이었다. 참관자들은 “조명이나 에어컨이 숙면의 깊이를 스스로 파악해서 강약을 조절하는 것이 신기하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 번도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가는 사람은 없다

CES는 모두 48개 분야로 나뉘어 있다. 참가 업체만 3200개다. 이 말은 나흘간 열리는 CES의 모든 면모를 지면을 통해 설명하기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그중 이 얘기는 꼭 남기고 싶다.

CES의 유레카 파크(Eureka Park)는 국가별 스타트업과 대학, 연구기관에서 혁신적 기술이나 제품을 들고나온 곳만 모아놓아 ‘CES의 젊은 심장’이라 불린다. 대기업관이 10년 후의 미래를, 중소기업관이 당장 팔 물건을 전시한다면 유레카 파크는 꿈과 비전, 창의적 생각을 가진 젊은 스타트업들의 기술력을 볼 수 있는 전시장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나흘의 전시 기간에 가장 먼저, 가장 오래 유레카 파크에 머문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은 평소에 늘 강조하는 말로 대신하고 싶다. “당신은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미래가 궁금하십니까? 매년 초 열리는 CES 현장에 직접 가보십시오! 한 번도 가보지 않는 사람은 많겠지만 한 번만 가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민경중 (한국외국어대학교 초빙교수·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 editor@sisain.co.kr